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희 지음
MID / 2017년 7월 / 356쪽 / 15,000원
▣ 저자 이주희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에 EBS PD로 입사했다. 인간의 삶으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역사전문 PD로서 다양한 역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제작한 작품으로 <역사극장>, <정치교실> 등이 있으며, 어린이 역사 드라마 <점프>로 ‘서울 드라마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2008년부터 EBS 다큐프라임 <절망을 이기는 철학 - 제자백가>, <무원록 - 조선의 법과 정의>, <킹메이커 - 대통령 선거전의 비밀>, <강대국의 비밀> 등을 제작했으며, 집필한 책으로 <강대국의 비밀>을 도서화한 『강자의 조건』이 있다.
▣ Short Summary
공자를 포함해 맹자, 묵자, 장자, 한비자 등이 살았던 춘추전국시대를 흔히 난세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어지럽고 혼란한 세상이었다. 그렇다면 춘추전국시대는 과연 어느 정도나 난세였을까? 난세라는 단어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은 우선 전쟁이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합친 약 550년 동안 춘추시대에 1,211회, 전국시대에 468회의 전쟁이 있었다. 특히, 지리적 요충지에 위치해 있었던 정(鄭)나라의 경우 춘추시대 200여 년 동안 총 72차례의 전쟁이 있었다. 3년에 한 번씩은 전쟁을 치른 셈이다. 그런데 전쟁이 잦다는 것은 단지 전쟁터에 끌려가 죽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정도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말 그대로 각박해진다.
전쟁은 반드시 약탈을 동반한다. 전근대 사회의 전쟁에서 약탈은 승자의 당연한 권리로 여겨졌다. 인간이 법으로나마 전쟁 행위에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금지한 지는 불과 70년도 되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국제협약으로 강제해도 민간인의 인권 따위는 무시당하기 일쑤다. 그러니 그 이전에는 최소한의 고려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아니, 전쟁의 목적이 약탈 그 자체인 경우가 오히려 일반적이었다. 약탈의 대상인 약자들의 삶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전투와 약탈이 전쟁이 만들어 내는 비극의 전부는 아니다. 사실 전쟁은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천재지변이 아니다. 반드시 전쟁을 일으키는 자가 있기 때문에 발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쟁이 많았다는 것은 이런 자가 많았다는 말과 같은 의미다. 그런데 이들은 왜 전쟁을 벌이는 것일까? 보다 정확히 말해서 이 시대에는 왜 전쟁을 일으키는 자가 그렇게 많았던 것일까?
인간이 존재하는 한 갈등은 언제든지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해관계로 인한 것이든 복수심이나 분노에 의한 것이든 갈등은 폭력적인 방식으로 해결되기도 한다. 전쟁이란 결국 가장 폭력적인 형태 로 갈등을 푸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비교적 안정되어 있을 때는 폭력으로 번지기 전에 적절한 타협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평화적인 장치가 기능을 발휘한다. 주(周)나라의 패권이 아직 살아 있던 서주(西周)시대에는 이른바 예법 질서를 통해 갈등을 조절했다. 그런데 주나라의 힘이 약화되어 패권이 형태만 남게 되자 이런 평화적인 방법은 무시되기 시작했다. 이제 오로지 노골적인 힘만이 가장 확실한 문제 해결책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기존의 가치 체계와 사회 시스템이 붕괴하고 힘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상이 되었기에 노골적인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전쟁이 빈번해진 것이다. 이 노골적인 폭력에 대한 숭상, 완력에 대한 집착이야말로 백성의 삶을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원흉이었다. 국가가 일종의 조폭 집단으로 전락한 셈인데 그러다 보니 권력의 행사 행태도 이들을 닮아갔다. 폭력이 일상이 되는 것도 조폭이 대개 그러하듯 자신에게 힘이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기 위해 가끔 휘둘러대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전쟁이 빈번해진 이유도 조폭이 영역 다툼을 벌이는 까닭과 완전히 똑같다. 이렇게 국가가 조폭 집단으로 변해버리면 백성도 오로지 착취의 대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부국강병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혹독한 착취는 일상이 되어갔다. 이것이 당대 사람들이 마주해야만 했던 현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극단적인 고통과 절망의 시대가 시작되면 좌절과 무력감이 세상을 지배할 것 같지만 인간이란 놀라운 존재여서 오히려 새로운 길을 찾아내기도 한다. 이렇게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바로 제자백가의 사상가다.
이 책에서는 공자와 맹자, 묵자, 장자 그리고 한비자만 다루고 있지만 이들뿐만 아니라 백가쟁명이라는 글자 그대로 엄청난 숫자의 사상가가 등장해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갈 길을 모색했다. 그렇게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극단적인 무정부주의에서부터 민본주의, 사해동포주의, 초월주의 심지어 전체주의까지 인간이 생각 해낼 수 있는 모든 사상의 원초적인 형태들이 등장했다. 인류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생각의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철학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 차례
들어가며 - 춘추전국, 절망이 지배하는 세상
01 儒家, 인간을 믿을 수 없을 때
02 墨家, 정의 없는 세상에 분노할 때
03 道家, 불안을 견딜 수 없을 때
04 法家, 간교한 기득권에 맞설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