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태 지음
부키 / 2026년 7월 / 272쪽 / 18,000원
▣ 저자 김인태
행정고시에 합격해 군산시청 5급 사무관으로 공직 사회에 발을 디딘 뒤 30년간 공무원으로 살아왔다. 주요 경력으로는 외교부 일등서기관, 주 뉴욕총영사관 동포 영사, 정읍시 부시장, 전주시 부시장, 전북특별자치도에서 기업유치지원실장 등을 역임했다. 공직 사회라는 거대한 정글에서 주목받는 것은 권력을 지닌 사자들이지만, 초식 동물의 생존법을 익힌 다수의 공무원이 생태계 하부를 떠받치고 있다고 믿는다. 일과 후 글을 쓰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오랜 습관이 이 책으로 이어졌다.
▣ Short Summary
이 책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군산시청 5급 사무관부터 시작해 외교부 일등서기관, 주 뉴욕총영사관 동포 영사, 정읍시 및 전주시 부시장 등을 역임하며 30년간 공직 사회의 최전선에서 일해 온 저자의 생생한 내부 고백록이다. 저자는 행정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돌리는 진짜 주인공인 무수한 ‘초식 공무원들’의 눈물겨운 사투를 전한다. 그는 “시민의 하루를 바꾸는 것은 거창한 정책보다 결재 한 줄의 신중함과 보고서 한 쪽의 정확한 숫자”라고 말한다.
책의 전반부는 저자가 30년 동안 마주했던 날것 그대로의 ‘권력 생태계’를 폭로한다. 예컨대 인구 10만의 지방 소도시 부시장 시절, 법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토지 개발 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거물급 정치인과 찍은 사진을 흔들며 밤낮으로 압박하던 민원인과의 숨 막히는 대결은 웬만한 스릴러 영화보다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각종 이권 개입을 거절하는 공무원에게 감사 자료 폭탄을 투하해 보복하는 도의회 의원, 퇴직 후 오랜 공직 인맥을 활용해 수백억 원대 환경 사업의 입찰 판을 뒤흔들고 합법의 가면 뒤로 숨어 버리는 전임 국장, 그리고 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늘공’ 길들이기가 주목적인 것으로 보이는 ‘어공’의 권력 횡포 등의 에피소드는 공무원 사회의 정글 속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공직 사회의 다양한 인간 군상과 조직 문화를 정글 생태계에 빗대어 설명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공직 사회라는 거대 정글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화려한 갈기를 세우고 호령하는 ‘수사자’(권력자)들이지만, 묵묵히 행정을 책임지는 진짜 주인공은 조직의 틈새에서 소임을 다하는 다수의 ‘초식 공무원’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바로 그 다수, 사자도 하이에나도 카멜레온도 아닌 ‘초식 공무원’의 생태와 생존 방식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기록한 보고서다. 이 기록은 누군가를 옹호하거나 매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만 자신을 잃지 않으며 공직 사회에서 살아남는 데 필요한 균형 감각과 분별력이 무엇인지를 정직하게 들여다보고자 했다.
이 책은 조직 문화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이긴 하지만 결코 성토하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고, 개인의 일탈보다는 구조의 문제를 살핀다. 많은 사람이 비판하는 공무원의 ‘복지부동’에 대해서도 저자는 가혹한 문책과 감사라는 뿌리 깊은 불신에 기초한 시스템이 공무원을 방어적으로 만드는 상황을 들려준다. 이 밖에도 계급 사다리를 오르며 겪었던 충격과 좌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소신과 원칙, 어공과 늘공의 구조적 대립, 그리고 MZ세대 공무원들과의 유쾌하고도 치열한 조우까지 공직 생활 동안 온몸으로 겪어 낸 뜨거운 현실 드라마가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저자는 30년간 몸담은 공직 사회를 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실을 무겁게 견뎌 나가는 동료와 후배 공무원들, 나아가 거의 모든 한국 사회 조직 구성원을 위해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둔 조언을 차분히 들려준다. 그리고 이 가혹한 정글에서 초식 동물에 해당하는 권력 없는 존재들이 어떻게 소신과 원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지키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지, 그들의 생존 전략을 모색한다.
이 솔직하고 치열한 고백록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공직 사회의 개혁과 소통이 화두가 된 지금, 가장 시의적절한 책이다. 또한 공직자가 자기 책무를 다하지 않아 나라가 혼란에 빠진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어렵지만 법과 규칙을 지키며 소신을 다해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공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아울러 이 책은 조직 사회라는 정글 속에서 중심을 잡으려 애쓰는 수많은 공무원과 직장인에게 가슴을 울리는 위로와 현실적 조언을 따뜻하게 전한다.
▣ 차례
들어가며
서장 _ 공직 사회는 정글이다
1장 권력으로 움직이는 정글 공화국
2장 왜 하이에나가 그렇게 많을까
3장 초식 공무원의 생존 전략
4장 낡은 조직 문화, 계속되어야 할 삶
나가며 _ 권력 유한, 국민 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