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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1940-1950년대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김상용 · 1940-1950년대
물결 깨어지는 절벽 이마 위 가슴 헤치고 서서, 해천(海天) 향해 휘파람 부는 듯 오랜 구원 이룬 이날의 기쁨이여! 말 위에 칼을 들고 방가(邦家)의 간성(干城) 됨이 장부의 자랑이거늘, 이제 부름 받았으니, 젊은이들아 너와 나의 더 큰 광명이 무어랴. 나아가는 너희들 대오(隊伍)에 지축이 울리고, 복락(福樂)의 피안(彼岸)으로 깃발은 날린다. 새 우짖고, 초목조차 환희를 속삭일 제, 결의와 힘에 넘치는 너의 얼굴에 아침 태양은 더 정다이 미소하도다. 감벽(紺碧)의 대막(大漠) 위에 점철한 섬과 섬 거기 십억 동포는 묶여 살았다. 그 사실 끊이고, 해방의 노래 높은 날, 낙토(樂土) 건설의 첫 개척을 우리 맡았도다. 명실 함께 일억 선진(先進)의 일원이 됨이여, 어서 저 무잡(蕪雜) 베이고, 여기 꽃을 꽃을 심자. 촉신(燭身)이 타, 일실(一室)에 빛은 넘치고, 소아(小我) 멸해, 대아(大我)의 거듭남이 있다. 총에 죽고 의(義)에 산 열사의 희원(希願), 피로 네 이름 저 창공에 새겨 그 꽃다움 천천만대(千千萬代)에 전하여라.

주석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일제 말기 지원병·징병 동원을 미화한 시. '님'은 일왕·일제 국가를 가리키며, 김동환의 동명 시와 함께 같은 시기 친일 작품으로 분류된다.

방가(邦家)의 간성(干城) '방가'는 나라, '간성'은 방패와 성. 곧 나라를 지키는 군사·방어의 중심이 됨을 이름.

감벽(紺碧)의 대막(大漠) 검푸른 빛의 큰 사막. 여기서는 드넓은 남양(南洋)의 바다를 사막에 빗댄 표현.

낙토(樂土) 근심 없이 즐겁게 살 수 있는 땅. 일제가 내세운 '대동아 낙토 건설' 구호와 맞닿음.

일억 선진(先進) 일본과 식민지를 아우른 '일억' 국민의 앞선 일원이 된다는 뜻으로, 내선일체(內鮮一體) 논리를 담음.

소아(小我)·대아(大我) 작은 나(개인)와 큰 나(전체·국가). 개인을 희생해 전체에 헌신하라는 전시 동원 논리.

촉신(燭身) 촛불의 몸. 제 몸을 태워 빛을 내는 촛불처럼 자신을 희생함을 비유.

심상·해설

물결 부서지는 절벽 위에서 바다를 향해 휘파람을 불고, 말 위의 칼을 든 젊은이들의 대열이 아침 햇살 속에 나아가며 제 몸 태우는 촛불처럼 헌신을 다짐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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