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앙드레 말로(1901~1976)
프랑스의 소설가, 예술가, 정치가. 20세기 초 유럽에 만연해 있던 서구 문명에 대한 회의주의와 이국주의적 호기심에 사로잡혀 동양을 꿈꾸던 그는 스무 살에 인도차이나로 향한다. 고대 크메르 왕국의 조각상을 밀반출하려다 체포되어 실형을 선고받은 그는 프랑스 지식인들의 구명운동으로 석방되었다. 하지만 감옥에서 느낀 식민당국에 대한 혐오감으로 열렬한 반식민주의자이자 사회 변혁의 옹호자가 되었다. 인도차이나 피식민지 국민들의 각성을 촉구하며 신문을 발간하기도 하고, 중국 땅에 들어가 사회주의 혁명이란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직접 목격하기도 한다. 스페인 내전에는 민간 항공군 대장으로 반파시즘 전선에 참여하고, 제2차 세계대전에는 레지스탕스 대원으로 적극 가담한다. 이러한 행동을 통한 역사 참여 활동을 거친 후 결국 그는 혁명 활동과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지난날의 열정을 버리고, 예술의 세계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1944년, 알자스 전선에서 샤를 드골 장군을 만난 후 그의 운명은 드골과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되었다. 드골의 첫 번째 내각에서 공보 장관을 역임한 후, 1958년 드골이 재집권한 후에 10년 동안 제5공화국 초대 내각의 문화부장관으로 임명되어 혁신적이고 강력한 문화 행정을 펼쳤다. 1996년 서거 20주기를 맞아 프랑스 최고의 국가 유공자들만을 모셔놓은 파리 팡테옹 사원에 유해가 안장되었다.
주요 작품으로 『서구의 유혹』(1926), 『왕도(王道)』(1930), 『인간 조건』(1933, 콩쿠르상 수상), 『희망』(1937) 등의 소설 작품이 있으며, 『침묵의 소리들』(1951), 『신들의 변신』(1957), 『반(反)회고록』(1967), 『덧없는 인간과 예술』(1977, 사후 발간), 『상상 박물관』 등의 예술 비평서가 있다.
▣ Short Summary
『인간 조건』은 1927년, 중국 상하이에서 공산주의자의 주도 아래 총파업이 일어나고 군벌에 대항하기 위해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이 국공합작을 하고 분열하는 과정과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도 코민테른의 지도 노선에 충실한 인물과 공산당의 지령을 거부하는 소수파 사이의 갈등을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은 순간순간 자신의 운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존적 고뇌에 빠져드는데, 말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인물을 형상화하고 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우세한 세력에 밀착하여 자본을 축적하고자 하는 은행가 페랄, 자신의 삶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무책임한 클라피크, 공산주의자에게서 받았던 고문 때문에 증오에 차 있는 쾨니히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에는 자신의 출신 계급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물질이나 환상 또는 복수에 집착하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이해관계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타인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말로는 한 인물의 가치는 사유나 언어를 통해서가 아니라 행위를 통해, 특히 죽음 앞에서의 마지막 선택을 통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이 관점은 혁명가에겐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다. 이들은 신분과 국적을 넘어 동지애로 묶여 있고 상황을 인내하고 숙명을 거부하기 위해 행동하는 인물이다. 상하이 폭동을 주도했던 기요는 새로운 폭동을 꾀하다가 잡힌 후 독약을 먹고 자살하며, 첸은 장개석을 암살하기 위해 폭탄을 안고 승용차에 뛰어들어 자살한다. 첸이나 기요는 행동하는 인간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죽음이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실패'의 신화를 보여준다. 그러나 카토프는 체포된 후 다른 죄수에게 자기 몫의 독약을 건네주고 산 채로 열차 화통에 던져지는 영웅적 죽음을 선택한다. 그의 죽음은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증오의 고리를 깨뜨리고 인간성을 재천명하는 순간을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죽음을 넘어선 죽음, 공동체 의식에 뿌리박은 '인간'의 죽음이다. 이처럼 말로는 전쟁과 혁명의 와중에서 인간은 희생자일 수밖에 없지만 절망적인 순간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고 연대의식을 드러내는 진정한 영웅이 탄생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인간 조건』은 가벼움과 차이를 중시하고 개인을 우선시하며,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선언한 현대 문학과는 다른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이 작품의 문학적 의미는 선택과 행위의 관계를 드러냄으로써, 문학을 통해 역사 속의 개인들을 형상화하고 역사를 통해 새로운 문학의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 차례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제5부
제6부
제7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