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맛있다
이윤화 지음 | 나무위의책
지리산은 맛있다
이윤화 지음
나무위의책 / 2013년 9월 / 272쪽 / 14,000원
Part1 나의 SAN FRANCISCO, 구례
술이 아니라 주인장의 인심을 먹고 마신다 / 동아식당
구례에서 만난 진짜배기 선술집: 『맛있는 수다』의 저자인 구로다 가쓰히로는 일본 선술집을 의미하는 ‘이자카야’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반색은 아닐망정 무뚝뚝하고 불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이자카야는 진정한 이자카야라고 할 수 없다.’ 읽으면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말이었다. 이자카야는 술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으며 술을 한두 잔씩 팔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이자카야는 본디 술 한 잔 앞에 놓고 술을 마시는 이와 술을 파는 이의 구수한 입담과 정이 오가는 곳이었다. 그러다가 차츰 안주와 밥을 파는 오늘날의 형태로 발전했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친근하게 반기는 주인장이 있고, 나와 엇비슷한 샐러리맨들이 퇴근 후 집 대신 이자카야에 들러 한잔 술과 맛있는 음식으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곳이 일본 선술집의 유래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선술집은 어떤 역사를 지니고 있을까?
사람들에게는 끼니를 해결하고 쉬어 가는 장소이며, 말에게는 마른 목을 적시고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장소였던 주막 겸 여관이 우리 선술집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쉽사리 선술집을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선술집을 찾는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전통이 남아 있다는 인사동의 복고풍 선술집에 가 보아도 신문이니 성냥갑이니 하는 예스러운 소품들만 나열되어 있을 뿐 옛날의 그 선술집은 아니다. 인테리어야 흉내 낼 수 있지만 옛 분위기나 정감까지는 옮겨다 놓을 수 없기에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그런데 요행히 구례에서 내가 그토록 찾아다녔던 복고 주점을 만났다. 그곳은 이미 구례 내에서 술 좀 마신다는 애주가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핫 플레이스였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곳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구례군 봉동리 어르신들은 그곳을 ‘동아집’이라 불렀다.
부푼 기대감을 안고 동아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외관을 둘러보니 아주 가관이었다. 찌그러진 양판에 거뭇거뭇한 글씨의 흔적만 남은 간판을 보고 있자니 한숨부터 나왔다. 일단 온 김에 들어가 보자고 마음먹고 가게 문을 열었다.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부엌은 마치 20세기 시골 부엌을 옮겨다 놓은 것 같았다. 가게 내부를 보고 또 한 번 적잖이 실망했지만 그래도 그 맛이 얼마나 기똥차기에 애주가들이 엄지손가락을 추켜들며 추천해 주시는지 궁금해서 음식 맛을 보려고 메뉴판을 찾았다. 그런데 가게 안을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메뉴판이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곳 음식은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고 주인장이 그날그날 정해 주는 가격으로 합의 후 음식을 시키는 시스템이란다. 그리고 그렇게 해 온 역사가 자그마치 70년이나 된다고 한다. 70여 년 동안 이곳의 주인장은 세 차례나 바뀌었지만 주인장과 가격 합의 후 주문하는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는 동아식당만의 유구한 역사나 다름없다. 이런 색다른 시스템이 어쩌면 돈 없는 애주가들에게는 외상 술 먹기에 딱 좋은 장소가 아니었을까? 동아식당 하루 매출의 반 이상을 책임지는 것은 바로 가오리찜이다. 통째로 찐 가오리 옆에 삶은 부추가 가지런히 놓이고 양념장이 곁들여 나온다. 붕어의 잔가시는 목에 걸려 먹기 사납지만, 굵은 가오리 뼈는 신 나게 씹어 먹을 수 있다. 부드러운 가오리 살과 가오리 뼈를 오독오독 소리 내어 씹어 먹으면 그 맛이 참 일품이다. 들어갈지 말지를 고민하며 문 밖에서 머뭇거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어느새 가오리를 안주 삼아 막걸리 한 병을 뚝딱 해치운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달걀 프라이 위에 총총 썰어 얹어 놓은 당근 채와 파를 보고 있자니 그 색이 참 고와 차마 먹기 아까울 정도다. 가오리찜이 떨어질 때쯤 조기 매운탕이나 돼지 족탕과 같은 국물 음식을 시켜 보자. 인원이 많고 색다른 술안주를 원한다면 절대로 후회할 리 없는 돼지 족탕을 추천한다. 국물도 국물이지만 뽀얀 국물이 잘 스며든 버섯과 살코기를 묵은지에 싸 먹으면 사는 게 그리 흐뭇할 수가 없다. “아따, 나도 한 술 한다고 호언장담하는 애주가 아재들! 구례에서는 동아집에 가는 것이 통과의례라는디 그걸 알랑가 몰러?”
Part2 차오르는 생명력, 스토리의 고장, 남원
꿀맛 같은 밥맛과 조화를 이룬 추어탕 / 새집추어탕
밥이 맛있냐, 꿀이 맛있냐!: 한동안 밥상의 화두가 ‘꿀맛과 밥맛’이었던 적이 있었다. ‘왜 어른들은 맛있는 밥을 먹고 나서 “정말 꿀맛이네!”라고 말하는 걸까?’ 이 문제를 두고 우리 집 육남매는 어렸을 때 ‘밥이 맛있냐, 꿀이 맛있냐’에 대한 난상 토론을 벌였다. 내가 맞네 네가 맞네 하며 우기기를 며칠 동안 하다가 끝끝내 ‘꿀보다 밥이 맛있다’로 만장일치를 보았다. 밥심(?)으로 산다는 집안 내력 때문인지, 아이들마저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결론이었다.
그날 이후 우리 육남매는 이웃집이나 친구 집에 갔을 때, 음식이 맛이 없으면 “꿀맛이다!”라고 말하고, 음식이 정말 맛있을 때는 “정말 밥맛이다!”라고 말하기로 모종의 약속을 정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한테 “쟤는 정말 밥맛이야!”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토록 맛있는 밥이 왜 천대받는 비유에 쓰일 수밖에 없는지 참 아이러니하다. 이제라도 밥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 ‘꿀맛 같은 밥맛’을 알리고 싶은 심정이다.
남매들끼리 모여 꿀맛과 밥맛에 대해 토론도 하고, “쟤는 정말 밥맛이야!”라는 말에 담긴 밥맛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나는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꿀’은 살면서 만나게 되는 핸섬한 애인의 유혹으로, ‘밥’은 늘 변함없는 조강지처의 사랑으로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다.
따끈한 밥에 추어탕 한 사발: 그 밥이다! 압력 밥솥이 ‘칙칙치이익-’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김이 빠지고 난 뒤에 이제 막 퍼 올린 따끈한 밥! 그 밥을 수저에 한 술 듬뿍 떠먹을 때 어울리는 걸쭉한 국물이 바로 새집의 추어탕이다.
‘새집’이라는 단어는 ‘억새풀집’의 순우리말로, 1959년 개업 당시 억새풀집으로 가게 지붕을 이은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지금은 미꾸리 요리 전문점이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으리으리한 건물이 세워져, 규모에서나 전통에서나 지역 추어탕집의 선두임을 자랑하고 있다. 이곳은 가게 개업 때부터 줄곧 미꾸리 요리만 선보였다고 한다. 주로 추어탕, 추어 숙회, 추어 튀김 등을 만들어 파는데 오랜 역사만큼이나 미꾸리 요리도 다양하다. 요즘은 옛날처럼 자연산 미꾸리만으로 추어탕을 끓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그래서 새집추어탕에서는 대안으로 남원 내 조합에서 운영하는 미꾸리 양식장에서 미꾸리를 공급받고 있다. 그리고 시래기는 지리산 방향의 운봉면 시래기밭에서 조달받는다. 씹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마른 시래기와 소금에 절인 부드러운 시래기를 적절히 넣어 추어탕의 깊은 맛을 낸다.
추어탕을 주문하면 수저가 꽂히도록 시래기가 듬뿍 나온다. 아주 부드러운 시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칠어서 씹기에 부담스러운 식감도 아니다. 곱게 갈려진 미꾸라지, 아낌없이 들어간 시래기, 구수한 된장 등이 한데 어우러져 걸쭉한 국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마치 조화를 이룬 국악 한 소절을 듣는 것 같다. 당기고 밀고 꽉 차고 비어 있는 균형이 아주 조화롭다. 반찬 없이도 한 그릇을 뚝딱 먹을 수 있는 진한 추어탕인데도 식탁에 맛깔난 반찬들이 줄지어 올라온다. 주인장의 후한 인심은 덤이다. 그중에서도 큼직하게 잘라 담은 깍두기와 슴슴한 맛의 냉콩나물국은 얼큰한 추어탕을 먹기 전과 후 입맛을 가다듬어 준다.
숯불에 구워 먹는 달달한 옛 너비아니 / 지산장
남원의 명물 숯불고기: 남원 지산장은 단맛이 나는 고기를 너무도 당당하게, 할머니의 자랑스러운 손맛을 담아 파는 곳이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나물을 비롯한 10여 가지의 밑반찬이 나오고 지리산 참숯이 지글지글 타고 있는 화로가 상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한다. 그리고 그 화로 위에 얇게 펼친 양념 쇠고기를 옹기종기 올려놓는다. 고기를 화로에 올려놓는 순간부터 달콤한 양념 냄새가 솔솔 풍기면서 군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달큰한 고기는 별로라고 말하며 생고기야말로 제대로 된 고기 맛이라고 큰소리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지산장의 숯불고기를 먹어 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숯불고기가 화로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갈 때 솔솔 풍기는 단내를 맡으면 내가 언제 단 고기를 싫다고 했냐며 시치미 뚝 떼고 단숨에 한 판을 먹어 치울 게 뻔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제 일흔이 다 되어 가니까 식당을 한 지도 45년은 됐지. 친정이 꿀 농사를 해서 그 꿀을 가져다 쓴 게 단맛의 비밀이야.”
지산장 고기는 식으면 육포처럼 말라 버리니 식기 전에 먹는 것이 좋다. 지산장의 숯불고기는 옛날에 궁중에서 먹었다는 너비아니의 맛을 떠오르게 한다. 말이 나온 김에 너비아니에 대해 잠시 알아보자면, 너비아니는 얄팍하게 저민 쇠고기에 양념을 해서 구운 요리이다. 쇠고기를 말 그대로 ‘너붓너붓하게’ 썰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음식 문화사를 살펴보면 오래전 우리 조상들은 고기를 미리 양념에 재워 두었다가 꼬챙이에 꿰어서 굽는 ‘맥적’을 먹었는데, 고려 시대가 되자 불교의 영향으로 채식을 많이 하게 되면서 고기 요리법은 점점 잊혀졌다. 그러다가 몽골의 침입으로 원나라와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다시 육식을 즐기게 되었으며, 특히 몽골 사람들이 많이 있었던 개경에서는 ‘설하멱’이라는 고기 구이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런 요리가 조선시대에 이르러 궁중의 너비아니로 발전한 것이다.
지산장에서는 쇠고기를 석쇠에 구운 뒤 다져 만든 지산장 양념 고추장을 별도로 판매하다. 고기에 싸 먹어도 맛있고, 음식을 조리할 때 양념으로 넣으면 음식 맛도 달라진다. 그래서인지 지산장 고추장은 숯불고기만큼 유명세를 탔다. 밥 먹고 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은 ‘살까 말까’ 고민하며 고추장 판매 진열대 앞을 어슬렁거리니 이 정도면 양념 고추장이 지산장의 인기 스타 아닐까?
Part3 지리산 천왕봉에서 이어진 청정백리, 산청
경호강 엄마와 아들 / 늘비식당
손맛 좋은 어머니와 손힘 좋은 아들의 합작, 어탕 국수: 지방을 여행하다가 맑은 강이 보이면 근처 어딘가에서 어죽이 팔팔 끓고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실제로 그 길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강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생선 국수 전문점들이 즐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생선 국수는 대개 하천 근처에 살면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 가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생선 국수는 어죽, 어탕 국수 등 제 나름의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바다에서 잡은 큰 생선은 뼈에서 우러나는 국물이 진하고 구수해서 매운탕이나 지리(맑은 국)로 많이 먹는데, 작은 민물고기들은 비린 맛이 심해서 끓이는 노하우와 어떤 양념을 넣느냐에 따라 생선 국수의 맛이 달라진다. 백이면 백, 집마다 장맛이 다르듯 같은 생선을 가지고도 내는 맛이 천차만별이니, 먹는 사람 입장에서야 무척 반가운 일이다. 지리산에서부터 흘러 내려온 경호강의 맑은 물에서 민물고기를 잡던 아들과 동네에서 손맛 알아주던 어머니가 10여 년 전 함께 가게를 차려 알려진 곳이 있다. 아들이 잡아 온 물고기로 어머니가 국수를 만들어 팔고 있는 ‘늘비식당’이 그 주인공이다.
한가한 오후에는 가게 앞에 앉아서 중년의 아들과 노년이 된 어머니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그날 잡은 물고기의 내장을 손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일 잡히는 고기가 다른 까닭에 식당 입구 수족관에는 철따라, 그날의 상황에 따라 물고기 종류가 달라진다. 아들이 고기잡이 담당이라면 어머니는 잡은 고기를 요리조리 손질해 맛깔난 음식을 만드는 담당이다. 어탕 국수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생선을 오랫동안 고아 내는 것이다. 고아 낸 생선뼈는 채로 건져 버리고 남은 국물에 양념을 가미한다. 된장, 고추장을 기본으로 산초가루, 들개가루, 방아 잎 등 각종 향이 있는 잎과 가루를 넣어 민물고기의 비린 맛을 입맛 당기는 맛으로 바꾸어 놓으면 비로소 어탕 국물이 완성된다.
생선 한 마리가 어탕 국수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자면 마치 어머니의 손에서 펼쳐지는 음식 마술을 보는 것 같다. 이 집에서 ‘어탕국수’라 부르는 음식에는 무척 걸쭉한 국물에 소면이 들어가 있다. 소면 대신 두꺼운 면이 들어간 ‘어탕 칼국수’도 있으니, 든든히 먹고 느긋하게 강 구경도 나서 보자.
Part4 논개에서 이어진 시골 뚝심, 장수
닭살 부부의 장수 비결 / 장수밥상
밥만 먹어도 금실 좋아지는 ‘장수밥상’: 장수의 한자 뜻을 살펴보면, 장수(長壽)가 아니고 장수(長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소 의외가 아닌가? 물이 맑아 마을 이름이 장수(長水)가 되었다는 이곳은 이름 그대로 물이 참 맑다. 맑은 물을 먹고 살아서일까? 실제로 장수군에는 장수(長壽)하는 분들이 많기로 소문난 용암마을이 있다. 그리고 그 용암마을에는 농부가 농사를 지으며 운영하는 맛집, ‘장수밥상’이 있다. 장수밥상은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시골 집 아담한 별채 쉼터에 가깝다. 그곳은 언제 가도 바람이 멎은 듯 평온하다.
장수밥상의 주인장 부부는 여느 맛집 주인장들과는 조금 다르다. 농사라는 게 보통 고된 일이 아닐 텐데 지친 표정은커녕 수더분하니 여유 있는 모습에 은근히 놀라게 된다. 살림집 건너편에 마련한 농가 별채에는 통창을 달아 놓았고, 방 안에는 여사장이 손수 만든 커튼을 깔끔하게 쳐 놓았다. 그리고 원목 테이블 옆에는 평소에 모은 수석과 정성껏 만든 분재가 놓여 있었다. 밥을 먹는 공간에 내 집 거실처럼 익숙한 것들이 놓여 있어서 그런지 장수밥상 별채에 가면 마치 지인의 집에 놀러 가 거실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어떻게 하다가 이런 맛집을 차리게 되셨어요?” “실은 제가 젊어서 큰 병으로 고생을 했어요. 병 진단을 받고 난 뒤 스트레스 안 받고, 오염된 환경에서 벗어나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이곳에 오게 되었죠. 손수 농사지어 밥상 차리고, 밥 먹고 동네 한 바퀴 쉬 돌아다니면 좋은 공기가 후식 아니겠습니까. 자연을 먹고 화목한 가정생활을 하다 보니 저절로 병이 나았지요. 그리고 이 맛과 경치를 혼자 만끽하기 아까워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밥집을 열게 되었습니다.”
장수밥상은 처마 밑에 가지런히 매달이 말린 무청시래기에 장수 한우를 넣고 거기에 구수한 집 된장을 풀어 맛을 낸 ‘장수 한우 시래기 전골’로 손맛을 자랑한다. 게다가 이곳에서 마시는 물은 일반 생수가 아니다. 삼백초, 어성초 등 7가지 약재를 달인 약선 물을 늘 준비해 두어 그곳을 지나가는 행인들도 언제든지 목을 축이고 갈 수 있도록 했다. 각종 장아찌와 시원한 김치는 일 년 내내 변함없는 그 맛 그대로다. 사람들이 붐비는 식사 시간을 피해서 가면 장미, 국화 등으로 만든 야생 꽃차와 쑥개떡, 수수망생이 등의 디저트도 맛볼 수 있다. 밑반찬이 늘 같지 않아 갈 때마다 오늘은 어떤 반찬을 맛볼 수 있을지 기대하게 되는 곳이 바로 장수밥상이다.
약재 주머니 두둑하니 그 닭 속내 한번 옴팡지구나 / 옛터가든
한국 토종닭의 명품화를 꿈꾸다: 닭고기처럼 친근한 고기가 또 있을까? 옛날에는 ‘백년손님’이라 불리는 사위가 오면 장모가 씨암탉을 잡아 대접했다. 그만큼 닭고기를 귀하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닭고기만큼 평범하고 흔한 고기가 없지 않나 싶다. 오늘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서민들의 피곤한 일상을 다독여 주는 것은 다름 아닌 ‘프라이드치킨’과 ‘시원한 맥주 한 잔’일 때가 많다.
요즘은 프랜차이즈의 끝은 ‘닭으로 하는 사업’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튀기고 구운 닭 요리 전문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물론 닭 요리 시장은 넓지만, 그만큼 치열하다. 치열한 닭싸움을 피해 영계로 살짝 눈을 돌릴라 치면 인삼 잔뿌리와 함께 끓인 삼계탕이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영계 시장도 진출하기에 녹록지 않음은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