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도란 지음
원앤원북스 / 2020년 01월 / 296쪽 / 15,000원
▣ 저자 도란
대학 졸업 후 4년간 기자로, 5년간 마케터로 정규직 생활을 했다. 언론사와 중견기업, 스타트업까지. 9년 동안 거쳐온 회사들은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영역이자 복잡한 피로감으로 뒤엉킨 공간이었다. 결국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들이 턱밑까지 차올랐을 때, 모든 감정을 샅샅이 태워야 할 것 같은 회사생활에 이별을 고했다. 퇴사 후 신혼집의 거실 한편 책상에 자리를 잡고 기고를 하며 프리랜서 기자 겸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불안과 자유를 이불처럼 덮고 시작한 프리랜서 생활은 어느덧 5년 차. 한숨보다 웃음이 많은 프리랜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귀리밥’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며, 제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반절의 주부〉로 은상을 수상했다. 에세이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을 썼다.
▣ Short Summary
잡지사에 다닐 때였다. 메인으로 발행하는 잡지와 부수적으로 만드는 작은 신문이 있었는데, 신문은 품이 크게 안 들어서인지 디자인을 프리랜서 디자이너에게 맡겼다. 그 디자이너는 일주일에 한 번 아침 일찍 출근해 오후 늦게까지 작업을 하고 돌아갔다. 30대 중후반으로 보였던 디자이너는 말수가 많지 않았다. 업무상 용건이 있으면 간간이 말을 주고받았고, 함께 점심식사를 할 때도 있었지만 역시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동료들이 인심이라도 쓰듯 회식에 초대하면 그녀는 점잖게 거절하고 귀가하곤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오는 사람이니 손님 같기도, 같은 매체를 만든다는 입장 때문에 한 식구 같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동료와 상사들의 태도는 일관성이 없었다. 디자이너가 돌아가고 나면 항상 뒷말이 오고 갔으니 말이다. 당시 디자이너도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짐작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디자이너의 얼굴은 늘 구김이 없었다. 뽀얀 얼굴에 동그란 안경을 얹고, 청바지에 늘 말끔한 셔츠를 입던 디자이너는 긴장이나 불편한 기색 없이 편편한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와 인사를 하고 제 자리에 앉아 일을 했다. 정해진 시간에 함께 식사를 하고 업무를 마치면 공손히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정해진 업무를 온전히 마무리하는 게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일이었고, 그녀는 모자람이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래전 사무실에서 마주치던 그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나의 지난한 회사생활과 닮은꼴을 앞서 경험했을지 모른다. 나는 이제야 그 디자이너의 편편한 얼굴을 이해한다. 남들이 뒤에서 뭐라 수군거리든 매일 보는 사람이 아니니 그만이고, 회식에 참석 안 한다고 해서 동료들과의 사이가 멀어질까 걱정할 필요 없고, 일을 마치고도 식은땀 흘리며 앉아 있는 충성야근도 프리랜서에겐 해당사항이 아니다. 근로형태 중 가장 말끔하고도 당당한 나의 프리랜서 생활을 이야기하게 된 이유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서 사표를 내고, 다음 선택이 다시 회사가 되었다면 나는 절대 행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회사의 다음 선택이 반드시 회사가 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얼굴이 모두 다르게 생겼듯, 사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회사 아닌 다른 길을 찾아도 내 삶은 망하지 않는다.
▣ 차례
CHAPTER 1 그렇게 프리랜서가 되었습니다
나의 자유로운 날들: 어떻게 프리랜서가 됐냐고 물으신다면
프리랜서의 일과가 궁금하다면: 아침 7시에 시작되는 보통의 하루
일감은 어디서 구하냐고요?: 밥그릇을 채우는 네 가지 방법
애 키우기 좋은 직업: 타의로 선택한 프리랜서의 의미
마음껏 아프기: 우리는 마음껏 아플 자유가 있다
퇴사, 그만 외치면 안 될까?: 회사가 프리패스가 아니었듯, 퇴사도 마냥 자유는 아니야
CHAPTER 2 프리랜서로 살아보니 괜찮습니다
테이블이 필요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라면 오로지 테이블
인싸 되는 법: 자발적 아싸에서 은근한 인싸가 되어간다
남편의 꿈: 프리랜서 아내를 지켜보는 남편의 속사정
대중교통 내 자리: 가로세로 45cm면 충분하다
건강해야 오래 쓴다: 프리랜서로 살기 위해 건강을 사수한다
소중한 노동값: 임금 체불이 당연하면 안 된다는 사실
정말 미안했습니다: 돌려받지 못한 돈보다 돌려받지 못한 신뢰가 아팠다
오해는 금물: 엉뚱한 방어력으로 완성된 오늘의 나
프리랜서 작가의 밥상: 밥만큼은 온전히 벌어서 먹고 싶다
CHAPTER 3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의 일
‘일단’과 헤어지는 방법: ‘일단’은 나를 한없이 고생시키고 성장시켰다
당신의 가벼운 제의: 그 가벼움에 나는 떼기 쉬운 스티커가 되었다
그래서 얼마면 돼?: 프리랜서 작가의 원고료
작업복은 필수: 여정을 함께한 만큼 낡아가는 것들
아마도 장비발: 회사 돈이 아닌 내 돈으로 마련하는 장비들
수정은 이제 그만: 수정 요청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비수기와 성수기: 일이 적을 때와 많을 때
초보 강사 도전기: 프리랜서의 겸직은 무제한
이별을 고해야 할 때: 좋은 이별은 다른 이름으로 돌아온다
CHAPTER 4 프리랜서라서 누리는 따뜻한 하루
사실은 따뜻했던 그녀: 얼음장 같았던 인간관계에도 꽃은 핀다
두 번의 식사대접: 한술 밥에 감동이 최고의 반찬
그들의 언어영역: 소통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도 슬펐던 그날
돌고래 박사님: 고무바지와 보트가 인상적이었던 그날의 인터뷰
여행처럼 일을 떠났다: 행복의 복판에 있었던 단 한 번의 경험
헬로 마이 워너비: 이런 게 성덕의 기쁨일까?
‘엄마’를 배운다: 그들의 모성이 가르쳐준 것
작가들의 만남: 한 번씩 소속감이 필요할 때
나오며_내 삶의 성적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