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저자: 이정훈
출판사: 책과강연
등록일: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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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지음

책과강연 / 2025년 9월 / 288쪽 / 19,000원




▣ 저자 이정훈


기획자로 22년, 작가로 10년, 보통의 인간으로 49년을 살았다. 사랑한다는 것은 타자의 고통에 책임을 지는 일이다. 살아갈수록 진실을 말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벽처럼 느껴진다. 해서는 안 될 말들이 안으로 쌓이면, 그것이 삶의 무게가 되어 등을 굽힌다. 나이 듦이란 ‘무엇을 말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를 헤아리며 사는 일이다. 새벽 5시, 굽은 등 위로 쌓인 말의 더미를 지면으로 옮긴다. 쓰다 보면 등이 펴지고, 햇살은 눈부시다.


Short Summary


초고를 다 쓰고 나서야 프롤로그를 적습니다. 수필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끝에 가서야 시작을 이해하게 되는…. 원고는 오랫동안 메모해 둔 것들을 모았습니다. 작은 일, 큰일 가릴 것 없이 마음에 걸린 순간들을 적어 둔 기록들이었죠. 그것들을 엮다 보니 기획 없는 기획이 되어 버렸습니다. 눈길을 걷다가 뒤돌아보니 이리저리 헤맨 발자국들이 남아 있더라는, 그런 구성입니다.



이 책에는 저의 뒷모습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를 마주할 때 그의 앞모습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보는 것은 그가 걸어온 길의 흔적입니다. 얼굴이란 침잠한 과거인 셈이죠. 감출 수 없는 얼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경험한 대로 느낀 대로 솔직하게 쓰려고 했습니다. 흔들리며 걸어가는 저를 보며 독자들은 어쩌면 곳곳에서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완벽하지 않기에 오히려 진실에 가깝게 와닿을 수 있겠지요.



어느 순간부터 소유라는 것의 불확실성을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돈이든 지위든, 우리가 ‘내 것’이라 부르는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가변적인 조건들 위에 서 있는지를요. 마치 파도가 밀려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처럼, 그 견고함은 착각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실은 그 모든 것을 떠받치는 ‘나’라는 존재가 불확실한 토대 위에서 있다는 것입니다. 사십이라는 나이는 이런 질문들을 회피할 수 없게 만드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젊을 때는 불안을 미래의 가능성으로 전환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불안 자체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지요.



십 년 전, 삼십 대를 정리할 때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고민했었습니다. 한 인간이 자기 인생을 통제하고 완성해갈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 질문이었죠. 하지만 살아보니 인생은 예상치 못한 일들로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었습니다.



애쓰고 좌절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사십 대에 접어들어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완벽하게 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주어진 현실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며 사는 편이 낫겠다고요.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이 될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 것인가’

결국, 살아지는 게 삶이니, 그 과정에서 우리가 겪는 매 순간을 어떤 식으로 이해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예측 불가능하고, 뒤죽박죽인 채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우리 삶과 닮았습니다. 그래서 수필을 ‘잡서’라고 하나 봅니다. 잡동사니가 오히려 보편적이고, 그것이 어쩌면 삶의 진실에 더 가까운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완벽한 체계보다는 불완전한 조각들이, 거창한 철학보다는 소소한 일상이 우리를 울고 웃게 하니까요.



지금부터, 저라는 이름의 불완전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존재하지만 우리가 보려 하지 않았던 것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꺼지는 감정에 사로잡힐지도 모릅니다. 괜찮습니다. 그게 인생입니다.


▣ 차례


Prologue



1 위로 없는 위로 / 2 애매한 시간에 비는 내리고

3 엄마의 시간이 내게로 돌아왔다 / 4 심야식당

5 인생 첫 스파링 / 6 내가 형이니까요

7 밥은 밥 공기에 반찬은 예쁜 반찬 그릇에 / 8 제주의 푸른 밤

9 달리기와 책 / 10 동료에 대하여 / 11 아버지 공부

12 석이 / 13 하늘을 날았으면 / 14 엄마 생각 / 15 편지

16 그림자와 노인 / 17 겨울은 느리게 간다 / 18 소유나 존재냐

19 운수 좋은 날 / 20 ‘사랑해’의 반대말은? / 21 몰랐어요? 내가 이렇게 웃었는데

22 새벽 / 23 애썼다는 말 / 24 꽃을 버리려다 / 25 사춘기

26 언제든 좋으니 연어가 되어 돌아와

27 삼각김밥에는 온기가 없고, 바나나우유에는 바나나가 없다

28 우리 집 밥상 / 29 말의 문 / 30 돌아서지 않는다 / 31 플레이리스트

32 오두막 / 33 피아노와 나 / 34 우리 ‘사이’ / 35 자꾸만 잊는다

36 보통날 / 37 방황하는 마음의 주소 / 38 파도는 알고 있을까?

39 꿋꿋하게 살아갈 것 / 40 이름들

41 글을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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