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 비상플랜
허두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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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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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2016년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가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며 일본은 총 22명, 중국은 3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국은? 0 명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역사는 몇 년인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설립된 1965년을 과학기술의 원년으로 한다면 올해가 50주년이다. 이에 즈음하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정책위원회에서는 그간 한국 과학기술의 성과와 실상을 진단하고 미래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 과학기술인들과 함께 수많은 워크숍과 논의의 자리를 가졌으며, 그 결과물로 『한국과학 비상플랜: 과학기술 50년, 오늘을 성찰하고 내일을 설계하다』라는 책을 내어놓게 되었다.
한국의 과학기술은 바야흐로 대전환기를 맞이했다. 아니,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겠다. 지금의 체질로는 더 이상의 비상(飛翔)은커녕 바닥으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비상(非常)의 등(燈)이 점멸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과학기술은 근대화의 첨병이 되고자 하는 과학기술인의 열정, 정부의 육성 정책, 재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어왔다. 이른바 따라잡기(catch up) 전략으로 톡톡한 실속을 보았다. 그리고 이제부터 날아오를 때가 되었다는 주문을 되뇌어왔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 같은 자축(自祝)성 주문이 착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웃나라의 혁신적인 과학기술은 고공을 떠다니는데, 우리는 보이지 않는 천장에 부딪히기라도 한 듯 정체의 형국에 갇혀버렸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원인을 짚어볼 수 있겠으나, 한마디만 끄집어낸다면, 전략 전환을 요하는 시대의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는 과학기술상의 구조적 체질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의 한국 과학기술은 앞선 과학기술을 따라잡는 추격형 전략에는 최적화되어 있었다. 이전받은(또는 추적한) 원천기술을 세공하여 그것을 양적으로 성장시키는 데는 일가견을 보였으나, 그 반면에 이는 획기적이고 선도적인 돌파구를 내놓아 세계를 이끄는 질적 도약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게다가 중국과 같은 더 재빠른 추격자들에게 쫓겨 이제는 양적 성장마저도 가늠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구체적인 수치를 들여다보면 도처에서 빨간불이 껌뻑인다. 경제성장률은 2010년대 들어 2~3%로 정체되어 있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2016년 국가 경쟁력평가에서도 우리나라는 작년보다 4계단 떨어져 29위다. 이렇게 된 요인 중 하나는 과학기술이 더 이상 경제성장의 날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우물 안에서만 도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작성한 논문의 수는 늘어나 외형상 연구실적은 많아졌으나, 획기적 돌파구(breakthrough)를 담은 연구결과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
기초역량의 부족, 과학생태계 기반의 부실이 원인이다
한국의 과학기술이 위기임을 부정하는 과학기술인은 없다. 그리고 그 위기의 원인으로 가장 자주 지적되는 것이 기초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기초역량을 강화하면 될 터인데, 도대체 기초역량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생성되는 것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이 책에서 조목조목 거론하고 있는 사항들은 바로 그 기초역량과 관계된 것들이다. 이 책은 개인→국가→세계의 순서로 사고의 지평을 넓혀가면서 이른바 기초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살펴본다.
우선 어린 과학기술자들부터 들여다보자. 세계적인 과학자들은 어릴 때부터 그 소양을 알아보고 잘 성장하도록 지켜보고 도와주는 어른들의 남다른 과학관이 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어떤가? 과학을 공부로, 성적으로, 나아가서는 넉넉한 수입을 위한 발판으로만 삼도록 오도하지 않았는가? 어린아이가 좋아할 만한 장난감이나 과학 책을 골라 선물하고, 그 주제로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는 부모나 선생은 얼마나 될까? 그렇게 성장하여 이공계에 진학하는 대학생들은 어떻게 되는가? 과학적 호기심이나 열정을 느끼기보다는 과학기술을 단순히 취업을 위한 스펙, 도구로 여기며, 그리하여 취업에 유리한 특정 분야, 일명 전화기(전자/화학공학/기계)로 몰리는 것이 현실 아닌가? 돈 되지 않는 기초과학에 흥미와 열의를 가지려야 가질 수 없는 것이 실상 아닌가? 지금의 교육환경과 사회환경하에서는 앞으로도 한국과학의 비상은 무망한 노릇일 것이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을 부러워할 뿐, 우리가 그 가시적인 위치에 놓이는 것을 자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며, 그 점들을 이 책은 통렬하게 파헤치고 있다.
[ 저자 소개 ]
허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