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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편지 회답
1930년대

오빠의 편지 회답

강경애 · 1930년대
오빠! 오래간만에 보내신 당신 편지에 “사랑하는 누이야 어찌 사느냐?”고요 오빠! 당신이 잡혀 가신 뒤 이 누이는 그렇게 흔한 인조고사 댕기 한 번 못 드려 보고 쌀독 밑을 긁으며 몇 번이나 입에 손 물고 울었는지요 오빠! 그러나 이 누이도 언제까지나 못나게시리 우는 바보는 아니랍니다 지금은 공장 속에서 제법 고무신을 만든답니다 오빠 이 팔뚝을 보세요! 오빠의 팔뚝보다도 굳세고 튼튼해졌답니다 지난날 오빠 무릎에서 엿 먹던 누이는 아니랍니다 오빠! 이 해도 저물었습니다 거리거리에는 바람결에 호외가 날고 있습니다 오, 오빠!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오빠! 기뻐해 주세요 이 누이는 옛날의 수줍던 가슴을 불쑥 내밀고 수많은 내 동무들의 앞잡이가 되어 얼굴에 피가 올라 공장주와 × × 답니다

주석

인조고사 인조견(人造絹), 곧 인조 비단으로 짠 천. '고사'는 비단의 한 종류. 가난한 살림에 흔한 값싼 옷감을 가리킴.

댕기 길게 땋은 머리끝에 드리거나 묶는 헝겊이나 끈.

호외(號外) 큰 사건이 있을 때 정규 신문 외에 임시로 발행하여 거리에 뿌리는 인쇄물.

앞잡이 여기서는 부정적 뜻이 아니라, 동무들을 이끄는 앞장선 사람·선두를 뜻함.

× × 일제강점기 검열을 피하기 위해 복자(伏字)로 가린 부분. 공장주에 맞서 '싸운다'는 등의 투쟁적 표현이 들어갈 자리로 추정됨.

심상·해설

잡혀간 오빠에게 답장하듯, 쌀독을 긁으며 울던 누이가 공장에서 단련된 굳센 팔뚝을 내보이며 동무들의 앞장에 선 모습이, 저물어 가는 거리에 호외가 날리는 풍경과 겹쳐 비장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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