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룡 지음
동아시아 / 2026년 1월 / 468쪽 / 22,000원
▣ 저자 김일룡
삼성전자 부사장. KAIST에서 물리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에서 20여 년간 주로 비메모리 반도체 공정 개발과 평가를 수행하며 반도체 연구 전반에 참여해 왔다. 저자는 컴퓨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우주를 바라보며, 그것의 연결 특성과 규모에 따라 물질, 생명, 마음, 사회로 나눈다. 그러고 나서 물질을 움직이는 물리 법칙에서 시작해 생명, 마음, 사회 각각을 기술하는 과학의 핵심 변수들과 유효 모형들을 다루며, 단순히 과학이 무엇을 설명할 수 있는지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예측할 수 있는지 탐구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 Short Summary
세상은 원자라는 미시 세계부터 거대한 인간 사회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물리학, 생물학, 컴퓨터 공학, 경제학을 넘나들며 우주와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원리를 탐구한다. 저자는 ‘원인, 전환, 예측’이라는 세 가지 도구를 통해 복잡한 현상 뒤에 숨겨진 질서를 명쾌하게 분석하며, 파편화된 지식을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통합한다.
먼저 물리학적 관점에서 세상을 기술하는 변수인 ‘오메가’와 미시와 거시를 잇는 ‘연결 원리’를 제시한다. 개별 입자의 운동은 동역학적으로 예측하기 어렵지만, 집단적이고 통계적인 관점에서는 명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통찰이다. 이러한 환원주의적 접근은 실리콘이라는 무생물에서 인공지능이 탄생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나아가 인간의 뇌와 지능 또한 원리적으로는 뉴런과 원자의 수준에서 해석 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준다.
기술과 생명의 진화 원리 또한 흥미롭게 다뤄진다. 저자는 무어의 법칙이 종말을 고한 이유를 기술적 한계가 아닌 경제적 논리에서 찾는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둔화되는 시대에는 오히려 기술의 다양성이 폭발하며, 이는 생태계에서 유전자가 빈 공간을 채우며 다양화되고 복잡해지는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디지털 컴퓨터와 인간 뇌의 에너지 효율을 비교하며, 패턴 인식에 있어 뇌가 컴퓨터보다 백만 배 이상 효율적인 이유를 구조적 차이에서 규명한다. 이는 향후 인공지능 발전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사회와 경제 시스템에 대한 분석은 더욱 현실적이고 날카롭다. 현대 사회의 네트워크는 이기적인 노드들이 생존 자원을 확보하고 생산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맺은 협력과 배신의 결과물이다. 과거의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고 직장 중심의 네트워크가 강화되는 현상 역시 감성적인 접근이 아닌 생존 효율성이라는 과학적 근거로 설명된다. 시장 원리에 따른 분권화와 해체 과정은 현대 경제가 나아갈 필연적인 거시적 방향이며, 이는 자연의 진화 원리와도 궤를 같이한다.
결국 이 책은 “근본 원리에서 시작해 계층을 오르다 보면 인간 사회를 결정하는 원리도 찾아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거대한 답안지다. 원리 없는 예측은 맹목적이지만, 올바른 진화 원리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통계적 방향성을 읽어낼 수 있다. 물리학의 법칙에서 시작해 인간의 본성과 자본주의 경제까지 하나의 선으로 잇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정교하고도 거시적인 안목을 제공한다. 복잡한 세상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원리를 찾는 이들에게 이 책은 지적인 해방감을 선사할 것이다.
▣ 차례
들어가며
0장 세 가지 생각 도구: 원인, 전환, 예측
원인과 결과 | 원인-결과 연쇄 | 피드백 | 네트워크 | 내적 원인과 외적 원인 | 통계적 원인 | 양질 전환 | 물리적 창발 | 정보의 창발 | 소멸과 대체 | 예측
1장 물질: 기본 블록과 그 연결 원리
뉴턴의 세계관 | 뉴턴 역학 | 오메가 | 결정론 | 물리계의 진화 | 볼츠만의 세계관 | 볼츠만 이전의 열역학 | 확률과 통계
2장 컴퓨터: 트랜지스터로 짜인 작은 우주
실리콘에서 트랜지스터로 | 트랜지스터에서 셀로 |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 셀에서 기능으로 | CPU | 소프트웨어 | 반도체 환원주의 | 하드웨어의 진화 | 기술 낙관론
3장 생명: 자기 조직화 네트워크
탄생 메커니즘 | 정보 | 세포 | 생명체의 정의 | 네트워크로서의 생명체 | 생명 출현의 필연성 | 비선형성 | 생명의 고리 | 슈퍼프로그램 | 수정란 분화의 미스터리 | 진화 | 다윈의 계몽 | 유전자 중심주의 | 근사 이론의 계층 | 자연선택 | 어려운 동역학 | 디지털 진화 | 유성생식 | 복잡성, 비가역성, 진보 | 슈퍼프로그램의 유전 | 결정론과 결정론적 진화 | 무능한 신 | 순수 확률 | 여러 수준의 결정론 | 인공적인 비결정론 | 자기 예측 | 결정론적 진화
4장 뇌: 자연 혹은 인공 신경망
뇌라는 하드웨어 | 뇌와 컴퓨터 | 추상화, 일반화, 그리고 지능 | 연결주의와 신경다윈주의 | 의식 | 첫 번째 가설: 자기 모니터링 | 두 번째 가설: 조율 장치 | 의식의 어려운 문제 | 인공지능과 중국어 방 | 인간 본성 | 계산되는 마음 | 선택되는 마음 | 본능주의 대 행동주의 | 진화심리학 | 마음의 모순 | 튜링 테스트 | 유전자 경계
5장 사회: 이기적 노드들의 생존 게임
게임 이론 |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 정보의 비대칭성 | 슈퍼슈퍼슈퍼프로그램 | 사회 진화 | 사회 네트워크의 오메가, 생산력 | 생산관계의 진화 | 경제 시스템 | 시장 선택의 원리 | 한계 이론 | 거시경제학 | 경제 시스템의 상부구조 | 과학기술 | 사회 현상의 경제학 | 환경의 경제화 | 최적화 과정 | 국소적 최적화와 전역적 최적화 | 부분 최적화와 전체 최적화 | 비선형 사회 네트워크 | 합리적 기대 가설 | 이기적 게임 | 초연결 사회의 비극
나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