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생각의나무 / 2006년 8월 / 298쪽 / 14,000원
▣ 저자 데이비드 보더니스
시카고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했으며 이후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년간 강의를 했다. 베스트셀러『E=mc 』을 통해 과학이론을 가장 쉽고 재미있게 쓰는 이야기꾼으로 자리잡은 보더니스는, 재치있는 발상과 기발한 묘사, 탁월한 문장력으로 어려운 과학을 현실세계와 접목시켜 풀어내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해왔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2001년 출간된 이래 현재까지 가장 사랑 받는 교양과학 도서인 『E=mc 』과 『일렉트릭 유니버스』가 있으며, 『Passionate Mind』가 곧 출간될 예정이다.
▣ 역자 김명남
KAIST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정책을 공부했다. 현재 인터넷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으로 있으며, 꾸준히 좋은 과학책을 우리말로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마음이 태어나는 곳』, 『일렉트릭 유니버스』, 『세계를 삼킨 숫자 이야기』, 『도시 : 인류 최후의 고향』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우리 몸이 몇 미크론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상상하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이 책은 하루 동안 집 안팎의 평범한 일상소재를 독창적 시각으로 관찰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깜짝 놀랄 만한 과학세계를 보여준다. 미시와 거시를 넘나드는 자유자재한 과학적 상상력을 가지고 수사대원의 눈으로 꼼꼼한 관찰자가 되어 한 주택의 24시간을 둘러보았다. '새롭게 보고자 한다면 세상은 경이로 가득 찬 법.' 집 안에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평범 속에 깃든 돌연 색다르고 흥미로운 세계가 기발한 발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 비밀스러운 집에서는 오만가지 일들이 들썩거리며 일어나고 있다.
시크릿 하우스의 아침, 자명종 소리는 파동 에너지를 발산하며 집주인을 깨운다. 파동은 벽에 부딪치고 창가의 커튼 온도를 조금 올린다. 침대에서 일어난 남자가 욕실로 갈 때 밟는 카펫에서는 무수한 생명체가 꿈틀거린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의 크기인 집먼지 진드기들이 피부 각질을 먹이로 삼아 살고 있다. 진드기들의 배설물은 공중에 둥둥 떠다닌다. 여자가 아침을 준비하면서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인다. 주전자 안에서는 타임머신이 만들어지고 있다. 고대 생물들의 사체가 쌓인 지층이 우리의 용수공급원에 노출되어 조금씩 물에 녹아 상수도를 타고 가정까지 와서 끊는 주전자 속에서 그 옛날과 같은 비슷한 환경이 재현되는 것이다. 고대 생물들의 잔해는 하릴없는 부유를 멈추고 한데 엉기기 시작한다. 생명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오랜 휴지기를 거쳐 갑자기 살아난 생물 사체 조각들이 컵에 부어진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비록 착각에 의한 것이긴 하나 잠시나마 세상에 다시 태어났다는 최후의 증거인 셈이다.
식사를 끝낸 여자는 일터로 나갈 준비를 하며 립스틱을 바른다. 광택이 있는 무지개처럼 다채롭게 반짝이는 립스틱. 그 빛은 생선 포장 공장에서 허다하게 남아도는 생선 비늘을 암모니아에 적신 뒤 다른 물질들과 섞은 것이다. 시크릿 하우스 안의 한낮, 여자가 일찍 집에 돌아와 청바지를 갈아입고 뒷마당에 나가 한낮의 여유를 즐긴다. 여자의 발 밑에선 위험을 느낀 아메바들이 대이동을 감행하고 있다. 식량공급에 위협이 닥쳤거나 여타 스트레스 상황에서 종족의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늦은 오후, 집 안으로 날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민첩한 날짐승인 집파리다. 남자가 집파리를 발견하고 잡으려고 하지만 놓치고 만다. 집파리의 신경계는 사람보다 빠르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0.005초 간격으로 벌어지는 사건도 재빨리 가려서 판별해낸다. 또 날개를 잡아주는 당이 근육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당을 원료로 하여 잽싸게 날 수 있다.
시크릿 하우스의 밤, 저녁을 준비하고 손님을 맞기 위해 남자는 진공 청소기를 들었다. 집먼지 진드기들에게는 마른하늘의 날벼락이 내렸다. 하지만 진드기들이 빨려 들어간 진공 청소기 속은 그들에겐 천국이다. 진드기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 피부 각질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저녁에 손님들이 왔다. 그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전구에서 광자가 튀어나와 손님의 얼굴과 옷에 부딪쳤다가 튕겨 눈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전구가 내뿜는 이 빛으로, 지금 핵물리학의 기초로 받아들여지고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광자는 무게도 없고 질량도 없지만 일정한 양의 에너지를 지닌 채 공간을 가로지르는 모종의 입자다. 거실 전구에서 나와 손님들에게 가 닿은 광자는 분명 필라멘트 원자 표면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정확히 원자의 어느 부분에서 나왔는지, 아니 애초에 광자가 발생하는 특정 지점이라는 것이 있는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과학이 답하지 못하고 있다.
집 안에서는 계속 저녁 모임이 진행중이다. 집 밖에서는 비가 내린다. 비는 폭풍우 구름이 제 자신을 해체한 결과다. 구름속 수증기를 무거운 방울로 뭉쳐 비로 내리게 하는 핵물질은 우주 공간을 평화롭게 가르며 날다가 지구에 상륙한 미세 운석덩어리들이다. 비가 내릴 때 손을 뻗어 빗방울에 닿으면 지구보다 오래된 입자, 측정할 수조차 없이 먼 길을 달려 불과 몇 주전에야 지구의 바깥에 다다른 우주의 입자를 당신의 손바닥에 쥐는 셈이다. 집주인과 손님들은 식사를 끝냈다. 집주인은 커피를 타다가 잠시 몽상에 잠긴다. 스푼이 빙빙 돌면 커피도 따라 돈다. 열은 언제나 커피에서 스푼으로 흐른다. 이 두 가지 단순한 현상에서 상대성 이론과 엔트로피 법칙을 유추해본다. 점점 더 상상력은 본질적인 문제를 파고든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만물이 뒤섞여 가는 이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 졌는지, 진지해지다가, 그러는 사이 손님들은 간다.
목욕과 취침 시간, 남자가 목욕탕에 들어가고 여자는 화장을 지운다. 얼굴만큼 세균의 밀도가 높은 곳이 있을까. 여자의 얼굴에는 200만 마리가 넘는 생명체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얼굴에는 땀구멍에서 나오는 소금물이나 모낭에서 나오는 피지 등 세균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물이 가득하다. 씻은 후 이들은 침대에 눕는다. 날아다니는 산소들이 쉴새 없이 꽉 가득 찬 침실에서 여자는 책을 읽다가 잠든다. 부산한 이 집의 하루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 차례
옮긴이의 말
낮 Daytime
아침 / 한낮 / 늦은 오후
밤 Nighttime
이른 저녁 / 계속되는 저녁모임 / 목욕 그리고 취침
책을 마치며
생각의나무 / 2006년 8월 / 298쪽 / 14,000원
▣ 저자 데이비드 보더니스
시카고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했으며 이후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년간 강의를 했다. 베스트셀러『E=mc 』을 통해 과학이론을 가장 쉽고 재미있게 쓰는 이야기꾼으로 자리잡은 보더니스는, 재치있는 발상과 기발한 묘사, 탁월한 문장력으로 어려운 과학을 현실세계와 접목시켜 풀어내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해왔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2001년 출간된 이래 현재까지 가장 사랑 받는 교양과학 도서인 『E=mc 』과 『일렉트릭 유니버스』가 있으며, 『Passionate Mind』가 곧 출간될 예정이다.
▣ 역자 김명남
KAIST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정책을 공부했다. 현재 인터넷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으로 있으며, 꾸준히 좋은 과학책을 우리말로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마음이 태어나는 곳』, 『일렉트릭 유니버스』, 『세계를 삼킨 숫자 이야기』, 『도시 : 인류 최후의 고향』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우리 몸이 몇 미크론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상상하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이 책은 하루 동안 집 안팎의 평범한 일상소재를 독창적 시각으로 관찰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깜짝 놀랄 만한 과학세계를 보여준다. 미시와 거시를 넘나드는 자유자재한 과학적 상상력을 가지고 수사대원의 눈으로 꼼꼼한 관찰자가 되어 한 주택의 24시간을 둘러보았다. '새롭게 보고자 한다면 세상은 경이로 가득 찬 법.' 집 안에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평범 속에 깃든 돌연 색다르고 흥미로운 세계가 기발한 발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 비밀스러운 집에서는 오만가지 일들이 들썩거리며 일어나고 있다.
시크릿 하우스의 아침, 자명종 소리는 파동 에너지를 발산하며 집주인을 깨운다. 파동은 벽에 부딪치고 창가의 커튼 온도를 조금 올린다. 침대에서 일어난 남자가 욕실로 갈 때 밟는 카펫에서는 무수한 생명체가 꿈틀거린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의 크기인 집먼지 진드기들이 피부 각질을 먹이로 삼아 살고 있다. 진드기들의 배설물은 공중에 둥둥 떠다닌다. 여자가 아침을 준비하면서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인다. 주전자 안에서는 타임머신이 만들어지고 있다. 고대 생물들의 사체가 쌓인 지층이 우리의 용수공급원에 노출되어 조금씩 물에 녹아 상수도를 타고 가정까지 와서 끊는 주전자 속에서 그 옛날과 같은 비슷한 환경이 재현되는 것이다. 고대 생물들의 잔해는 하릴없는 부유를 멈추고 한데 엉기기 시작한다. 생명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오랜 휴지기를 거쳐 갑자기 살아난 생물 사체 조각들이 컵에 부어진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비록 착각에 의한 것이긴 하나 잠시나마 세상에 다시 태어났다는 최후의 증거인 셈이다.
식사를 끝낸 여자는 일터로 나갈 준비를 하며 립스틱을 바른다. 광택이 있는 무지개처럼 다채롭게 반짝이는 립스틱. 그 빛은 생선 포장 공장에서 허다하게 남아도는 생선 비늘을 암모니아에 적신 뒤 다른 물질들과 섞은 것이다. 시크릿 하우스 안의 한낮, 여자가 일찍 집에 돌아와 청바지를 갈아입고 뒷마당에 나가 한낮의 여유를 즐긴다. 여자의 발 밑에선 위험을 느낀 아메바들이 대이동을 감행하고 있다. 식량공급에 위협이 닥쳤거나 여타 스트레스 상황에서 종족의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늦은 오후, 집 안으로 날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민첩한 날짐승인 집파리다. 남자가 집파리를 발견하고 잡으려고 하지만 놓치고 만다. 집파리의 신경계는 사람보다 빠르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0.005초 간격으로 벌어지는 사건도 재빨리 가려서 판별해낸다. 또 날개를 잡아주는 당이 근육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당을 원료로 하여 잽싸게 날 수 있다.
시크릿 하우스의 밤, 저녁을 준비하고 손님을 맞기 위해 남자는 진공 청소기를 들었다. 집먼지 진드기들에게는 마른하늘의 날벼락이 내렸다. 하지만 진드기들이 빨려 들어간 진공 청소기 속은 그들에겐 천국이다. 진드기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 피부 각질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저녁에 손님들이 왔다. 그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전구에서 광자가 튀어나와 손님의 얼굴과 옷에 부딪쳤다가 튕겨 눈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전구가 내뿜는 이 빛으로, 지금 핵물리학의 기초로 받아들여지고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광자는 무게도 없고 질량도 없지만 일정한 양의 에너지를 지닌 채 공간을 가로지르는 모종의 입자다. 거실 전구에서 나와 손님들에게 가 닿은 광자는 분명 필라멘트 원자 표면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정확히 원자의 어느 부분에서 나왔는지, 아니 애초에 광자가 발생하는 특정 지점이라는 것이 있는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과학이 답하지 못하고 있다.
집 안에서는 계속 저녁 모임이 진행중이다. 집 밖에서는 비가 내린다. 비는 폭풍우 구름이 제 자신을 해체한 결과다. 구름속 수증기를 무거운 방울로 뭉쳐 비로 내리게 하는 핵물질은 우주 공간을 평화롭게 가르며 날다가 지구에 상륙한 미세 운석덩어리들이다. 비가 내릴 때 손을 뻗어 빗방울에 닿으면 지구보다 오래된 입자, 측정할 수조차 없이 먼 길을 달려 불과 몇 주전에야 지구의 바깥에 다다른 우주의 입자를 당신의 손바닥에 쥐는 셈이다. 집주인과 손님들은 식사를 끝냈다. 집주인은 커피를 타다가 잠시 몽상에 잠긴다. 스푼이 빙빙 돌면 커피도 따라 돈다. 열은 언제나 커피에서 스푼으로 흐른다. 이 두 가지 단순한 현상에서 상대성 이론과 엔트로피 법칙을 유추해본다. 점점 더 상상력은 본질적인 문제를 파고든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만물이 뒤섞여 가는 이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 졌는지, 진지해지다가, 그러는 사이 손님들은 간다.
목욕과 취침 시간, 남자가 목욕탕에 들어가고 여자는 화장을 지운다. 얼굴만큼 세균의 밀도가 높은 곳이 있을까. 여자의 얼굴에는 200만 마리가 넘는 생명체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얼굴에는 땀구멍에서 나오는 소금물이나 모낭에서 나오는 피지 등 세균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물이 가득하다. 씻은 후 이들은 침대에 눕는다. 날아다니는 산소들이 쉴새 없이 꽉 가득 찬 침실에서 여자는 책을 읽다가 잠든다. 부산한 이 집의 하루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 차례
옮긴이의 말
낮 Daytime
아침 / 한낮 / 늦은 오후
밤 Nighttime
이른 저녁 / 계속되는 저녁모임 / 목욕 그리고 취침
책을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