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정치
강준만·김환표 지음 | 인물과사상사
약탈 정치
강준만ㆍ김환표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17년 4월 / 612쪽 / 25,000원
이명박 정권 공신들의 동종교배형 ‘약탈 전쟁’
《경향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의 요직 14명 중 이명박의 고향인 영남과 모교인 고려대학교 출신은 각각 절반인 7명이었으며, 14명 중 영남ㆍ고려대학교의 ‘합집합’은 10명으로 지연ㆍ학연으로 엮이지 않은 공직자는 4명에 불과했다. 《국민일보》 편집부국장 성기철은 “김영삼ㆍ김대중 정부 초기보다 편중이 더 심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군사정권 시절을 보는 것 같다. 경북 포항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지만 대학을 서울에서 다니고, 정치적 기반 역시 서울인 이명박 대통령이 왜 이토록 편협하게 인사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특정 지역 편중 인사는 독선적 국정 운영을 부를 가능성이 있고, 끼리끼리 문화를 조성하면서 공직 사회에 균열이 일어나는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다. 영남 출신 공무원들은 힘이 날지 모르겠지만 소외지역 공무원들은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국민 통합은 물 건너가고 만다. 아무리 소통을 얘기해본들 소용이 없다.”
《한겨레》 선임기자 성한용은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특한 경력과 성격에 따른 인사의 실패인데, 이 부분은 교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4년 동안 반복적 패턴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건설회사 현장 소장을 거치면서 사람에 대한 의심이 많아졌고, 현대건설 사장 시절에는 인사 결정에 앞서 당시 정주영 회장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성한용은 이명박이 모르는 사람은 가급적 쓰지 않고,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 위주로 인사를 한다는 점에서 ‘TK 지역 편중 인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 이유식은 “최근 이뤄진 금융 공기업과,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기업의 CEO 등 요직 인사는 시중의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고 누가 봐도 혀를 찰 만한 ‘동종교배’ 양상을 보여줬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종교배 인사의 해악은 수없이 많지만 두 가지 점이 특히 문제다. 첫째는 권력 인맥을 앞세워 호가호위하는 세력이 발호하고 결국은 끼리끼리 뭉쳐 공복 의식보다 사적 이익을 좇게 된다. 당연히 소통은 차단된다. 둘째는 줄 대기가 능력과 성과의 척도로 부각돼 공직 사회의 안정성이 무너지고 곳곳에 불만과 불신의 피로가 축적된다는 점이다.”
이명박의 인사 파탄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금융권이었다. 정권의 공신들이 논공행상을 하려 할 때 말려야 할 원로 그룹이 먼
저 자리를 꿰차는 등 약탈 전쟁이 벌어졌으니, 약탈 국가의 진면목을 보여주기로 작정했던 것 같다. 《경향신문》은 「정부는 인사를 망사로 만들 작정인가」라는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은 인사의 폐해는 심각하다. 보은 인사는 무엇보다 업무 성과를 내기보다 정권이나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충성 경쟁을 부추긴다. 그렇게 되면 권력자의 주위에는 고언이나 충언을 하는 사람은 사라지고 한 건 챙기려는 예스맨만 모여들게 된다. 정부도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이 정권은 출범 이후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권)’ 인사, 낙하산 인사, 회전문 인사 등으로 내내 곤욕을 치르고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아예 인사로 망하기로 작정이라도 했나.”
“‘세종시’와 ‘4대강’에 매몰된 나라”
2009년 11월 27일 밤 이명박이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특별 생방송 프로그램 ‘국민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원안을 백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종시에는 행정부처가 아니라 기업이 가야 일자리가 생긴다는 말로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폐기할 뜻을 분명히 했다. 세종시 원안 추진을 거듭 약속했던 것에 대해서는 “부끄럽고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27일 밤 10시부터 100분간 진행된 ‘대통령과의 대화’는 지상파 TV, 케이블 TV, 지역 민방 등 전국 35개 방송사가 동시 생중계했다. 대한민국 거의 모든 보도채널이 나선 것이다. 황금시간대인 금요일 밤에 드라마와 교양 프로그램 대신 이명박의 모습이 방송 화면을 ‘장악’했다. 야당과 언론 단체는 “월드컵 4강 때도 없었던 싹쓸이”라고 반발하는 등 전파 독점 논란이 있었다.
이명박이 세종시 수정 추진 입장을 밝히고 있는 동안, 충남 연기군청 앞 광장에서 지역 주민들이 “행정도시 백지화를 규탄한다.”며 촛불 집회를 열고 있었다. 조선평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 상임대표는 “대통령이 10여 차례 원안 추진 약속을 했는데 수년간 추진해 온 국책 사업을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한 뒤 “총궐기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홍섭 행정도시무산음모저지충청권비대위 대전지역 위원장은 “국민을 기만하고 법에 따라 추진하던 국책 사업을 뒤엎은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며 “정권 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비대위는 또 이명박의 유감 표명에 대해 “겉으로는 사과의 형식을 빌리면서 설득하는 인상을 주고 싶어 했지만 다시 한 번 국민을 우롱하고 지역민을 조롱하는 후안무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두영 충북경실련 사무처장은 “대통령의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이 같은 행위에 대해 강력한 저항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30일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세종시’와 ‘4대강’에 매몰된 나라」라는 칼럼에서 “나라가 온통 세종시, 4대강에 매몰되어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커다란 선거판이 다가오고 있으니 대립적 이슈들이 각광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나라 밖의 정세를 보면 우리가 찬반으로 나뉘어 격한 대립을 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 경제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나려 하고 있지만, 두바이사태에서 보듯이 여진이 만만하지 않다. 더욱이 금융위기보다 더 무서운 태풍들이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다가오는 선거의 계절에서 세종시나 4대강이 아니라 중산층 붕괴, 양극화, 빈곤 등의 문제에 관해 성공적인 대안을 놓고 고민하는 대립이 필요하다.”
12월 1일 한나라당 소속 이완구 충남지사는 한나라당 회의에 참석해 “도지사는 행정도 중요하지만 충청인의 영혼과 자존을 지키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도지사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기 전부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물론 그 맨 앞에는 국무총리 정운찬이 있었다. 《한겨레》(12월 21일)는 “정 총리는 지난 주말 취임 후 네 번째로 충청 지역을 방문했다. 겉으로는 ‘민심 탐방’이라고 하지만 주된 목적은 세종시 홍보에 있었다. 연말 각종 국정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내각의 총사령탑인 총리가 세종시 홍보에만 온통 머리를 싸매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정 총리가 세종시에 보이는 열의의 반이라도 용산 참사에 쏟았으면 사태가 벌써 해결되고도 남았으리라는 아쉬움도 금할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종시 여론몰이에는 정 총리뿐 아니라 관계부처 장관들이 총출동한 양상이다. 문제는 이들의 행보가 단순한 민심 다독이기 차원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얼마 전 “세종시 원안을 고집한다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다른 지역에 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심지어 “우리나라는 떼법과 ‘배째라법’이 제일 먼저”라는 막말까지 했다고 한다. 고위 공무원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상식 이하의 발언이다. 정부가 이렇게 고자세로 나오니 충청권 민심이 더욱 악화하는 것이다.”
2010년에 들어서도 한동안 계속되는 세종시 갈등은 원초적으로 대국민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명박 특유의 ‘불통의 리더십’은 2010년에도 지속되어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킨다.
“MB정권은 ‘가치 동맹’이 아니라 ‘이익 동맹’”
2011년 5월 26일 부산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던 감사원 은진수 감사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지낸 인사로 ‘BBK 사건’의 변호인을 맡았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법무행정분과 자문위원을 지냈다. 5월 30일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은진수를 긴급체포해 서울구치소로 수감했다고 밝혔다(2012년 2월 23일 서울고법 형사3부 [최규홍 부장판사]는 은진수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 6월과 추징금 7,000만 원을 선고했다. 은진수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는데, 2012년 6월 30일 이명박은 은진수를 특별 가석방했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손동우는 5월 31일 칼럼 「동지」에서 이명박의 대선 캠프 출신인 은진수가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연루되자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청와대에 동지는 없고 동업자만 있다.”고 탄식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건의 파장이 권력형 게이트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데도 청와대 참모라는 사람들이 제 살 궁리만 하고 있는 현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MB정권에서의 동지는 지금 와서 느닷없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애당초 별로 없었다고 봐야 한다. 정치적 지향이나 통치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집단이 아니라 저마다 ‘한자리’를 위해 뛰어든 인사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MB정권은 ‘가치 동맹’이 아니라 ‘이익 동맹’이란 말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동지보다는 동업자가 더 많았기 때문일까? 2011년 6월 13일 발표된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이 2010년 전국(제주도 제외)의 기업인 600명과 자영업자 40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통해 작성한 ‘한국 공공부문 부패 실태 추이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 중 정부 중앙부처 국ㆍ과장 이상 공직자 및 장ㆍ차관의 부패 정도가 “심하다.”고 답한 비율은 86.5퍼센트로 김대중 정부 4년 차인 2001년 85.3퍼센트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부정부패 체감률은 노무현 정부 3년 차인 2005년 76.4퍼센트까지 떨어졌다가 2007년 85퍼센트로 올랐으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정권 초기인 2008년~2009년 각각 83퍼센트, 76.9퍼센트로 주춤했다가 다시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 도덕성 추락 끝이 안 보인다”
외교마저 ‘돈 냄새’ 바람에 휩쓸렸다는 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1월 12일부터 이명박 정부의 부실 자원외교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2011년 3월 자원외교의 쾌거라며 홍보한 한국의 아랍에미리트(UAE) 10억 배럴 이상 유전에 대한 우선적인 지분 참여 권리가 단순한 참여 기회 보장을 과장한 것이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정부는 이명박의 UAE 방문 당시 10억 배럴의 원유를 확보하는 효과가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가 야당 등에서 따지고 들자 매장량 10억 배럴 이상인 생산 유전에 대한 우선적인 지분 참여가 가능하다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격이 있는 한국 기업들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는 정도의 내용에 구속력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원외교는 이명박의 대통령 취임 후 정권 최실세들이 앞장서 진행해 온 정책이었다. UAE 유전과 카메룬 광산, 미얀마 가스전 사업 등은 이명박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 현 정권 핵심 실세들이 주도했으며, 측근들이 앞장서면서 지식경제부, 미래기획위원회, 석유공사 등 자원 개발 관계자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1월 18일 《문화일보》는 「다이아몬드 게이트…이 정부 도덕성 추락 끝이 안 보인다」라는 사설에서 “아프리카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관련한 씨앤케이인터내셔널사의 주가조작 사건이 범정부적 비리 의혹으로 확산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물론 국무총리실, 지식경제부,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의 일부 직원과 친인척들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소문이 사실일 개연성이 더욱 커졌다. 이미 구속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 숫자가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인 데다 유상봉 게이트ㆍ저축은행 게이트에 이어 다이아몬드 게이트까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부의 도덕성 추락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1월 26일 감사원은 ‘씨앤케이인터내셔널 의혹’과 관련해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가 씨앤케이의 카메룬 다이몬드 광산 개발권 획득과 관련한 허위 보도자료 배포를 주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공직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로 배를 불리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다이아몬드는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의 6대 전략 광물이 아니고, 관련 기관들도 씨앤케이 사업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총리실이 일방적으로 에너지 협력 외교 대상에 포함해 정부가 지원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렇게 총리실이 주가조작에 개입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으면서도 구체적인 혐의는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1월 27일 사설 「다이아몬드 의혹 실체 규명 검찰에 달렸다」에서 “감사원은 김 대사 등 일부 공무원의 부정행위만 밝혀냈을 뿐 주가조작 의혹의 실체는 건드리지도 못했다. 한마디로 변죽만 울린 셈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을 종합해볼 때 이번 사건에는 정권 실세의 힘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단순한 고위공무원의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 아니라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지난해 초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총리실이 자체 조사를 벌이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어물쩍 넘어간 것만 봐도 권력형 비리 냄새가 난다.”
1월 30일 무소속 정태근 의원은 “씨앤케이 의혹에 연루된 김은석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가 (2006~2007년) 지금 한국군제협력단 이사장으로 있는 박대원 씨를 만난다는 이유로 이명박 대통령의 당시 대선 캠프였던 안국포럼을 들락날락했다.”고 말해 안국포럼 실세들이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에 어떤 식으로든 관련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박근혜 대할 때 ‘나는 머슴이다’ 생각하면 가장 편하다”
2013년 5월 5일 《동아일보》에 「[비밀해제 MB 5년] (9) 무대와 공주」라는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박근혜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보여주는 일화들을 소개했다. 몇 가지 중요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친박인 손범규 전 의원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표를 대할 때 ‘나는 머슴이다’라고 생각하면 가장 편하다. ‘아씨와 머슴’이라고 생각하면 나도 마음이 편하고, 박 대표도 편하게 받아들인다. 김무성 의원이 박 대표와 안 된 것은 ‘아씨와 장수’, ‘공주와 왕자’로 가려고 하니까 그런 거다.” 정치 초년병인 손범규는 그렇게 박근혜를 대했다. 2005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던 박근혜가 ‘김대업 병풍’ 재판 과정에서 고생한 손범규에게 공로패를 주는 날, 손범규는 박근혜를 빤히 쳐다보며 “매번 공로패만 주시지 말고 공천장을 주시면 안 됩니까?”라고 떼를 썼다. 머슴이 아씨한테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곁에 서 있던 당직자들이 모두 웃었다. 그러나 손범규를 한참이나 쳐다보면 박근혜는 당시 김무성 사무총장을 부른 뒤 “당에 공헌하신 분을 인정해주셔야죠.”라고 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이성헌 사무부총장에게서 “서울 은평갑이나 경기 고양 덕양 중 하나를 골라보라.”며 전화가 걸려왔다. 손범규가 아마 대가를 요구하거나 ‘거래’를 하려는 듯한 눈빛으로 그렇게 말했다면 박근혜는 싸늘하게 외면했을 것이다. 손범규는 훗날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그리고 탄핵 이후 박근혜의 변호인으로 맹활약하면서 보은의 머슴 노릇을 충실히 수행하게 된다.
한나라당의 사무총장에 이어 2007년 경선 캠프 좌장까지 맡았던 김무성은 박근혜 때문에 자주 스트레스를 받아 폭탄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기도 했다. 2007년 경선 당시 경남 지역 언론사 편집국장ㆍ보도국장 초청 저녁 모임, 박근혜가 한 시간쯤 늦었다. 김무성은 이미 술이 올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