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저자: 천수이
출판사: 부키
등록일: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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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 지음

부키 / 2025년 1월 / 292쪽 / 18,000원




▣ 저자 천수이


변호사, 법학전문박사(민사법), 사회복지사(2급). 달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더불어 함께’라는 가훈 아래 사회운동에 헌신한 부모님과 달리, 가난이 누구보다 싫어서 돈 잘 버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 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넬 때 마음이 편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대학 시절에 500시간 가까이 멘토링 봉사활동을 하고, 변호사가 되어서는 취약 계층을 위한 무료 법률 상담 자리를 택했다. 지금은 그 자리를 떠났지만, 틈틈이 마을 변호사로 활동하고, 장애인 시설에 대한 인권 자문, 학교 밖 청소년·한부모 가정·스토킹 범죄 피해자 등을 위한 법률 지원을 하며 지내고 있다.


Short Summary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닥치는 불행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구하려고 법이 있다지만, 안타깝게도 그 법조차 내 편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때 법보다 사람 편에 서서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친구 같은 변호사가 곁에 있다면 어떨까. 당장 명쾌한 법적 해결책을 주지 못한다 해도, 내 억울한 처지와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한 심정을 헤아려 주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지금은 신림동이라고 불리는 난곡 달동네에서 나고 자란 저자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달동네 판자촌에서 사회운동에 헌신한 부모님과 달리, 그는 누구보다 가난이 싫어서 돈 잘 버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또다시 어려운 사람들 곁에 머물며 그들을 돕는 자리에 가게 됐다. 구청 복도 화장실 앞 한 평짜리 무료 법률 상담소가 그곳이다.



언뜻 흔하고 별것 아닌 일처럼 보이는 사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드라마 같지 않은 인생이 없다. 법적으로는 판단이 분명하나, 인간적으로는 잘잘못을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상황도 많다. 배가 고파서 마트에서 즉석밥과 라면을 훔친 현대판 장발장 같은 어르신, 살아서 평생 가족들에게 짐만 된 아버지의 장례 치르기를 거부하는 자식을 뭐라고 나무랄 수 있을까. 법은 옳고 그름과 유무죄를 냉정하게 가르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그렇게 무 자르듯 나뉘지 않는다. 알고 보면 저마다 안타깝고 어찌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 그러니 내가 그 삶을 살아보지 않고는 어떤 것도, 그 누구의 삶도 쉽게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법이 아무리 잘나고 똑똑해도 세상만사를 해결해 줄 수는 없기에 법 또한 완벽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2006년 대전고등법원의 한 판결문에서는 법을 기성복에 비유했다. 아무리 다양한 치수의 옷을 만들어 두어도 모든 사람이 그 옷에 맞을 리 없는 것처럼, 법의 이성에도 빈틈이 있다면 그 틈을 메우는 것은 사람의 사랑이라고 저자는 믿는다.



사랑이라고 해서 그리 거창하고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다. 우리 인생에 시린 겨울이 닥칠 때, 저자가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듯 서로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는 것, 힘들어 보이는 누군가에게 먼저 손 내밀어 주기도 하고, 누군가가 내민 손을 붙잡기도 하며 그 계절을 무사히 헤쳐 나가는 것이다. 저자의 믿음처럼, 이 책에는 고단하고 팍팍한 사연들 사이로 곳곳에 따스한 온기가 가득하다. 의뢰인들이 수임료 대신 놓고 간, 갓 쪄낸 고구마와 손수 튀긴 오징어 튀김처럼 말이다.



난생처음 듣는 별의별 사연들 앞에서 의뢰인보다 더 황망해하던 초짜 변호사를 누구의 어떤 이야기에도 맞장구치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운 건 오히려 의뢰인들이었다. 학교나 책에서는 결코 배우지 못할 인생 경험을 한 보따리씩 풀어놓고 가는 이들 덕분에, 다른 변호사들이 의뢰인에게 답을 줄 때, 저자는 의뢰인에게서 자기 인생의 답을 배웠다. 그렇게 차가운 법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빈틈을 사람의 온기로 채워 간 초짜 변호사의 682일의 기록이 이 책에 담겨 있다.


▣ 차례


프롤로그: 법의 빈틈을 채우는 사람의 온기



1장 준비―달동네 K-장녀, 로스쿨에 가다


태어나 보니 다 정해져 있더라 / 이름이 바뀌면 인생도 바뀔까

돼지에서 영웅이 되는 반전 드라마 / 결핍이 독이 아닌 득이 되도록 / 녹슨 칼의 쓸모



2장 시작―변호사인 듯 변호사 아닌 변호사 같은


긴가민가할 때는 대부분 기다 / 진실과 사실은 다릅니다 / 속는 것도 나, 속이는 것도 나

사실 우리는 모두 괜찮지 않다 / 변호사를 고소하고 싶어요 / 목도리도마뱀의 가을



3장 가족―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


압구정 이 씨도 가능한 세상인데 / 끔찍하게 소중한 내 아이가 끔찍한 사람이 되지 않길

내 딸이 아닌 사람이 호적에 있어요 / 나도 엄마가 되고 싶다고요

브라보, 아빠의 인생 / 이제 고작 100일 주제에 탕수육을



4장 관계―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


매일 아침 10시에 동료가 온다 / 명예에 살고 명예에 죽는다

하늘 아래 태양은 둘이 될 수 있어요 / 친애하는 이웃육촌들에게

대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낭만 / 인정사정 볼 것 있다



5장 삶―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어야 하는 것들


다음이 궁금해서 눈을 감지 못합니다 / 조금 구겨져도 괜찮아요

가혹한 삶의 끝에 헛된 희망이라도 / 망할 병에 걸렸습니다

차가운 머리도 그들 편에 함께 서 있기에



6장 끝―처음과 같이 이제 와 항상 영원히


세상에 의미 없는 일은 없다 / 가장 슬픈 공지를 합니다

누구보다 더 힘차게 살아남을 사람이 되어 /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마지막 순간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에필로그: 잘 듣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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