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수 지음
평단문화사 / 2014년 6월 / 296쪽 / 13,000원
▣ 저자 공영수
고려대학교 동양사학과에 입학한 저자는 내내 인도사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었다. 마침내 대학 4학년을 한 학기 남겨놓고 휴학을 한 뒤 배낭을 짊어지고 인도를 향해 첫 여행을 떠났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졸업 후 국립 델리 대학교에서 역사학 석사를 공부했다. 인도에서 지내던 중 결혼도 하고 딸 하나, 아들 둘을 둔 아빠가 되었다. 현재는 델리에 있는 국립 네루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 논문을 열심히 쓰고 있다. 그의 연구 분야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단을 한국의 분단과 비교해 그 영향을 살피는 것이다. 2000년부터 시작된 인도와의 동거는 그에게 인도 역사와 사회, 경제, 문화 등 인도 전 분야에 걸친 전문가적 소양을 심어 주었다.
▣ Short Summary
우리에게 인도는 어떤 나라로 각인되어 있을까? 대부분이 인도를 신비로운 종교의 나라쯤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인구 12억의 거대한 나라 인도가 가지고 있는 얼굴은 마치 4면상을 하고 있는 힌두교의 창조신 브라흐마나, 진노의 여신 두르가의 여러 팔들처럼 다양하고 복잡하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국이 인도로부터 받은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례로, 불교의 수용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논할 때 불교문화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정작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에서는 불교신자가 1퍼센트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불교는 인도의 다양한 문화적 전통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인도는 각기 다른 지역적ㆍ종교적ㆍ사회적ㆍ문화적 틀을 따라 변화되었고, 현재도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변화할 것이다.
인도와 여러 면에서 비교되고 있는 중국은 14억이라는 거대한 인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 역사적 발전 과정이나 인종적 구성면에서 놀라울 정도로 단일한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소수 민족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지만 중화사상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전형은 진시황의 진나라 건국 이후로 2,000년 이상 유지되어 온 통일 왕조를 기반으로 한 누적된 역사문화에서 출발한다. 단적인 예가 단일한 한자 문화권이다.
중국과 달리 인도는 누적된 통일 왕조라고 할 만한 시기가 딱히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의 지리적 영토를 기준으로 한다면,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으면서부터 비로소 지리적으로 통합된 정체성을 지닌 ‘인도’로 탄생했다. ‘인도’ 혹은 ‘인도인’이라는 말이 주는 통일된 의미의 민족의식은 영국의 식민지 지배가 한창 진행되던 19세기 중반, 즉 세포이 항쟁(1857)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생겼다. 영국인들이 피식민지 인도 백성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 연구와 조사를 한 결과, 인도라는 하나의 단일한 집합체 혹은 공동체를 한마디로 딱히 규정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인도가 자신들에게 이해될 수 있는 어떤 지표로 이해되기를 바랐고, 그 결과 영토적인 측면에서 서쪽으로는 신드와 발루치스탄에서부터 동쪽으로 미얀마(당시에는 버마) 국경지역까지, 북쪽으로는 히말라야 산맥의 티베트 국경선에서부터 남쪽으로 까냐꾸마리(타밀나두 주 최남단)까지가 인도라고 규정했다. 이후 다른 지역은 인도가 아닌 셈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영토 안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인도인으로 규정되었다. 영국의 도움으로(?) 이제 인도는 적어도 영토와 국민, 이 두 측면에서 나름대로 정의될 수 있었다.
이러한 인위적인 규정이 인도의 근현대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있다면 아마도 공공의 적, 영국을 몰아내고 공동 운명체로 묶여 있는 인도인으로서 자신들의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는 독립사상을 고취하는 데 일조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라는 규정된 단일 개념은 각기 다른 특수성을 가진 다양한 집단의 역사문화적 발전 과정을 거친 인도를 너무 쉽게 단순화 시켜 이해하는 부정적 결과를 낳기도 했다. 서양인들에게서 그런 작업이 시작되었고 인도인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인도인들을 ‘다름’이 아닌 ‘틀림’이라는 단어로 규정하게 되면서 이런 현상이 나중에 인도 내 분열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더 나아가 한국에도 20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인도에 대한 시각이 단순화되어 전달된 것이 많다. 최근 한국 언론에 보도되는 인도의 모습은 인도 젊은 여성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성추행을 당한 일이라거나, 힌두교인과 무슬림들의 종교 테러 등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로 도배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는 인도인들이 무소유의 삶 속에서도 평화롭게 살아가는 종교인들로 비춰지는 내용이다.
우리는 200년 전 영국인들처럼 인도를 쉽게 규정해 버리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그렇게 쉽게 규정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가령 인도가 힌두교의 나라라고 규정하는 순간 이에 해당하지 않는 무슬림, 시크교인, 기독교인, 불교인, 자이나교인, 달리트(하층 카스트), 부족민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또 인도가 아리아인의 나라라고 규정하는 순간 남인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드라비다인과 북동부 지역의 몽골인, 부족민, 일부 니그로 계열의 섬사람들은 무시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각인된 인도는 아주 일부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인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자는 취지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와 ‘또 다른’ 인도를 소개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특히 전공을 살려 인도 역사의 발전 과정을 소개하며 좀 더 다양한 인도의 모습을 보여 주려 노력했다. 우리의 뇌리에 박혀 있는 인도에 대한 고정관념, 즉 ‘신비주의’를 지워 버려야 그 이면에 있는 다양하고 풍성한 인도의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도와 관련된 여행서나 문화 에세이, 무역 관련 보고서, 학술 서적 등이 21세기 들어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점은 주관적이거나 피상적인 수준의 글과 전문적인 글의 간격이 크다는 사실이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사업, 유학, 학문적 목적 등 다양한 이유로 인도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그 간격을 메우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 차례
프롤로그_ 신비한 인도는 지워 버려라!
제1부 인도의 소프트 파워
카레, 세계를 홀리다
정신세계를 수출하는 나라
인도는 난민들의 천국인가?
위대한 인도의 중산층
인도 밖에 있는 인도인
삼천 만 디아스포라 인도인이 몰려온다
예루살렘에서 만난 인도
라마야나 대서사시에 얽힌 비밀
제2부 식민지와 분단의 유산
인도, 홍차를 만나다
서울과 닮은 델리의 현대사
펀자브 이야기
1947년과 두 여인의 운명
인도 무슬림은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메오족 이야기
무굴 제국의 이상적인 황제는 아크바르인가, 아우랑제브인가?
바라나시와 보팔의 닮은 꼴
인도인의 크리켓 사랑
제3부 갑과 을이 연주하는 이중주
0.0001퍼센트의 신화, 파시교도들
이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인도 기독교
인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여성 운동의 선구자, 판디타 라마바이
근대 최초의 페미니스트, 풀레 부부
개종은 평등으로 가는 길인가?
간디의 라이벌, 진나와 암베드카르, 페리야르
정치적 양 극단의 다른 공통점
언어 전쟁-영어, 힌디어, 모국어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하층 카스트의 위대한 반란
에필로그_ 또 다른 인도를 만나다
부록_ 세계사 속의 인도사 /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