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여인, 그리고 문학
프랑스 근대 문학의 창시자이자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인정받는 발자크...... 어마어마한 다작과 인간세계를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전 세계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대가. 그 삶을 들여다보기는 또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들어가는 출발점이다.
많은 거장들의 삶이 그러했듯이 발자크도 사랑, 야망, 성공과 실패로 점철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발자크가 펼쳐 보인 사랑의 여정이다. 발자크는 일생 동안 네 명의 여인들과 사랑에 빠진다. 얼핏 생각하면 그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인지 의아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 네 명의 여인들 모두가 남편과 아이를 둔 기혼여성이자 돈 많은 귀족들이었다는 지점에 이르면 호기심이 발동한다. 특히 그 중에는 발자크보다 서른세 살이나 연상인, 그야말로 어머니뻘인 여인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듯 범상치 않은 발자크의 애정행각은 그의 작품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발자크의 어린 시절은 부모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고독의 나날이었다. 특히 어머니는 약간의 히스테리 증상까지 보이곤 했다. 발자크는 다섯 살 때 투르의 르게 사숙에 다녔고 여덟 살에 집을 떠나 열네 살이 될 때까지 방돔 기숙학교에 다녔다. 부모로부터 버려진 생활이 가져다준 애정결핍, 기숙학교의 엄격한 교육, 고독감으로 시달린 어린시절을 보내고 청년으로 성장한 발자크는 작품활동을 하면서 출판업과 인쇄업에도 손을 댔지만 모두 실패하고 경제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곤경에 빠진다.
발자크는 이러한 역경 속에서 자신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가 바로 일생에 지울 수 없는 자취를 남긴 베르니 부인이다. 베르니 부인은 발자크보다 서른세 살이나 연상으로 이미 손녀가 있는 할머니였다. 발자크는 어머니 또래의 이 부인에게서 그가 항상 바라오던 모성애적인 사랑을 받게 되고 그 즉시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와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거의 파산상태에 놓였던 처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음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어찌 됐든 베르니 부인과의 사랑은 청년기의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으며, 발자크는 이 사랑을 통해 용기를 되찾고 내적으로도 성장한다.
이러한 경험은《골짜기의 백합》의 모르소프 부인 등 작품 속 여러 인물에 반영되어 모성애 강한 여인상을 구현해냈다. 이후 발자크의 여인상은 이 베르니 부인이라는 모델에 고착되면서, 일생에 걸쳐 젊은 여인들보다는 40대 여인을 선호하게 된다. 즉, 발자크의 이상형은 결핍된 어머니의 사랑과 금전적인 궁핍을 채워주면서 평민 출신인 자신의 신분상승욕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돈 많은 귀족이었던 것이다.
1831년 발자크는 카스트리 공작부인이라는, 당시 사교계를 주름잡던 여인으로부터 일종의 팬레터라 할 편지를 받는다. 그는 이후 이 여인에 대한 연모의 정을 키워나가지만 이 사랑은 그에게 작품활동의 중단과 정신적 상처만을 안기고 끝난다. 그 무렵 또 한 여인이 나타나는데, 그녀가 바로 베르니 부인 못지않은 영향을 끼친 한스카 백작부인이다. 한스카의 편지 한 통으로 시작된 그들의 관계는 이후 발자크가 사망하는 1850년까지 지속된다.
발자크의 나이 37세 때, 그에게 참다운 사랑을 가르쳐준 베르니 부인이 죽고 연달아 사업이 실패하면서 발자크는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애인 비스콩티 백작부인이 있었으며, 그녀는 이렇게 발자크가 가장 어려운 시절을 보낼 때 특히 물질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이후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이던 발자크는 1850년, 18년간 교제해온 한스카 부인과 우여곡절 끝에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엄청난 다작이 가져다준 피로와 1848년 2월 혁명의 발발에 따른 정신적, 육체적 충격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그해 51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인간에 대한 모든 것, 《인간희극》
발자크는 소설, 희곡, 평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 걸쳐 초인적이라 할 정도의 작품을 썼다. 그의 글에서는 주제의 한계를 찾아볼 수 없으며,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이 글의 소재나 주제가 되었다. 그는 이같이 방대한 작품들을 하나의 체계로 구성했는데, 그것이 바로 19세기 전반의 프랑스 사회를 조망해주는 《인간희극 La Comedie Humaine》이다. 단편과 희곡, 서한, 기고문 등 수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이는 발자크의 작품군 중에서 단연 가장 크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총 97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인간희극》속에는 약 2500여 명의 인물들의 삶이 살아숨쉰다.
각각의 작품은 당연히 그 자체로 독립적이지만 체계적으로 배치된 데다가 인물들이 종횡무진 여러 작품에 다시 출현함으로서 입체감이 부여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품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인간희극》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을 구성하는 것이다. 《골짜기의 백합》은 《인간희극》의 두 번째 부분인 '지방생활의 장면들'에 속한 작품으로, 어머니의 사랑을 모르고 자란 감성적이고 순진한 청년과 절도 있고 헌신적인 부인 사이의 숭고한 사랑을 보여준다.
▣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어린 시절 가족들의 철저한 냉대 속에서 자란 주인공 펠릭스는 한 무도회장에서 모르소프 백작부인을 만나 남모를 연모의 정을 품는다. 마침 요양차 방문한 시골 마을에 그 부인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펠릭스는 백작과 친분관계를 맺고 그 집을 빈번히 드나들면서 그들과 친해진다. 집주인인 모르소프 백작은 심한 우울증에 걸려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지닌 노인. 그리고 두 아이는 몹시 허약한 체질로 걸핏하면 중병을 앓아 부인을 걱정시킨다. 부인은 지금껏 남편의 포악한 성격과 허약한 아이들 사이에서 체념과 인내로 일관된 헌신의 나날을 보내왔으나 펠릭스의 출현으로 그 어둡고 지루한 생활에 한줄기 빛을 느낀다. 펠릭스는 부인의 권유로 파리로 진출, 곧 왕의 신임을 얻어 요직에 진출하고, 그 와중에도 틈만 나면 부인의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한결 더 대담하게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부인은 끝까지 순수한 정신적 사랑을 요구한다. 이윽고 펠릭스는 영국 귀족인 더들리 후작부인을 만나 마침내 육체적인 사랑에 빠져버린다. 결국 이 소식은 모르소프 부인에게도 알려지고, 펠릭스는 정신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게 되는데...
프랑스 근대 문학의 창시자이자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인정받는 발자크...... 어마어마한 다작과 인간세계를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전 세계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대가. 그 삶을 들여다보기는 또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들어가는 출발점이다.
많은 거장들의 삶이 그러했듯이 발자크도 사랑, 야망, 성공과 실패로 점철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발자크가 펼쳐 보인 사랑의 여정이다. 발자크는 일생 동안 네 명의 여인들과 사랑에 빠진다. 얼핏 생각하면 그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인지 의아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 네 명의 여인들 모두가 남편과 아이를 둔 기혼여성이자 돈 많은 귀족들이었다는 지점에 이르면 호기심이 발동한다. 특히 그 중에는 발자크보다 서른세 살이나 연상인, 그야말로 어머니뻘인 여인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듯 범상치 않은 발자크의 애정행각은 그의 작품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발자크의 어린 시절은 부모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고독의 나날이었다. 특히 어머니는 약간의 히스테리 증상까지 보이곤 했다. 발자크는 다섯 살 때 투르의 르게 사숙에 다녔고 여덟 살에 집을 떠나 열네 살이 될 때까지 방돔 기숙학교에 다녔다. 부모로부터 버려진 생활이 가져다준 애정결핍, 기숙학교의 엄격한 교육, 고독감으로 시달린 어린시절을 보내고 청년으로 성장한 발자크는 작품활동을 하면서 출판업과 인쇄업에도 손을 댔지만 모두 실패하고 경제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곤경에 빠진다.
발자크는 이러한 역경 속에서 자신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가 바로 일생에 지울 수 없는 자취를 남긴 베르니 부인이다. 베르니 부인은 발자크보다 서른세 살이나 연상으로 이미 손녀가 있는 할머니였다. 발자크는 어머니 또래의 이 부인에게서 그가 항상 바라오던 모성애적인 사랑을 받게 되고 그 즉시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와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거의 파산상태에 놓였던 처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음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어찌 됐든 베르니 부인과의 사랑은 청년기의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으며, 발자크는 이 사랑을 통해 용기를 되찾고 내적으로도 성장한다.
이러한 경험은《골짜기의 백합》의 모르소프 부인 등 작품 속 여러 인물에 반영되어 모성애 강한 여인상을 구현해냈다. 이후 발자크의 여인상은 이 베르니 부인이라는 모델에 고착되면서, 일생에 걸쳐 젊은 여인들보다는 40대 여인을 선호하게 된다. 즉, 발자크의 이상형은 결핍된 어머니의 사랑과 금전적인 궁핍을 채워주면서 평민 출신인 자신의 신분상승욕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돈 많은 귀족이었던 것이다.
1831년 발자크는 카스트리 공작부인이라는, 당시 사교계를 주름잡던 여인으로부터 일종의 팬레터라 할 편지를 받는다. 그는 이후 이 여인에 대한 연모의 정을 키워나가지만 이 사랑은 그에게 작품활동의 중단과 정신적 상처만을 안기고 끝난다. 그 무렵 또 한 여인이 나타나는데, 그녀가 바로 베르니 부인 못지않은 영향을 끼친 한스카 백작부인이다. 한스카의 편지 한 통으로 시작된 그들의 관계는 이후 발자크가 사망하는 1850년까지 지속된다.
발자크의 나이 37세 때, 그에게 참다운 사랑을 가르쳐준 베르니 부인이 죽고 연달아 사업이 실패하면서 발자크는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애인 비스콩티 백작부인이 있었으며, 그녀는 이렇게 발자크가 가장 어려운 시절을 보낼 때 특히 물질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이후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이던 발자크는 1850년, 18년간 교제해온 한스카 부인과 우여곡절 끝에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엄청난 다작이 가져다준 피로와 1848년 2월 혁명의 발발에 따른 정신적, 육체적 충격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그해 51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인간에 대한 모든 것, 《인간희극》
발자크는 소설, 희곡, 평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 걸쳐 초인적이라 할 정도의 작품을 썼다. 그의 글에서는 주제의 한계를 찾아볼 수 없으며,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이 글의 소재나 주제가 되었다. 그는 이같이 방대한 작품들을 하나의 체계로 구성했는데, 그것이 바로 19세기 전반의 프랑스 사회를 조망해주는 《인간희극 La Comedie Humaine》이다. 단편과 희곡, 서한, 기고문 등 수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이는 발자크의 작품군 중에서 단연 가장 크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총 97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인간희극》속에는 약 2500여 명의 인물들의 삶이 살아숨쉰다.
각각의 작품은 당연히 그 자체로 독립적이지만 체계적으로 배치된 데다가 인물들이 종횡무진 여러 작품에 다시 출현함으로서 입체감이 부여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품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인간희극》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을 구성하는 것이다. 《골짜기의 백합》은 《인간희극》의 두 번째 부분인 '지방생활의 장면들'에 속한 작품으로, 어머니의 사랑을 모르고 자란 감성적이고 순진한 청년과 절도 있고 헌신적인 부인 사이의 숭고한 사랑을 보여준다.
▣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어린 시절 가족들의 철저한 냉대 속에서 자란 주인공 펠릭스는 한 무도회장에서 모르소프 백작부인을 만나 남모를 연모의 정을 품는다. 마침 요양차 방문한 시골 마을에 그 부인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펠릭스는 백작과 친분관계를 맺고 그 집을 빈번히 드나들면서 그들과 친해진다. 집주인인 모르소프 백작은 심한 우울증에 걸려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지닌 노인. 그리고 두 아이는 몹시 허약한 체질로 걸핏하면 중병을 앓아 부인을 걱정시킨다. 부인은 지금껏 남편의 포악한 성격과 허약한 아이들 사이에서 체념과 인내로 일관된 헌신의 나날을 보내왔으나 펠릭스의 출현으로 그 어둡고 지루한 생활에 한줄기 빛을 느낀다. 펠릭스는 부인의 권유로 파리로 진출, 곧 왕의 신임을 얻어 요직에 진출하고, 그 와중에도 틈만 나면 부인의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한결 더 대담하게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부인은 끝까지 순수한 정신적 사랑을 요구한다. 이윽고 펠릭스는 영국 귀족인 더들리 후작부인을 만나 마침내 육체적인 사랑에 빠져버린다. 결국 이 소식은 모르소프 부인에게도 알려지고, 펠릭스는 정신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