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치유자, 나무의 일생
강판권 지음
두앤북 / 2020년 5월 / 272쪽 / 15,000원
▣ 저자 강판권
경남 창녕에서 농부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농사일을 거들며 10대 시절을 보냈다. 계명대학교 사학과에서 역사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하여 경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중국 청대 농업경제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년 넘게 나무와 더불어 살아오며 ‘나무와의 인연(樹緣)’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나무 인문학자로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세기』, 『공자가 사랑한 나무, 장자가 사랑한 나무』, 『차 한 잔에 담은 중국의 역사』, 『나무열전』, 『중국을 낳은 뽕나무』, 『세상을 바꾼 나무』 등을, 역사학자로 『청대 강남의 농업경제』, 『청대 강남의 잠상농업과 잠상기술』, 『중국 황토고원의 산림훼손과 황사』 등을 썼다. 현재 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나무를 인문학으로 연구하는 ‘수학(樹學)’, 역사를 생태로 연구하는 ‘생태사학(生態史學)’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 Short Summary
삶은 만남과 이별로 이루어진다.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헤어지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과 내용이 좌우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연이라고 말한다. 인연은 환경이나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환경과 시대에 맞는 인연이 따로 있다.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에는 모든 것이 공동체 위주로 돌아갔고, 혈연, 지연, 학연이 중시되었다. 이 삼연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심축이었고, 집단은 물론 개인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 등이 주도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인연은 무엇일까?
나는 사람들에게 나무와의 인연, 즉 ‘수연(樹緣)’을 강조한다. 수연은 기존의 삼연과는 차원이 다른 만남이요 인연이다. 삼연이 수직적 관계라면 수연은 수평적 관계다. 그것은 나무와의 단순한 만남을 뜻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인간은 지구상에 살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나무와의 만남을 통해 각자의 얼굴을 만들고, 소중한 생명과 인생을 노래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무와의 만남은 곧 자신을 확인하고 회복하는 시간이었다. 오늘날 아무리 기술문명이 발달한다 해도 인간은 나무 없이는 한순간도 살 수 없는 존재다. 나무는 곧 우리 삶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나는 20여 년 이상 나무와의 인연을 지속해왔다. 계기는 젊은 날의 상처였다. 막막한 현실 앞에서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있던 젊은이가 나무를 만나 마음의 평화를 찾고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 그 후로 나무를 찾는 날이 많아졌고, 나무를 공부하고, 나무에 관한 책까지 여러 권 썼다. 그러다 보니 나를 ‘나무인간’으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나무가 아니었다면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기간 나무들을 만나오면서 나는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무들이 안고 있는 상처를 들여다보면서 어떻게 그런 상처가 생겼으며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는지, 그들이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택한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들을 하나하나 관찰하면서 변화를 기록했다. 직접 나무가 되어 고통의 순간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그와 함께 나의 상처를 돌아보고 세상의 아픔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무의 상처 이야기일 뿐 아니라 나의 상처와 우리네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총 31그루의 나무가 등장한다. 내가 만나온 나무들 중에서도 특별한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보고 소통한 ‘친구들’이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깝고, 화가 나고, 행복했다.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존재는 없다. 삶이 만남과 이별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상처 또한 누구에게나 생기고, 저마다 치유하는 노력을 이어간다.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 상처도 있다. 내게도 그런 상처가 있다. 하지만 그 오랜 상처가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은 없다. 나무와의 오랜 인연을 통해 상처를 다스리는 법을 깨닫고, 상처를 살아가는 힘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나무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상처를 살피며 공감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나무의 상처는 곧 나의 상처이고, 나의 상처는 곧 사회의 상처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무와 더불어 상처를 딛고 일어나 보다 조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차례
저자의 말- ‘수연’을 아시나요?
그루 01- 왕벚나무 _ 나는 사쿠라가 아니에요 / 그루 02- 매화나무 _ 왜 사냐고 물으면… 그루 03- 산수유 _ 1,000년을 살고 보니 / 그루 04- 고로쇠나무 _ 봄이 오면 가슴이 조마조마해요 그루 05- 왕벚나무 _ 기도하지만 복은 빌지 않는다
그루 06- 살구나무 _ 누가 뭐래도 난 나를 사랑한다
그루 07- 아까시나무 _ 쓰러진 자의 눈에 비친 세상
그루 08- 왕버들 _ 나무와 사람이 공존하는 길 / 그루 09- 느티나무 _ 온몸을 울려 나라를 구하다 그루 10- 담쟁이덩굴 _ 살기 위해 손을 뿌리로 만들다 / 그루 11- 등 _ 삶과 죽음의 공존법 그루 12- 배롱나무 _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하는 힘 / 그루 13- 뽕나무 _ 당신의 무관심에 감사합니다 그루 14- 소태나무 _ 믿음의 상실에 대처하는 자세
그루 15- 양버즘나무 _ 인간에게 이로운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그루 16- 가이즈카향나무 _ 가장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
그루 17- 메타세쿼이아 _ 생존에 치명적인 환경에서 살아남기
그루 18- 단풍나무 _ 생명을 향한 붉고 강한 의지
그루 19- 이태리포플러 _ 화상의 트라우마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그루 20- 개잎갈나무 _ 강제 이주를 당하고 100년이 지났지만…
그루 21- 중국단풍 _ 생존을 위해 틈새를 만들다 / 그루 22- 감나무 _ 온갖 험담을 이겨내다 그루 23- 밤나무 _ 함께 살았지만 더불어 살지 못했다
그루 24- 모과나무 _ 돈과 욕망을 좇는 주인의 노예가 되어
그루 25- 소나무 _ 희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그루 26- 은행나무 _ 도움에 의지해 산다는 것 그루 27- 소나무 _ 남편 잃은 슬픔에 찾아온 위안
그루 28- 느티나무 _ 내가 오래도록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
그루 29- 팽나무 _ 내 삶의 은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그루 30- 음나무 _ 벼랑 끝에서 깨달은 것들
그루 31- 회화나무 _ 상처 덩어리의 상처보다 큰 기쁨과 소망
나가며- 위대한 일상의 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