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레슈차이너 지음
흐름출판 / 2026년 1월 / 392쪽 / 19,800원
▣ 저자 가이 레슈차이너
옥스퍼드 매들린칼리지와 임페리얼칼리지 세인트메리병원에서 의학 교육을 받았고, 임페리얼칼리지 런던과 케임브리지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에서 간질 유전학 및 약물 관리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이스앤세인트토머스병원 등에서 신경학 수련을 받았고, 간질 및 수면 의학 펠로우십을 수료했다. 2010년 가이스앤세인트토머스병원에 컨설턴트로 합류한 이후 수면장애센터의 임상 책임자로 10년 이상 일했다. 현재 같은 병원의 신경과 및 수면장애센터를 비롯해 런던브리지병원, 크롬웰병원, 원웰벡에서 신경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고, 킹스칼리지 런던 정신의학·심리학·신경과학연구소에서 신경학 및 수면 의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잠이 고장 난 사람들』, 『감각의 거짓말』 등이 있다.
▣ 역자 이한음
생물학을 공부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 전문 번역가다. 케빈 켈리, 리처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 리처드 포티, 제임스 왓슨 등 저명한 과학자의 대표작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지은 책으로는 『바스커빌가의 개와 추리 좀 하는 친구들』, 『청소년을 위한 지구 온난화 논쟁』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불멸의 유전자』, 『마음의 오류들』, 『바디: 우리 몸 안내서』, 『지구의 정복자』, 『인간 본성에 대하여』 등이 있다. 『만들어진 신』으로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 Short Summary
인류는 오랫동안 분노, 탐식, 색욕, 질투, 나태, 탐욕, 교만이라는 일곱 가지 감정을 ‘죄악(Seven Deadly Sins)’으로 규정하고 금기시해 왔다. 그러나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는 이 오래된 도덕적 관념에 뇌과학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들이댄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도덕적 타락이나 의지박약의 결과로 치부해 온 행동들이, 사실은 뇌와 유전자 깊숙이 새겨진 생존의 도구이자 진화의 산물임을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저자는 뇌전증, 헌팅턴병, 뇌종양 등 다양한 신경학적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임상 사례를 통해 죄악의 기원을 추적한다. 몸무게가 230킬로그램에 육박해 샤워실에 갇힌 제임스의 탐식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렙틴 유전자와 관련된 생존 본능의 폭주였으며, 타인을 향한 걷잡을 수 없는 분노나 병적인 나태함 역시 뇌의 보상 회로와 동기 부여 시스템이 손상된 결과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본능들은 인류를 멸종 위기에서 구한 강력한 무기였다. 탐식은 기근을 대비한 에너지 비축 전략이었고, 분노는 부당함에 맞서 목표를 성취하게 하는 원동력이었으며, 색욕은 종의 보존을 위한 필수적인 기제였다. 즉, 죄악은 우리 존재라는 태피스트리를 구성하는 필수적인 실타래였던 셈이다.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 이 오래된 본능들이 뇌의 기능 장애나 환경적 요인과 결합하여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발현될 때 발생한다. 저자는 여기서 중요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뇌의 기질적 문제로 인해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이를 단지 ‘나쁜 사람’으로 단정할 수 있는가? 정상과 비정상, 윤리학과 병리학의 경계는 과연 어디인가? 저자는 우리가 믿는 자유 의지가 뇌의 생물학적 조건에 의해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인간의 행동을 판단하는 주체가 판사나 성직자뿐만 아니라 의사와 과학자가 되어야 할 수도 있음을 역설한다. 이는 범죄나 악행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복잡한 존재를 단편적인 도덕 잣대로만 재단하지 말자는 호소다.
결국 이 책은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과학적으로 해부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으로 독자를 이끈다. 타인의 기이한 행동이나 내 안의 통제되지 않는 감정을 마주할 때, 혐오와 자책 대신 그 이면에 숨겨진 뇌의 작용과 진화의 역사를 들여다보게 한다. ‘죄’를 뇌과학의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은 우리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고 포용하는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과학적 엄밀함과 인문학적 통찰이 어우러진 이 책은, 인간의 본질과 도덕의 경계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묵직한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 차례
추천의 글 _ 인간을 다시 바라보는 성찰의 과정
들어가며 _ 과학으로 헤쳐나가는 죄악의 세계
분노 _ 주체할 수 없는 내 안의 불
탐식 _ 게걸스럽게 음식물을 끌어당기는 혀
색욕 _ 감춰지지 않는 음탕한 속내
질투 _ 남이 가진 것을 빼앗고 싶은 마음
나태 _ 가능성 앞에서도 움직이지 않는 두 발
탐욕 _ 간악한 계획을 꾸미는 욕심
교만 _ 오만하고 자만하는 태도
자유 의지 _ 그렇다면 인간은 뇌의 꼭두각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