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위한 경제학

빵을 위한 경제학

저자: 원용찬
출판사: 인물과사상사
등록일: 201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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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찬 지음

인물과 사상사 / 2016년 9월 / 304쪽 / 14,000원




▣ 저자 원용찬


경제사와 경제사상을 전공했으며 현재 전북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이다. 저서로는 『칼 폴라니, 햄릿을 읽다』(2012), 『유한계급론: 문화ㆍ소비ㆍ진화의 경제학』(2007), 『상상+경제학블로그』(2006), 『일제하 전북의 농업수탈사』(2004)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독식 비판』(2011), 『센코노믹스,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2008), 『죽음의 문화와 생명보험』(2006)이 있다.




Short Summary


시대의 불안과 위기감으로 모두가 몸을 움츠린다. 지구 곳곳에서 버러지는 분쟁, 난민, 기후 변화, 재난, 테러 등의 사태는 인간 안전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경제는 말할 것도 없다. 자동적으로 회복되리라 믿었던 성장 둔화와 높은 실업이라는 비정상적 현상이 새로운 정상(뉴노멀)으로 자리 잡았다. 당분간 ‘비정상의 정상화’가 쉽사리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더불어 종전에 성장 동력을 추슬러왔던 시장 자본주의와 기존 경제 시스템이 더는 해결 능력이 없음이 증명되었다. 나아가 인공지능이라는 제4차 산업혁명이 성큼 다가와, 영국에서 일어난 제1차 산업혁명과도 같은 파괴력으로 현재의 일자리를 점차 밀어내고 있다. 오늘 갈고닦은 기술과 지식이 내일은 필요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우리를 마냥 초조한 마음으로 서성이게 할 뿐이다.



문득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떠오른다. 1764년 영국에서 대규모 식량 폭동이 일어났다. 폭동 이유는 시장 상인의 농간으로 빵 값이 터무니없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도시와 농촌에서는 아무리 물자가 부족해도 빵 값 같은 물가는 입법과 관습에 따라 공정가격(고정가격)으로 유지되었다. 당시 국가는, 민중의 필수품의 안정적 공급을 도덕적 책무로 삼았던 도덕경제체제였다. 그런데 물자의 품귀 현상이 가격 등귀로 이어지는 시장의 공급과 수요 법칙이 사람들에게 적용되자, 민중은 국가에 도덕적 배신감을 느끼고 마침내 분노를 폭발시켰다. 오히려 자신들의 폭동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여겼다. 관습에 의해 물가가 조절되리라고 생각했던 민중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빵 값이 조절되는 시장경제가 들어서면서 인간의 조건도 변화했다. 시장가격으로 상품화된 빵을 사먹기 위해서는 인간의 노동도 상품화해서 시장경제에 생산요소로서 제공해야 했다. “그냥 굶어 죽을 것인가, 아니면 빵을 얻기 위해 공장에서 일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인간 존재의 불안한 조건이 시장 자본주의 경제의 출발점이었다. 루이 14세의 절대 권력에 맞서 “빵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했던 프랑스대혁명의 구호에서도 빵은 곧 생명을 뜻했다. 인간의 근원적 불안은 도덕 경제를 벗어나 빵을 시장가격에 맡기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시작된 것이다.



오늘날의 시장경제 시스템과 자본주의, 그리고 이것을 위한 과학적 방법이자 이데올로기적 장치인 현재의 주류 경제학 체계를 가지고는 시대의 불안과 고통을 제거하고 온전한 인간의 삶을 꾸려낼 수가 없다. “우리에게 ‘좋은 삶’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 경제학은 사회과학으로서 협애한 시장경제의 껍질을 벗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와 종교, 삶과 죽음의 문제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차원에서 답해줘야 한다. 순수 경제학은 다양한 통섭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것은 이익과 효용을 극대화하는 순수한 경제인의 범주에서 벗어나 연대와 협동을 이루어내는 사회적 경제학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조금이나마 답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드러나는 자그마한 실마리로, 그런 꿈과 소망을 자신의 신념으로 삼았던 경제학자의 생각을 담고 있다. 뉴턴의 기계론적 고전역학을 벗어나 생명, 인격, 신뢰, 윤리, 영혼이 담긴 사회과학으로서 ‘좋은 삶과 세상을 살리는 새로운 자본주의 세계’로 진입할 것을 메시지로 담는다. 이런 세상은 어느 누구도 예속과 불평등의 예종이 되지 않고 삶에 대한 자유와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사회다. 좋은 삶은 자연과 사람에게서 의미를 찾고 생명의 환희를 누리는 데서 온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에게 좋은 삶이란 ‘돈에 대한 소유와 집착’에서 벗어나 다른 대상에서 직접 즐거움을 찾고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조화로운 사회였다. 그는 들길을 거닐며 숲길에 숨어 있는 백합에서 존재의 미학을 향유하고 들판의 벼 이삭에 귀 기울이며 충만함을 느끼는 삶을 꿈꿨다.




▣ 차례


머리말



1 순환과 흐름을 위한 경제학


카이로스의 시간을 위하여 / 알베르 카뮈와 부조리의 경제학

햄릿의 절규에서 삶을 깨달은 칼 폴라니 / 사회적 경제라는 ‘판타레이’



2 정의와 균형을 위한 경제학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 애덤 스미스와 정의로운 신의 손

토지 정의 이념의 ‘부활’을 꿈꾸며

대공황에서 세계를 건져낸 케인스의 ‘소셜 픽션’

균형 잡힌 경제를 위한 보호무역의 가능성



3 공생과 상생을 위한 경제학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탄생과 ‘로빈슨 크루소’

경제사상의 텍스트로서 『로빈슨 크루소』읽기

소비사회에서 ‘제작본능’ 되살리기 / 자유로운 인간의 경제를 찾아서

‘불평등의 시대’를 막기 위한 피케티의 혁명적 제안

자본권력과 세습 자본주의를 비판한 ‘21세기 자본’

협동과 연대를 위한 ‘꿀벌 경제학’



4 생명과 풍요를 위한 경제학


오늘날에 되살아난 ‘생명 경제’ / ‘진정한 부’를 추구하기

똥이 된 황금, 황금이 된 똥 / 할머니가 남긴 원시 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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