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이다

내 인생이다

저자: 김희경
출판사: 푸른숲
등록일: 2010-09-30
김희경 지음

푸른숲 / 2010년 9월 / 260쪽 / 13,000원




▣ 저자 김희경


생애 첫 기억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준다는 말이 있다. 내 첫 기억은 만 네 살 때의 일이다. 한 살 터울 오빠를 줄기차게 따라다니던 나를 청강생으로 받아준 시골 유치원의 관대한 원장 수녀님은 '너도 밥값은 해야지' 싶었던지, 오빠가 졸업할 때 내게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씌우고 떠나는 언니 오빠들을 그리워하는 포즈로 앨범용 사진을 찍게 했다.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사진을 찍으러 마당에 나가야 하는데 도무지 신발을 찾을 수가 없어 신발장 앞을 정신없이 헤매던 순간이다. 결국 오빠 졸업 앨범엔 신발 한 짝만 신은 채 곧 울 것 같은 표정인 내 사진이 실렸다.



신화에서 신발을 잃어버리는 것은 곧잘 정체성의 혼란과 모험의 시작을 상징한다. 그래서 여태 나는 스스로 어떤 인간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물으며 헤매는 건가? 아마 평생 그럴 것 같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문지방 하나를 넘어 새로운 세계로 건너갔다. 명함의 타이틀이 나를 설명해주는 '명사'의 삶 대신 스스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만들어내야 하는 '동사'의 삶이 슬슬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여전히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지만, 계속 탐구하고 체험하는 동사형 이야기꾼으로 살려고 한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미국 로욜라 매리마운트 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7년 8개월간 동아일보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공부하며 책을 짓는다. 《흥행의 재구성》,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을 썼고,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를 우리말로 옮겼다. 블로그 '그녀, 가로지르다(www.bookino.net)'를 운영하고 있다.




Short Summary


이 책은 여행기다. 장소 대신 사람을 탐험했다는 점이 여느 여행기와 다르다고 할까? 그냥 지금 그대로 살아도 별 탈 없어 보이는데 기어코 인생의 행로를 바꾸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들 속으로 떠났던 여행의 기록이다. 그 여행을 기획한 계기는 삶의 전환점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좋을지 몰라 혼란스럽던 시절, 턱밑까지 차오른 불만이었다.



2009년 초입, 17년도 넘도록 다닌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결심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오랜 고민 끝에 마음먹었지만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불안하고 겁이 났다. 장거리 여행으로 치자면 버스를 갈아타기로 결심한 셈인데, 환승할 버스가 있기나 할까, 막차까지 다 떠나고 이제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불안을 달래기 위해 나는 먼저 경로 변경을 감행한 사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간 열여덟 명을 만났고, 그들 중 열다섯 명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렸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인생 전환'을 꽤나 알차게 이뤄냈다. 간호사가 소설가가 되고, 광고회사 임원이 요리사가 됐으며, 회계사가 요가 학원 원장이 되고, 음반 가게 사장이 심리 상담가가 되었다. 나는 성공적인 환승의 결과보다 이들 안에서 꿈틀대며 결국 삶의 방향을 바꾸도록 한 마음의 씨앗, 환승의 과정이 궁금했다. 무엇이 이들을 다른 길로 가게 했을까? 오래 묵은 꿈을 더 늦게 전에 실현하고 싶은 열망?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을 전복하고 싶은 결기? 혹은 길어진 노후에 대비하여 제2의 인생을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조바심? 이들은 이정표와 갈 길이 상세하게 그려진 지도를 들고 떠났을까, 아니면 주소지 하나 달랑 들고 무작정 길을 나선 걸까? 여행이 종종 그렇듯 원래의 계획이 도중에 틀어지고 괜히 길을 바꾸었다는 좌절이 엄습해올 때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대처했을까?



숱한 질문을 던지며 답을 듣는 동안 직장을 그만두었다. 나 자신이 전환점을 지나는 동행자가 되어 사람들 속을 여행하다 보니 내 갖가지 궁금증이 하나의 질문으로 점차 수렴되었다. 그건 '다른 사람이 되기를 열망하지 않고서도, 즉 내가 여전히 나 자신인 채로 달라질 수 있을까?'였다. 우리는 스스로를 긍정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언뜻 보면 모순된 소망인 듯해도 이 책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의 삶속에서 '다름'을 만들어낸 이들이다.



이들은 한두 명을 제외하곤 유명세와 거리가 멀다. 너무 가진 게 많아 뭘 해도 다 잘할 것 같은 사람보다 되도록 나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이들을 만났다. 인생 전환의 시기에 초점을 맞춰 묻고 답했으니 한 사람의 삶 전체를 조망하는 글이라고는 스스로도 생각지 않으며 읽는 이들도 그래 주기를 바란다. 때로 거북한 질문에도 스스럼없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책에 싣도록 허락해준 분들, 그리고 몇 가지 사정으로 책에 실리지는 못했으나 기꺼이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들려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행여 잘못 전달한 것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자인 나의 책임이다.



넉 달간 펴낼 용기를 낸 것은 다른 사람의 '오늘'이 나의 '내일'을 보여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사람 여행기'가 지금과는 다른 삶을 꿈꾸는 독자에게 조그마한 단서라도 되길 감히 바란다.




▣ 차례


프롤로그 - 무엇이 그들을 다른 길로 가게 했을까?



1. 지금 이 삶은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인가

하프타임 - 잠시 멈춰서야 하는 게 아닐까?

김호 : PR컨설팅 회사 사장에서 1인 기업자로



의지와 재미 - 의미도 재미도 없이 먹고만 살 것인가?

박윤자: 음반 가게 사장에서 심리 상담가로



타이밍 - 지금이 그때인지를 어떻게 알까?

최혜정 : 광고인에서 NGO활동가로



결단 - 늦지 않았다

이영이 : 신문기자에서 의사로



현실의식 -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밑바닥이다

오시환 : 광고인에서 요리사로



2. 나는 아직도 꿈꿀 수 있는 사람인가

동경 - 꿈을 꿈으로만 남겨둬야 할까?

최준용 : 다지이너에서 보트 제작자로



한계 - 나는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

김형근 : 기자에서 한국 문화 콘텐츠 영문 출판사 대표로



가치 -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양광모 : 의사에서 벤처 기업 대표로



내공 - 끝까지 버티면 언젠가 한 번은 찬스가 온다

이인식 : 대기업 상무에서 과학칼럼니스트로



진짜 나 - 그동안 나는 가면을 쓰고 살아왔다

민진희 : 미국 공인회계사에서 요가 지도자로



3. 이제는 나를 위해 다르게 살기로 했다

자기주도 - 내 인생이다, 구경하지 말로 뛰어들어라

차백성 : 대기업 상무에서 자전거 여행가로



성장 - 배우고 걷는 게 아니라 걸어가면서 배우는 것이다

김용규 : 벤처 기업 CEO에서 숲 생태 전문가로



장악력 - 자신의 가능성을 모두 끌어내 삶을 장악하라

최해숙 : 디자이너에서 소믈리에로



근성 - 잇따른 좌절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정유정 : 간호사에서 소설가로



위기관리 - 실패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엄홍길 : 전문 산악인에서 사회사업가로



에필로그 - 내 세상도 하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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