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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결핍

마이클 이스터 지음 | 부키


가짜 결핍

마이클 이스터 지음

부키 / 2025년 6월 / 463쪽 / 20,000원





중독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중독을 최적화하다:
1970년대에 카지노 경영자들은 슬롯머신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저 구석에 처박아뒀다. 그 시절에는 카드와 주사위 게임 같은 ‘테이블 게임’이 슬롯머신에 비해 10배나 더 많은 수익을 창출했다. 고객들도 플레이 횟수 중 절반 가까이 돈을 따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에 ‘테이블 게임’을 선호했다.

반면 지루한 슬롯머신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복잡한 아날로그 방식의 기계라 번거롭기만 할 뿐 밋밋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침묵 속에 홀로 앉아 손잡이를 당기고는 철제 릴이 스르르 도는 걸 지켜보는 게 다였다. 그러다 덜컹, 덜컹, 덜컹 소리를 내며 릴이 멈추면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았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고객은 오직 베팅한 문양이 정중앙에 일렬로 정렬되어야만 돈을 딸 수 있었다. 당연히 당첨 확률은 희박했다. 슬롯머신을 당겨서 돈을 딸 확률은 단 3퍼센트였다. 사실상 아무 성과가 없는 짓이니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금방 그만둘 것이다. 어차피 자리를 잡고 앉아야 할 만큼 오래 플레이하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슬롯머신 앞에는 의자마저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 1980년경에 시 레드가 등장했다. 1911년생인 레드는 미시시피의 가난한 소작농 집 아들이었다. 어린 시절 겪은 대공황은 그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끈기와 열정을 심어 준 것이다. 고작 18세에 레드는 미국 남부와 북동부에 핀볼과 주크박스 제국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제국이 어찌나 번창했던지 1950년대 말에는 마피아가 레드에게 사업을 팔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할 정도였다.

그래서 레드는 라스베이거스로 떠나 재능을 펼치기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에 레드는 게임 회사 아타리에서 새롭게 출시한 비디오 게임이 어린아이들의 주의를 몇 시간이고 붙잡아 두는 걸 발견했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비디오 게임에서 승리를 거둬도 실질적으로 얻는 보상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도박은 아무리 소소한 보상이라도 따야 재미있게 느껴지는 법이다.

레드는 혹시 슬롯머신도 디지털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플레이어가 슬롯머신을 당기면 컴퓨터가 작동해 릴이 화면상에서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디지털 화면의 등장으로 베팅에도, 당첨 확률에도 가능성의 문이 활짝 열렸다. 레드는 플레이어가 게임당 한 줄 이상의 문양에 베팅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심지어 한 게임에 100줄의 문양에 베팅할 수 있는 슬롯머신도 있었다. 가로세로 각각 다섯 칸인 격자를 가로지르는 갖가지 종류의 당첨줄을 상상해 보자. 직선형 줄, 대각선형 줄, V자형 줄, M자형 줄 등등 어떤 식으로 잇든 당첨이다.

게임마다 10줄, 20줄, 40줄, 심지어 100줄까지 고를 수 있는데 줄마다 1센트나 5센트씩 베팅할 수도 있으니 한두 줄에서라도 무언가를 딸 가능성이 높아졌다. 슬롯머신을 당겨 돈을 딸 확률은 45퍼센트까지 치솟았다. 물론 크게 딸 수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는 처음 베팅한 돈보다 적은 금액을 따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1달러를 베팅하고 50센트를 따더라도 ‘따기는 딴 것’이었다.

여기에 ‘당첨’ 프레임을 씌우는 게 완전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레드는 인간 행동의 본질을 제대로 간파했다. 우리의 뇌는 투자한 1달러는 고려하지 않기에 그저 50센트를 얻었다고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카지노 업계에서는 이처럼 베팅 금액보다 적게 따는 걸 두고 ‘승리의 탈을 쓴 패배’라 부른다.

최근에도 노르웨이의 한 연구진은 인간의 뇌가 승리의 탈을 쓴 패배를 작은 패배가 아니라 작은 승리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경향성은 우리가 더 오래 게임을 하게 만들고 더 많은 돈을 쓰게 만든다. 게임 내내 기대감, 긴장감, 흥분감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뇌의 특이한 성질에 레드는 간단한 수법까지 가미했다. 디지털화가 이루어진 덕분에 슬롯머신에는 크고 경쾌한 소리, 환하게 번쩍이는 조명, 재미있는 화면 그래픽이 더해졌다. 바로 그 소리와 조명, 그래픽은 진짜 ‘당첨’이 됐을 때는 물론 ‘당첨의 탈을 쓴 낙첨’이 됐을 때도 쏟아져 나왔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조건화(conditioning)’ 현상으로 이어졌다.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는 것처럼 도박꾼 역시 슬롯머신이 보여 주는 화려한 연출을 진짜 당첨뿐만 아니라 당첨의 탈을 쓴 낙첨과도 연관 지은 것이다.

슬롯머신은 멍하게 딸깍거리다 보면 어느새 끝나 있는 지루한 게임에서 이제 서서히 오래도록 애를 태우는 아주 재미있는 게임으로 변모했다. 사람들은 다시, 또다시 슬롯머신 앞으로 돌아갔다. 가끔은 밑돈보다 많은 돈을 벌어서 떠날 때도 있었다.

요컨대 레드는 당첨이 더 자주 일어나게 만들고 화려한 소리, 조명, 그래픽을 더함으로써 기존 슬롯머신의 지루함을 해결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사람들이 레드의 슬롯머신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레드는 대중을 매혹시켜야 했다. 여느 문제가 그렇듯 돈만 한 해결책이 없다. 기존 슬롯머신에서 잭팟에 걸리는 배당금은 보통 500달러나 1,000달러 정도로 짭짤한 편이었다. 그러나 그 정도는 블랙잭이나 룰렛 몇 게임을 이기면 쉽게 딸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슬롯머신에서는 잭팟이 터질 확률을 레드 마음대로, 예컨대 25만분의 1로도 설정할 수 있었다. 그만큼 더 큰 상금을 제공할 수도 있었다. 심지어 레드는 네바다 전역의 슬롯머신을 연계해 자금 풀을 늘림으로써 당첨금이 수백에서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잭팟까지 제공했다. 그는 이를 ‘광역 누진제 잭팟’이라 불렀다. 말하자면 슬롯머신계의 파워볼 복권이었다.

고작 1달러나 2달러를 베팅해서 인생을 바꿀 잭팟을 터뜨릴 수 있게 되니 수많은 사람이 슬롯머신으로 모여들었다. 게다가 일단 손잡이를 당기면 재미있어서 슬롯머신 앞을 떠나지 못했다. 고객들은 금방 돈을 딸 것을 확신했다. 물론 얼마나 빨리 당첨될지, 얼마가 당첨될지는 몰랐다. 1달러 베팅이 40센트로 돌아올까? 혹시 4,000만 달러로 돌아오지는 않을까?

레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슬롯머신 특유의 번잡한 손잡이가 도박을 노동처럼 느껴지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하에 손잡이 대신 ‘돌리기’ 버튼을 추가했다. 돌리기 버튼 덕분에 고객은 다음 게임을 더 빨리 플레이할 수 있었다. 실제로 시간당 평균 플레이 횟수가 300에서 900으로 늘어났다.

레드의 슬롯머신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카지노 경영자들은 슬롯머신 수를 다섯 배로 늘렸다. 슬롯머신을 전면 중앙에 배치하기 위해 카지노 구조를 재설계하기도 했다. 고객들이 슬롯머신을 몇 시간이고 플레이하게 되자 의자도 수천 개나 주문해야 했다. 모두가 떼돈을 벌었다. 물론 여러분과 나, 슬롯머신을 플레이한 사람은 빼고.

레드가 일으킨 슬롯머신 혁명은 세기에 한 번 있을 법한 파격적인 변화였다. 레드는 인간 정신의 독특한 지점을 본능적으로 파고들었다. 도박과 과식, 과음, 과소비는 물론 드라마 정주행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짧은 시간 내에 연달아 하는 행동들은 결핍의 고리로부터 동력을 얻는다. 이 결핍의 고리는 크게 다음과 같은 세 요소로 이루어진다.<기회의 발견> - <예측 불가능한 보상> - <즉각적 반복 가능성>



이와 같은 연쇄 작용은 궁극적으로 결핍 마인드셋을 촉발한다. 레드가 도박꾼들에게서 끌어낸 것은 거의 강박 수준의 반복적 소비 패턴이었다. 어떤 행동이든 즉각적으로 반복할 기회와 욕구가 늘어날수록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도 늘어난다. 레드가 결핍 마인드셋의 작동 원리와 촉발 요인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덕분에 슬롯머신 수익은 열 배 증가했다.

신세대 행동 공학자인 대니얼 살은 현재 연구실에서 레드가 이룬 성과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중이다. 그들은 지난 100년 동안 쌓인 심리학 연구와 카지노 데이터를 활용해 결핍의 고리를 최적화함으로써 게임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물론 살이 연구실에서 하는 모든 노력은 결국 카지노가 가져가는 수익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함이다.

결핍의 고리의 3요소:
살은 연구실이 거둔 성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카지노에 있는 게임은 대개 고객이 베팅한 금액 1달러당 86~98센트를 돌려줍니다.” 카지노 입장에서는 마진이 약 7퍼센트 남는다는 뜻이다. 비교적 낮은 금액이다. 결국 수익은 규모에 달려 있다.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게임을 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결핍의 고리가 등장한다. 살은 슬롯머신이 왜 그토록 매혹적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로 와 보세요. 직접 보여 드릴게요”라고 하더니, 어느 슬롯머신 앞으로 나를 안내했다. 고대 이집트를 테마로 한 게임이었다. 화면에는 이집트 상형문자를 닮은 멋들어진 문양들이 나왔다. 살이 슬롯머신의 돌리기 버튼을 누르자 슬롯머신 화면 속 릴이 돌면서 사운드 효과와 금빛 광채가 쏟아져나왔다. 살은 슬롯머신이 결핍의 고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 강의를 시작했다.

① 기회의 발견: 결핍의 고리를 구성하는 첫 번째 요소는 기회의 발견이다. 삶을 개선할 만한, 가치 있는 무언가를 얻을 기회 말이다. 하지만 기회에는 위험이 동반되는 법이다. 돈, 물건, 식량, 지위 등 귀중한 무언가를 얻을 수도 있지만 얻기는커녕 잃을 수도 있다.

② 예측 불가능한 보상: 결핍의 고리를 구성하는 두 번째 요소는 보상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일상적인 행동은 대개 그 보상이 예측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가려운 곳을 긁으면 가려움이 해소된다. 시원함이라는 보상이 예측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보상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예측 불가능한 보상은 다르다. 보상을 받을 것은 분명하지만 언제 받을지가 불확실하면 우리는 행동에 크게 몰입한다. 그 행동이 과연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내내 짜릿하면서도 초조한 불안감을 느낀다. 인간의 뇌는 예측 불가능한 것에 초점을 맞추는 데 익숙하다.

살은 슬롯머신의 돌리기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도박의 핵심은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죠. 다만 언젠가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알더라도 정확히 언제, 얼마만큼의 보상을 받을 것인지는 모르죠.” 살이 다시 한번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롤이 빙그르르 돌다가 서서히 멈출 때쯤 내게 물었다. “이번 라운드에 저희는 실망하게 될까요? 기뻐하게 될까요? 기쁘면 적당히 기쁠까요? 진짜 엄청나게 기쁠까요? 바로 이게 흥미를 유발하는 거예요. 꽝일 수도 있지만, 하루아침에 인생을 바꿀 수도 있거든요.”

살은 예측 불가능한 보상을 한층 더 기대하게 만드는 방법이 또 있다고 했다. 그건 당첨이 될 것 같을 때 당첨 결과가 나타나는 방식을 얼마나 능숙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살이 슬롯머신의 돌리기 버튼을 눌렀다. 다섯 개의 릴이 뱅그르르 돌아갔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릴이 멈췄는데 당첨 각이 보였다. “이제 나머지 릴 두 개만 알맞은 문양에 멈추면 크게 따겠죠. 그런데 저 같은 게임 개발자는 그 두 개의 릴이 평소처럼 빨리 멈추지 않게 합니다. 당첨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그 짜릿한 경험을 연장해야죠.”남은 두 개의 릴은 평소보다 훨씬 더 오래 돌았다. 네 번째 릴이 돌아가는 내내 그 주변으로 흰빛이 반짝이면서 동시에 고대 이집트라는 테마에 어울리는 환상적이고도 신비로운 노래가 흘러나왔다.

네 번째 릴이 멈췄다. 당첨 가능성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음악이 계속되는 와중에 다섯 번째 릴이 빛을 넘겨받아 돌고 또 돌았다. 결국 마지막 릴도 멈추자 놀랍게도 내 입에서 “에이!” 소리가 튀어나왔다. 마지막 문양 때문에 대박을 놓치고 말았다.

나의 실망에 살이 웃으며 말했다. “아쉽게도, 낙첨이네요. 거의 딴 건데 결국 못 땄죠. 카지노에서는 방금 같은 상황을 ‘유사 성공(near miss)’이라 부릅니다. 바로 이 유사 성공이 핵심이에요. 유사 성공은 재미, 흥분, 자극을 제공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게임을 즉각 반복하게 만듭니다. 카지노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면서도 돈을 한 푼도 쓸 일이 없죠.”

③ 즉각적 반복 가능성: 결핍의 고리를 구성하는 세 번째 요소는 즉각적 반복 가능성이다. 일상적인 행동은 대부분 시작과 끝이 명확하며 즉시 반복할 일도 거의 없다. 가려운 곳이 있어서 그곳을 긁으면 가려움은 사라진다. 반면 결핍의 고리는 즉각적인 반복이 가능하다. 기회를 발견하고 보상을 확인한 다음 다시 그 과정을 원하는 만큼 반복할 수 있다. “물론 주택을 매입하는 등 기회와 예측 불가능한 보상을 수반하는 결정이 일상에도 존재하죠. 하지만 이 주택 구입이 이득이 될지 손해가 될지 결과를 확인하려면 10년이나 20년이 걸릴 수도 있지요.”하지만 도박은 다르다. 슬롯머신은 성과를 확인하는 데 단 몇 초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끝나자마자 즉시 게임을 반복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행동을 반복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반복이 이루어질 가능성 자체도 높아진다고 한다. 결국 속도가 핵심이다. 게임 반복 주기를 단축하면 된다는 레드의 직감은 대성공을 거뒀다.

이 세 가지면 된다. ① 기회가 주어지고 ② 예측 불가능한 보상이 걸려 있으며 ③ 즉각적으로 반복할 수 있기만 하다면 인간의 행동은 결핍의 고리에 빠진다.

어느 카지노 게임들 중에서 슬롯머신이 1등을 차지한 이유는 결핍의 고리가 더 빠르게, 더 자주, 더 강력하게 돌아가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블랙잭은 평균적으로 한 시간에 60~105회 패를 돌릴 수 있다. 반면 슬롯머신은 평균적으로 한 시간에 600~1,000회 플레이할 수 있다. 슬롯머신 한 라운드에 40줄을 베팅한다고 가정하면 베팅 자체는 총 24,000~40,000회에 달하므로 보상의 범위 역시 예측할 수 없는 규모로 커진다.

“흥미롭네요. 그런데 결국 돈을 따지 못하게 될 걸 알 텐데 대체 왜 슬롯머신을 하는 걸까요?”내 물음에 살이 답했다. “고객도 늘 카지노가 이득을 본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애초에 질문이 잘못됐어요. 당신은 사람들이 돈을 따려고 플레이한다고 가정하고 있잖아요. 도박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건 위험과 스릴입니다. 그게 재미있잖아요.”

실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재정 상황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큰돈으로 도박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도박은 취미일 뿐이다. 도박꾼도 우리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돈을 돌려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왜 콘서트 표에 50달러나 쓰는 거죠? 돈을 돌려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왜 골프 한 라운드를 치는 데 100달러나 쓰는 건가요?”

슬롯머신을 하면서 돈을 잃었더라도 재미를 느꼈다면 어떤 면에서는 이긴 셈이다. 혹시라도 밑돈보다 더 많은 돈을 들고 카지노를 떠날 수 있다면 금상첨화고.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 결핍의 고리에 빠지는 건 재미있을 수 있다. 기회의 발견, 예측 불가능한 보상, 즉각적 반복 가능성이 조합되면 궁극의 게임이 탄생할 수 있다. 다만 단순한 재미 이상으로 빠져들어 지나치게 자주 플레이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오늘날 전체 인구의 약 1~2퍼센트가 강박적인 도박꾼으로 분류된다.

연구소를 떠나기 전 살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도박을 하다 보면 재미있다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어째서 도박은 애초부터 우리를 끌어당기는 걸까요? 어떤 근원적인 이유가 있는 걸까요?”



결핍의 고리에 빠지는 원리


토마스 젠탈은 1960년대에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인간이 결핍의 고리에 그토록 이끌리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나는 젠탈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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