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라는 따뜻한 감각

고통이라는 따뜻한 감각

예슬 |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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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우리가 힘껏 대화해야 할 상대, 몸 서툴게 시작한 낯선 몸과의 대화 난소암, 자궁근종, 자궁암...... 몸 깊숙이 자리한 기관들이라 발견이 늦고 치사율이 높다.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습니다.’ 의사의 바싹 마른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암이 전이되었다는 비극 외에는 다른 어떤 사실도 머릿속에 넣어둘 수 없었다. 어느 날 몸이 전해준 가혹한 통증은 그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만을 떠올리게 했다. ‘난소암’으로 의심되는 경계성 종양 진단을 받고도 그녀는 도시생활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 몸은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누군가 그녀에게 충고했다. “몸은 충분히 전념해서 대화할 만한 상대야. 너를 바꿀 수 없으면 주변 환경을 바꿔야 해.” 그녀는 오랫동안 계획했던 일본 공연, 인디음악가와의 듀엣 작업을 취소 혹은 무기한 연기했다. 처음에는 종양이 “비현실적으로 크고 두꺼운 벽” 같았다. 겨우 스물 중반의 그녀 인생을 가로막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 하지만 진단 후 3년이 흐른 지금, 자신의 ‘위치’가 종양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식습관을 비롯한 모든 생활습관을 전면적으로 바꾸었다. 피를 맑게 하는 식이요법, 체온과 면역력을 높이는 온열요법, 난소종양과 자궁근종 치료에 도움이 되는 각종 운동을 시작했다. 몸의 흐름과 변화에는 자연의 속도만큼 기다림이 필요했다. 그렇게 몸에 공을 들이자 체형과 체질, 피부, 식습관이 변했다. 욱하고 터져 나오던 마음, 조급하고 초조한 마음까지 누그러졌다. 이제는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몸에 무슨 일인지 가만히 묻는다. 때때로 타이르거나 달래보기도 하고 차분히 그 대답을 기다린다. 내 몸과 대화를 시작하자 몸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 보이고 들리고 만져지기 시작”했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투과하며 그려낸 나만의 고유한 삶, 그 행복의 무늬 그녀가 생각하는 암은 “술이나 담배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억장 무너지는 일을 평생 참고 살아 가슴에 한이 맺힌 사람, 몸과 마음의 상처나 피로가 극에 달한 사람들의 병”이었다. 그녀는 진단을 받고 몇 번이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암세포가 그녀의 몸에 자리 잡을 어떤 이유도 발견할 수 없었다. 누구도 그녀의 삶을 간섭하거나 무엇을 강요하지 않았다. 학창시절엔 밥 먹듯 땡땡이를 쳤고, 대안학교에서 책상과 의자를 만들고 배낭여행을 다니며 자유롭게 중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때는 인문학교에 진학하여 사회에 나왔을 때 주류와 비주류의 ‘균형’을 기억하고자 했다. 자신의 방식대로, 눈치 보지 않고 살아왔다고 믿었다. 하지만 온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를 얼마나 다그치고 몰아세웠는지”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그려온 삶의 궤도에 대한 당당함과 작은 틈새에 자리 잡은 허기진 자존감이 부러진 톱니바퀴처럼 위태롭게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자유로운 대안학교를 다녔다고 해서 인생을 쏟아부을 꿈이나 목표를 찾지도 못했고 대학을 그만뒀다고 해서 학벌주의 따위 가볍게 무시하고 세상에 맞설 빵빵한 배짱이나 탄탄한 실력을 갖춘 것도 아니”었다. 더 이상 “지식과 기술의 부족함을 몸으로 때우고 싶지 않은데”, 어정쩡하게 도달한 서른이란 나이가 서럽기만 했다. 그러다 종양이 가져다준 뜻밖의 시간은 인생의 무게중심을 되돌려놓았다. 멀게만 느껴졌던 ‘죽음’에 대한 인식. 죽음이라는 단어가 반증하는 것은 바로 내 삶의 고유함이었다. 그 인식을 통해 오롯이 나를 느끼고 받아들였다. 주어진 삶을 통과하면 그 끝에 죽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의 뒷면이 바로 죽음이라는 것. 어쩌면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와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은 같은 말”의 다른 ‘판본’일지 모른다. 지난 3년의 시간 동안 그녀는 좀 더 단단해지고 부드러워졌다. 온전히 빛나는 자신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사소한 욕망들과 다툰다. 자연치료를 한다고 들어간 산골에서 생라면을 부숴 먹고, 삼겹살과 치킨의 유혹에 흔들리며 가끔 과자 한 뭉텅이를 사서 꿍쳐놓기도 한다. 아직도 안달복달 남의 눈치를 보고 애정을 달라며 유치하게 행동한다. 그런 모순과 균열을 인정하는 것, 그 느슨한 마음의 고삐가 지금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서툴고 지친 우리들에게, 오늘을 버티는 당신에게 노래하는 예슬이 보내는 ‘신호’이다. [ 저자 소개 ] 예슬 방황하며 방랑하는 사람. 다분다분 노래하는 사람. 바닷가에서 나고 자랐지만 회 맛을 모른다. 강아지가 가엽고 고양이가 부럽다. 술 없이도 잘 취하고 머리가 복잡한 날엔 마늘을 깐다. 쉽게 흥분하지만 티 안 내려 애쓰고 자신 없을 땐 더 큰 목소리로 우긴다. 너무 좋으면 도망치고 종종 들키고 싶어서 숨는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고 싶다. 자전거 타고 고래고래 노래하다 벌레를 먹고 수업 시간에는 땡땡이치고 방황하다 욕을 먹었다. 스무 살이 넘어 여러 곳을 방랑하며 낯선 공기를 먹었다. 세상의 주변을 서성이다 서른이 되어서 가까스로 나를 살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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