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용 지음
소울메이트 / 2010년 06월 / 443쪽 / 15,000원
▣ 저자 채석용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했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대, 서경대, 세명대, 경원대에 출강한 바 있으며 현재 대전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다산학술문화재단 전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다산학사전』 편찬 사업에도 참여했으며, 역서로 『헤겔철학입문』이, 저서로는 『최한기의 사회철학』이 있다. 고교 시절 수학을 좋아하게 된 것을 계기로 서양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서구문명을 동경하며 전생에 독일 사람이었을 것이라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문득 공자님 말씀을 접하고 유교철학의 부흥을 부르짖기 시작했다. '명랑유교'를 기치로 내걸고 동지들을 모으기 시작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어 낙심중이다. 대중적 저술 작업을 통해 동지들을 규합하고자 한다.
대학원 코스웍을 마치고 나서 정통 성리학에서 벗어난 이른바 이단사설을 접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단사설의 최고봉인 최한기를 주제로 학위논문을 썼으며 이를 계기로 다시 서양철학과 과학 주변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유전학을 비롯한 온갖 과학적 성과에 압도당한 이후로는 과연 철학의 본령이 무엇인지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대화하고 가르침을 주고받는 것을 너무나도 즐거워해서 선생이면서 동시에 학생이고자 애쓴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한다는 의미의 강의(講義)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 대신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의 수수업(收受業)이란 신조어를 사용한다.
▣ Short Summary
이 책은 개념어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개념어에 대한 필자의 주관적 견해도 담고 있다. 철학책에 필자의 견해가 빠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명백하게 객관적 사실들만으로 구성된 『철학사전』이란 것도 있을 수 없다. 프랑스 백과전서파가 만든 방대한 양의 『백과사전』에는 그들의 계몽주의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 명료하게 제시된 객관적 정보를 토대로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필자와 한판의 지적 대결을 벌여보시기 바란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가령 책상 위에 꽃이 있다고 치자. 우리는 대부분 별다른 생각 없이 그 꽃을 보지만 철학자들 머릿속엔 온갖 다양한 생각들이 가득 차 있다. 변증법적 유물론자들은 책상 위의 꽃을 보면서 그 꽃이 저 책상 위에 놓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애를 썼는지 떠올린다.
관념론자들은 저 책상 위의 꽃이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 실제로 있는 것은 오로지 저 책상 위에 꽃이 있다고 느끼는 우리의 관념뿐이라고 주장한다. 관념론자들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보더라도 흥분하지 않는다. 우리가 실제의 물과 나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물과 나무라는 관념이 우리의 머릿속에 프린트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실재론자들은 책상 위에 꽃이 있으면 있는 거지 그걸 가지고 왜 관념 운운하면서 복잡하게 생각하느냐고 따진다. 우리 바깥에 꽃이 실제로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실재론'이다.
성리학자들은 책상 위의 꽃이 비록 아름답지만 그 꽃을 통해서는 별다른 도덕적 의미를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애써 꽃의 아름다움에서 눈길을 거둔다. 사람은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있어 하늘의 참뜻을 구현하고자 애쓰지만 꽃들은 뿌리에 땅을 처박고 있어 하늘의 뜻을 절대로 구현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지폐의 주인공들인 이황과 이이 모두 정말로 이렇게 생각했다.
만물일체설을 주장하는 도가 사상가들은 책상의 꽃을 비롯해 인간이나 만물들 모두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한다. 누군가 꽃을 꺾으면 사람이 다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슬퍼한다. 혹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걸 보고도 꽃이 꺾이는 걸 보는 것처럼 무덤덤하다. 장자는 자기 아내가 죽자 대야를 두드리면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진심으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자기 사상을 행동으로 합리화하고자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실용주의자들은 책상 위의 꽃을 보고 누군가 기쁜 마음이 생겼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본다. 꽃을 보면서 느끼는 실용적 결과만을 중시할 뿐 실재니 관념이니 따지지 않는다. 실존주의자들은 책상 위의 꽃을 보고 별다른 생각이 없다. 인간이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할지 걱정하기 바쁜 마당에 책상 위에 꽃 따위는 대수가 아니다.
이게 철학이다. 철학이란 별 게 아니다. 우리 눈앞에 주어진 사소하고 구체적인 현실 한 가지에만 정신을 집중하더라도 온갖 철학이 탄생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철학적 입장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인간은 모두 철학자이다. 다만 자신이 가진 철학의 정체를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기왕 철학을 가진 인간이라면 자신이 가진 철학의 정체 정도는 아는 게 좋지 않을까?
철학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필터이다. 이 필터가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정교하냐에 따라 세상살이가 달라진다. 알고 있는 필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더해진다. 그래서 철학이 중요하다. 철학공부란, 타인의 필터를 이해하고 자신의 필터를 갈고 닦는 작업이다.
▣ 차례
지은이의 말_ 친근한 예와 풍부한 비유로 이해를 도모한 철학의 밑그림
ㄱ
가족유사성_ 가족구성원들 사이의 부분적 유사성
격물치지_ 만물의 과학적 윤리적 원리를 탐구하는 방법
경세치용_ 세상을 경영하고 쓰임새를 극대화하자는 실용주의 유교노선
경학_ 유교 경전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탐구하는 교조적 서지학
경험론_ 인간이 인식하는 근거는 오로지 경험뿐이라는 인식론
계몽주의_ 신비주의를 버리고 합리적인 세상을 건설하자는 상식철학
공리주의_ 국민들의 행복 총량이 클수록 좋은 사회라는 사회철학
관념론_ 사물의 본질은 알 수 없고 오직 사물에 대한 관념만 가질 뿐
교부철학_ 기독교 신앙에 대한 플라톤식 합리화
구조주의_ 인간이 구조를 만든 것이 아니라 선험적 구조가 인간을 지배
귀납_ 부분을 보고 전체의 이론을 도출하는 방법
귀신_ 사람이 죽어서 변하는 것이라고 여겨지는 신비주의적 존재
기_ 온우주를 구성하는 과학적 윤리적 물질이면서 에너지
기호학_ 언어를 비롯한 온갖 기호들을 탐구하는 학문
ㄴ
노마디즘_ 지식마을을 떠돌아다니는 창조적 지식유목민의 이념
논리실증주의_ 논리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일체의 주장들을 무시하자
논리적 원자론_ 진술들을 원자로 쪼개어 완벽한 언어를 창출하자
누스_ 정신, 마음, 이성 등을 지칭하는 서양철학의 원조개념
ㄷ
동도서기와 화혼양재_ 서구문물을 바라보는 조선과 일본의 근본적 입장차이
ㄹ
로고스_ 말, 이성, 논리 등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ㅁ
만물일체설_ 인간을 우주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 보는 겸손의 철학
목적론_ 세상에는 목적이 있고 윤리에는 올바른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목적합리성과 가치합리성_ 현세의 과학적 합리성과 내세의 가치추구적 합리성
무아론_ 우주의 일부에 불과한 인간에게 자아란 없다
무위자연_ 거대한 우주 앞에 초라한 인간은 그냥 잠자코 있자
무의식_ 의식 저편에서 의도하지 않은 채 조성되는 마음의 상태
물심이원론_ 물질과 정신이라는 두 실체가 우주를 구성한다고 본 인식론
미메시스_ 예술은 세상을 모방하는 것일 뿐이라는 예술 폄하론
미발과 이발_ 멍 때린 마음의 상태와 능동적으로 활성화된 마음의 상태
미적 가상_ 허위를 묘사하는 가상의 창출 단계에 머문 예술
ㅂ
반증가능성_ 반증될 여지가 있는 주장들만 과학적 진술의 자격이 있다
범주_ 사물과 사태를 종류별로 묶은 틀, 혹은 선험적 인식의 틀
변증법_ 대립과 모순을 긍정하고 그것을 지양하는 변화무쌍한 논리
본연지성과 기질지성_ 인간 본성의 근원적 측면과 현실적 측면
ㅅ
사단과 칠정_ 인간의 본성이 발현되는 이념적 측면과 현실적 측면
사덕_ 인간이 우주로부터 부여받은 선한 본성의 네 가지 측면
상대주의_ 세상 일을 단정적으로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다는 입장
서학_ 조선 후기 주리론자들에게 결정적 영향을 미친 서구 사상
선험적 종합판단_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는 판단
성_ 우주가 원천적으로 보장해준 인간의 선한 본성
성기호설_ 인간은 선한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본성을 타고났다
성리학_ 인간의 선한 본성과 그것을 보장해준 우주적 원리의 학문
성선설_ 참혹한 현실에 절망하지 말자는 희망의 인성론
성악설_ 참혹한 현실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식의 인성론
소당연과 소이연_ 우주의 과학적 윤리적 원리와 그 배후의 형이상학적 근거
스콜라철학_ 기독교 신앙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식 합리화
시뮬라크르_ 원본과 복제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에 각광받는 복제의 복제
신기_ 사회적 소통능력을 가진 인간을 지칭하는 탈성리학적 개념
실용주의_ 관념이나 사상의 가치는 그 결과에 의해 판명된다
실재론_ 인간의 바깥에 참된 사물이나 진리가 실제로 있다는 주장
실존주의_ 인간 전체의 본질보다 개개 인간의 삶을 중시한 철학적 경향
실증주의_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주장은 모두 버려야 한다
실체_ 변하지 않는 참된 무엇으로서 우주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것
실학_ 조선 후기 대두된 일단의 진보적 탈성리학적 유교 학풍
심통성정_ 마음이 인간 행위의 주체라는 성리학적 선언
ㅇ
아우라_ 예술작품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
양명학_ 마음에 우주의 참된 본질이 갖춰져 있으니 자신있게 실천하자
언어적 전회_ 언어를 철학의 중심문제로 부각시킨 철학 겸손화 운동
에로스_ '관념적 사랑'이 아닌 '관념 속에 있는 참된 사랑'을 향한 열망
에포케_ 과학적 사유를 일단 보류하고 현상학적 탐구를 준비하자
연역_ 일반 원리에 따라 개별적 진술들의 진실성을 판별하는 작업
열린사회_ 반증가능성 원칙을 사회에도 적용시켜 합리적으로 소통하자
예송_ 왕족들의 상복문제에 대한 존재론적 차원의 진리 논쟁
예악_ 인간은 예를 통해 구분되고 음악을 통해 화합한다
유명론_ 오로지 이름만 있을 뿐 보편적 본질은 없다는 탈중세적 입장
유물론_ 세상 만물은 오로지 물질로만 구성되어 있을 뿐이라는 입장
유심론_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이 더 근원적이라는 입장
음양오행_ 상생상극의 신비주의적 성질을 가진 우주의 물질 에너지
의사소통적 합리성_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에 도달하는 생활세계의 합리성
이_ 과학적이면서 윤리적인 우주의 절대 원리
이기론_ 우주의 원리와 우주의 현실를 탐구하는 성리학 이론
이데아_ 현실에서 발견할 수 없는 영원불변의 참된 존재
이성_ 서양철학이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라고 간주해 온 능력
이용후생_ 백성들의 현실적 삶을 중시한 실용주의 유교노선
이일분수_ 우주의 원리는 하나이며 그것을 만물이 나눠갖는다는 주장
인_ 타인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느끼는 공감의 능력
인물성동이론_ 청나라에 대한 양가감정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인성론
인심과 도심_ 내 안에 도사린 천사와 악마는 하나인가 둘인가?
ㅈ
자연철학_ 만물의 배후에 있는 근원적 물질에 대한 최초의 철학적 탐구
절대적 관념론_ 절대정신이라는 객관적 관념이 온세상을 구현한다
정_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 현실적 감정으로서 선과 악이 혼재
정의론_ 자유주의에 발을 딛고 사회주의에 손을 내밀다
주기론_ 이의 능동성을 부인하는 성리학의 일파
주리론_ 이의 능동성을 긍정하는 성리학의 일파
주역_ 동아시아인들이 가진 신비주의적 우주론의 기원
지향성_ 순수의식이 외부 대항을 향하여 인식하려는 작용
질료와 형상_ 무언가로 변할 수 있는 가능태와 변한 이후의 현실태
ㅊ
차연_ 단어의 의미는 차이에 의해 규정되면서도 지연되어야 함
추측_ 경험과 탐구와 확률적 판단이라는 인간 인식능력의 두 측면
충서_ 내 마음의 중심을 잡고 타인과 공감하는 개인적 윤리덕목
ㅌ
타불라 라사_ 경험을 통해 인간이 파악하는 관념들이 쌓이는 인식의 창고
태극_ 과학적이면서도 윤리적인 우주의 근원적 시원
ㅍ
판타 레이_ 모든 것은 변한다는 생성론 철학의 원조격 주장
패러다임_ 한 시대에 통용되는 과학적 인식의 종합적 틀
포스트구조주의_ 이성의 권위를 부정하고 온갖 독단적 전제를 벗어버리자
ㅎ
합리론_ 인간이 인식하는 근거는 오로지 이성뿐이라는 인식론
해체주의_ 텍스트를 열린 지평에서 읽어 기존 형이상학적 체계를 해체
현상학_ 외부 사물이 인간 주체 안에 현상으로 드러나는 모습 탐구
현존재_ 이 세상에 원하지 않은 채 내던져진 인간에 대한 별칭
회의주의_ 지독한 의심병 환자의 자기합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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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메이트 / 2010년 06월 / 443쪽 / 15,000원
▣ 저자 채석용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했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대, 서경대, 세명대, 경원대에 출강한 바 있으며 현재 대전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다산학술문화재단 전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다산학사전』 편찬 사업에도 참여했으며, 역서로 『헤겔철학입문』이, 저서로는 『최한기의 사회철학』이 있다. 고교 시절 수학을 좋아하게 된 것을 계기로 서양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서구문명을 동경하며 전생에 독일 사람이었을 것이라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문득 공자님 말씀을 접하고 유교철학의 부흥을 부르짖기 시작했다. '명랑유교'를 기치로 내걸고 동지들을 모으기 시작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어 낙심중이다. 대중적 저술 작업을 통해 동지들을 규합하고자 한다.
대학원 코스웍을 마치고 나서 정통 성리학에서 벗어난 이른바 이단사설을 접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단사설의 최고봉인 최한기를 주제로 학위논문을 썼으며 이를 계기로 다시 서양철학과 과학 주변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유전학을 비롯한 온갖 과학적 성과에 압도당한 이후로는 과연 철학의 본령이 무엇인지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대화하고 가르침을 주고받는 것을 너무나도 즐거워해서 선생이면서 동시에 학생이고자 애쓴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한다는 의미의 강의(講義)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 대신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의 수수업(收受業)이란 신조어를 사용한다.
▣ Short Summary
이 책은 개념어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개념어에 대한 필자의 주관적 견해도 담고 있다. 철학책에 필자의 견해가 빠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명백하게 객관적 사실들만으로 구성된 『철학사전』이란 것도 있을 수 없다. 프랑스 백과전서파가 만든 방대한 양의 『백과사전』에는 그들의 계몽주의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 명료하게 제시된 객관적 정보를 토대로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필자와 한판의 지적 대결을 벌여보시기 바란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가령 책상 위에 꽃이 있다고 치자. 우리는 대부분 별다른 생각 없이 그 꽃을 보지만 철학자들 머릿속엔 온갖 다양한 생각들이 가득 차 있다. 변증법적 유물론자들은 책상 위의 꽃을 보면서 그 꽃이 저 책상 위에 놓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애를 썼는지 떠올린다.
관념론자들은 저 책상 위의 꽃이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 실제로 있는 것은 오로지 저 책상 위에 꽃이 있다고 느끼는 우리의 관념뿐이라고 주장한다. 관념론자들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보더라도 흥분하지 않는다. 우리가 실제의 물과 나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물과 나무라는 관념이 우리의 머릿속에 프린트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실재론자들은 책상 위에 꽃이 있으면 있는 거지 그걸 가지고 왜 관념 운운하면서 복잡하게 생각하느냐고 따진다. 우리 바깥에 꽃이 실제로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실재론'이다.
성리학자들은 책상 위의 꽃이 비록 아름답지만 그 꽃을 통해서는 별다른 도덕적 의미를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애써 꽃의 아름다움에서 눈길을 거둔다. 사람은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있어 하늘의 참뜻을 구현하고자 애쓰지만 꽃들은 뿌리에 땅을 처박고 있어 하늘의 뜻을 절대로 구현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지폐의 주인공들인 이황과 이이 모두 정말로 이렇게 생각했다.
만물일체설을 주장하는 도가 사상가들은 책상의 꽃을 비롯해 인간이나 만물들 모두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한다. 누군가 꽃을 꺾으면 사람이 다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슬퍼한다. 혹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걸 보고도 꽃이 꺾이는 걸 보는 것처럼 무덤덤하다. 장자는 자기 아내가 죽자 대야를 두드리면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진심으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자기 사상을 행동으로 합리화하고자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실용주의자들은 책상 위의 꽃을 보고 누군가 기쁜 마음이 생겼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본다. 꽃을 보면서 느끼는 실용적 결과만을 중시할 뿐 실재니 관념이니 따지지 않는다. 실존주의자들은 책상 위의 꽃을 보고 별다른 생각이 없다. 인간이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할지 걱정하기 바쁜 마당에 책상 위에 꽃 따위는 대수가 아니다.
이게 철학이다. 철학이란 별 게 아니다. 우리 눈앞에 주어진 사소하고 구체적인 현실 한 가지에만 정신을 집중하더라도 온갖 철학이 탄생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철학적 입장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인간은 모두 철학자이다. 다만 자신이 가진 철학의 정체를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기왕 철학을 가진 인간이라면 자신이 가진 철학의 정체 정도는 아는 게 좋지 않을까?
철학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필터이다. 이 필터가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정교하냐에 따라 세상살이가 달라진다. 알고 있는 필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더해진다. 그래서 철학이 중요하다. 철학공부란, 타인의 필터를 이해하고 자신의 필터를 갈고 닦는 작업이다.
▣ 차례
지은이의 말_ 친근한 예와 풍부한 비유로 이해를 도모한 철학의 밑그림
ㄱ
가족유사성_ 가족구성원들 사이의 부분적 유사성
격물치지_ 만물의 과학적 윤리적 원리를 탐구하는 방법
경세치용_ 세상을 경영하고 쓰임새를 극대화하자는 실용주의 유교노선
경학_ 유교 경전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탐구하는 교조적 서지학
경험론_ 인간이 인식하는 근거는 오로지 경험뿐이라는 인식론
계몽주의_ 신비주의를 버리고 합리적인 세상을 건설하자는 상식철학
공리주의_ 국민들의 행복 총량이 클수록 좋은 사회라는 사회철학
관념론_ 사물의 본질은 알 수 없고 오직 사물에 대한 관념만 가질 뿐
교부철학_ 기독교 신앙에 대한 플라톤식 합리화
구조주의_ 인간이 구조를 만든 것이 아니라 선험적 구조가 인간을 지배
귀납_ 부분을 보고 전체의 이론을 도출하는 방법
귀신_ 사람이 죽어서 변하는 것이라고 여겨지는 신비주의적 존재
기_ 온우주를 구성하는 과학적 윤리적 물질이면서 에너지
기호학_ 언어를 비롯한 온갖 기호들을 탐구하는 학문
ㄴ
노마디즘_ 지식마을을 떠돌아다니는 창조적 지식유목민의 이념
논리실증주의_ 논리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일체의 주장들을 무시하자
논리적 원자론_ 진술들을 원자로 쪼개어 완벽한 언어를 창출하자
누스_ 정신, 마음, 이성 등을 지칭하는 서양철학의 원조개념
ㄷ
동도서기와 화혼양재_ 서구문물을 바라보는 조선과 일본의 근본적 입장차이
ㄹ
로고스_ 말, 이성, 논리 등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ㅁ
만물일체설_ 인간을 우주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 보는 겸손의 철학
목적론_ 세상에는 목적이 있고 윤리에는 올바른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목적합리성과 가치합리성_ 현세의 과학적 합리성과 내세의 가치추구적 합리성
무아론_ 우주의 일부에 불과한 인간에게 자아란 없다
무위자연_ 거대한 우주 앞에 초라한 인간은 그냥 잠자코 있자
무의식_ 의식 저편에서 의도하지 않은 채 조성되는 마음의 상태
물심이원론_ 물질과 정신이라는 두 실체가 우주를 구성한다고 본 인식론
미메시스_ 예술은 세상을 모방하는 것일 뿐이라는 예술 폄하론
미발과 이발_ 멍 때린 마음의 상태와 능동적으로 활성화된 마음의 상태
미적 가상_ 허위를 묘사하는 가상의 창출 단계에 머문 예술
ㅂ
반증가능성_ 반증될 여지가 있는 주장들만 과학적 진술의 자격이 있다
범주_ 사물과 사태를 종류별로 묶은 틀, 혹은 선험적 인식의 틀
변증법_ 대립과 모순을 긍정하고 그것을 지양하는 변화무쌍한 논리
본연지성과 기질지성_ 인간 본성의 근원적 측면과 현실적 측면
ㅅ
사단과 칠정_ 인간의 본성이 발현되는 이념적 측면과 현실적 측면
사덕_ 인간이 우주로부터 부여받은 선한 본성의 네 가지 측면
상대주의_ 세상 일을 단정적으로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다는 입장
서학_ 조선 후기 주리론자들에게 결정적 영향을 미친 서구 사상
선험적 종합판단_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는 판단
성_ 우주가 원천적으로 보장해준 인간의 선한 본성
성기호설_ 인간은 선한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본성을 타고났다
성리학_ 인간의 선한 본성과 그것을 보장해준 우주적 원리의 학문
성선설_ 참혹한 현실에 절망하지 말자는 희망의 인성론
성악설_ 참혹한 현실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식의 인성론
소당연과 소이연_ 우주의 과학적 윤리적 원리와 그 배후의 형이상학적 근거
스콜라철학_ 기독교 신앙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식 합리화
시뮬라크르_ 원본과 복제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에 각광받는 복제의 복제
신기_ 사회적 소통능력을 가진 인간을 지칭하는 탈성리학적 개념
실용주의_ 관념이나 사상의 가치는 그 결과에 의해 판명된다
실재론_ 인간의 바깥에 참된 사물이나 진리가 실제로 있다는 주장
실존주의_ 인간 전체의 본질보다 개개 인간의 삶을 중시한 철학적 경향
실증주의_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주장은 모두 버려야 한다
실체_ 변하지 않는 참된 무엇으로서 우주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것
실학_ 조선 후기 대두된 일단의 진보적 탈성리학적 유교 학풍
심통성정_ 마음이 인간 행위의 주체라는 성리학적 선언
ㅇ
아우라_ 예술작품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
양명학_ 마음에 우주의 참된 본질이 갖춰져 있으니 자신있게 실천하자
언어적 전회_ 언어를 철학의 중심문제로 부각시킨 철학 겸손화 운동
에로스_ '관념적 사랑'이 아닌 '관념 속에 있는 참된 사랑'을 향한 열망
에포케_ 과학적 사유를 일단 보류하고 현상학적 탐구를 준비하자
연역_ 일반 원리에 따라 개별적 진술들의 진실성을 판별하는 작업
열린사회_ 반증가능성 원칙을 사회에도 적용시켜 합리적으로 소통하자
예송_ 왕족들의 상복문제에 대한 존재론적 차원의 진리 논쟁
예악_ 인간은 예를 통해 구분되고 음악을 통해 화합한다
유명론_ 오로지 이름만 있을 뿐 보편적 본질은 없다는 탈중세적 입장
유물론_ 세상 만물은 오로지 물질로만 구성되어 있을 뿐이라는 입장
유심론_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이 더 근원적이라는 입장
음양오행_ 상생상극의 신비주의적 성질을 가진 우주의 물질 에너지
의사소통적 합리성_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에 도달하는 생활세계의 합리성
이_ 과학적이면서 윤리적인 우주의 절대 원리
이기론_ 우주의 원리와 우주의 현실를 탐구하는 성리학 이론
이데아_ 현실에서 발견할 수 없는 영원불변의 참된 존재
이성_ 서양철학이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라고 간주해 온 능력
이용후생_ 백성들의 현실적 삶을 중시한 실용주의 유교노선
이일분수_ 우주의 원리는 하나이며 그것을 만물이 나눠갖는다는 주장
인_ 타인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느끼는 공감의 능력
인물성동이론_ 청나라에 대한 양가감정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인성론
인심과 도심_ 내 안에 도사린 천사와 악마는 하나인가 둘인가?
ㅈ
자연철학_ 만물의 배후에 있는 근원적 물질에 대한 최초의 철학적 탐구
절대적 관념론_ 절대정신이라는 객관적 관념이 온세상을 구현한다
정_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 현실적 감정으로서 선과 악이 혼재
정의론_ 자유주의에 발을 딛고 사회주의에 손을 내밀다
주기론_ 이의 능동성을 부인하는 성리학의 일파
주리론_ 이의 능동성을 긍정하는 성리학의 일파
주역_ 동아시아인들이 가진 신비주의적 우주론의 기원
지향성_ 순수의식이 외부 대항을 향하여 인식하려는 작용
질료와 형상_ 무언가로 변할 수 있는 가능태와 변한 이후의 현실태
ㅊ
차연_ 단어의 의미는 차이에 의해 규정되면서도 지연되어야 함
추측_ 경험과 탐구와 확률적 판단이라는 인간 인식능력의 두 측면
충서_ 내 마음의 중심을 잡고 타인과 공감하는 개인적 윤리덕목
ㅌ
타불라 라사_ 경험을 통해 인간이 파악하는 관념들이 쌓이는 인식의 창고
태극_ 과학적이면서도 윤리적인 우주의 근원적 시원
ㅍ
판타 레이_ 모든 것은 변한다는 생성론 철학의 원조격 주장
패러다임_ 한 시대에 통용되는 과학적 인식의 종합적 틀
포스트구조주의_ 이성의 권위를 부정하고 온갖 독단적 전제를 벗어버리자
ㅎ
합리론_ 인간이 인식하는 근거는 오로지 이성뿐이라는 인식론
해체주의_ 텍스트를 열린 지평에서 읽어 기존 형이상학적 체계를 해체
현상학_ 외부 사물이 인간 주체 안에 현상으로 드러나는 모습 탐구
현존재_ 이 세상에 원하지 않은 채 내던져진 인간에 대한 별칭
회의주의_ 지독한 의심병 환자의 자기합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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