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컨 웰던 지음
윌북 / 2026년 2월 / 360쪽 / 24,800원
▣ 저자 던컨 웰던
경제학자이자 작가. 《이코노미스트》 영국 경제·금융 특파원, BBC 시사 프로그램 <뉴스나이트> 경제 특파원, 종합 월간지 《프로스펙트》의 칼럼니스트로 일했다. BBC 라디오 4에서 방영된 <제2차 세계대전: 경제 전쟁>을 비롯해 여러 다큐멘터리를 집필하고 진행했다. 영국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하고 자산 관리 업무를 거쳐 영국 노동조합회의(TUC)의 수석 경제학자로 공공정책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TV와 라디오에서 정기적으로 경제 논평을 제공하고 있다. 워릭대학교 글로벌 경제 비교우위 분석 센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 정책 실무를 가르치고, 시카고대학교의 켄트 A. 클라크 글로벌 시장 센터에 꾸준히 칼럼을 기고한다. X(트위터): @DuncanWeldon
▣ 역자 윤종은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펍헙번역그룹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더 스튜던트』,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지도책』, 『지식인의 자격』 등을 옮겼다.
▣ Short Summary
중세 유럽의 정세와 경제 구조를 뿌리째 바꿔놓은 것은 바로 데인겔드(Danegeld)였다. 데인겔드란 9~11세기 바이킹의 약탈을 멈추기 위해 통치자들이 수시로 바이킹에 바친 상당한 액수의 조공을 뜻한다. 위협에 굴복해 재산을 내어주는 것은 경제적으로 막심한 손실로 여겨질 테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당시 유럽은 생산·무역·인구 면에서 직전 몇 세기보다 가파르게 성장했다. 바이킹들은 조공으로 받은 돈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그 조공을 낸 사람들에게서) 구매했다. 더욱이 중세 세계는 생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대부분이 자급자족하는 데에 만족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조공은 농민들의 세금 부담을 늘림으로써 생산을 자극해 잉여생산물의 양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했다. 이 책의 저자가 바이킹을 “여러모로 역사상 가장 성공한 도적 집단”이라 평가하는 이유다.
한편, 바이킹처럼 침략을 일삼은 결과 반대로 ‘최악의 채무자’로 전락한 국가도 있다. 바로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곧장 아즈텍과 잉카의 제국들을 정복하기 시작한 스페인이다.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를 붙잡아 협박해 18톤에 달하는 귀금속을 받는 등 스페인은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며 막대한 부를 얻었다. 그러나 당시 유럽에서는 화기가 개발되고 군대의 규모도 점차 커지며 전쟁 비용이 나날이 늘어갔다.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더 자주 의회를 소집하고 견제와 균형이 바탕이 되는 정치 제도를 발전시켜 국력을 강화한 여타 유럽 국가들과 달리, 스페인의 국왕 펠리페 2세는 신대륙에서 쏟아져 들어온 금은이 있었기에 의회의 견제에서 벗어나 독단적으로 통치했으며, 결국 빈약한 조세 기반과 부실한 재정으로 인해 파산에 이른다.
이 책은 도덕적 광기 또는 국가적 실책으로 여겨지는 전쟁의 뒤에 감춰진 보이지 않는 손을 추적한다. 다른 무엇보다 비합리적이고 비윤리적으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은 왜 계속 벌어지는가? 저자는 ‘유인(incentives)’과 ‘제도(institution)’라는 경제학 개념을 바탕으로 1000년에 걸친 세계사를 조망하며, 전쟁이 값비싼 대가(피)가 따르는 동시에 제도의 발전과 진보(보물)의 중요한 동력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애국심 또는 이념이나 민족성을 바탕으로 전쟁을 설명해온 기존의 서술을 정면에서 뒤흔드는 이 책은 오늘날 첨예하게 벌어지는 국제 갈등을 조명한 뉴스를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책에 담긴 이 모든 역사 이야기는 중요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어떤 제도 아래에서 개인에게 가장 합리적인 행동은 무엇인가?” “전쟁의 바탕이 되는 기술과 자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유인 속에 놓였는가?” 저자는 폭력을 낭만화하거나 도덕적으로 재단하지도 않고 제도와 유인의 산물로서 냉정하게 해부하며, 전쟁을 감정이나 신념이 아닌 구조와 선택의 문제로 이해하도록 우리의 관점을 바꾼다. “전쟁에서 누가 이겼는가, 혹은 졌는가?”에서 “전쟁이 세상을(유인과 제도를) 어떻게 바꾸는가?”로 관점을 전환하는 것. 이것이 이 책에 담긴 가장 큰 가치라고 할 수 있다.
▣ 차례
들어가며
1 바이킹: 경제를 발전시킨 합리적 약탈자들 793~1066
2 칭기즈칸: 산업혁명의 토대를 마련한 세계화의 아버지 1162~1227
3 군사력의 모순: 왜 일부러 질 낮은 무기를 사용했을까 1066~1450
4 신대륙 정복: 황금이 국가를 가난하게 만든다? 1492~1598
5 마녀사냥: 가톨릭과 개신교의 비가격 경쟁 1484~1700
6 르네상스: 이탈리아 전쟁의 진정한 승자들 1422~1559
7 해적의 경영 철학: 민주주의, 공정 임금, 협력 1650~1722
8 7년전쟁: 두려운 이웃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다 1756~1763
9 영국 해군의 성공 비결: 연고주의와 부패 1690~1850
10 세포이항쟁: 외부 위협과 내부 위협의 역설 1600~1858
11 미국 남북전쟁: 해밀턴 모멘트와 달러의 탄생 1790~1865
12 현대 경제전: 도저히 반길 수 없는 마르스의 선물 1870~1945
13 세계대전: 승패는 더 이상 무력이 결정하지 않는다 1914~1945
14 독일 공군의 자멸: 명예로 주는 보상의 문제점 1939~1944
15 소련의 몰락: 스탈린 공포정치의 놀라운 성과 1920~1980
16 베트남전쟁: 경제학자의 그릇된 판단이 끼친 폐해 1955~1975
17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잘못된 군사 정보의 대가 2022~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