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진 지음
흐름출판 / 2025년 8월 / 256쪽 / 18,000원
▣ 저자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 사회적 발언권이 약한 젠더폭력 피해자들, 아동·청소년과 함께하며 성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 사건을 다수 맡아왔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를 역임했고 현재는 아동청소년지원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tvN 〈알쓸범잡2〉, KBS 〈스모킹 건〉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공론화에 노력하고 있다.
▣ Short Summary
2023년 한 해에만 성폭력 44,238건, 아동학대 48,522건, 가정폭력 44,524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신고된’ 수치일 뿐이다. 목소리를 내지 못한 피해자들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의 규모는 훨씬 더 크고 복잡하다. 피해자의 고통, 2차 피해, 불완전한 판결, 제도의 무관심 같은 단어들이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아졌지만, 그 익숙함은 또 다른 질문을 불러온다.“혹시 내가 가해자는 아니었을까?”
어쩌면 우리도 누군가의 상처를 외면하거나 덧나게 했을지 모른다. 가해는 의도하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고, 피해는 입증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 경계 속에서 물어야 한다. 누구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 살아가야 하는가? 이 책은 단순히 그 물음에 답을 주기보다, 질문의 자리를 마련한다. 그리고 말한다. 정의란 법정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우리가 어디에 귀 기울이고 어떻게 응답할지를 선택하는 순간마다 다시 쓰여야 한다고.
이 책의 1부에서는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피해자들이 사회적 통념과 자기검열 속에서 어떻게 침묵을 깨는지를 다룬다. 교제폭력,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직장 내 괴롭힘 등 법률이 관심을 두지 않는 폭력이 어떻게 심화되고 수많은 피해자를 만드는지를 설명한다. 2부에서는 침묵을 깬 피해자들이 다시 한번 입증을 요구받고, 끊임없이 검증당하는 법의 구조 속에서 마주하는 또 다른 폭력을 다룬다. 최말자 사건으로 불리는 혀 절단 사건, 이윤택에 대한 미투, 김태현 살인 사건 등 한국 사회에서 큰 문제 제기가 된 사건들을 통해 가해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사회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3부에서는 법과 제도가 피해자의 곁에 머물지 않을 때를 기록한다. 국민참여재판의 맹점, 가해자 자살로 인한 공소권 없음, 가해자 고발 후 도리어 고소당해 피해자가 피의자가 되는 경우, 피해자가 아닌 판사를 향한 형식적인 사과 등 자신의 전부를 걸고 싸워야 하는 피해자의 현실을 짚는다. 마지막 4부에서는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들이 무엇을 지키고자 하고, 소진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윤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일을 계속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피해자가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게 돕고, 연대자에게는 듣는 법을, 우리 사회 전체에는 함께 회복할 수 있는 감각과 책임을 제안한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단지 피해자만의 것이 아니다. 존중받지 못한 기억을 지닌 모두를 위한 이야기이며, 그 기억에 이름 붙이고 다시 말할 수 있게 만드는 회복의 언어이자 변화의 언어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법은 언제나 우리 뒤에 있다. 사람이 움직일 때, 비로소 법도 움직인다. 이 책은 그 움직임의 첫걸음을 함께 내딛고자 한다.
▣ 차례
들어가며 | 피해자를 위한 변호사로 살아간다는 것
1부 침묵을 여는 법
피해자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
나는 인권 변호사가 아니다
그 폭력엔 이름이 없다
피해의 언어
아이의 세상이 언제나 따뜻하진 않다
가짜니까 괜찮아
거절을 생각하는 변호사
2부 존재를 증명하는 말들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변호사도 가끔은 피해자가 된다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고 나는 그 왕이 끔찍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재미’가 되었다
희생으로 만들어진 법
버텨낸 자들의 이야기
법이 놓친 시간, 정조에 관한 죄
3부 정의가 닿지 못한 자리에서
망치로 머리를 때려도 집행유예
국민참여재판은 피해자에게 유리할까?
왜 사과를 안 할까?
그는 사라졌고, 나는 남겨졌다
통쾌한 복수가 있을까?
4부 서로를 지키는 말들
소진, 하다
저는 피해자를 변론하는 변호사입니다
법률에는 마음이 있다
나가며 | 말이 닿는 자리까지, 사람을 지키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