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부키 / 2026년 4월 / 196쪽 / 17,000원
▣ 저자 와카타케 치사코
1954년 이와테현 도노시에서 태어났다. 이와테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한 뒤 주부로 지내며 언젠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어 왔다. 55세에 소설 강좌에 다니기 시작해, 8년에 걸쳐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를 집필. 2017년, 63세 때 가와데쇼보 출판사 주최 신인상인 문예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이듬해인 2018년, 같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전 세계 10여 개국에 번역·출간되었으며, 독일어판은 2022년에 독일의 저명한 문학상인 리베라투르상을 받았다. 그 밖의 저서로는 『캇카도루도루도』(2023)가 있다.
▣ 역자 권남희
일본 문학 번역가, 에세이스트. 지은 책으로 『스타벅스 일기』, 『번역에 살고 죽고』, 『귀찮지만 행복해볼까』, 『혼자여서 좋은 직업』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달팽이식당』, 『카모메식당』, 『시드니!』,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종이달』, 『무라카미 T』, 『위기탈출도감』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내리막길만 남았다고 여겼던 예순셋 인생에 기어코 일이 터졌다. 그해 봄, 와카타케 치사코는 아들을 결혼시키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생애 첫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마침 같은 달에 문예상 후보에 오르더니, ‘무려 60년 동안 아무런 빛도 보지 못하던 내가!’ 하며 놀라는 사이에 덜컥 수상. 그다음 달에 연이어 아쿠타가와상 수상의 영예까지 품에 안았다. 그야말로 “인생이란 기 관짝에 한 발 넣을 때까지 모르는 기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한 해였다.
당시는 남편의 죽음으로 치사코의 삶이 한 차례 크게 무너진 뒤였다. 상실은 그를 깊은 절망으로 밀어 넣었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했다.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돌기만 하던 생각들이 하나의 선처럼 이어졌고, 마침내 자신이 반드시 써야만 하는 이야기를 발견하기에 이른다. “슬픔은 단지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그 속에는 결실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들은 그런 치사코에게 소설 강좌에 다녀보라 권했고, 그것이 이 뜻밖의 축제를 여는 서막이 되었다.
치사코는 “앞으로 남은 내 미래가 손가락으로 셀 만큼일지, 아니면 발가락까지 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고 고백한다. 자기 안의 목소리를 세상 밖에 내놓을 때 비로소 ‘나’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60대 신인 소설가의 삶은 생각과 달리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평범한 주부로 살아오던 삶에 ‘마감’이 생기고 차기작이라는 ‘숙제’가 늘 따라다니게 되자, 없던 요통이 생길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치사코는 나이와 건강을 핑계 대며 이 축제를 적당히 끝낼 생각이 없다.“이 기회를 놓치는 건 바보야.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죽음에 이르러서야 멈추리, 그렇게 마음을 굳혔다. 결심하고 나니 허기가 밀려왔다. 왠지 입이 심심하네. 찬장에 있는 찹쌀떡이라도 먹자.”
대단해 보이는 삶일수록, 우리는 으레 바지런히 살아왔으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와카타케 치사코가 첫 소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를 완성해 최고령 신인으로 데뷔한 것은 이 작품을 쓰기 시작한 지 무려 8년 만이었고, 소설가라는 꿈을 품은 지는 반평생이 훌쩍 넘은 때였다.
치사코에게도 한때 그 어떤 것도 내세울 게 없어 마음이 무거운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가차 없지만 동시에 다정하고 따뜻한 것”이기에 조금 느려도 자기 속도대로 가는 삶은 의외로 행복하다는 것을, 그리고 반드시 희망차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의 속도와 나를 비교하지만 않는다면, 이 책의 제목처럼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치사코의 자유로운 삶의 태도는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가는 이들뿐 아니라 한창 청춘의 시기를 보내는 이들에게도 자연스러운 공감을 자아낸다. 나이를 불문하고, 나이 듦이 절망 아닌 기쁨이 될 때 우리의 인생은 조금 더 살 만해진다.
▣ 차례
추천의 말 / 작가의 말 / 옮긴이의 말
1부. 이제야 나답게 산다
나는 내 속도대로 간다 / 흙을 파다 / 롤러코스터 인생 / 슬픔 속의 결실
웃음이야말로 깊다 / 소멸해 가는 것의 아름다움 / 마음이 약해지는 날에
긴장하지 않는 체질 / 엄마와 졸병 / 자, 이제 나갑시다! / 자신을 가꿔라
2부. 상실 이후에도 삶은 흐른다
죽음에 대하여 / 끝이 있다는 위로 / 글로 아버지를 남기다 /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게
나는 의외로 행복한 사람 / 신인이라는 말 / 그 시절의 우리들 / 노래 한 구절에 얽힌 이야기
한바탕 축제가 끝난 뒤 / 초심 / 한 숟가락의 카레에서 / 자기 관찰 일기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순간 / 약속을 지키다
3부. 읽고 쓰며 나이 드는 삶
집에 가고 싶어 / 가장 나다운 말 / 좋아하는 연극 / 흘러가듯 늙어갈 수 없다
“나는 나대로” 이전에 지금 필요한 것은 함께 살아가는 것 / 나만의 목소리를 찾아서
내 인생의 열 권 / 닮고 싶은 사람 / 소설의 명암 / 나의 전투법 / 단순하고도 소중한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