1900-1910년대
홍수 뒤
하나도 아니었고,
둘도 아니었다.
활개를 젓고 건너가,
죽지를 늘이고 돌아온
이 항구의 추억은,
참말 열도 아니었다.
그러나 굳건하던
작고 큰 집들이
터문도 없이 휩쓸려 간
홍수 뒤,
황무지의 밤바람은
너무도 맵고 거칠어.
언제인가 하루아침,
맑은 희망의 나발이었던
고동 소린 오늘 밤,
청춘의 구슬픈 매장의 노래 같아야,
고향의 부두를 밟는
나의 무릎은 얼듯 차다.
긴 밤차가 닫는 곳,
나의 벗들을 사로잡은
차디찬 운명 속에서도,
청년의 자랑은
꺼지지 않는 등촉처럼 밟았으면……
아아 이 하나로 나는
평생의 보배를 삼으련다.
주석
활개 사람의 두 팔, 또는 새의 두 날개. '활개를 젓다'는 팔을 힘차게 내저으며 당당히 나아감을 뜻한다.
죽지 새의 날개가 몸에 붙은 부분, 곧 날개. 앞 행의 '활개'와 짝을 이루는 표현이다.
심상·해설
홍수로 집들이 휩쓸려 간 폐허의 부두에 서서, 한때 희망이던 뱃고동이 매장의 노래처럼 들리는 비애 속에서도 청년의 자랑만은 등불처럼 지키려는 다짐이 차갑게 빛난다.
낭독 지시
Style: 폐허를 둘러보듯 무겁고 느리게, 끝 두 연에서만 다짐하듯 가슴을 펴고 또렷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