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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가이 레슈차이너 지음 | 흐름출판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가이 레슈차이너 지음

흐름출판 / 2026년 1월 / 392쪽 / 19,800원





분노 _ 주체할 수 없는 내 안의 불


내가 수련의로 일하던 런던 빈민가 병원에서 숀과의 첫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에게서 받은 낡은 의무 기록지에는 뇌전증과 함께 분노, 공격성, 체포 같은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 진료실에 들어선 60대 후반의 그는 내 허벅지만 한 팔과 황소 같은 목을 가진 거구였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몸을 떠는 모습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시한폭탄 같아서, 나는 긴장감에 여차하면 도망칠 수 있도록 의자를 문 쪽으로 밀어두기까지 했다.

그는 20대 때부터 약물도 듣지 않는 발작에 시달려 왔다. 그와 시간을 보내며 나는 처음에 분노라고 생각했던 그의 신체 언어가 사실은 언제 발작이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와 깊은 우울증에서 비롯된 불안임을 알게 되었다. 그의 발작은 뇌의 국소 부위에서 일어나기에 경련 자체는 덜 극적일지 몰라도, 그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그의 묘사에 따르면 속이 거북하고 머리가 핑 돌며, 승강기가 확 떨어지면서 몸이 솟아오르는 듯한 감각이 경고처럼 찾아온 뒤 의식을 잃곤 했다. 진짜 비극은 그 직후에 일어났다. 의식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그는 자제력을 잃고 야생 짐승처럼 폭력적으로 변해 주위를 부수고 날뛰었지만, 정작 본인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가구가 박살 난 난장판 한가운데에서 경찰관에게 수갑이 채워진 채이거나, 이미 유치장이나 병실에 갇힌 뒤였다. 병원에 오는 길에 체포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자신이 일으킬 피해와 발작이 두려웠던 그는 결국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는 은둔자가 되었다. 예고도 없이 찾아와 몇 분간 그를 어둠의 힘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이 증상 때문에, 그의 삶은 병명이 주는 충격만큼이나 쪼그라들었다.

발작하는 사람은 폭력적일까 ~ 뇌 속에 각인된 시한폭탄


뇌전증이 폭력성과 관련이 있다는 믿음은 고대부터 이어져 왔으나, 실제 발작 중에 체계적인 공격성을 보이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만약 공격성이 나타난다면 대개는 발작 후의 정신착란이나 뇌 기능 이상이 원인이다. 그러나 분노와 공격성은 질병뿐만 아니라 뇌의 생화학적 변화나 구조적 손상,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도 촉발될 수 있다.

조노의 사례는 약물이 뇌의 감정 영역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준다. 조노는 본래 ‘점잖은 거인’이라 불릴 만큼 침착하고 유머 감각이 넘치는 회계사였다. 그는 뇌전증 진단을 받고 발작을 통제하기 위해 케프라라는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약은 발작을 멈추게 한 대신 그에게 ‘케프라 분노’를 안겨주었다. 약물 복용 후 그는 “내 안의 기준선이 사라진 것 같다”고 호소하며 도로 위에서나 직장에서, 심지어 가족에게도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가장 극적인 사건은 야구 경기 중에 일어났다. 투수가 타자에게 위협구를 던지자 그는 방망이를 들고 투수의 머리를 박살 낼 기세로 달려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조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내 안의 분노한 용이 내 모든 통제권을 뺏어가죠.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드레날린을 끌어모아서 뼈를 부수고 불을 뿜어내요. 그건 내가 아니에요.” 그는 분노하는 순간 자신의 몸 바깥에서 제3자처럼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이질감을 느꼈다.

이러한 현상은 분노가 뇌의 특정 영역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편도체는 위협을 감지하고 분노를 생성하는 역할을 하며, 이마앞겉질은 이러한 본능적 충동을 억제하는 제동 장치 역할을 한다. 이 두 영역의 균형이 깨질 때 공격성이 표출된다. 유전적 요인이나 아동기의 학대와 같은 환경적 요인 또한 뇌의 발달과 호르몬 조절에 영향을 미쳐 공격성의 역치를 낮출 수 있다.

톰의 사례는 물리적 뇌 손상이 가져온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밴드 활동을 하던 음악가 톰은 거미막밑 출혈로 쓰러졌다가 신체적으로는 완벽히 회복했다. 그러나 그는 예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빛과 소리에 예민해졌고, 타인의 감정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는 “주변이 순식간에 붉은 연무에 뒤덮이는” 분노를 경험했다. 그는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은 건축 인부 여섯 명에게도 죽일 듯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분노가 가라앉은 뒤 톰은 당혹감과 수치심에 시달렸다. 본래 겁이 많고 싸움을 피하던 그에게 이는 뇌 속에 각인된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결국 공격성은 감정을 부추기는 뇌 영역과 이를 조절하려는 영역 사이에 벌어지는 끝없는 신경학적 전투의 산물이다. 약물, 유전자, 환경, 혹은 뇌 손상으로 인해 이 균형이 무너질 때, 인간은 의지와 상관없이 분노라는 격랑에 휩쓸리게 된다. 이처럼 분노와 공격성은 생물학적 토대를 가지지만, 사회적 규범과 제도를 통해 통제될 수 있다. 톰의 사례처럼 뇌 손상이나 약물 같은 외적 요인이 도덕적 실패처럼 보이는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행동이 반드시 그 사람의 영혼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타인을 그저 나쁜 사람이라고 쉽게 판단하지만, 그 이면에는 의학적 질환이나 외상이 있을 수 있음을 인내심을 갖고 이해해야 한다.



탐식 _ 게걸스럽게 음식물을 끌어당기는 혀


어느 날 밤, 산처럼 거대한 몸집의 남자가 병원으로 실려 왔다. 병원에서 쓰는 가장 튼튼한 침대조차 인형 놀이용처럼 보이게 만드는 제임스는 그 거대한 몸 때문에 아기처럼 무력하게 누워 있었다.

30대 후반인 제임스는 해마다 체중이 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집 안 화장실에서 미끄러지며 샤워 칸막이 안으로 넘어졌고, 벽과 칸막이 사이에 꽉 끼고 말았다. 수치심 때문에 그는 동거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고, 그렇게 사흘을 갇혀 있었다. 결국 구급대에 전화를 걸었고, 대원들은 화장실을 부수고서야 그를 꺼낼 수 있었다. 그것은 그가 수개월 만에 처음으로 집 밖을 나온 순간이기도 했다.

병원에 온 그는 자기 무게에 허파가 눌려 숨을 헐떡였고, 정맥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살이 쪄 있었다. 겹쳐진 살과 주름진 피부 사이는 곰팡이에 감염되어 짓물러 있었다. 입원 치료가 시작되었지만 이상하게도 병원 식단만 먹는데도 몇 주 동안 체중이 줄지 않았다. 알고 보니 학습 장애와 우울증이 있던 제임스와 그의 동거인은 비만의 원인을 분비샘 탓으로 돌리면서, 몰래 피자와 초콜릿, 카레 등을 반입해 먹고 있었다. 그에게 음식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안이었던 것이다.

당시 우리 수련의들은 비만, 즉 탐식이 게으름과 자제력 부족에서 비롯된 도덕적 실패라는 통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 우리는 그를 이렇게 만든 원인을 이해하기보다 당면한 신체적 문제 해결에만 급급했다. 제임스의 사례는 음식이 심리적 고통 속에서 위안을 주는 복잡한 감정적 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탐식에는 심리적 요인 외에도 유전자와 뇌 깊숙한 곳에서 유래하는 생물학적 이유들도 존재한다.

비만임에도 당뇨 위험에서 벗어난 동물 ~ 산모의 비만 유전자도 유전될까


회색곰은 자연에서 요요 없이 다이어트에 가장 완벽하게 성공한 동물이다. 녀석들은 가을 한 철 동안 매일 2만 킬로칼로리 이상을 섭취하며 체중을 50퍼센트나 늘린다. 하지만 이는 먹는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겨울잠을 준비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놀라운 점은 인간의 기준으로 볼 때 병적인 비만 상태임에도 곰은 당뇨병이나 대사 질환을 앓지 않는다는 것이다. 녀석들은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통해 지방을 축적하고 분해하는 과정을 생리적으로 완벽하게 조절한다. 반면 인간은 비만이 되면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는다. 이는 체중 조절이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생물학적 기전임을 시사한다.

나는 프래더-윌리 증후군(PWS)을 앓고 있는 알렉스를 만나러 갔다. 그녀의 집은 평범해 보였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주방으로 향하는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통에도 커다란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알렉스는 15번 염색체의 유전적 이상으로 인해 뇌가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끝없는 허기에 시달리는 병을 앓고 있었다. 알렉스의 식탐은 상상을 초월했다. 부모는 딸이 고양이 사료를 먹거나 카페트 조각까지 먹으려 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식당에 가면 옆 테이블의 음식까지 탐내고, 음식이 눈앞에 보이면 자제력을 잃었다. 알렉스의 뇌는 끊임없이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이로 인해 그녀는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 음식에 집착했다. 부모는 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집 안의 모든 음식을 감시하고 잠가두어야만 했다. 이는 시상하부의 기능 이상이 섭식 행동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이고도 슬픈 사례였다.

과학자들은 쥐 실험을 통해 뇌가 체중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방식을 밝혀냈다. 1950년대 허비는 쥐 두 마리의 혈관을 수술로 연결하는 개체 결합 실험을 진행했다. 한쪽 쥐의 시상하부를 파괴해 비만으로 만들자, 연결된 정상 쥐는 굶어 죽을 정도로 말라갔다. 이는 과식하는 쥐의 지방 세포에서 그만 먹으라는 신호 물질이 과도하게 생성되어 혈관을 타고 넘어가 정상 쥐의 뇌를 강하게 억압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이 신호 물질의 정체가 렙틴임이 밝혀졌다. 렙틴은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어 뇌에 체지방 저장 상태를 알리는 역할을 하는데, 렙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생쥐나 사람은 뇌가 지방이 없다고 착각해 극심한 비만이 된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의 비만은 단일 유전자 돌연변이가 아니라 수많은 유전자 변이체의 복합적 작용이다. 인류가 과거 기근이나 추위에 적응하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절약 유전자 가설이나 부적응 가설도 있다. 하지만 유전자만으로는 현대의 비만 폭증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출생 전 환경, 즉 자궁 내 환경도 평생의 체중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 겨울 대기근을 겪은 임신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그 증거다. 나치의 봉쇄로 극심한 기아에 시달린 임신부들의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 비만과 대사 질환을 앓을 확률이 훨씬 높았다. 자궁 내 영양 결핍이 태아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후성유전적 변화를 일으켜, 태아의 대사 시스템을 열량을 최대한 저장하는 방향으로 영구적으로 프로그래밍했기 때문이다. 결국 비만은 개인의 탐욕 탓이 아니라 유전자, 뇌의 생리, 바이러스, 미생물, 그리고 태내 환경까지 얽힌 복잡한 생물학적 결과물이다.

도파민과 보상욕구 ~ 세상에서 비만을 종결시킬 힌트


화장실에서 구조된 제임스의 사례에서 보듯이, 식욕이 유전자나 해부학적 포만 조절 장치만으로 결정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물론 일부 요인은 제임스에게도 적용되었겠지만, 그보다는 정신건강상 음식과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하거나 슬플 때 먹는 것에서 위안을 찾는 심리적 요인이 더 강해 보인다. 우리는 누구나 배가 부르다고 중얼거리면서도 초콜릿이나 케이크 조각을 더 집어 먹어본 경험이 있다. 시상하부와 렙틴이 체중을 조절하려 애쓰지만, 우리는 단순히 에너지 보충이 아니라 쾌락과 보상을 위해 음식을 먹기도 한다. 진화적으로 볼 때 당과 지방이 풍부한 음식은 생존에 유리했기에 강력한 보상 효과를 일으켰고 학습의 촉매가 되었다. 하지만 과거의 진화적 이점이 오늘날에는 단점이 되어버렸다.

요즘 흔히 쓰는 도파민 히트라는 말처럼, 쾌락은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위한 보상이며 도파민은 이를 추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매개자다. 중간뇌에서 시작된 도파민 회로는 쾌락 중추인 측좌핵으로 이어져 보상적 자극 추구를 학습시킨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쾌락에 비례해 도파민이 분비되지만, 쾌락만이 도파민 분비의 전부는 아니다.

초콜릿을 처음 맛보는 아기가 등장하는 인기 영상을 보면 이 메커니즘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처음 초콜릿을 입에 넣었을 때 아기의 뇌 속 측좌핵에는 도파민이 차오르고 얼굴에는 순수한 기쁨의 미소가 번진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초콜릿에 노출되면 아기의 뇌는 초콜릿 포장지나 포장지를 까는 행동, 혹은 먹을 것이라는 예측만으로도 도파민을 분출하도록 학습한다. 시간이 지나면 보상 자체보다는 보상이 곧 이루어지리라는 예측만으로 도파민이 반응하는 것이다. 이는 도파민이 좋아하는 감정인 좋아함이 아니라 무언가를 갈구하는 원함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치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즐기지 않아도 강렬히 원하는 것과 같다.

비만인의 뇌는 도파민에 둔감해져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자극을 필요로 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비만인은 먹을 것을 예상할 때는 뇌가 활성화되지만, 막상 섭취할 때는 보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강박적인 섭식으로 이어진다. 이는 프래더-윌리 증후군을 앓았던 알렉스의 사례와 맞닿아 있다. 그녀의 뇌는 음식 보상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알렉스는 음식을 유달리 좋아한다기보다 무차별적으로 갈망했다. 그녀의 어머니 케이트는 딸과 음식의 관계를 마약 중독자 같다고 표현했다. 안타깝게도 알렉스는 위장 파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의 사례는 비만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비만은 유전자, 환경, 심리적 요인이 복합된 결과다. 비만 수술을 받아도 장기적으로 체중 유지가 어려운 이유다. 진실을 말하자면 탐식은 도덕적 실패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식욕은 유전자와 장, 그리고 음식의 보상을 매개하는 뇌 기능의 산물이다.



색욕 _ 감춰지지 않는 음탕한 속내


“아들이 군대에 다녀온 후 음란한 말을 쏟아내요. 섹스 이야기밖에 안 하죠. 병원에서 간호사들을 모두 창녀라고 하더라고요.” 1944년 8월, 전투 중 총알이 이마를 뚫고 들어가 뇌의 오른쪽 이마엽 깊숙이 박히는 부상을 입은 열아홉 살 영국군 사병의 부친이 한탄했다. 그는 수술 후 신체적으로는 회복되었으나 정신적으로는 딴판이 되었다. 비정상적으로 오래 자고 폭식했으며, 머릿속은 온통 섹스 생각뿐이었다.

1951년 옥스퍼드의 신경과 의사 휴 자비가 그를 진찰했을 때, 환자는 미국 군인들의 성적 취향과 삼류 소설 이야기에 집착하며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마구 쏟아냈다. “양키들은 짐승이에요. 모든 여자가 양키 아이를 배고 있어요. 내 주특기는 섹스예요. 난 섹스 책이 좋아요.” 그는 스스로도 짜증이 나지만 섹스 이야기를 멈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사실 부상 전의 그는 여자애가 생리 중이라고 밝히자 겁을 먹고 안절부절못했을 정도로 성적 경험이 일천하고 세상 물정을 몰랐던 사람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입으로는 지저분하게 말해도 행동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극장에서 외설적인 장면이 나오면 안절부절못하다 나와버릴 만큼 여전히 수줍음이 많았다. 자비는 사회 규범에 따라 억눌려 있던 성적인 생각이, 뇌 손상으로 제동 장치가 부서지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 분석했다. 자비의 논문에는 더 심각한 사례들도 등장한다. 포탄 파편이 머리뼈를 부수고 이마엽을 파괴하면서 오른쪽 눈알까지 제거해야 했던 스물네 살 군인의 아내는 남편이 밤새도록 성관계를 요구하고 자신을 창녀 취급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전쟁 전 성을 금기시하는 가정에서 자란 내성적인 사람이었으나, 이제는 아내 앞에서 대놓고 자위를 하고 열일곱 살짜리와 연애를 하겠다고 떠벌렸다. 지능은 멀쩡했으나 억눌린 욕구가 해방된 것이다.

불안해서 불안하다 ~ 파킨슨 병, 성욕과다증, 도파민


자비의 환자들뿐만 아니라 사이먼의 사례는 신경학적 손상이나 질환이 인간의 성적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준다. 사이먼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180센티미터가 훌쩍 넘는 키에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고르는 사려 깊은 목소리를 가진 서른네 살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그는 30대 초반이라는 이른 나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겪은 문제는 신체적인 떨림만이 아니었다. 진단 전부터 그는 건강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함께 강박적인 성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랜 연인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음에도, 사이먼은 온라인에서 포르노를 강박적으로 탐색하다가 마침내 퇴폐 마사지 업소와 성매매 여성을 찾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를 쾌락 때문이 아니라, 머릿속에 쌓이는 마그마 같은 강박적 충동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묘사했다. 술은 이러한 충동의 불쏘시개가 되었고, 그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사이먼은 자신의 행동이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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