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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
1930년대

비로봉

정인보 · 1930년대
단발령(斷髮嶺) 넘어들 제 하늘 닿던 높은 봉들 발아래 떨어트려 웃고 굽어 보단말이 윗가슴 늦추기전에 서늘 가득하고녀 목 넘어 올라오자 급히 도는 천봉만봉(千峰萬峰) 잉어 등 지르레미 펄펄할사 중향성(衆香城)을 산(山)굼틀 모두 산 것을 이제 본줄 아노라 하늘 참 넓은지고 상하사방(上下四方) 훤츨하다 일월출(日月出) 충충 걸어 오다 마저 숙는고야 반공(半空)에 긴 바람만이 돌아 휘휘하더라 저기 저 옅푸른 것 구름아냐 동해(東海)로다 솟은 듯 삐죽삐죽 있다 없다 그 무엇고 어렴풋 열린 너머에 괴불 예뻐하노라 안산은 희끗희끗 검푸른 건 밖산이라 발 밑에 바윗구비 팔담구룡(八潭九龍) 제 있다네 올로듯 예제 디디어 온 금강(金剛)을 돌과저 쪽깔린 측백(側柏)나무 그런대로 태고색(太古色)이 꿀 같은 거자물을 봄에 오면 먹는다네 가지런히 풀 자란 저기 콩밭등가 하노라 골 속에 자던 구름 게으른양 나오더니 어느덧 구름바다 만산(萬山)거기 나락들락 해금강(海金剛) 또 있다함을 내 안 믿어하노라 삼천수(三千首) 영랑풍월(永郞風月) 이어름서 부르던가 구름야 있다없다 산야아니 옛산(山)이리 저산아 말물어보자 어이 놀고 가더니 열구름 검어지며 측백밭에 비 뿌린다 여기도 인간(人間)이라 거 갈 주막 있다하네 옆으로 볕 지나가며 푸른 하늘 뵈더라

주석

비로봉(毗盧峰) 금강산의 최고봉. 해발 1,638m로 내금강과 외금강을 굽어보는 정상이다.

단발령(斷髮嶺)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고개. 이 고개에서 금강산을 보면 머리를 깎고 입산하고 싶어진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중향성(衆香城) 금강산 내금강에 있는 바위 봉우리 무리. 향기로운 성처럼 빼어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팔담구룡(八潭九龍) 금강산 만폭동의 여덟 못과 구룡연. 아홉 마리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

해금강(海金剛) 금강산이 동해와 만나는 바닷가의 절경. 바다 위 기암괴석이 빼어나다.

영랑(永郞) 신라 화랑의 한 사람. 사선(四仙)의 하나로, 금강산을 비롯한 명승을 유람하며 풍류를 즐겼다는 전설이 전한다.

심상·해설

비로봉 정상에 올라 천봉만봉이 잉어 비늘처럼 펄럭이고, 골짜기 구름이 일어 온 산을 구름바다로 덮으며, 그 너머로 옅푸른 동해가 펼쳐지는 금강산의 웅장한 파노라마가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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