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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 - 처녀작 발표 당시의 감상
1920년대

환희 - 처녀작 발표 당시의 감상

나도향 · 1920년대
나는 어떠한 것을 처녀작이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물론 맨 처음 지은 것이 처녀작일 터인데, 맨 처음 지었다고만 할 것 같으면 그대로 지어서 휴지 뭉텅이로 내버린 것 중에도 처녀작이 있을 것이요, 그렇지 않고 맨 먼저 지어서 발표한 것이 처녀작이라고 하면, 어떠한 문학청년이 선외 가작으로라도 발표가 되었으면 그것도 처녀작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가 가장 자신 있게 생각하는 것 중에 맨 처음 발표한 것이 처녀작이라 하면, 그 자신의 「메돌」을 어떻게 정해야 할는지 모를 것이 아닌가? 그러면 책이 많이 팔린다고, 세인의 인기를 얻었다고, 그것이 반드시 처녀작으로 문단의 가치를 평정할 수 있을 것도 아니다. 여하간 평론가가 없는 우리 문단에서 처녀작을 평정할 수 없으매 다시 말할 수 없으나, 나의 생각과 나의 자신과 또는 세상 사람이 나에게 일러 주는 것으로 보아서 나는 「환희」를 나의 처녀작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그 글을 쓰기는 내가 스무 살 되는 해 겨울 11월? 인지 시작하여 그 이듬해 2월? 에 끝을 마치었다. 그때 그 글을 쓸 적에는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지금 날더러 하루에 원고지 20매를 쓰라 하면 목을 잘라도 못 쓰겠다 할 것이나, 그때에는 아침 열 시부터 오정 칠 때까지 날마다 사오십 매씩은 누워서 엿 먹는 셈이었다. 지금 그때 일을 생각하면 참으로 경망스럽고 무성실하고, 또는 사색과 구상에 들어서는 조금도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생각나는 대로 붓이 내려가는 대로 줄줄 써 놓은 것이다. 물론 그것은 「센티멘털」하고 통속에 가까운 소설이나, 그럼으로써 그것이 발표되자 조선과 같이 문예의 감상 정도가 얕은 데서 다소간에 환영을 받게 된 것이다. 그것을 지금 펴 놓고 보면 부끄러운 곳이 없는 게 아니지마는, 어찌하였든 그것은 내 것이다. 그 서문에도 쓴 바와 마찬가지로, 나의 창작 생활의 어떠한 시기를 구분하여 놓는 획선이다. 이 점에 있어서 나는 그것을 몹시 귀중히 여긴다. 감상이라고는 별로 없다. 지면에 관계도 있고 또는 언제든지 부질없이 바쁜 사람이라 두어 자로 책임을 면한다.

주석

처녀작(處女作) 한 작가가 처음으로 지어 발표한 작품.

환희(歡喜) 나도향이 1922~1923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그가 자신의 처녀작으로 꼽은 작품.

메돌 기준점, 잣대를 뜻하는 듯한 외래어 표기. '척도(measure)' 정도의 의미로 풀이됨.

선외 가작(選外佳作) 당선작에는 들지 못했으나 뛰어나다고 인정받은 작품.

오정(午正) 낮 열두 시, 정오.

획선(劃線) 그어 놓은 선, 경계선.

심상·해설

스무 살 무렵 하루 사오십 매씩 거침없이 써 내려가던 첫 장편 「환희」를 돌아보며, 부끄러움과 애착을 함께 담담히 고백하는 작가의 회고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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