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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 교수의 자유론

민경국 지음 | 북코리아


민경국 교수의 자유론

민경국 지음

북코리아 / 2021년 2월 / 448쪽 / 23,000원



참된 자유를 찾아서




자유와 강제


자유의 가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있으려면 올바른 자유 개념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인류의 문명과 번영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어야만 참된 자유다. 가난을 몰고 오는 자유는 쓸모없는 자유다. 인류를 원시사회로 이끌어가는 자유는 결코 참다운 자유가 될 수 없다. 대립과 갈등, 또는 분열과 미움을 조장하는 자유 개념, 역사를 왜곡하고 파멸을 가져오는 자유 개념도 쓸모가 없다. 우선 참된 자유 개념을 찾기 위한 첫걸음은 자유의 구분이다. 자유 개념이 제아무리 많다고 해도 그것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자유의 소극적 개념이고, 다른 하나는 적극적 개념이다.

적극적 자유와 소극적 자유: 소극적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계약의 신성함이다. 계약을 자유로이 체결한 사람은 계약조건이 까다롭다고 해도 자율적인 인간으로 인정받는다. 계약이란 자율적인 당사자의 선택의 결과다. 그래서 법은 노예계약을 제외하고는 모든 계약을 집행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온정주의에서처럼 국가가 각 개인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간섭한다. 자유의 영역은 울타리를 통해, 다시 말하면 정의로운 행동규칙을 통해 설정된다. 주목할 것은 개인의 자유는 행동의 도덕적 품질과 관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적극적 자유는 그렇지 않다. 자유를 개인에게, 스스로에게 맡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행동의 품질을 따진다. ‘불합리한’ 욕구나 목적, 탐욕적 삶, 정념에 치우친 행동은 자유롭지 않다. 도박이나 알코올 중독자는 부자유하다. 따라서 진정한 자유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행하는 데 있다. 그런 일을 행하도록 지시하는 법은 인간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을 해방시키고 자유롭게 한다.

토머스 힐 그린은 적절한 자유는 시장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교환관계는 단순히 주관적 선택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린의 그 같은 생각은 복지국가철학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복지를 증진하는 국가간섭은 자유를 증진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가 시장을 반대하는 것은 불평등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가 상업적 본능에 의해 오염될수록 우리의 공적 본능이 억제된다는 까닭에서였다.

자유에 대한 그린의 분류를 유행시킨 인물이 러시아 태생의 영국 정치철학자 이사야 벌린이었다. 벌린은 적극적 자유에 연루된 위험성을 지적했다. 적극적 자유는 전체주의를 위한 수단인 데 반해 소극적 자유는 자유주의와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주의는 시민에게 고도의 도덕성을 지닌 자아를 요구한다. 개인의 높은 차원의 목표를 계급이나 민족 같은 집단의 목표와 동일시하면 그 길은 전체주의다. 이와 같이 벌린은 20세기 전체주의의 원인을 적극적 자유에서 찾았다.

그렇다고 벌린이 시장을 옹호한 것은 아니다. 무제한의 경제적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동안에는 빈곤과 질병, 무지로 고통을 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시장에서 약자 또는 가난한 자가 법적 권리를 향유한다고 말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도 했다. 어쩠든 벌린이 적극적 자유의 위험성을 경고했다고 해도 소극적 자유만을 지향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그 자체 목적으로 여겼다. 한 사회를 유지하려면 하나의 가치만을 추구할 구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가치 다원주의자였으나, 두 가지 자유가 갈등할 때, 갈등을 해결할 규칙이 없다는 점이 다원주의의 치명적 결함이다.

국가주의를 옹호한 토머스 홉스는 자유를 ‘외적 장애물이 없는 상태’라는 소극적 개념으로 사용했다. 그 장애물에는 물리적 성격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고 싶지만, 높은 장벽이나 건너갈 수 없는 강이 가로막고 있다면, 강이나 장벽은 물리적인 장애다. 그런 것들 때문에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이런 자유 개념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말하는 사회관계에 적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회과학의 핵심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소극적이면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기술하는 ‘강제(coercion)의 부재’가 다양한 자유 개념 가운데 가장 적합하고 현실적인 자유 개념이라고 본다. 이 자유 개념이야말로 인류문명과 번영의 역사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문명화된 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도덕과 법의 원천도 그런 자유 개념이다.

자유는 강제의 부재: 참된 자유는 강제의 부재다. 강제할 자유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시민이 타인을 강제하지 않는 한 정부에도 시민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 강제란 위협을 통해 타인을 나의 뜻에 예속시키는 행동이다. 자신이 원하는 행동이 아니면 하청업자를 망하게 만들겠다는 원청회사의 위협은 강제다. 기업들의 가격담합으로 인해 소비자가 담합에 의해 정한 값 외에는 다른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할 수 없는 경우도 강제에 해당한다. 이렇게 자유가 침해되면 경쟁의 자유를 확립하기가 어렵다.

경제적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는 경제적 자유, 참정권을 의미하는 정치적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언론ㆍ사상ㆍ집회의 자유 같은 시민적 자유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치적 자유는 개인의 자유와 근본적으로 상이한 자유 개념을 전제로 한다. 언론ㆍ출판ㆍ학문ㆍ사상의 자유 등이 주로 엘리트의 자유인 데 비해, 경제적 자유는 보통 사람의 자유다. 그런데 좌파는 다른 자유에 비해 경제적 자유를 무시하거나 적어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경향의 원천은 마르크스 사상이다. 경제가 모든 사회구조를 만드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부구조로서 사상과 제도, 도덕도 통제된다고 보았다. 경제적 자유와 ‘신자유주의’를 모든 사회악의 근원으로 보는 것은 경제결정론 때문이다. 사유재산은 자유의 원천이므로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혁명의 제1 순위를 사유재산 철폐로 본 것은 당연하다. 주목할 것은 경제적 자유를 무시하면, 정신적ㆍ정치적 자유도 유린되어 결국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전체주의의 독재라는 점이다.

경제적 번영을 위한 경제적 자유: ‘경제적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해답의 열쇠를 제공하는 것이 프레이저연구소 또는 헤리티지재단이 매년 발표하는『세계경제자유 보고서』다. 이에 따르면 경제적 자유를 결정하는 범주는 다음과 같다. ‘① 정부의 지출 규모, ② 내국인 또는 외국자본의 투자에 대한 규제, ③ 법률 구조와 소유권의 안정성, ④ 건전한 통화(인플레이션 수준), ⑤ 쿼터 및 관료의 수입 지연 같은 비관세장벽과 관세장벽, ⑥ 내국인 또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금융 규제, ⑦ 노동시장 규제, ⑧ 창업, 허가, 기업퇴출과 관련된 기업 규제, ⑨ 소득세와 법인세를 비롯한 기타 조세 부담’

이 보고서는 경제적 자유를 제약하는 원천을 국가에서 찾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국가 없이는 사회발전을 생각하기 어렵지만, 국가가 그런 발전을 제약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왜냐하면 국가는 자유를 억압하는 강제와 항상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규제가 적을수록, 조세와 정부지출이 적을수록 시민은 자유롭다. 따라서 경제적 자유의 이상은 ‘큰 시장, 작은 정부’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 자유가 많은 나라일수록 경제성장률도 높고, 고용도 증가하고, 저소득층의 소득도 높았다. 그리고 부패도 적고, 교육수준도 높아지고, 주거환경도 깨끗해진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아울러 보고서는 경제적 자유가 높을수록 소득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주장도 입증할 수 없는 허구라는 것, 그리고 경제적 자유가 높을수록 경기변동의 폭도 적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경제적 자유가 위기의 장본인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는 경제적 번영의 열쇠라는 것, 경제적 자유가 적을수록 성장의 침체, 실업 증가, 양극화, 빈곤의 증가 등 궁핍화의 길을 가게 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믿어도 좋다. 흥미로운 것은 경제적 자유가 가난한 사람도 중산층이나 부자가 될 다양한 기회를 최대로 마련해준다는 사실이다. 개천에서 사는 가재, 붕어, 개구리도 용이 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경제적 자유다.

경제적 자유는 모든 자유의 보루


경제적 자유가 흥해야 민주주의도 흥한다: 벤담을 비롯한 19세기 철학적 급진파는 시민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 즉 민주주의와 대중선거가 모두에게 경제적 자유를 가져다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유럽의 경우를 보면 그 인과관계는 바뀌었다. 봉건시대의 폭정을 극복한 것은 경제적 자유였다. 봉건사회에서 사람들은 신분상으로 불평등했다. 이에 따라 경제활동도 불평등했다. 계급에 따라 적용하는 법도 달랐다. 귀족은 약자에 대해 특권을 향유했다. 상인들은 이런 사회구조에서 적절히 행동할 수 없었다. 이런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극복한 것이 경제적 자유였다.

경제적 자유의 확립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것이 자생적으로 형성되어 보편화된 ‘상관습법’이다. 그리고 이런 법도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상인단체인 길드가 직접 집행했다. 이런 법 규칙들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오늘날 유럽이나 그 밖의 지역의 민법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상관습법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다. 첫째로, 그것은 상인에게는 물론 생산자들에게도 광범위하게 경제적 자유를 허용했다. 둘째로, 법 규칙이 특정 계층이나 지역 출신을 우대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보편적이었다는 점이다.

경제적 자유의 등장과 함께 발전한 것이 중산층이었다. 경제적 번영으로 인해 교육받은 중산층이 두텁게 형성되었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자유로운 기업가들, 자본가들, 심지어 노동자들도 재산가가 되었다. 그들이 두터운 중산계층을 형성했다. 그들은 과거에 대부분 봉건적 지배자의 가신이었거나 농노였던 사람들이다. 무산자들, 즉 봉건사회에서 차별받던 계층이었다. 그들은 과거의 정치질서에 도전하는 대신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유럽 사람들은 더 많은 자유와 헌법적 보장을 요구했다. 민주주의 시대, 열린 시장의 시대, 자본주의의 시대가 이렇게 해서 서구사회에 꽃을 피우게 되었다.

유럽사회의 간략한 역사적 개관을 살피면, 시민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는 경제적 자유에 뒤이어, 그리고 경제적 번영에 힘입어 생겨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진화 과정은 비단 서구사회에서만 목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동양 사회에서도 목격된다. 한국이 대표적이다. 비록 제한적이었지만 경제적 자유가 경제적 번영을 이룩했다. 이런 번영에 뒤이어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가 확보되었다. 산업화에 뒤이어 민주화가 달성된 것이 아니라 경제적 자유가 민주주의를 불렀다. 좌파가 그리워하던 민주정치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도 자유경제를 통한 경제발전 덕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중국과 비교해보면 흥미롭다. 중국은 민주화, 즉 정치적 자유의 요구가 강력하게 제기될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경제적 자유와 번영에 뒤이어 나타날 정치적 자유로의 진화 과정이 정부의 강압에 의해 봉쇄당하고 있다. 특히 국가 주석 시진핑은 중국에 사회주의적 독재체제를 세웠다. 그 체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유를 향유하던 홍콩마저 독재체제의 희생물이 되게 했다. “사적 소유란 술보다 더 위험하다”라는 엘리트주의적인 믿음이 지배하던 과거의 인도를 보라! 경제적 자유가 봉쇄된 채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경제적 자유의 배제는 민주주의를 부패시켰고, 민주정치의 발전도 정체시켰다. 아무튼 시장경제를 가진 민주주의만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경제적 자유의 융성은 정치적, 그리고 시민적 자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요컨대 경제적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성향이 있어서 오늘날에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통치자들이 경제적 자유는 물론이고 민주주의도 소멸시키고 있다. 이것이 21세기의 특징적인 정치적 현상이다. 그 이유는 경제적 자유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과제는 그 같은 현상을 야기한 근본 원인과 치유방법을 찾아서 민주주의와 자유사회를 회복하는 일이다.



자유와 질서




자유와 자생적 질서


‘질서(Order, Ordnung)’라는 개념은 스코틀랜드의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즐겨 사용하다가 프랑스의 계몽주의자들에 의해 뒤로 밀려난 이후 사회과학에서 점차 잊혀갔다. 그런데 이 개념을 다시 부활시켜 사회철학의 핵심적 개념으로 정착시키는 데 기여한 인물이 발터오이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이다. ‘질서’는 인간의 삶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질서 없이는 인간 개개인이 살아갈 수 없다. 왜냐하면 질서 없이는 사람들이 타인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분업적 상호관계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질서란 사람들이 생산적인 상호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서로의 행동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적중 가능한 상황을 말한다. 흔히 이런 상황을 구조, 패턴, 체제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질서’라는 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질서가 없으면 경제성장과 번영은 고사하고 가장 기본적인 욕구마저 충족될 수 없다. 법학은 물론 인류학에서도 질서의 존재를 중시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질서는 오늘날 생물학에서조차 강조되고 있다. 예컨대 진화적 인식론의 발전에 매우 크게 기여한 오스트리아 출신 동물행동학자 리들은 질서라는 개념을 보편적 개념으로 간주하면서 질서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질서 개념을 포기할 수 있는 영역이란 존재할 수 없다. 질서 없는 세계란 상상할 수도 없고, 질서 없는 세계는 인식될 수도 없다. 질서 없는 세계는 의미도 없다. 만약 이 세상에 질서가 없다면 이를 촉진시켜야 한다.” 그래서 경제학도 ‘질서’로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유와 질서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질서의 원천과 질서의 성격을 규명하고, 어떠한 기능을 행사하는가, 그리고 어떠한 조건하에서 질서가 형성되는가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소결 - 자유와 질서가 어울리는 자생적 질서: 흔히 자유를 위해서는 질서를 포기해야 하고, 질서를 위해서는 자유를 포기해야 한다고 한다. 야마구치 슈는『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독재에 의한 질서’와 ‘자유가 있는 무질서’를 대비하면서 자유가 있으면 혼란이 야기되고 그래서 질서를 잡기 위해서는 독재국가 또는 리바이어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유와 질서가 서로 갈등 관계에 있다는 주장들은 설계주의적 합리주의의 후손들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질서를 조직으로 이해한다면, 홉스의 사상에서처럼 조직과 자유는 서로 양립되지 않는다. 조직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중앙집권적 경제 질서처럼 구성원들은 집단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된다. 개인들이 조직목표와 양립하지 않는 목표를 추구할 경우, 그들은 조직으로부터 추방되거나 배제된다. 조직구성원들이 설사 자율적인 행동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조직목표의 달성을 위한 것일 뿐 조직목표와 관계없이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자유와 질서는 어울릴 수 없다는 주장은 자생적 질서의 존재를 무시한 결과다.

그러나 질서를 시장사회처럼 자생적 사회질서로 이해하는 경우를 보자. 자유의 질서로서 자생적 사회질서 하에서는 개인들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지식을 투입할 수 있다. 그 목적이 무엇이든 관계가 없다. 중요한 것은 개인들이 자율성을 갖고, 스스로 목적을 정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각자 자신들이 습득한 지식을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생적 사회질서가 자유의 질서인 이유다.

그런데 자유는 인간의 상호작용을 안내하는 어떤 행동 규칙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는 공동으로 지키는 행동 규칙과 결부되어 있다. 자생적 질서의 기초가 되는, 그리고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지키는 행동 규칙은 정부는 물론 그 누구도 침범해서는 안 될 똑같은 행동반경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이 설정된 것이 보호 영역이다. 개인들은 그런 테두리 내에서 자유롭다. 자유의 영역이므로 자유와 질서를 연결해주는 것이 보편적ㆍ추상적 행동 규칙이다. 보편적ㆍ추상적 행동 규칙을 매개로 하여 자유와 질서가 조화관계를 이루는 것이 바로 자생적 질서의 경제관계를 구현한 시장경제다. 자생적 질서는 애덤 스미스 이전의 철학자들에 의해 이미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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