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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1940-1950년대

제7장

조기천 · 1940-1950년대
1 밤은 밑바닥도 없이 깊어가는데 높은 산 깊은 골 지나 빨치산들이 압록에 이르다 뜻 깊고 한 많은 이 물결을 빨치산들이 또다시 건너련다. 그러나 이 길은 가슴 터지는 추방의 길이 아니다 이 길은 승리의 길, 복수의 길- 허기에 압록도 기쁘게 중얼거리며 떼목을 몰아 강가에 붙이고는 밤을 헤치며 늠실늠실 대해로 흘러 흐르누나. 빨치산들이 떼목다리 놓으려 할 제 어디선가 총소리, 불의의 총소리, 산비탈 어둠 속에서 미친 듯 짖는 기관총소리- 이것은 ≪토벌대≫의 추격! 앞에는 밤안개 자욱한 대하 뒤에는 적군- ≪포위?≫≪포위!≫-번개치는 생각- 누군지 왈칵 물에 뛰어든다 또 누군지 뛰어든다. ≪땅-땅-≫ 번쩍 싸창을 드는 김대장- ≪명령을 들으라!≫ 아무 기척도 안 내는 변절자 두 놈- 어둠과 물결은 수치의 두 시체 삼켜버렸다. 2 철호를 후위대장으로 삼고 전군은 항전을 베풀어 반격전이 밤을 달구는데 한 분대 데리고 떼목에 뛰어오른 김대장! 탄환은 죽음의 비명을 지르며 물결 위에 여기저기 박히는데 하나씩- 둘씩 떼목을 이어놓은 김대장! 결사의 몇 분이 지나자 떼목이 건너간다 구원의 저편으로 떼목이 건너간다, 후위대를 방패로 삼아 안개 속에 본대 강 건넜을 제 적은 머리 들어 어두운 산비탈은 억척한 분화구같이 철화를 내뿜는데 본대 내리는 탄막에 숨어 퇴진하는 후위대의 마지막 전사- 그는 철호 그의 옆엔 최석준- 사격하며 떼목에 오른다 바로 그때- 철호 말없이 넘어진다 어디선가 떼-엥-(철호의 생각) ≪무슨 소리 나는가? 왜 이리도 어두워지는가?≫ 철호 그만 정신 잃는다… …… 3 몇 보 앞 안개 속에서 발악의 돌격소리 날 제 철호 다시 정신 차리고 온 삶을 한 팔에 쏟아 수류탄을 뿌린다- 꽝- 놈들의 아우성… 또 뿌린다 꽝- 놈들의 아우성… 폭발에 끊어진 떼목 쭈욱 양편으로 갈라진다 그제야 철호 석준이를 보았다- 부러진 총가목을 틀어쥔 채 떼목 위에 쓰러진 석준이를… 그 옆엔 뒤집힌 놈들의 시체. 철호 마지막 힘 다잡고서 석준이를 안고 일어선다- 몇 걸음 앞으로… 그만 거꾸러진다. 또다시 일어났을 때도 전우의 시체 안고 몇 걸음 앞으로… 서슴없이 내걷는다. 허다가 철호 그만 우뚝 선다- 불의의 유탄이 전사의 심장을 꿰었다… ≪아하!≫ 우뚝 섰다가 앞으로 거꾸러져… 창- 처절썩- 물결이 두 전사를 감춘다 압록강 찬 물결이… 4 실망한 적도 머쓱히 사격을 멈추고 떼목도 강가에 붙을 무렵 강변에서 여자의 부르는 소리- ≪철-호-석-준-이-≫ 꽃분의 목소리였다. ≪철-호-철-호-≫ 분명히 김대장의 목소리. 허나… 대답은 없었다 물결만 분풀이하듯이 떼목을 창-창- 걷어차며 날뛴다 몸부림친다. ≪철-호-석-준-이-≫ 처녀의 애타는 부르짖음 그래도… 대답은 없었다… 압록강만 한가슴 두드리며 어둠 속에서 쾅- 처절썩- 쾅- 5 산마루 바위에 선 빨치산들- 김대장이 서고 순선이도 서고 꽃분이도 서고 전사들도 모두 서고… 누구누구 이 대열에 없느냐? 누구의 자리 비었느냐? 철호 없었다! 석준이 없었다! ≪토벌대≫의 총소리 은은한 컴컴한 조국땅을 분노에 타는 두 눈으로 빨치산들이 바라본다 ≪동무들!≫ 김대장의 떨리는 목소리- ≪몇몇 해 우리 이방에서 싸우다가 새도 날 틈 없는 수비망을 무찌르고 오늘밤 조국땅에서 원수를 우리 족쳤다 피마르는 동포에게 살고 있는 이 나라의 기개를 우리 떳떳이 보였다. 그러나 동무들! 적은 아직도 강하다 때문에 우리 오늘밤 압록강을 두 번 다시 건너게 되었고 우리의 전우들을 철호와 석준이를 시체도 못 찾고 한 많은 이 압록강 물결에 영영 묻게 되지 않았는가?≫ 김대장의 목메인 말끝, 누군지 주먹으로 눈물 씻는다 꽃분이 느껴우는 소리… 6 ≪그러나 동무들!≫ 대장의 말소리 강철을 울린다. ≪우리 비록 작은 거리를 쳤지만 그 거리에 일으킨 불길은 죽어가는 민족의 가슴에 투쟁의 불꽃을 떨구었다! 우리 비록 오늘은 한 거리를 치고 가지만 우리 기어코 오리라! 조선아! 조선아!≫ 김대장이 맹세의 칼 높이 든다 전사들도 삼대같이 총을 든다 ≪조선아! 우리 오리라! 인민이 살아 있거든 우리의 힘은 크다! 정의의 검이 침략의 목 위에 내려지리라! 불의를 소탕하리라! 우리 애국의 기개를 살려 해방투쟁의 불길을 높이리라! 빨치산들아! 결사의 혈전을 위하여 사격-≫ 예총소리 산하를 떨친다 ≪빨치산들아! 우리 선열의 영을 위하여 사격-≫ 예총소리 산하를 떨친다 ≪조선아! 조선아! 너의 해방과 독립을 위하여 너의 민주 행복을 위하여 사격 사격-≫ 예총소리 산하를 떨친다! 삼천리를 떨친다!

주석

제7장 장편 서사시 『백두산』(조기천, 1947)의 마지막 장. 압록강을 되건너던 빨치산이 토벌대의 추격을 받아 철호와 석준이 전사하고, 김 대장이 조총을 쏘며 재기와 해방을 맹세하는 결말이다.

불의(不意)의 총소리 뜻하지 않게 갑자기 난 총소리. 뒤의 '불의의 유탄'도 '뜻밖에 날아온 빗나간 탄환'을 뜻한다.

싸창 권총을 이르는 북부 방언.

후위대(後衛隊) 본대의 뒤를 막아 적의 추격을 저지하는 부대.

분대(分隊) 군대 편제에서 가장 작은 단위. 보통 10명 안팎.

철화(鐵火) 쇠와 불, 곧 총포의 불길과 탄알. '철화를 내뿜다'는 맹렬히 사격함을 뜻한다.

탄막(彈幕) 빗발치는 탄환으로 이루는 장막. 적의 접근을 막거나 아군을 엄호하려고 집중 사격하는 것.

총가목 총의 개머리, 곧 총자루.

유탄(流彈) 빗나가거나 목표를 벗어나 날아가는 탄환.

이방(異邦) 다른 나라, 남의 나라. 여기서는 국경 너머 만주 땅을 가리킨다.

예총(禮銃) 예를 표하려고 쏘는 총, 곧 조총(弔銃). 여기서는 전사한 동지를 기리며 쏘는 추모의 총격이다.

심상·해설

밤안개 자욱한 압록강에서 토벌대의 추격을 막다 철호와 석준이 끊어진 뗏목 위에서 전사해 찬 물결에 묻히고, 산마루 바위에 선 김 대장이 조총을 쏘며 조선의 해방을 맹세하는 비장한 결말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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