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정치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B급 정치
서민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17년 4월 / 352쪽 / 15,000원
제1장 대통령 전 상서
저는 대통령 박근혜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저는 지난 1998년 대구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뒤 대통령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단 한순간도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어쩌다 시장이나 공장, 노숙자쉼터 등 소외되고 어려운 서민을 찾아갔던 것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한 번 얼굴을 비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입만 열면 신뢰를 강조한 것도 사실은 저도 저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며, 행여 국민들이 그 사실을 알아챌까 봐 두려워 선수를 친 것이었습니다.
목표했던 대통령이 된 뒤에는 정말 원 없이 놀았습니다. 원래 지킬 생각이 없었던 공약은 잊으려 노력했고, 제가 해야 할 국정 과제는 최순실이 챙기도록 했습니다. 그 대신 피부 관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습니다. 대통령이 국가의 얼굴이니만큼 좋은 피부를 보여드리는 게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길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정치인의 여정에서 단 한 번도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적이 없었고, 주변의 비리에 한없이 관대했습니다. 1년만 더 버티면 임기를 마칠 수 있는데,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탄로 나는 바람에 탄핵 심판을 기다리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나 참담하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거짓말을 워낙 자주 하다 보니 이젠 입만 열면 저절로 거짓말이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탄핵을 앞두고 제 소회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저는 원래 말을 잘 못합니다. 말을 하다 보면 주어와 동사가 헷갈리고, 엉뚱한 데서 목적어가 튀어나옵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제 빈약한 언어 능력을 국민들에게 들킬까봐 토론을 한사코 거부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미리 준비된 대본이 없으면 일절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았고, 꼭 해야 하는 연설은 프롬프터를 그대로 읽었습니다. 질의응답을 할까 봐 서둘러 회견장을 빠져나가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연유로 저는 연설문을 작성할 때 최순실의 의견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가 특검에서 ‘공황장애’를 ‘공항장애’로 쓰는 걸 보면서 괜히 물어보았다는, 늦은 후회가 듭니다.
다음으로 재단 설립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버지가 기업들에서 돈을 뜯는 장면을 인상 깊게 본 탓인지 저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기업의 돈을 갈취할 욕심이 있었습니다. 국위 선양이나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보다는, 최순실의 이익이 곧 대통령의 이익이라며 기업 회장을 협박했습니다. 기업인들도 경영권 승계라든지 감방에 있는 회장을 사면해주는 등의 선물을 받았으니, 이건 서로 윈-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대통령이라 임기 중 어지간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특검이 저를 뇌물죄로 엮으려는 걸 보면서 세상 참 빡빡해졌구나 싶어 한숨이 나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대통령이 되었다는 자괴감이 듭니다.
이제 중소기업에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최순실이 제게 KD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가 현대자동차에 납품할 수 있게 하라고 했을 때, 저는 그 회사가 뭐하는 회사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럼에도 그 회사는 최순실의 지인이 경영하는 회사인지라 관련 수석에게 “반드시 성사시켜라.”라고 전달했습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은 보좌진의 의견을 듣고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의견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으며, 현명한 판단과는 담을 쌓은 제가 촌각을 다투는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보좌진 역시 큰 사건이 터져도 제게는 보고하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후회스러운 점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도착해서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는 말을 한 것입니다. 슬픈 표정으로 입을 닫고 있으면 될 것을, 그 말로 인해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만인이 알아버렸습니다. 제가 검찰과 특검, 헌재에 아예 가지 않은 것도 그때 얻은 교훈 때문입니다. 침묵이 금이라는 옛말은 곱씹을수록 명언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정치인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진 자들이 더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 믿고 살아왔습니다. 이 땅의 모든 젊은이가 학교 졸업 후 비정규직이 될 수 있게 돕고, 우리 후손들이 아이 낳기가 두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제가 책임지고 해야 할 사명으로 생각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정부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는 과감하게 빨갱이로 몰고, 블랙리스트에 올렸습니다. 혹시 탄핵이 기각되어 제가 대통령을 더 하게 된다면, 남은 임기 동안에도 지금까지 해오던 일들을 하면서 국가적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과 깊은 혜량을 부탁드립니다.(2017.3.1.)
대통령은 왜 화가 났을까?
대통령의 딸로 태어났고, 경제적으로 아무런 부족함 없이 살다가 자신이 대통령까지 된 분. 박근혜 대통령의 삶은 일반인의 기준으로 보면 부러움 그 자체다. 출생, 돈, 지위 중 어느 하나만 가져도 만족할 텐데 그 세 가지를 다 가졌으니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게다가 아무리 삽질을 해도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고, 덕분에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선 드물게 임기 내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쯤 되면 행복에 겨워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언제나 화가 나 있는 듯하다. 텔레비전이나 기사에 나오는 대통령의 표정은 언제나 굳어 있다. 기자가 안티라서 일부러 그런 장면만 포착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모습은 늘 세상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이것에 대해 꽤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해서였다. 겉으로는 대통령을 향해 웃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무시한다는 생각이 짜증을 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세월호, 그날의 기록』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세월호에 대해 나온 책 중 가장 객관적이라고 할 만한 이 책은 그 당시 상황과 관련된 자료만 무미건조하게 나열하는데, 거기 보면 아랫사람들이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잘 나와 있다.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해야 할 그 바쁜 순간에 청와대-해경 핫라인은 평균 3분 간격으로 울려댔는데, 청와대가 일관되게 요구한 것은 바로 영상이었다.
나중에 국가안보실 1차장 김규현은 국회에서 영상이 필요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희들이 현지 상황을 보는 것은 다 대통령께 보고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을 6회에 걸쳐 요구를 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짐작 할 수 있다. “세월호가 45도 기울었습니다.”라고 쓰면 못 알아먹을까 봐 사진이나 영상을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바쁜 와중에 청와대-해경 핫라인에 대고 6차례나 영상을 요구한 게 아니겠는가?
대통령이 실제로 문맹 비슷한 분이라면 최소한 억울하진 않았겠지만,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라는 명저를 집필한 것에서 보듯 박근혜 대통령은 전혀 그런 분이 아니다. 게다가 대통령은 언어의 마술사에 가까운 분이셔서, 언젠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이 발언이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건 ‘꿀벌’ 대신 ‘벌꿀’이라고 한 때문인데, 이런 고도의 언어유희는 평상시 문장에 단련되어 있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그 밖에도 대통령이 언어의 마술사라는 건 여러 발언에서 증명된 바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아랫사람들은 대통령을 문맹 취급하고, 직접 쓴 책도 남이 써주었겠거니, 의심한다. 공자는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화내지 않으면 군자라고 이야기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화를 내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통령이 화내는 걸 이해해주자. 아랫사람들에게 무시 받는 대통령에게 남은 건 국민들의 사랑밖에 없을 테니까.(2016.3.24.)
제2장 대통령의 자격
대통령만 모르는 대한민국
나는 서른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늦게 시작한 독서는 내 삶을 180도 바꿔놓았다. 나밖에 모르고, 사회에 대해 일말의 관심도 없던 내가 이제는 사람들 앞에 서서 사회 정의에 대해 떠들고 있으니, 뽕나무밭이 바다가 된 격이다. 책은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킬까?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독서가인 CBS 정혜윤 PD는 이렇게 말한다. “책에는 좋은 말이 많잖아요. 요즘 세상에서 책이 아니면 그런 말들을 어디서 듣겠어요? 그 말들을 듣다 보면 스스로 변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2015년 8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가면서 책 6권을 가져갔다는 게 보도되었다. 휴가지에서 책을 읽는 대통령이라니, 멋져 보인다. 그가 가져간 책들을 다 나름의 의미를 지닌 것들이다. 그중 『저지대』에 대한 해설을 보자. “1960, 1970년대의 인도와 미국을 배경으로 시대와 개인,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거기에는 이런 멋진 말도 나온단다. “죽음 앞에서 우린 평등해. 그 점에선 죽음이 삶보다 나은 것 같아.” 『올 댓 이즈』도 한 남자의 삶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사는 게 어떤 것인지를 말해주는데, 이런 책들을 읽으면 삶이 무엇인지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단 오바마만이 아니다. 제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나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은 장서가 수천 권인 애서가였고, 후임 대통령들도 독서가가 꽤 많았단다. 나름의 한계는 있을지라도 미국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중요한 가치가 된 것도 이런 전통 덕분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책 하면 떠오르는 분은 1만 7,000권의 책을 소장했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그는 비서실장이 골프를 권하자 이렇게 말했단다. “좋은 운동이지요. 그런데 골프 한 번 치려면 서너 시간은 걸리죠? 그렇다면 책을 한 권 읽을 시간인데, 독서가 낫지 않을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책을 좋아하여, 휴가 때는 물론이고 탄핵 소추를 당했을 때도 책을 읽으며 보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떨까? 고백하자면 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편견을 갖고 있었다. 책과 그다지 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된 뒤 첫 번째로 간 2013년 여름휴가 때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모래밭에 글씨를 쓰며 놀고 계시던데, 그 사진은 기존의 편견을 더 강화시켜주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경남신문》 기사의 한 구절을 보자.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독서’다. 박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을 방문한 기자나 보좌관들은 누구나 놀란다고 한다. 원인은 2층 서재의 박근혜가 읽은 수많은 책 때문이다.”이번 여름휴가 때도 박근혜 대통령은 책만 읽으며 보냈다고 한다. 오바마와 달리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 때 무슨 책을 읽었는지 자랑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좌파들은 ‘읽는 책의 수준이 낮아서’라고 생각하겠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출판사가 소외받을까 봐.”란다. 실제로 대통령이 읽었다고 공개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은 바로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독서가의 한 명으로서 대통령이 책을 좋아한다니 다행이긴 하다. 좀 의아하다 싶은 건 그렇게 책을 좋아하는 분이 말씀에 두서가 없고,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문제가 생기면 아랫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족들을 대하는 태도는 더욱 미스터리다. 책을 많이 읽었다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의 슬픔을 능히 헤아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분들을 무슨 기생충 보듯이 하셨으니까.
비슷한 사례가 있긴 하다. 2000년 미국 대통령이 된 조지 부시도 독서가였다. 바쁜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2006년부터 3년간 200권의 책을 읽었다. 하지만 그는 별 시답지 않은 이유로 이라크전쟁을 일으켰고, 평상시 모습에서도 독서를 통해 길러지는 지성이나 배려 같은 덕목을 찾아보긴 힘들다. 이분들은 도대체 왜 이런 걸까? 문제는 앎과 실천의 괴리이다. 책을 읽고 좋은 교훈을 얻어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겠는가? 다시금 정혜윤 PD의 말을 인용한다. “책을 읽고 나서 나와야 할 진짜 좋은 질문은 ‘이 책을 읽었으니까 다음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것이에요. 이런 질문을 자기 자신한테 던질 때 책이 나를 변화시키는 조언이 될 수 있어요.” 책을 읽고 그걸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지 않는다면 몇 트럭의 책을 읽는다 해도 변하는 건 없다.(2015.9.2.)
대통령의 조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지인 둘과 식사를 같이했다. 자연스럽게 대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주된 주제는 박근혜 후보가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비교해서 어떨 것이냐는 것이었다. 다른 이들은 “더할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러기엔 이명박이 너무 엄청난 일을 많이 했다.”며 쉴드를 쳤다. 그러자 그들은 말했다. “네가 박근혜 후보를 잘 몰라서 그러는 거야.”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이 지난 지금, 그때 흐지부지된 토론의 결말은 어느 정도 난 것 같다. 박근혜는 “이런 대통령을 기다렸다!”고 외칠 정도로 대통령직에 적합한 분이셨다는 걸 지난 임기 동안 다음과 같이 증명해 보였으니까.
첫째, 대통령은 연기자여선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현장에 갔을 때, 사람들은 대통령이 유족들을 껴안고 같이 눈물을 흘려주길 바랐을 것이다. 유족들이 보았을 때 그만큼 감동적인 위로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고 다음 날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은 대통령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 소인배들은 “왜 안 우느냐?”고 수군거렸지만, 내가 보기에 진정한 대통령은 정말 슬플 때 우는 분이어야지, 슬프지도 않은데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연기자’여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마음만 먹었다면, 그러니까 32초가량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면 그깟 눈물 정도 흘리는 건 일도 아니었을테고, 그 경우 지지율도 더 올라갈 수 있었지만, 대통령은 내내 당신의 감정에 솔직했고, 시종 의연한 모습을 보인 채 체육관 방문을 마쳤다. 이런 대통령이 나는 참 자랑스럽다.
둘째, 대통령은 호기심 충족보다는 민생을 챙기는 분이셔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난 뒤 유족들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궁금해했다. 대통령도 2014년 5월 유족들에게 철저한 진상규명이 가능한 특별법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뒤 대통령은 진상규명에는 관심이 없는 분처럼 행동하고 계신다. 여기에 대해 소인배들은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들이 알아야 할 것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누구보다도 대통령이 가장 알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진상규명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걸까? 여기서 대통령의 위대함이 드러난다. 대통령은 개인의 호기심을 억누르는 대신 민생을 챙기려는 거니까. 생각해보라. 대통령이 궁금해한다고 다 조사해버리면 민생은 대체 누가 챙기겠는가? 그렇다면 유족들에게 약속은 왜 했느냐고 따지겠지만, 개인의 호기심을 접고 묵묵히 민생을 챙기려는 분한테 할 소리는 아닌 듯하다.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는 대통령이 전 세계에 과연 몇 분이나 계실 것인가?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진다면 다들 우리나라로 이민 오겠다고 난리가 아닐 것 같다.
셋째, 대통령은 어느 정도 신비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고인을 비난하는 거라 좀 꺼려지지만, 전전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은 도대체 신비감이라고는 없었다. 투박한 외모에 투박한 사투리도, 그렇지만, 생방송 중 “막가자는 겁니까?”라는 말을 할 정도로 내용마저 투박했다. 그를 보면서 동네 아저씨를 떠올린 사람은 있었겠지만, 대통령에게 바랄만한 권위의식이나 신비감을 느낀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비감 면에서는 전 세계에서 으뜸이라 할 만하다. 일단 말씀이 별로 없으시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고, 가끔씩 하시는 말씀도 무슨 생각으로 하시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게다가 아무리 큰 일이 있어도 7시간 정도 몸을 숨기는 능력도 갖고 있으니, 이 정도면 신비주의를 화두로 삼는 대통령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통령의 지지도가 30퍼센트를 넘기지 못한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늘 과반을 넘기는 것은 대통령이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가 신비감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