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이스터 지음
부키 / 2025년 6월 / 463쪽 / 20,000원
▣ 저자 마이클 이스터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네바다대학교 라스베이거스(UNLV) 저널리즘 교수다. 퍼블릭커뮤니케이션연구소의 공동 설립자 겸 디렉터로, 그의 연구는 60개 이상의 국가에 게재되어 미국 항공우주국, 《포춘》 500대 기업 등 다양한 기관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등 유수의 매체에 소개되었다. 건강과 웰니스 분야 뉴스레터인 〈투 퍼센트(Two Percent)〉를 발행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베스트셀러 《편안함의 위기(The Comfort Crisis)》가 있다.
▣ 역자 김재경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포스트트루스》, 《2050 거주불능 지구》, 《하드코어 히스토리》, 《왜 살아야 하는가》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생각해 보자. 몸에 해로운 걸 알면서도 초가공식품을 계속 먹고, 심각한 위험성을 짐작하면서도 마약과 도박이라는 강한 자극에 심취하고, 시간 낭비인 걸 알면서도 하루 종일 SNS를 들락날락하며 ‘좋아요 수’를 체크하고, 사 놓고 안 입고 안 쓰는 옷과 물건이 쌓여 있는데도 불필요한 소비를 계속한다. 우리는 늘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점은 더 많이, 더 자주, 더 빠르게 끊임없이 채워도 허전함은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대체 왜 그런 걸까?
저자는 그 원인을 진화적 뿌리에서 찾는다. 인간의 뇌는 생존에 필수 요소였던 자원(식량, 정보, 힘, 소유물, 시간, 쾌락 등)이 희소했던 시대에 진화했다.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결핍의 뇌’로 자연스레 설계된 것이다. 여기에는 ‘기회의 발견’, ‘예측 불가능한 보상’, ‘즉각적 반복 가능성’의 3요소로 이루어진 결핍의 고리(scarcity loop)라는 강력한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과거 식량 탐색 행위는 도박과 비슷했다. 돌아다니면 찾긴 찾겠지만, 언제, 어디서, 얼마나 찾을지는 늘 불확실했다. 저 멀리 사냥감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기회의 발견). 이때 식량을 얻을 확률은 마구 변동한다. 막상 다가갔는데 허탕을 칠 수도 있고, 기대했던 것보다 더 실한 사냥감을 얻을 수도 있다(예측 불가능한 보상). 인간은 생존 확률과 삶의 질을 높일 기회가 예측 불가능한 보상과 함께 찾아올 때까지 이런 행동을 매일, 거의 하루 종일 반복했다(즉각적 반복 가능성). 이렇게 결핍의 고리에 빠지는 방향으로 행동을 강화해 온 것이다.
자원이 풍족해진 것을 넘어 과잉된 오늘날에도 결핍을 채우려는 우리 뇌의 메커니즘은 여전히 그대로다. 오래전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만든 행동 양식이 이제는 삶을 망가뜨리는 나쁜 습관을 형성하는 비밀 트리거가 된 셈이다.
모든 것이 지나치게 풍요로운 지금, 자원을 얻는 일은 너무 쉬워져 버렸다. 더 이상 예전처럼 바깥에 나가 식량을 탐색하기 위해 시간을 많이 쓸 필요가 없다. 욕망하는 대상을 손에 넣으면 곧바로 다음 대상을 욕망한다. 물론 이러한 행위는 그저 욕심 많은 한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인간의 뇌가 무엇에 약한지 너무나 잘 아는 기업들은 이 결핍의 고리를 마치 성공 공식처럼 활용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한다. 저자는 슬롯머신 디자이너, 게임 및 자동 재생 기능 개발자, 건강 추적기 제작자 등 실제 이 설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물론 이메일, 뉴스 피드 알고리즘까지 탐사한다. 그만큼 결핍의 고리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다행히도, 우리를 단단히 옭아매고 있는 강력한 결핍의 고리를 벗어나는 방법은 존재한다. 저자가 2년간 6,400킬로미터를 탐험하며 만난 사람들이 그 증인이다. 과달루페의 성모 수도원의 20대 수도사들은 더 많이, 더 자주, 더 빠르게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자극 찾기에 몰두하는 요즘 청년들과 달리, 일찍 일어나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고, 일을 하는 지극히 단조로운 루틴을 따라 생활한다. 그리고 그 무엇도 소유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채우는데도 허전한 우리와 달리 소식하고, 침묵하고, 절제하고, 노동하며 자유를 얻는다. 그들은 의미 없는 숫자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몸을 움직여서 들인 시간과 노력 속에서 가치를 찾는다.
수도원의 20대 수도사들처럼, 생각을 자극하고 의미를 되새기고 삶을 살 만한 가치가 있게 만들어 주는 경험은 우리를 변화시킨다. 명상, 자연 속 운동, 느린 독서, 공동체 활동, 뜻깊은 인간관계…. 이 모든 것은 결핍의 고리에 익숙한 우리에겐 낯설고 불편하지만, 깊은 만족을 준다. 도파민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평온은 있다. 꼭 정답이 아니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행복이 될 수 있다.
▣ 차례
해제_ 풍요 속에서 결핍을 느끼는 뇌, 그 원초적 착각에 대하여 ? 정재승
프롤로그_ 여전히 부족하다는 착각
1장 중독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2장 결핍의 고리에 빠지는 원리
3장 결핍의 고리는 어디에나 있다
4장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
5장 해방감: 어제의 위안이 오늘의 지옥이 될 때
6장 확실성: 숫자가 가린 것들
7장 영향력: 지위와 인정이라는 마약
8장 음식: 풍요로운 식사의 함정
9장 소유물: 더 많이 갖고도 더 불행한 이유
10장 정보: 방랑벽 유전자를 지닌 정보 탐식가의 명과 암
11장 행복: 결괏값이 아닌 평균값
에필로그_ 모든 것은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