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식 지음
옥당 / 2015년 2월 / 336쪽 / 16,000원
▣ 저자 최연식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같은 대학 국학연구원 부원장과 동아시아고전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역사를 정치 동학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2003년 저서 『창업과 수성의 정치사상』을 통해 여말선초의 시대적 특징을 탐구했으며, 이후 한국사의 다양한 인물과 분야를 탐구하여 많은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중국 북경대와 일본 게이오대 방문교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과 일본의 역사 속에서 살핀 권력의 메커니즘에 관심을 두고 한ㆍ중ㆍ일 삼국의 개국과 근대화 과정을 비교하는 연구를 기획하고 있다.
이번 책 『조선의 지식계보학』은 그의 이런 관심사를 대중적으로 드러낸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조선의 역사를 지식인의 국가공인 과정에서 드러난 권력 암투의 역사로 보고, 힘의 논리에 따라 역사를 조망한다. 공동으로 저술한 책으로는 『한국정치사상사: 단군에서 해방까지』, 『한국의 사회개혁과 참여민주주의』, 『정치학이해의 길잡이: 정치사상』, 『현대정치사상과 한국적 수용』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지식인은 ‘일정한 수준의 지식과 교양을 갖춘 사람. 또는 지식층에 속하는 사람’이라 정의된다. 그렇다면 ‘일정한 수준의 지식’은 어느 정도의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또 ‘지식층’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포함될 수 있는 것일까? 이처럼 지식인이라는 개념은 정의에서부터 주관적이고 모호하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이 모호한 지식인이라는 개념에 대해 꽤나 구체적인 기준이 존재했다. 문묘 종사가 바로 그것이다. 유교의 성인 공자의 사당인 문묘에 조선에서 유학에 공헌을 한 현인들을 모셔놓는 문묘 종사는 조선의 지식인을 대외적으로 공인하는 과정이었다.
참고로 조선에는 수준 높은 학문과 비판정신을 겸비한 지식인들이 많았지만, 문묘에 종사된 이는 정몽주를 포함해 15명뿐이었다. 문묘에 종사된 성현들의 목록을 읽다 보면 의아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 건국의 일등 공신이자 민본주의라는 그만의 성리학적 이상세계로 오늘날까지도 ‘정도전 열풍’을 몰고 왔던 정도전은 문묘 종사 성현의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반면 단심가라는 시를 남기며 조선개국에 반대했던 고려의 충신 정몽주는 조선의 지식인을 대표하는 문묘 종사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왜 조선을 위해 일했던 정도전을 조선의 지식인이라 볼 수 없었던 것일까? 그리고 왜 단 한 번도 조선에 충성하지 않았던 정몽주는 조선의 지식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은 조선의 문묘 종사 대상자 선정 과정에 드러난 권력 정치의 속살을 낱낱이 파헤친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며 권력싸움에서 진 패자는 아무런 말이 없음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이 책이 ‘결국 답은 권력이다.’라는 허무주의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조선의 지식인들이 어떻게 지식인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는지, 그 계보를 탄생시킨 당대의 문제의식을 살펴보며, 지식인들의 진정한 토론이 살아있을 때만이 공동체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 차례
머리말_ 지식인의 계보를 따라가며 500년 조선의 역사와 만나다
프롤로그_ 조선의 지식계보는 어떻게 형성되었나?
제1부 지식국가 조선의 탄생
1장 마상의 건국
기로에 선 형제 / 용들의 노래 / 이자춘, 고려의 정치에 나가다
변방의 하급 무사, 개경에 등장하다 / 회군과 제왕의 꿈
2장 제도의 건국
혁명의 동반자를 찾아서 / 정도전과 정몽주 / 유배지에서 만난 사람들 / 천명의 소재
왜곡된 출생의 비밀과 악연 / 윤이와 이초의 밀고 사건 / 승자의 기록 / 정도전의 신념
3장 경복과 근정의 나라
정도전이 꿈꾼 나라 / 제도적 청사진 / 돌아올 수 없는 길
제2부 사화와 반정 그리고 조선 지식인의 상징
4장 폭정의 기원과 그늘
후견정치의 극복과 대간의 성장 / 정희대비와 수렴청정 / 한명회와 청주 한씨 세력 / 원상제도
능상의 풍조 / 연산군과 대간의 논쟁 / 김종직의 ‘조의제문’과 김일손의 사초
설원과 폭정의 시작 / 연산군의 역공 / 왕권 회복과 왕토사상 / 연산군의 추락
5장 반정의 상징을 찾아서
충성의 길, 반역의 길 / 정몽주와 이성계의 분열 / 초혼 / 정몽주의 충성과 반역
문묘 종사의 자격 / 불교에 아첨한 안향의 후예들 / 고려인 정몽주의 부상
성삼문과 박팽년 / 새로운 대안, 김굉필 / 지식계보의 탄생
제3부 지식권력의 시대
6장 지식권력의 국가 공인
사화의 희생자들 / 조광조의 정치 원칙 / 정국공신 개정을 둘러싼 갈등
조선인 지식권력의 국가 공인 / 불만스러운 이언적의 행보 / 논의의 재개
7장 지식권력과 왕권의 길항
5현의 종사, 내분 속에 이룬 성취 / 정인홍의 공격 / 이이와 성혼, 서인 지식권력의 상징
왕권에 맞서는 지식권력 / 예송으로 왕권의 정통성을 논란하다
왕권의 벽에 부딪히다 / 환국정치에 편승한 서인 지식권력
에필로그_ 지식권력 시대의 종언 / 후주 / 참고문헌 /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