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의 백합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 -
골짜기의 백합 Le lys dans la vallée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 어떤 사람들? 무슨 이야기?
펠릭스: 고독하고 괴로웠던 어린시절을 겪은 인물로 모르소프 부인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숭고한 정신적 사랑을 나눈다.
모르소프 백작부인: 저명한 귀족 르농쿠르 후작의 딸. 결혼 이후 모르소프 백작의 괴팍한 성격과 건강치 못한 아이들 사이에서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 성녀 같은 인물이다.
모르소프 백작: 시대의 흐름을 잘못 타고난 왕당파 열성당원. 매우 고지식하고 이기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더들리 공작부인: 영국 귀족부인으로서 모르소프 백작부인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인물. 사랑에 있어서 매우 과감하고 정열적이지만 그만큼 쉽게 꺼져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고독한 어린시절에서 운명적인 사랑으로
갓난아이였던 내가 부모님의 어떤 허영심에 상처를 주었단 말인가?
펠릭스의 유년기는 어머니로부터의 냉대와 아버지의 무관심, 그리고 형제들의 괴롭힘으로 점철된 고통의 연속이었다. 형이나 누이들이 잘못한 일은 으레 그가 뒤집어쓰게 마련이었고, 3년간이나 시골의 낯선 집으로 보내져 그곳 하인들의 동정심을 살 만큼 그는 완전히 가족들의 관심 바깥에 있었다. 이러한 가정의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레 혼자 있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리고, 남들과 어울릴 줄 몰랐던 펠릭스는 학교에서도 급우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였던지라, 많은 시간을 몽상에 잠기거나 독서를 하며 보낼 수밖에는 없었다.
오라토리오회의 중학교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8년이라는 기간 동안 가족 중 그 누구도 그를 찾아온 사람은 없었고, 심지어 라틴어 작문과 번역으로 상을 타게 된 날에도, 그가 간절히 편지를 썼건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르뇌트르 기숙학교에 다니던 시절, 12년 만에 가족들과 만났던 순간에도 그는 조그마한 실수를 매섭게 질책하는 어머니의 모습만을 대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는 결국 극도의 외로움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펠릭스는 이러한 답답한 환경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지만 마침 그 순간 어머니를 만나는 바람에, 결국 그는 어머니와 함께 시골로 향한다. 그러나 시골에서도 역시 상황은 변치 않아서 그의 극진한 노력에도 어머니의 냉담함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모든 가족들의 관심은 여러 면에서 출중한 그의 형 샤를에게만 쏠린다.
어떠한 탈출구도 보이지 않던 암담한 상황 속에서 뜻밖에도 그의 인생 전체를 뒤흔들어놓은 큰 사건이 일어난다. 왕자를 위한 무도회에 형 샤를 대신 그가 집안을 대표해 참석하게 된 것이다. 난생 처음으로 가족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 펠릭스는 일종의 흥분과 당혹감에 사로잡혀 처음 접하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선다. 무도회는 한마디로 열광의 도가니였고, 이 세상의 모든 화려함을 한데 가져다놓은 것처럼 보였다. 왕당파에 속하는 수많은 명망 있는 인물들과 각 지방의 유력한 가문 사람들, 그리고 세련되고 기품을 지닌 귀부인들이 한데 어울렸고 곳곳에서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대화와 아름다운 음악과 춤이 있었다. 그러나 펠릭스에게는 이 모든 것이 자신과는 어울릴 수 없는 다른 세상의 것이었고, 이곳에서 역시 그는 외톨이일 뿐이었다. 낯선 분위기에 지치고 압도당하여 무도회장 한구석에 소리없이 앉아 있는 펠릭스의 주변이 한 순간 갑자기 찬란한 빛으로 휩싸인다. 마치 외로워하는 그를 위해 천상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흰옷을 입은 백합과도 같은 여인이 그의 옆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물론 수많은 인파 속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것이겠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것이었다. 이 여인을 바라보던 펠릭스는 갑자기 자신도 모를 신비하고 강한 힘에 이끌려 백옥과 같은 그녀의 어깨에 키스를 퍼붓는다. 그러자 그의 행동에 놀란 여인은 당혹스러움을 나타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유도 결과도 알 수 없는 이러한 펠릭스의 충동적 행위는 그의 내면 깊숙이 억눌려 있던 여러 감정들을 깨나게 한다. 그는 이 무도회 사건 이후로 자신도 모르는 새로운 삶을 느끼며 동시에 이름도 모르는 그 여인에 대한 깊은 애정에 빠져버린다. 이렇게 상사병에 빠진 그의 모습은 마치 무슨 큰 병을 앓는 사람처럼 가족들에게 비춰졌고, 어머니는 그를 친구의 저택이 있는 프라펠르로 보낸다.
어떠한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무도회의 바로 그 천사가 바로 그곳에 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부인이 살고 있는 곳은 골짜기 언덕의 비탈에 자리잡고 있는 클로슈구르드라는 저택, 모르소프라는 백작의 소유였다. 백작은 철저한 왕당파 지지자로서 젊은시절 열정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공화정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밀려 시골에 머무르고 있으며, 백작부인은 유력한 집안인 르농쿠르 출신이었다.
부인을 만날 기회를 얻기 위해 애쓰던 펠릭스는 프라펠르 저택의 주인인 세셀과 함께 클로슈구르드를 방문하게 된다. 모르소프 부인은 무도회 당시와 마찬가지로 꽃처럼 우아하고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그렇게도 그리던 부인과의 만남으로 펠릭스는 엄청난 흥분을 느꼈고, 부인 역시 그를 알아보고 동요를 보인다. 부인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펠릭스는 그녀가 외모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찬 심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펠릭스는 매마른 모정에 대한 향수와 함께 부인에 대해 더욱 강한 애정을 느낀다. 특히 병약한 두 아이 마들렌느와 자크에 대한 부인의 사랑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식사 도중 모르소프 백작이 돌아왔는데, 첫인상부터가 쇠약하고 고지식한 사람의 그것이었다. 철저한 왕당파인 백작은 펠릭스의 집안이 왕에게 충성하는 명망 있는 집안임을 알고 그에게 호감을 표시하며 환대한다. 펠릭스는 계속 부인과 만날 기회를 만들기 위해 백작의 마음에 들 필요를 느꼈고, 따라서 백작의 비위를 맞추면서 많은 대화를 갖는다. 시골에서 외롭게 지내던 백작 역시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펠릭스를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였다.
이렇듯 백작의 호감을 산 펠릭스는 어려움 없이 클로슈구르드를 드나들게 되었고 자연스레 부인과의 만남의 시간도 많아졌다. 점차 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이 가정의 속사정 역시 어느 정도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백작은 어린아이같이 변덕이 심하고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였으며, 이러한 남편과 허약한 아이들 사이에서 부인은 끝없이 헌신하면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역시 냉담한 가정환경 속에서 고통받았던 적이 있기에 펠릭스는 그녀의 그러한 정신적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고, 자연히 부인과 펠릭스 사이에는 설명하기 힘든 공감이 형성되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주사위놀이 도중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백작이 치명적인 실수로 지게 되면서, 이를 계기로 백작의 모난 성격이 폭발해 마치 정신병자와 같은 발작를 일으킨다. 백작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펠릭스와 부인은 둘만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이때 펠릭스는 무도회에서의 일과 그 이후 자신이 느꼈던 엄청난 애정, 그리고 불행했던 과거를 이야기한다. 부인 역시 펠릭스와 비슷했던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하며 그와의 공감대를 형성해나가고, 이어서 결혼생활과 아이들에 대한 걱정 등 숨겨왔던 가정생활의 문제들을 고백한다. 펠릭스는 적당한 기회에 사랑을 고백하지만 부인은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의무를 내세우며 정열적인 사랑을 거부한다. 결국 펠릭스는 부인과 영적으로 결합하겠노라 맹세한다. 부인은 이를 허용하고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큰어머니가 애칭으로 불렀던 앙리에트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불러달라고 한다.
숭고한 첫사랑의 경험
첫사랑의 여자에 관해서는 그녀와 관련된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녀의 자식은 자기 것, 그녀의 집도 자기 것, 여자의 행복은 자기의 행복이며 여자의 불행은 자기의 최대의 불행이다.
펠릭스는 계속해서 클로슈구르드를 드나들며 부인과의 애정을 확인해나간다. 이제는 한가족처럼 되어버린 그는 백작의 무능과 성격적인 결함을 낱낱이 알게 되고, 동시에 부인에 대한 동정과 애정은 더욱 깊어진다. 부인이 요구하는 순수한 사랑과 마음속에서 용솟음치는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펠릭스와는 달리 부인은 한 번의 키스조차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극도로 절제하는 모습을 유지한다. 펠릭스 역시 이러한 부인의 뜻을 존중하여 부인에게 헌신적이고 순수한 사랑을 바치며 정신적인 행복을 맛본다.
며칠간의 행복했던 나날이 지난 후 백작의 광증은 날로 심해져가고 부인의 고통을 커져만 간다. 펠릭스는 고통받는 부인 곁에 계속 머물기 위해 자크의 가정교사가 되겠노라 말하지만 부인은 자신 때문에 갇혀버리는 삶을 살아선 안되며, 더욱 출세해 앞으로 아이들을 맡아달라고 부탁하면서 펠릭스의 길을 열어준다.
결국 펠릭스는 파리로 떠나게 된다. 파리로 향하는 펠릭스에게 부인은 마치 어머니 같은 애정이 담긴 편지를 전한다. 그것은 파리생활에 있어 필요한 자세와 처세술, 무엇보다 여자관계를 조심하며 모든 일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당부하는 사랑과 충고의 말로 가득 찬 편지였다. 파리에 간 펠릭스는 부인의 충고에 따라 조심스럽게 사교계에 접근하며, 결정적으로 부인의 아버지인 르농쿠르 후작을 자기편으로 만들어서 출세가도를 달리게 된다. 그는 후작의 추천으로 왕을 가까이에서 보필하는 직무를 맡는데, 그의 성실성은 국왕에게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던 중 부인에게서 아버지인 공작에게로 온 편지를 우연히 보게된 펠릭스는 모르소프 집 사정이 별로 좋지 않음을 알게 된다. 때마침 국왕의 칙서를 전하는 일을 맡아 그길에 클로슈구르드에 방문할 기회를 얻는다. 그렇게나 그리워하던 부인과 다시 만난 펠릭스는 다시 한번 자신의 깊은 애정을 확인하고, 부인 역시 그가 돌아온 지 일주일 만에 건강을 회복할 만큼 그와의 재회를 기뻐한다. 부인은 그가 없어 고독했던 지난날을 이야기하며 깊은 모성애와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다.
다시 파리로 돌아간 펠릭스는 왕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국왕의 재임 중에는 절대로 해임되지 않는 참사원 청원심리관이라는 직책에 임명된다. 게다가 역시 모르소프 부인이 연결해준 블라몽 공작부인의 후원을 얻어 사교계의 중심으로 진출한다. 모르소프 부인에게서 온 편지를 우연히 보게 된 국왕은 그와 부인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눈치채고 그에게 특별휴가를 내준다. 갑작스럽게 만나게 된 기쁨에 펠릭스와 부인 모두 크나큰 행복을 느끼지만 크로슈구르드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백작의 신경증적인 증상은 날로 심해져만 가고, 심지어는 없는 병도 만들어내 부인을 괴롭히기 일쑤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인은 펠릭스에게 답답한 심정을 고백하고 위로를 구하지만, 부인과 어머니로서의 정절과 순수한 정신적 사랑에 대한 마음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쇠약하던 백작이 결국 몸져눕는다. 그렇게도 자신을 괴롭히던 남편이건만 부인의 상심은 엄청나게 컸다. 부인은 일종의 죄책감에 빠져 남편을 걱정하고 그의 회복을 위해 온 정성을 다한다. 거의 매일 밤을 새우며 마치 성녀와 같은 모습으로 남편을 간호하는 부인에게 감동받은 펠릭스 역시 부인 곁에서 여러가지를 성심껏 돕는다. 이렇듯 거의 부부와 같은 모습으로 생활하며 부인과 펠릭스 사이의 친밀감은 더욱 깊어진다. 이러한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백작도 서서히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회복이 진전되어감에 따라 예전의 광증은 다시 시작된다. 그러나 부인은 개의치 않고 마치 어린아이를 돌보듯 남편의 짜증을 받아주며 계속 간호에 정성을 들인다.
그러던 중 국왕으로부터 급히 돌아오라는 전갈이 도착한다. 펠릭스가 갑작스레 떠나야 하자, 부인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을 잃게 된 상심에 빠진다. 파리로 돌아간 펠릭스는 부인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정신없이 분주한 생활에 빠져든다.
정열과 순수함 사이에서
그 부인은 육체의 애인이었으며 모르소프 부인은 영혼의 아내였다.
모르소프 부인의 편지에는 백작의 어찌할 수 없는 광증에 덧붙여 두 아이들까지도 차례로 병에 걸려 그녀가 거의 절망적인 상태에 빠져 있음이 암시된다. 펠릭스 역시 이러한 부인의 고통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괴로울 따름이다. 이 무렵, 그와 모르소프 부인 사이의 순수한 사랑이야기가 파리 사교계에 퍼지게 되었다. 방문하는 살롱마다 그는 관심의 대상이 되고, 많은 귀부인들로부터 호감을 얻는다.
이때 마침 펠릭스는 명문의 영국 귀부인을 만나게 된다. 아라벨이라고 하는 그녀는 최고의 명성을 지닌 노귀족 더들리 공작과 결혼한 여자였다. 아름다운 외모와 명문가 출신다운 인품, 우아한 태도, 그리고 사교계를 휘어잡을 만한 뛰어난 재치와 매력을 가진 그녀는 평소 펠릭스의 성실함과 순수한 사랑에 호감을 가져왔던 터였다. 부인의 교묘한 접근에 펠릭스는 속에 억눌려 있던 쾌락적 욕망이 분출함을 느낀다. 결국 이 둘은 육체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아라벨 부인은 모르소프 부인과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인물이었다. 모르소프 부인이 잔잔한 호수처럼 깊은 사랑과 인품을 지닌 사람이었다면, 아라벨 부인은 자신의 모든 것을 이용해서라도 상대방을 유혹하고 적극적으로 욕망을 발산하는 그런 여자였다. 이렇듯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 사이에서 갈등에 빠지자, 그러한 관계 역시 매우 빠른 속도로 사교계에 알려진다. 꾸준히 편지를 보내도 모르소프 부인에게서 전혀 답장이 없자 펠릭스는 불안한 예감에 사로잡혀 클로슈구르드로 떠나기로 작정한다. 펠릭스의 마음속 가장 깊은 부분을 모르소프 부인이 차지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아라벨 부인은 이러한 그를 말리지 않고 오히려 이 기회를 교묘히 이용할 생각을 한다. 아라벨 부인은 펠릭스와 같이 떠나되 자신은 투르에서 머물면서 클로슈구르드 근처에는 접근도 하지 않겠다는 말로 그를 유혹해, 동의를 얻는다. 그러나 그는 이로 말미암아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운명의 덫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전혀 모른다.
급하게 찾아간 클로슈구르드에서 만난 부인의 태도는 짐작대로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오랜만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따뜻한 분위기는 자취도 없고, 오직 무관한 사람을 대하는 듯한 냉담함과 형식적인 친절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르소프 부인은 이미 펠릭스가 영국의 귀부인과 연애에 빠진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펠릭스는 백작과 하인들의 말을 통해 최근 들어 전에 없이 부인이 회한에 사로잡혀 예전과는 판이한 모습을 보였음을 알게 되었다.
펠릭스는 어떻게 해서든 다시 부인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노력하지만 부인은 요지부동인 데다 더 이상 앙리에트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엄청난 절망 상태에 빠진 펠릭스는 간신히 부인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자신이 아라벨 부인과 사랑에 빠진 것은 젊은시절의 육욕을 잠재우지 못한 결과일 뿐이라고, 그녀는 자신에게 있어 단지 한순간의 육적인 애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설득시키려고 애쓴다. 이러한 그의 노력에 모르소프 부인 역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부인은 이제는 그들의 관계가 예전처럼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투르에 머무르던 아라벨 부인과의 약속을 잊고 있던 펠릭스에게 모르소프 부인은 함께 산책을 나가자고 청한다. 부인이 가자고 하는 길이 아라벨과 만나기로 한 곳임을 알게 된 펠릭스는 당황하여 장소를 옮기려 하지만 부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그곳만을 집요하게 요구한다. 결국 펠릭스는 부인에게 아라벨 부인과의 약속을 고백한다. 그런데 부인은 자신의 눈으로 라이벌의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그리하여 샤를마뉴 벌판길에서 마침내 두 부인은 만난다.
아라벨 부인은 경멸의 눈초리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즉시 말을 달려 돌아가버린다. 클로슈구르드로 돌아가는 길에 모르소프 부인은 펠릭스에게 아라벨 부인에게 가보라고 한다. 아라벨 부인을 찾아간 그는 강력히 모르소프 부인을 두둔하지만 아라벨 부인은 이것을 역이용하여 모르소프 부인의 보수적인 면을 비난하며, 자신은 그를 위해 몸과 마음 전부를 바치고 있음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