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 공무원 생존기
김인태 지음 | 부키
초식 공무원 생존기
김인태 지음
부키 / 2026년 7월 / 272쪽 / 18,000원
서장 _ 공직 사회는 정글이다정글에서 가장 많은 개체는 초식 동물이지만 이들은 주인공이 아니다. 다큐멘터리는 사자의 사냥, 표범의 도약을 담아내고 무수한 초식 동물은 배경 역할을 할 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없으면 육식 동물도 하이에나도 독수리도 존재할 수 없다. 생태계 피라미드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쌓여 올라가는 것이다. 이제까지 초식 동물은 약자로만 그려졌다. 얼룩말은 사자 앞에서 도망치고 영양은 표범의 발톱 아래 쓰러진다. 우리는 이런 장면에서 약육강식의 세계를 배웠지만, 초식 동물은 그저 무기력한 희생양일까? 우리는 사자가 얼룩말을 공격하고 표범이 가젤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장면만 기억하며, 초식 동물은 유약하고 육식 동물은 강하다고, 도망치는 자는 패배자이고 쫓아가는 자는 승리자라고 단언한다.
공직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이와 비슷하다. 대중은 공무원을 ‘철밥통’이라 비하하며 일은 안 하고 월급만 축내는 기생충, 복지부동의 무사안일한 집단이라고 공격한다. 언론은 일부 공무원의 일탈을 대서특필하고 방송은 무능한 공무원을 희화화하지만,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대다수 공직자를 들여다보는 이는 드물다.
공직 사회의 바탕을 이루는 대다수는 초식 동물이다. 화려한 갈기의 수사자도, 남의 먹이를 가로채는 하이에나도 아닌, 말없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이름 없는 얼룩말이나 가젤이다. 승진에서 떨어져도 받아들이고, 정치적 줄서기를 거부하다 한직으로 밀려나도 그 자리를 지킨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수레바퀴를 실질적으로 돌리는 주역은 이들이다. 민원인을 응대하고 정책을 실행하는 최전선에 언제나 이들이 있으며, 육식 동물이 승인 도장을 찍을 때를 대비해 수개월 전부터 정책을 미리 설계하고 준비한다. 말단에서 출발해 승진 사다리를 오르며 겪는 충격과 좌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소신과 원칙, 최근 정글 전체를 뒤흔드는 MZ세대가 몰고 온 변화까지. 초식 동물은 영리해서 살아남은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포식자와는 다른 자신들만의 치열한 생존 문법을 따르고 있다.
초식 동물의 성장 경로, 계급의 사다리 오르기정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서열이 있다. 사자는 태어날 때부터 사자이고 얼룩말은 아무리 빨리 달려도 얼룩말이다. 하지만 공직 사회는 시간과 노력에 따라 서열이 달라진다. 공무원은 대부분 가장 낮은 풀밭에서 출발해 한 걸음씩 계단을 올라가며 자기 위치를 만들어 가는데, 바로 ‘계급의 사다리’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110만 명 정도이고 국가직과 지방직 비율은 6대 4다. 겉으로는 거대한 단일 조직처럼 보이지만 1급부터 9급까지, 연구직과 공무직까지 아우르면 수십 개 등급으로 나뉜다. 9급은 가장 낮은 자리이자 출발선으로, 대부분의 ‘초식 동물’이 이 직급에서 첫발을 내디딘다. 2025년 기준 9급 초임 봉급은 세전 대략 200만 원 선인데, 합격의 환희에 취한 신입에게 이 숫자는 당혹스러운 현실이다.
얼마 전 9급에 합격해 인구 5만도 안 되는 도시에 발령받은 친구 딸이 첫 월급날 전화했다. “200만 원은 받는다고 들었는데 통장엔 150만 원 남짓이에요.” 소득세, 공무원 연금, 건강보험, 상록회비 등을 떼면 그 정도가 맞다고 답하자, 그 액수에 맞춰 원룸을 계약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신입의 문화 충격은 출근 첫날부터 시작된다. 창가 넓은 책상은 과장·팀장 자리이고 문 쪽 끝자리가 9급의 몫이다. 월급명세서도 충격이지만 사실 조직의 견고한 위계질서가 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프란츠 카프카의 『성』에서 주인공 K가 닿을 수 없는 안개 속 성으로 수많은 관문을 지나야 했듯, 9급이 마주하는 승진의 길도 비슷하다. 기초자치단체에서는 한 계단 오르는 데 보통 3~5년이 걸리고, 순조로워도 9급에서 5급까지 최소 20년 이상 필요하다. 그것도 운 좋은 경우다. 지방직 승진은 시험이 아니라 근무성적평정(근평)으로 결정되는데, 업무 실적·경력·교육·포상이 수치화되어 매년 쌓이는 점수가 운명을 결정한다. 9급에서 8급은 근무 연한만 채우면 대부분 통과하지만, 7급에서 6급, 특히 6급에서 5급 사무관 승진은 딴 세상이다. 승진 대상이 100명이어도 겨우 2~3명만 승진하는 일이 다반사라, 근평에서 ‘수’를 받지 못하면 밀려난다. 중요 업무를 누구에게 맡길지, 근평을 누구에게 후하게 줄지는 보이지 않는 장막 안에 있다.
적응을 끝낸 친구 딸이 다시 전화해 “언제쯤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냐”며, 밤새워 준비한 자료를 팀장이 가져가 본인 이름으로 발표했다고 토로했다. “그게 계급 사회의 민낯이야. 네가 만든 보고서도 결국 윗사람의 공이 되지. 적어도 7급은 돼야 네 이름 석 자가 나올 거야.” 그럼에도 사다리를 오르면 분명한 보상이 있다. 첫째 급여 상승(9급 초임 200만 원에서 5급 과장 약 500만 원), 둘째 결재권과 재량권의 확대, 셋째 존중이다. 9급일 때는 ‘애송이’ 취급이지만 과장이 되면 자연스럽게 ‘과장님’으로 대접받는다. 이 세 가지가 초식 동물을 계급 사다리 위로 밀어 올리는 원동력이다.
1장 권력으로 움직이는 정글 공화국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사람10여 년 전, 인구 10만 소도시에서 부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일이다. 부임 석 달쯤 되었을 무렵, 한 사업가가 복합 테마파크 사업 면담을 요청했다. 담당 부서에서 이미 여러 차례 불가하다 했는데도 계속 상급자를 찾아온다고 비서가 귀띔했다. 그 사업가가 앞으로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안겨줄지 그때는 몰랐다.
세상에는 경이로울 만큼 뻔뻔한 인간이 있다. 이들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을 가능하다고 우기고, 각종 편법을 동원한다. 면담 첫날 그는 자신을 ‘비전 있는 사업가’로 소개하며, 수백억 원 규모의 최첨단 수상 레저·숙박 시설을 조성해 지역에 일자리와 관광객을 안긴다는 ‘꿈의 프로젝트’를 열변했다. 문제는 그가 점찍은 부지가 평균 경사도 25도를 넘는 급경사지였다는 점이다. “보전 산지에 해당하고 산림 훼손이 과다하며 재해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지만, 그는 “법이 문제라면 바꾸면 되지 않느냐”, “밀어붙이면 되는 거야”라며 적대적으로 소리쳤다.
그 순간 그는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 국무총리·국회의원·장관급 인사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전폭적 도움을 약속받았다고 힘주었다. 이어 여야 가리지 않고 여러 정당에서 받은 선거대책위원·정책자문위원 임명장을 펼쳤다. 사진과 임명장은 모두 진짜였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법적 검토가 우선입니다. 다시 검토해 보겠습니다”라고 애매하게 답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것이 가장 치명적 실수였다.
그날 이후 공포스러울 만큼 끈질긴 공세가 시작되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면담을 요청하고 약속 없이 들이닥쳐 대기실에서 망부석처럼 버텼으며, 외부 일정 때는 현관까지 쫓아와 옷자락을 붙잡았다. 담당 직원도 괴로웠다. 어느 날 인허가 담당 직원이 어두운 낯빛으로 찾아와, 그 사업가가 하루 서너 번씩 전화해 업무를 마비시키고 퇴근 무렵이면 나타나 고성과 위협을 가한다고 털어놨다. 그가 내세운 지역 발전·일자리·경제 활성화 논리는 반박하기 어려운 명분이었고, 사진과 임명장은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작용했다. 탐욕에 눈먼 괴물이 시스템의 균열을 비집고 들어와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법은 법이었고 양보할 수 없는 가치였다.
다음 날 아침 관계 직원을 모두 소집했다. 법무담당관은 “해당 토지는 산지 개발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관광 시설은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며, 25도 이상 급경사지라 재난 관리 차원에서도 불가”하다고 명확히 답했다. 이때 담당 직원이 조심스레 “그 사람의 진짜 목적은 사업 추진이 아니라 시에서 검토 중이라는 걸 홍보 자료로 써서 투자자를 끌어모으려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이 맞는다면 애매하게 대응하는 사이 시민이 피해를 볼 수 있었다. “명확하게 불가 입장을 공식 문서로 통보하세요.” 부서장이 “그러면 더 세게 나올 텐데요”라고 우려했지만, “우리가 모호하게 대응하는 사이 시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방침을 정했다.
일주일 후 담당 부서는 산지관리법상 허가 불가, 급경사지라 추가 검토도 어렵다는 공식 문서를 통보했다. 예상대로 그는 거칠게 항의하며 지역 언론을 동원해 “공무원의 소극 행정 때문에 지역 발전 사업이 무산됐다”고 문제 제기하고, 부시장이 위법 행정을 했다며 총리실에 제보까지 했다. 그러나 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았고 시장도 결국 실무진 편을 들었다. 며칠간 시청은 살얼음판 같았다.
몇 달 후 그 사업가가 구속됐다는 충격적 소식이 들렸다. 부서장은 “제때 불가 통보를 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안도했다. 다음 날 아침 끝까지 버텨 준 팀원들에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고 압박에 견뎌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부서장은 “부시장님의 결단이 아니었다면 무너졌을 것”이라 답했다. “그런 사람이 또 나타날까요?”라는 물음에 “분명 또 나타날 겁니다.”라고 답했다. 그럴 때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법과 원칙을 지키고 애매함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그런 사업가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그들이 말하는 가능성은 다른 사람의 피해를 전제로 하며, 법을 무시하고 선량한 사람을 속이는 행위를 ‘가능성’으로 포장할 뿐이다. 겉으로는 진취적으로 보여도 그 이면엔 무책임과 위선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시스템은 아직 그 불가능을 제대로 담보하지 못해 유사한 시도가 되풀이된다. 정말로 불가능해야 할 것은 그런 인간들이 계속 득세하는 것이며, 이를 막는 힘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현장에서 법을 지키고 시민을 생각하는 작은 용기에서 시작된다.
2장 왜 하이에나가 그렇게 많을까
니돈 내산의 그림자2000년대 초반, 관광과 시절에 6급 기능직 공무원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었다. 기술직렬의 특성상 그의 주된 임무는 사진 촬영, 방대한 사진 자료 관리, 각종 행사 지원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제 소임을 다하는 평범한 기능직 공무원이었지만 그의 시선은 언제나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가 유독 집착을 보인 대상은 코엑스 등에서 열리는 전국 단위의 대형 홍보 박람회였다. 화려하게 꾸미는 각 지역 홍보 부스에는 규모에 따라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다. 상당한 이권이 걸린 사업으로 기능직인 그가 그런 업무를 맡을 수는 없었다. 그에게 허락된 역할은 어디까지나 현장 기록을 위한 사진 촬영에 한정되었다.
그러나 ‘사진 총괄’이라는 명분은 그에게 행사장마다 동행할 자격을 부여했다. 그는 부스 설치 현장을 끊임없이 맴돌며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고, 그럴수록 내면의 허기는 커져갔다. 그의 갈증은 출장지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경비 문제를 계기로 불거져 나왔다. 그는 수시로 동료들을 찾아와 불평을 쏟아냈다. “이 정도로 큰 사업을 우리가 뒤에서 다 봐 주는데, 왜 출장비는 우리 주머니에서 나가야 하는 겁니까? 이건 말도 안 되는 손해 아닙니까!”
그의 주장은 분명했지만 그만큼 더 위험했다. 업체에서 공무원의 숙식비와 각종 경비를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였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동료를 위하는 그럴듯한 말처럼 들렸지만, 그 이면에는 탐욕의 발톱을 숨기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불편함이 커졌다. 정당한 입찰 절차를 거쳐 계약을 체결한 업체에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것은 관행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 행위였기 때문이다.“그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선을 넘는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경고했다. 곁에서 듣고 있던 직원들 역시 질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가 불만을 내뱉을 때마다 사무실 공기는 냉랭해졌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푸념은 더 노골적이고 거칠어졌다.“법 다 지키고 살아서 대체 뭐가 남습니까?”
그런 그에게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하필 정기 인사철에 과장과 홍보관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모두가 한꺼번에 교체되는 공백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는 이 혼란을 놓치지 않았다. 새로 부임한 과장을 따로 찾아가 홍보관 설치 업무를 자기에게 맡겨 달라고 제안했다.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봐 왔고, 홍보관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업무 파악이 급했던 과장에게 그의 제안은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
멀리 타 부서에서 그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 나는 ‘큰일났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썩은 공직관을 지닌 자에게 수억 원 규모의 예산권을 주면 어떤 참극으로 이어질지 자명했다. 그러나 이미 배를 떠난 사공의 처지에서 더는 개입할 명분이 없었다.
그는 마침내 홍보관 설치 업무를 맡았다. 현장 기록용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사람이 단숨에 수억 원대 사업의 실권자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형식적으로는 과장의 승인까지 거쳤으니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이상한 징후가 하나둘 드러났다. 업체가 경비를 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그가 돌연 입을 닫은 것이다. 그동안의 불만은 자취를 감췄고, 그 공백은 업체 관계자들과의 은밀한 밀월로 채워졌다. 행사장 구석에서 업체 사람들과 장시간 통화를 하거나 밀담을 나누는 그의 모습이 수시로 포착되었다. 출장 풍경 역시 딴판이었다. 출장비를 아끼겠다며 낡은 여관을 전전하던 그가 이제는 고급 호텔을 예약하고 주변에 은근히 위세를 과시하고 다녔다.“업무 효율을 높이려면 이 정도 품격은 갖춰야 하는 법입니다.”
부서를 옮겼어도 그의 수상쩍은 행보에 대한 소문은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럴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불과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는 홍보관 설치 분야의 ‘독보적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이미 업체와의 유착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그즈음 소문이 구체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업체와 지나치게 가깝게 지낸다는 의혹 제기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소문은 형체를 갖추어 갔다. 가장 충격적 이야기는 그가 상사인 과장의 집수리를 무상으로 해결해 주었다는 소문이었다. 탐욕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홍보 부스가 설치될 때마다 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거두어 상납한다는 말까지 떠돌았다. 업체들이 갹출한 상납금 일부는 자기 배를 채우고, 나머지는 상급자의 입을 막는 데 사용한다는 내용이었다. 강자에게 고기를 바치며 약자 위에서 군림하는 전형적인 하이에나의 생존 방식이었다.
직장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그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서려 있었다. 담당 과장 역시 자신의 집수리 의혹이 공론화되자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결백을 주장하며 해명했지만, 이미 조직 전체에 퍼진 불신을 걷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익명의 제보를 도화선으로, 사건은 결국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신고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홍보 부스 설치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 업체를 압박해 상급자의 집수리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 그리고 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해 특혜를 제공한 정황까지 낱낱이 담겨 있었다. 수사기관은 즉각 계좌를 추적하고 업체 관계자를 소환해 그를 전방위로 압박했다. 그러나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모든 것이 누군가의 악의적 모함이라고 발뺌했다.“저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끝까지 결백을 연기했다. 그러나 쏟아지는 증거 앞에서 오래 버티지 못했다. 전환점은 업체 관계자의 자백이었다. 그들은 지속적인 금품 요구에 시달렸다고 시인했다. 처음에는 이를 거부했지만, 계약상 불이익을 암시하는 압박 앞에서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가 업체로부터 뜯어낸 금액은 상상을 초월했다. 단 1년 동안 그가 개인적으로 챙긴 돈만 수천만 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