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1월 / 224쪽 / 13,000원
▣ 저자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다. 저서로는 『전쟁이 만든 나라, 미국』,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미디어 법과 윤리』, 『흥행의 천재 바넘』,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독선 사회』,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생각의 문법』 외 다수가 있다.
▣ Short Summary
나는 신문 기사 하나에도 각주(脚註)를 달려고 안달하는 편이다. 내가 각주를 는 것은 글 쓰는 자의 윤리이자 더불어 감사의 표시이다. 아울러 내 책을 징검다리로 해서 관련 주제를 더 많이 알고 싶어 하는 독자에 대한 서비스와 함께 겸손을 지키기 위한 성찰의 의미도 있다. 이런 각주 사용법에서 드러나듯, 나는 오늘날 저자란 ‘편집자’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며, 그 동의의 실천을 지향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나는 어떤 주제에 대해 책을 쓸 때엔 관련 책과 기타 자료들을 구할 수 있는 한 모두 다 구해서 읽어보는 ‘못된’ 버릇이 있었는데, 이젠 그 버릇을 버리기로 했다. 사실 나의 이 ‘못된’ 버릇은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다. 돈도 많이 들고 시간과 노력을 얼마나 잡아먹는지 내심 ‘이럴 시간에 내 생각이나 더 말하는 게 훨씬 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왜 그런 ‘미련한’ 일을 계속해왔던가?
나는 논문이든 잡글이든 글을 쓰기 전에 선행 연구(또는 생각)를 검토하는 건 기본적인 윤리인 동시에 더 나은 글을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문득 과연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책에서도 그게 좋은 생각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들이 이 많은 책을 다 읽을 수 없을 테니, 내가 대신 읽고 핵심 메시지만 전해주겠다”는 뜻으로 부지런히 인용을 해댔지만, 독자들이 원한 건 그게 아니었다.
글쓰기는 크게 2가지 즉, 스타일 중심의 글쓰기와 메시지 중심의 글쓰기로 나눌 수 있다. 내 글은 스타일에 약하고 ‘메시지 실용주의’에 경도되어 있다. 나는 ‘스타일'은 가르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이 책에 서 말하는 글쓰기는 ‘글쓰기로 세상 보기’를 하자는 것으로 ‘생각’ 중심이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대부분의 글쓰기 책이 스타일 중심의 글쓰기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반해 메시지 중심의 글쓰기 책은 많지 않다. 그래서 내가 할 말이 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둘째, 대부분의 글쓰기 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독자들을 겨냥 한 것인지 그게 영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문학적 글쓰기에 좋은 것이 실용적 글쓰기에도 좋을까? 일반적인 독자에게 전문 문인들 사이에서나 통용될 법한 조언을 해주는 게 바람직할까? 이 책은 주로 시사적 문제에 대한 논증형 글쓰기(주장과 근거로 이루어진 시설이나 칼럼 등과 같은 저널리즘 글쓰기) 공부를 하려는 대학생들을 주요 대상 독자로 삼는다.
셋째, 대부분의 글쓰기 책이 예외 없이 글은 어떻게 써야 한다는 규칙과 법칙을 말하는 식으로 확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글쓰기에 어떤 규칙이나 법칙이 있는 건가? 공식적인 규칙이 존재하는 맞춤법만 하더라도 ‘짜장면’처럼 언중(言衆)이 원하면 ‘틀렸다’에서 ‘맞다’로 바꾸는 법인데, 어찌 지식 엘리트가 바람직하게 여긴다고 해서 그게 곧 규칙이나 법칙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소통은 다수가 익숙하거나 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존중하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지 않고 쓰는 것은 바로잡는 게 좋지만, 외국어의 영향을 받았다거나 간결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해서 그걸 쓰면 안 된다는 식으로 규칙화하는 것엔 동의하기 어렵다. 확신과 단정적인 어법은 소통의 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설득이다. 그럼에도 심리학자와 언론학자들은 글쓰기 책 집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는다. 나는 평소 그 점을 안타깝게 생각했기에 이 책을 통해 ‘설득의 심리학’과 관련된 주제를 많이 다룸으로써 그런 아쉬움도 해소해보려고 노력했다.
▣ 차례
머리말_ ‘글쓰기 책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제1장 마음에 대하여
작가들이 말하는 ‘글쓰기 고통’에 속지 마라 / 구어체를 쓰지 말라는 말을 믿지 마라 / 생각이 있어 쓰는 게 아니라 써야 생각한다 / 글을 쉽게 쓰는 게 훨씬 더 어렵다 / 글쓰기의 최상은 잘 베끼는 것이다 / ‘질’보다는 ‘양’이 훨씬 더 중요하다 / “뭐 어때” 하면서 뻔뻔해져라 / 글쓰기를 소확행 취미로 삼아라 / ‘적자생존’을 생활 신앙으로 삼아라 / 신문 사설로 공부하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제2장 태도에 대하여
글의 전체 그림을 미리 한 번 그려보라 / ‘간결 신화’에 너무 주눅 들지 마라 / 김훈을 함부로 흉내내다간 큰일 난다 / 인용은 강준만처럼 많이 하지 마라 / 사회과학적 냄새를 겸손하게 풍겨라 /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스토리텔링을 하라 / ‘첫인상의 독재’에 적극 영합하라 / ‘사회자’가 아니라 ‘토론자’임을 명심하라 / 제목이 글의 70퍼센트를 결정한다 / 30초 내에 설명할 수 있는 콘셉트를 제시하라
제3장 행위에 대하여
통계를 활용하되, 일상적 언어로 제시하라 / 우도할계의 유혹에 완강히 저항하라 / 추상명사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 양파 껍질은 여러 겹임을 잊지 마라 / 시늉이라도 꼭 역지사지를 하라 / 뭐든지 반대로 뒤집어 생각해보라 / 양자택일의 문제로 단순화하지 마라 / 스스로 약점을 공개하고 비교 우위를 역설하라 /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라는 생각을 버려라 / 글쓰기가 민주주의를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