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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1920년대

크리스마스

방정환 · 1920년대
은세상 그 위에 밤은 내리어 별님 찬란히 반짝거리고 십자가 식등 불이 켜지고 종 소리 납니다 교회당에서 귀여운 애기네 손목을 쥐고 교회당 향하고 걸어갈 때에 찬미가 소리가 들려오는데 애기의 눈에선 눈물 납니다 다같이 기꺼운 이 날 이 밤에 애기님 눈물이 웬일입니까 오 나의 동무야 저곳을 보라 거지의 아이가 울고 있구나 집 없는 외로운 어린 아이가 장난감 하나도 갖지 못하고 손끝을 맞잡고 서서 떨면서 찬미가 들으며 울고 있구나 기꺼운 성탄도 돈으로 사나 산타 노인도 돈 받고 오나 성탄의 기쁨도 부자만인가 산타 노인도 부자 편인가 애기님 다정히 달겨들어서 불쌍한 동무야 이걸 가져라 가졌던 장난감 내어 주고서 어린애 이마에 입맞춥니다 불쌍한 동무의 손목 잡고서 불 켜인 교당에 걸어갈 때에 별님은 더 환히 반짝거리고 찬미가 더 좋게 들려옵니다 一九二○ 一二 鷄林舍에서 나를 보고 주여 주여 부르는 자 다― 천국에 드는 자 아니니라 오직 이에 드는 자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좇는 자일 뿐이니라

주석

은세상 온통 눈이 내려 은빛으로 뒤덮인 세상.

식등(飾燈) 장식으로 다는 등불. 십자가에 매단 성탄 장식 불빛을 가리킨다.

찬미가(讚美歌)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 곧 찬송가.

산터 노인 / 쌘터 노인 Santa, 곧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옛 표기로 적은 것.

계림사(鷄林舍) 글을 쓴 곳의 이름. 끝의 날짜와 함께 적은 발표 정보다.

나를 보고 주여 주여… 신약 성경 마태복음 7장 21절을 옮긴 구절. 말로만 주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라야 천국에 든다는 가르침으로, 가진 것을 나누는 아기의 행동에 의미를 더한다.

심상·해설

눈 덮인 성탄절 밤, 십자가 불빛과 찬송가가 울리는 교회당 앞에서 가진 장난감을 거지 아이에게 건네는 한 아이의 모습에, 별빛이 한층 환해지는 따뜻한 나눔의 장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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