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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바치리
1940-1950년대

모든 것을 바치리

이광수 · 1940-1950년대
황은지극(皇恩至極)하옵시니 피로써 나라를 지키라고 말씀하옵신 지 얼마 안되어 이제 또 정치력으로 황철(皇撤)을 익찬(翼贊)하여 받들라고 하옵신다. 조선의 아들들이 총을 들고 전선에서 싸우는 것과 같이 충성스런 경륜을 안고 의정단상(議政壇上)에 나서리. 병역이 엄숙한 의무이며 존귀한 황민(皇民)의 특권이었듯이 국정 참여는 공민(公民)의 특권인 동시에 극히 엄숙한 의무이니라. 황국은 앞서 삼천만의 폐하의 고굉을 더하였음과 같이 황국은 이제 또 삼천만의 보필(輔弼)의 신(臣)을 더하였다. 일억일체(一億一體)로 황국을 지키사 일억일체로 황모(皇謨)를 익찬하자. 이제 피(彼)와 차(此)가 없다. 오직 하나니라. 자, 조선의 동포들아 우리들이 있음으로써 더 큰 싸움을 이기게 하자. 우리들이 있음으로써 대아시아 건설을 완수시키자. 이러므로써 비로소 큰 은혜에 보답하여 받듦이 되리라. 아아, 조선의 동포들아, 우리 모든 물건을 바치자 우리 모든 땀을 바치자 우리 모든 피를 바치자 우리 충성에 불타는 머릿속을, 심장을, 바치자. 동포야 우리들, 무엇을 아끼랴 내 생명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하지 말지어다. 내 생명 그것조차 바쳐올리자 우리 임금님께, 우리 임금님께.

주석

친일시 이 작품은 일제 말기(태평양전쟁기) 이광수가 조선인의 전쟁 동원과 일본 천황에 대한 충성을 선동하기 위해 쓴 친일(親日) 시이다. 작품 속 '나라·임금님'은 일본과 일본 천황을 가리킨다.

황은지극(皇恩至極) 일본 천황의 은혜가 더할 나위 없이 지극함을 이르는 말.

황철(皇撤)을 익찬(翼贊) 황실의 정책·통치를 도와 받든다는 뜻. '익찬'은 1940년대 대정익찬회(大政翼贊會) 체제에서 쓰인 어휘로, 천황 정치에 협력함을 가리킨다.

황민(皇民) 일본 천황의 백성, 곧 황국 신민(皇國臣民). 일제가 조선인을 일본인으로 동화시키려 강요한 '황국신민화' 정책의 용어이다.

고굉(股肱) 다리와 팔. 임금을 보좌하는 가장 믿음직한 신하를 '고굉지신(股肱之臣)'이라 한다.

일억일체(一億一體) 일본 본토와 식민지를 합한 인구 일억이 한 몸이 되어 전쟁에 임하자는 일제의 총동원 구호.

황모(皇謨) 천황의 원대한 계책이나 정책.

보필(輔弼)의 신(臣) 임금을 도와 나랏일을 바로잡는 신하.

심상·해설

일제 말기 전시 체제 아래, 물건과 땀과 피, 나아가 목숨까지 천황에게 바치자고 외치는 선동의 격정. 충성으로 불타는 심장을 내건 구호가 시대의 어두운 강요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친일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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