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애너벨 리
애너벨·리
에드거·앨런·포 ──
여러 해 여러 해 전 일이로세
바다를 곁한 어느 나라에
‘애너벨·리 ―’라면 그대도 아실
처녀 하나가 살았더라니
날 사랑하고 내 사랑 받음
그 처녀 마음의 모두였지.
나는 어렸었네, 처녀도 어려
바다를 곁한 나라였지,
사랑보다 더욱 큰 사랑 가지고
나와 ‘애너벨’은 사랑하였네,
그 사랑 어찌 큰지 날개 난 천사
천사도 우리를 부러워했다니.
천사도 우리를 부러워했기에
오래전 바다 곁한 나라를 찾아
구름 속 한 떼 바람 내리는 길로
아리따운 ‘애너벨’의 몸을 식혔지,
몸 식은 ‘애너벨’을, 나만 남기고
고귀(高貴)한 그의 친척(親戚) 데려갔다니,
데려다 바다 곁 이 나라 있는
무덤 속 ‘애너벨’을 묻어 버렸네.
우리의 반만도 복되지 못한
천사들도 우리를 부러워했다니,
(바다 곁한 이 나라 사는 모든 이
알다시피) 우리가 굳이 부러워
구름 속 숨은 바람 밤 깊이 불어,
내 ‘애너벨’ 몸 식혀 데려갔다네.
우리보다 더 어진 여러 어른과
나만은 그이들의 사랑보다도
더 큰 사랑 우리의 사랑이었네,
하늘에 높이 있는 천사 무엇이리
바다에 깊이 있는 악마(惡魔) 어찌하리
아리따운 ‘애너벨’과 나의 영혼을
나누랴 둘의 영혼 나눌 길 없네.
달 뜨면 ‘애너벨’의 고운 자태(姿態)
마음속 또렷이 달같이 솟네,
별 나면 내 사랑 ‘애너벨·리 ―’의
맑고 고운 두 눈을 그곳에 찾지,
물결치는 바닷가 외로운 무덤
그 무덤 속 내 사랑 누워 있는 곳
내 목숨 내 신부(新婦) 그곳 있으니
있으니 그 옆 누워 한밤을 새네.
주석
애너벨 리 에드거 앨런 포의 시 「Annabel Lee」(1849). 죽은 연인을 향한 영원한 사랑을 노래한 명작으로, 김상용이 한국어로 옮긴 번역시다.
엗가·애ᄙㅓㄴ·포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미국의 시인·소설가로, 이 시의 원작자다. 원문은 옛 표기로 표지자로 적혀 있다.
곁한 '곁에 둔', '나란히 한'의 옛 표현. '바다를 곁한 나라'는 바닷가의 나라를 뜻한다.
무에리 '무엇이리', 곧 '무엇이겠는가'의 옛말. 천사인들 두 사람의 사랑을 어쩌지 못한다는 뜻이다.
심상·해설
바닷가 나라에서 천사도 시샘한 어린 두 사람의 사랑, 바람이 데려간 연인의 무덤 곁에 누워 달과 별에서 그 눈동자를 찾는 죽음마저 못 가르는 절절한 사랑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