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성 지음
지니의서재 / 2025년 12월 / 272쪽 / 19,800원
▣ 저자 박종성
LG그룹의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15년간 조선·철강·해운·항만·전자·화학·배터리 섹터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고객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LG CNS Entrue 컨설팅 산하의 AI 전문 조직인 최적화/AI그룹의 그룹장을 거쳐, 현재는 AI·양자·로봇 등 미래 ‘게임 체인저’ 산업의 기술 근간이 되는 ‘수학적최적화’ 분야에서 컨설팅팀을 이끌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를 졸업했으며, LG인화원, 부산대 등에서 AI/최적화, 문제 해결 방법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 Short Summary
2025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의 주인공은 단연 젠슨 황이었다. 그는 “AI의 다음 개척지는 피지컬 AI”라고 선언하며, 로봇공학에도 챗GPT와 같은 혁명이 닥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선언은 전 세계를 열광시켰고, 한국의 대기업들도 앞다퉈 로봇 사업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실리콘밸리가 깃발을 들면 세계가 따르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베이징은 침묵했다. 그들에게 피지컬 AI는 새로운 미래가 아니라, 이미 10년 전부터 준비해 온 각본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략은 치밀한 3막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막은 2015년 ‘중국제조 2025’로 시작된 ‘몸체 만들기’였다. 남들이 소프트웨어에 열광할 때, 중국은 수백만 대의 로봇을 공장에 깔았다. 2막은 2017년 알파고 쇼크를 이용한 ‘두뇌 깨우기’였다. 패배의 충격을 ‘관리된 스푸트니크 모멘트’로 승화시켜 국가적 AI 투자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리고 2024년, 마침내 ‘구신지능(具身智能, Embodied Intelligence; 피지컬 AI)’을 국가 목표로 천명하며 3막을 열었다. 몸과 두뇌를 합쳐 AI 혁명의 중심을 실리콘밸리에서 중국의 공장으로 가져오겠다는 선전포고였다.
서구 세계는 미국의 제재로 중국 AI가 질식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2023년, ‘딥시크(DeepSeek)’라는 변종이 등장하며 이 믿음을 산산조각 냈다. 딥시크는 오픈AI에 버금가는 성능의 모델을 불과 수백만 달러라는 믿기 힘든 비용으로 개발해 냈다. 당황한 서구는 이를 ‘대륙의 실수’라거나 ‘기술 도둑질’이라고 폄하하려 했다. 자신들이 만든 혁신의 방정식(막대한 자본+최신 칩+자유로운 문화) 밖에서 일어난 성공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딥시크는 실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수면 아래 감춰진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창업자 량원펑은 중국의 엘리트 교육 시스템(야오반)이 길러낸 인재였고,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기 전 이미 1만 개의 GPU를 확보해 둔 전략가였다. 딥시크의 성공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마침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었다. 국가는 인재를 키우고, 자본은 장기적 도전을 지원하며, 14억 인구는 거대한 실험실이 되어 주었다. 이제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거대한 용이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는 것을.
딥시크가 빙산의 일각이라면, 수면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책은 중국이 지난 10년간 그려온 피지컬 AI 패권의 거대한 설계도를 해부한다. 우리는 DJI, 바이두, 화웨이 같은 ‘국가대표’ 기업들이 어떻게 하늘과 땅, 공장을 장악해 나가는지 목격하게 될 것이다. 또한 베이징-상하이-선전으로 이어지는 도시들이 어떻게 하나의 거대한 ‘혁신 조립 라인’으로 기능하는지, 그 심장부를 들여다볼 것이다.
물론 중국의 성공 신화만 다루지는 않는다. 그들의 화려한 비상 뒤에 숨겨진 치명적 아킬레스건, 즉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과 같은 구조적 한계도 냉철하게 분석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거대한 파도 앞에 선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AI는 이미 스크린을 찢고 현실로 나왔다. 21세기의 안개 낀 바다를 건너기 위해, 우리는 먼저 저 거대한 용의 손에 들린 설계도를 읽어야만 한다. 이제 그 여정을 시작한다.
▣ 차례
프롤로그 | 스크린 밖에서 시작된 진짜 전쟁
Part 1. 철저히 준비된 각본
Chapter 1. 스크린 밖으로 걸어 나온 AI
Chapter 2. 치밀하게 설계된 스푸트니크 모멘트
Chapter 3. 피지컬 AI 패권을 향한 거대한 설계도
Part 2. 피지컬 AI 시대, 기술 패권 전쟁
Chapter 4. 용의 발톱이 된 국가대표 기업들
Chapter 5. 살아 있는 실험실, 계산된 도박
Chapter 6. 거대 조립 라인이 만들어 낸 완벽한 시너지
Chapter 7. 국가라는 이름의 벤처캐피털리스트
Chapter 8. 반도체 제재가 낳은 운명적 역설
Chapter 9. 백가쟁명: 국가가 설계한 혼돈, 그리고 예상 밖의 침입자
Part 3. 숨길 수 없는 아킬레스건
Chapter 10. 흔들리는 거인
Chapter 11. 국가의 의지를 체화한 세대
Chapter 12.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Part 4. 새로운 패권 전쟁의 서막
Chapter 13. 지능화된 전장
Chapter 14. 거룡의 거울 앞에 선 호랑이
Chapter 15. 새 판을 짜는 자 vs. 성실한 실행자
에필로그 | 사다리를 오르는 자, 사다리를 만드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