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화 지음
나무위의책 / 2013년 9월 / 272쪽 / 14,000원
▣ 저자 이윤화
이화여대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교육학 석사를 마쳤다. 레스토랑 가이드북 『다이어리알』(www.diaryr.com)을 발행하며 음식문화기행을 주관, 요리전문사이트 쿠켄네트(www.cookand.net)를 통해 식문화 컨설팅을 하며, 사계절만찬(www.partyplan.co.kr)이라는 파티케이터링을 하는 회사를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도쿄에 가면 요리가 있다』가 있다.
저자는 맛의 가치를 그려 내는 식문화 콘텐츠 개발자로 먹거리를 찾는다고 여러 해 돌아다녔다. 쌍계사 아래서 평생 녹차를 우려내며 산 명인이 건네준 차 맛은 아직도 뇌리에 진하게 남고, 국밥에 평생을 바친 함양 할머니의 국물은 고단한 하루가 끝날 때쯤 곧잘 생각나곤 한다. 늘 부끄럽다고 숨기던 끊임없는 식탐 술래잡기는 방방곡곡 숨은 이러한 장인들을 만나며 의미를 찾게 되었다. 저자는 이제 식탐의 갈구를 감추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식탐은 그녀의 삶을 꾸려 나가는 소신이자, 사랑이기에.
▣ Short Summary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은 더 이상 끼니를 해결하고 허기를 달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음식 하나로 오래도록 기억될 추억을 남길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오랜 시간 씨름하던 문제의 답을 찾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제 식당과 그 맛은 손님들에게 어떻게 각인될지, 어떤 추억을 남겨 줄지 알 수 없다.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메뉴일 거라 확신하고 개발한 음식이 고객에게 외면당할 때도 있고, 생각 없이 내놓은 뚝배기 한 그릇이 호평을 받아 웃을 때도 있다. 수많은 식당이 문을 열고 닫으며, 조개구이와 찜닭 등이 반짝 열풍을 일으키기도 하고, 선두에 선 음식점을 밀어내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과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안간힘을 쓰는 상황 속에서도 하동관의 곰탕과 한일관의 갈비탕은 늘 제맛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그저 입소문만 파다한 맛집이 아닌 우여곡절의 역사를 거쳐 정착한 오랜 맛집을 찾고 싶었다. 여기에 우리 땅에서 자란 싱싱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곳이라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감사하게도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과 함께 향토 음식 개발ㆍ발굴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리산과 맞닿은 곳에서 자란 지역 특산물들을 둘러보며, 전라도와 경상도 고유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또한 ‘둘레길 도시락’과 같은 경쟁력 있는 메뉴 개발 위해 둘레길 주변 동네를 차례차례 돌아다녔으니 꽤나 야무진 여행이기도 했다. 역시 즐거움 중 으뜸은 식도락이고, 식욕은 먹으면서 생기는 게 맞는 것 같다.
둘레길 음식 개발 프로젝트는 이미 끝이 났지만, 둘레 맛길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무작정 둘레길 주변 지역을 돌며 맛집을 찾아 나섰다. 저마다가 가진 가지각색의 맛, 기똥찬 그 맛에 속이 든든해질수록 내가 가진 언어 재료가 박함에 아쉬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구불구불한 오도재를 넘었을 옛 함양 어르신들을 생각하며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지리산 흑돼지를 묵은지에 돌돌 말아 한 입 크게 벌려 먹고, 걷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약초 내음 그득한 산청에서는 여름 한철 무사히 이겨 낼 보양식을 든든하게 먹었다. 비 내리는 어느 날, 70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 온 구례의 어느 식당에서는 시원한 막걸리의 맛과 주인장의 인심이 더해져 얼큰하게 취했지만, 몸과 마음은 더없이 상쾌했다. 정처 없이 걷다가 산나물로 부각을 만드는 산나물 부녀회를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었고, 지리산에서 나는 슴슴한 풀들의 맛과 향을 맡으며 돌아다닐 대에는 마치 유유자적한 옛 나그네가 된 것 같았다.
지리산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맛에 대한 자부심 가득한 식당 주인의 손맛에 감동해 동네방네 그 맛을 자랑하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음식을 가지고 수다를 떨자면 며칠 밤도 지샐 수 있을 것 같은데, 과연 내가 내놓는 이 글의 맛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이 책이 지리산 둘레길로 떠나는 사람에게는 지리산 여섯 고을의 진짜배기 맛집을 미리 둘러보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며, 당장 둘레길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보는 것만으로도 구미가 당기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이 외에도 이제껏 나와 함께해 온 업계 사람들, 혹은 앞으로 함께하게 될 사람들에게 좋은 외식 상품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책이 되어 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
▣ 차례
프롤로그 - 산은, 삶은, 그 맛은
Part1 나의 SAN FRANCISCO, 구례
01_다슬기와 부추의 뜨끈한 만남 / 부부식당
02_술이 아니라 주인장의 인심을 먹고 마신다 / 동아식당
03_속이 훤히 보이는, 속이 훤해지는 이 맛 / 목화식당
04_구수한 콩국수와 칼칼한 칼국수 / 우리밀 전문점
05_구성진 할매 욕 한자리, 가식 없는 밥상 / 산채식당
06_하늘 아래 첫 동네 닭이 운다 / 심원청기와집
Part2 차오르는 생명력, 스토리의 고장, 남원
01_꿀맛 같은 밥맛과 조화를 이룬 추어탕 / 새집추어탕
02_얼큰한 탕 하나로 승부한다 / 현식당
03_지리산에서 하산한, 진정한 산채 / 심원첫집
04_어린 새순으로 만든 섬세한 산채밥 / 에덴식당
05_숯불에 구워 먹는 달달한 옛 너비아니 / 지산장
06_시원한 박국물의 진수 / 박토랑
Part3 지리산 천왕봉에서 이어진 청정백리, 산청
01_십전대보탕이 오리를 만났을 때 / 송림산장
02_향나무 그늘에서 받는 정갈한 밥상 / 예담촌맛집
03_운치 있는 카페에서 사찰의 정찬까지 / 산촌
04_약초냄새로야 한약방 저리 가라 / 약초와 버섯골
05_경호강 엄마와 아들 / 늘비식당
06_천연의 노란 빛깔을 내는 홍화와 음식의 만남 / 홍화약초식당
Part4 논개에서 이어진 시골 뚝심, 장수
01_닭살 부부의 장수 비결 / 장수밥상
02_나물도 장도 밥도 살아 있는 비빔밥 / 산마을
03_약재 주머니 두둑하니 그 닭 속내 한번 옴팡지구나 / 옛터가든
04_프랑스에 치즈 마을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청국장 마을이 있다 / 장원가든
05_주홍빛 속살의 부드러움 / 토옥동산장
Part5 맛으로, 멋으로 흐르는 하동
01_한 치의 타협 없는 꼬장꼬장한 밥상 / 단야식당
02_애양 사랑, 자식 사랑으로 소문난 할머니의 손맛 / 명성콩국수
03_고흥 피굴 못지않다 / 강변할매재첩국
04_하동 황태찜의 숨은 맛 / 대나무집
05_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게장 / 섬진강횟집
Part6 천연 숲과 공존하는 귀한 맛, 함양
01_오로지 흑돼지 삼겹살과 김치찌개에 집중 / 연밭식육식당
02_지리산 석이버섯과 방목 흑염소의 마리아주 / 두레박흙집
03_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맛 / 대성식당
04_할머니표 수제 순대와 국밥 / 장터식당
05_은은한 간장 맛의 부드러운 갈비찜 / 안의원조갈비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