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석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23년 4월 / 348쪽 / 19,000원
▣ 저자 고재석
1986년생. 현재 《동아일보》 신동아팀 기자로 일한다. 주로 정치에 관해 묻고 듣고 쓴다. 월급을 받으며 글 쓰고 사람 사귀는 직업을 갖게 되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고향의 바다 내음을 좋아한다. 경희대학교 사학과ㆍ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미디어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 Short Summary
1980년대생은 뉴밀레니엄의 팡파르 속에 성인이 된 세대였다. 누군가는 글로벌(global)이라는 조어를 붙여 G세대로 불렀고, 누군가는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룬다며 N(net)세대라고 칭했다. G세대나 N세대가 약속하는 바는 찬란하고 화려했다. 하지만 이후의 일은 세상의 예감과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나는, 아니 우리는 발랄보다는 꾸역꾸역 같은 단어가 어울리는 청춘을 보냈다. 화려하기보다는 비루했다. 우리는 산업화 이후의 풍요 속에서 태어났다. 그런 이유로 큰 꿈을 펼치라는 말을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듣고 자란 세대였다. 막상 성인이 되자 저성장에 적응하라는 훈계를 들어야 했다. 20대 때는 고시원 인생, 30대 때는 월세 인생이라고 자조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이 된 세대였고, 고금리의 파고 속에 휩쓸려버린, 이중의 강제성 앞에 놓인 세대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 담론의 영향을 받은 마지막 세대였다. 1980년대생이 추앙한 논객들은 분단이나 민족 등 거대 서사 대신 구체적인 소재에 천착했다. 강준만은 미디어에 대해 논했고, 진중권은 미학에 대해 강의했으며, 유시민이나 박노자는 역사를 경유했다. 홍세화나 김규항은 특유의 문체로 젊은 독자들을 유혹했다. 말하자면 ‘교양으로서 진보 담론’이 퍼지는 중이었다. 읽지 않은 사람도 제목은 들어보았다고 말하는 그런 시절이었다. 또 한쪽에서는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세기말에 등장한 비운동권은 새천년에 이르러 더 큰 영향력을 과시했다. 비운동권은 복지 확대, 취업 박람회 개최 등의 공약을 내걸고 해마다 표심을 자극했다. 낙인찍는 데 능한 사람들은 ‘운동권=진보, 비운동권=보수’라는 손쉬운 이분법을 갖다 댔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나는 그 시절 비운동권의 돌풍이 운동권으로 상징되는 거대 서사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1980년대생은 여러 겹의 얼굴을 가진 세대가 되었다. 민생과 기회의 문제에 예민하되, 진보 담론에는 거부감이 적고, 거대 서사에는 반감을 가진 세대 말이다. 나는 그 독특한 정체성이 오늘의 정치 성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한다. 1980년대생은 2022년 대선 때 윤석열에게 힘을 실어준 세대다. 그러고는 채 2개월이 안 돼 가장 강력한 비판자로 돌아선 세대이기도 하다. 1986년생인 나는 이 책을 통해 다른 세대의 눈에는 기묘하게 보일 이 현상을 설명할 나름의 렌즈를 소개하고자 한다.
소설가 한강은 “애초에 우리는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구분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한 개인의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실은 정치적인 이야기와 만날 것이었다. 이 책을 쓰면서 한강의 말을 주문처럼 읊조렸다. 나는 개인의 삶을 통해 시대의 단면이 드러나는 텍스트를 쓰려고 애썼다. 나아가 같은 세대에 속한 다른 개인의 삶도 담고자 했다. 익명 뒤에 숨은 막연한 구호나 추정보다는, 실명을 내놓고 말하는 경험담을 듣고 싶었다. 사람이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를 수집했다. 그동안 살아오며 만난 수많은 1980년대생에게서 이 책의 영감을 얻었다. 이름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그들에게 깊은 빚을 졌다.
아이는 어른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고 들었다. 언젠가 아들 준경이가 커서 이 책에 실린 내 뒷모습을 통해 한 움큼이나마 성장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아들이 살아갈 세상은 비루하지 않아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곳이기를 온몸으로 기원한다.
▣ 차례
추천사
프롤로그 : 80년대생의 축복과 고통
제1장 결혼과 부동산 시장의 패자
서른의 운명 / 나의 영끌 분투기
나는 SOLO / 갭 투자 세대 vs 임차인 세대
제2장 어쩌다 1980년대에 태어나
월세 인생, 고금리 인생 / 문화적 선진국의 첫 시민
우리의 월드, 월드컵과 싸이월드 /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슬램덩크가 있다
제3장 사다리를 잃은 세대
88만원 세대의 추억 / 입사의 이유
스펙에 질식당하다 / 87년생 대기업 과장의 이야기
제4장 진보 담론 우위의 시대
그 시절 우리가 뽑은 비운동권 / 진보 논객의 전성기
노무현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가?
제5장 1980년대생의 변심이 말해주는 것
세대 동맹의 균열 / 어떤 섭외 / 조희연의 제자, 윤석열의 지지자
제6장 가장 논쟁적인 능력주의
20대 남성을 사로잡은 어떤 30대 / 가장 정치적인 능력주의
이해찬과 손주은 사이의 혼란
제7장 너무 차갑지도, 지나치게 뜨겁지도 않은
정의롭되 정의롭지 않았다 / 우리 세대의 위선 / 꿈의 독재를 넘어
에필로그 : 사다리 올라타기
해제 /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