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은 현명하다
지승호, 하승창, 송호창 지음 | 글로세움
시민은 현명하다
지승호, 하승창, 송호창 지음
글로세움 / 2012년 10월 / 376쪽 / 13,800원
시장이 바뀌니 생활이 바뀐다
시민이 뽑은 서울시장 1년
지승호(이하 지): 지난해 이맘때쯤의 일이네요. 한판 시민축제로 선거를 치르고, 새로운 서울시장을 뽑았는데요. 정말 시간이 물 흐르듯 흘러갔네요.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함께한 사람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네요. 그동안 삶의 모습이나 마음가짐에 어떤 변화가 생기셨나요?
박원순(이하 박): 정말 1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뒤돌아볼 겨를이 없었는데요. 오늘 이렇게 그런 자리를 갖게 되었네요. 지금도 가끔은 내가 정말 시장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이라는 자리를 의식하지 않고, 일만 해온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함께 지난 1년을 얘기하니 정말 내가 시장이 된 건 맞군요.(웃음)
하승창(이하 하): 원래 성품 탓이기도 하고, 그만큼 일에 열중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그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느라 만나기도 쉽지 않았죠.
송호창(이하 송): 저는 선거를 두 번 치르고 나니 한 해가 다 지나가더군요. 저도 변호사에서 국회의원으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지: 그럼 여기서 지난 한 해를 한번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우리들의 지난 선거가 시민이 함께 만든 좋은 선거의 모델이 될 것 같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장 1년을 돌아보고 스스로 평가를 해보는 의미도 되고요.
지난해 9월 1일 《한겨레 신문》에 '박원순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기사가 뜨면서 서울시장 출마가 가시화되는데요. 언제쯤, 어떤 계기로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건가요?
박: 이 정부에서 과연 내가 정말 그렇게 피하기만 해도 되는 건지, 나 혼자만 편안해도 되는 건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을 했죠. 그동안 희망제작소 일에 몰두하느라 제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는데 백두 대간을 걸으면서 아주 어릴 때부터 최근의 일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내가 삶에서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할 그런 상황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오세훈 전 시장 사임과 무상급식 관련 주민 투표 얘기도 들리고, 여러 사람들이 오가면서 이렇게 된 거죠. 그런데 막상 출마를 선언하고 나니까 안철수 씨가 나온다는 거야. 미리 상의를 했으면 내가 출마를 하지 않았죠. 그런데 이미 다 얘기해놓은 상태라서 만약 안철수 씨가 나왔어도 그냥 나왔을 거야. 어쩔 수가 없었죠. 만약 떨어지면 주위 사람들이 다시는 나오라는 소리 안 할 테고 그러면 나머지 인생 편하게 지내면 되니까.(웃음)
지: 사실 정치라는 게 굉장히 오랜 기간 준비해서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두 분은 서울시장 나온다고 하자마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지지율 50%가 넘는 분이 20분간 얘기하고 양보를 하는 과정 자체가 다른 사람이 볼 때 이해할 수가 없는 부분인데요.
박: 우리가 서로 잘 알던 사이고요. 저는 주로 부탁을 하는 입장이었죠. 이 양반은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아름다운재단이나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할 때 늘 부탁하는 입장이었어요. 아름다운재단의 이사도 해줬고, 희망제작소의 소셜디자이너스쿨, 그 학교에도 이 양반이 열여덟 번인가 좋은 MBA 과정 강의를 해줬거든요. 그때 대전에 계실 때라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예요. 그리고 포스코의 사외이사도 몇 년을 같이 했고 해외여행도 같이 가고 해서 잘 아는데, 핵심은 이런 거였어요. 이 양반도 할 생각은 있었던 것 같고요. 다만 내가 한다고 하니까 진짜 하려고 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나는 확실히 한다고 했죠. 안철수 씨는 당시 10% 결심했다고 했잖아요. 아직 그 결심이 깊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자세한 것은 나중에 안철수 원장 인터뷰할 때 물어보세요.(웃음)
진심은 마음을 움직인다
지: 지난 선거에서는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셨습니까?
박: 그땐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제가 계속 확인한 것이 이게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다, 제 의지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굴러가는 대로 가는 거예요. 시대가 하는 일이고, 시민들이 하는 일이고, 역사가 하는 일인 거죠. 그 정도 큰 선거면 자기 스스로 장악이 안 돼요.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요. 지내놓고 보면 좋은 분들과 최고의 선거를 한 거죠. 타이밍도 그렇고.
하: 맨 처음 모인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시민단체 사람들 열 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작한 건데요. 다른 분들 오기 전까지는 선거법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잖아요. 선거를 한 번도 안 해봤고.
지: 당시 TV토론을 본 지지자들의 우려와 실망감이 상당했는데요. 나중에 그게 콘셉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박: 옛날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2000년 정도까지 했는데요. 그때는 TV토론 나가서 잘했다니까요. 그 이후에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이런 걸 하면서 정치면을 거의 안 봤어요. 정치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시사에 굉장히 약한 거야. 그래서 최선을 다했는데도 그렇게밖에 못했던 거고요. 나중에는 내가 잘했다니까.(웃음) 요령이 조금씩 생겨서 마지막 할 때, 3차 TV토론에서는 잘했습니다.
송: TV토론이 시민들한테 직접적으로, 숨김없이 드러나기 때문에 선거에서 50% 정도의 효과를 미친다고 하잖아요. 토론을 통해서 사람의 말뿐만 아니라 표정, 태도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보니까. 그런데 사실은 말을 잘 못하는 것이 조금 더 사람들에게 진정성 있게 보인 것 같아요.
박: 그래요? 저는 메모를 해가서 읽는 것도 잘 안되더라고요. 그런데 나경원 후보는 하나도 안 보고서, 모두 진술하고 그런 건 옆에서 봐도 부러운 거예요.(웃음)
송: 그게 상대 후보하고 극명하게 대비된 거죠. 거긴 얄미울 정도로 아나운서처럼 똑 부러지게 얘기하니까. 발음도 똑바르게 하고, 진정성이 별로 없게 느껴진 거죠. 극적인 것이 마지막 MBC <100분 토론> 할 때 노래를 시켰는데, 나경원 후보가 '서울의 찬가'를 불렀잖아요. 방송 들어가기 5분 전에 갑자기 "노래 한 곡씩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 얘기를 PD하고 진행자가 대기실에 와서 할 때 느낌이 나경원이 그 노래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박: 내가 아는 노래가 있어야죠. 옛날 흘러간 노래 말고는.
송: 시장님은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람'을 부르셨잖아요. 이별의 아픔, 헤어지고 이런 노래라 어쩌나 했는데, '서울의 찬가'를 나경원 후보가 할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걸 하더라고요. 그게 진정성이라기보다는 가식적으로 느껴지는 거죠.
하: 똑같이 가식적으로 나와서 의도적으로 어떤 노래를 해야지 하는 사람이 나왔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요. 전혀 그런 것에 대한 감각이 없는 분이 나와서 하니까 비교가 된 거죠.
아름다운 만남, 위대한 양보
위대한 양보
지: 처음에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5% 지지율의 박원순, 50% 지지율을 얻고 있던 안철수. 차이가 너무 컸잖아요. 안철수 원장이 나온다고 했을 때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안 원장이 양보하지 않았으면 문제가 복잡해졌을 거잖아요.
송: 안 원장이 출마한다고 하니까 머리가 지끈지끈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선거 과정에서 본인의 인물, 자질을 다 밝히고, 그다음에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면 된다고는 생각했지만 너무 차이가 나니까. 하지만 최고의 인물 검증은 삶의 이력이라고 봤거든요.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면 50% 따라잡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어요. 내부에서 선거운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안 원장이 출마한다고 해도 계속 박 변을 밀어야 되느냐, 아니면 안철수로 단일화해야 되느냐, 이런 것을 고민했어요. 구체적으로 의논한 것은 아니지만. 거기서 각자 생각들이 여러 가지로 있었겠죠. 일을 돕는 사람들의 대체적인 생각은 안 원장이 출마하더라도 박원순은 끝까지 가야 된다는 거였어요.
그런 입장을 가졌던 이유는 일단 안 원장은 행정경험이라든지 시정에 대한 운영, 정책을 만들거나 운동의 경험이 없지만, 박원순은 수십 년 동안 인권변호사 활동을 하고, 참여연대를 만들고,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를 열고, 희망제작소를 만들어서 정책 행사 등을 하면서 차곡차곡 이력을 쌓았잖아요. 그게 물론 시장이 되기 위해서 한 것은 아니지만, 이때까지 살아온 경력이나 이력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훌륭한 후보로 내용이 채워져 있었죠. 당장 지지율은 5%, 50% 이렇게 차이가 나지만 일단 선거에 들어가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견줄 만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생각이었죠. 그래서 같이 돕겠다고 한 거고.
지: 말씀하신 대로 하승창 기획단장께서 박원순 변호사의 뜻을 확인하기 위해 산에 올라갔을 때 안철수 원장 출마설이 《오마이뉴스》에 나왔고, 이메일을 주고받은 후 다음 날 만나기로 하는 등 급박하게 상황이 전개되었는데요. 9월 6일 20분간 대화를 나눈 후 안철수 원장이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메일을 주고받을 때 이미 안 원장이 양보하기로 했단 얘기도 있던데요. 양보 의사를 밝히고 대화를 시작했단 말도 있고요.
하: 아니에요. 그렇지 않습니다. 두 분이 만나서 안 원장이 "왜 나가려고 하시는 거냐?"고 물었고, 박 변은 거기에 답하고. 다시 안 원장한테 물어봐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러기 전에 박 변의 답만 듣고 안 원장이 "그럼 제가 양보하겠습니다." 이렇게 된 거죠.
지: 결국 그런 정도의 대화로 양보를 결심할 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는 건데요. 더 감동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꼭 해야겠다 이런 게 아니니까.
하: 안 원장의 양보가 발표되고 나자 몇몇 기자들은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지지율 50%가 5%한테 양보했는데 밀약도 없다지, 정치적으로 어떻게 돕기로 했다는 것도 없다고 하지, 이런 게 뭐냐.(웃음) 우리는 알지만,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박 변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까. 박원순이 누구길래 50%짜리가 양보를 하는 거냐. 이런 게 사람들에게 알려야 될 중요한 사안이었어요. 우리로서는.
지: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50% 지지율의 안철수가 양보한 사람이라는 것이 큰 선거운동이 돼버린 셈이죠.
송: 결국 둘 다 서울시장 출마를 발표했는데, 양보를 받은 사람은 서울시장 후보로 일단 뛰기로 한 거고, 양보를 한 사람은 그 순간 대권후보로 급부상해버린 거예요. 서울시장보다 더 큰 입지를 갖게 되어버린 거지, 그 순간에. 정치적인 위상 변화라고 하는 것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어떻게 판단하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걸 미리 예견했거나 미리 고려하고 양보를 한 것은 결코 아닐 텐데요.
시민의 힘으로 만든 신개념 선거
기존의 선거방식을 거부하다
지: 새로운 선거 사무실을 만드는 것에 대해 기존의 선거전문가들은 보안 문제 등을 들어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던데요. "내가 이 캠프에 있는 사람이면 이 사무실 다 때려 부수겠다"는 얘길 한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그런 갈등은 어떻게 풀었나요?
송: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선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선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민주당이든 민노당이든 대부분 당 쪽 사람들입니다. 초기 우리 캠프는 선거 경험 있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고, 다 시민사회 쪽에서 활동하다가 선거는 처음 경험해본 사람들이라 다른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귀로 듣긴 했지만 나중에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하는 생각을 했죠.(웃음) 우리는 당원이나 조직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전부 다 개방형으로 하고, 오픈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나중에 필요하면 다른 사무실을 구해서 공개하면 안 되는 팀이나 보안 문제 등을 해결하자. 그렇게 한 거죠.
하: 처음에는 보안 문제를 얘기해서 선거 운동하는데 보안할 게 뭐가 있냐. 보안할 것을 없애면 되잖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요.(웃음) 홍보팀이 합류하면서 보니 보안 문제가 있더라고요. 그런 것은 기자들이 보고 미리 흘리면 안 되는 사항들이니까 나중에 본격적으로 예비 후보 등록하면 사무실을 따로 하는 것이 맞다. 그럼 그때 가서 하기로 하고, 한 군데는 막아달라고 해서 유리벽에 후보 홍보물 만들어서 붙여서 막는 정도로 했어요. 그냥 그렇게 간 거죠.
송: 다들 뭐부터 준비해야 되느냐에 대한 생각이 각자 다 달랐어요. 사무실부터 해야 된다. 홍보팀부터 찾아야 된다. 온갖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제가 정치 컨설턴트 쪽, 선거전문가들을 처음 만났어요. 그전에 제가 합류한다고 했을 때 다들 아무도 이견을 안 달았어요. 대변인이 먼저 필요하다고 해서 처음부터 대변인으로 찍혀서 들어온 거죠.
하: 먼저 박 변하고 이야기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얘기가 나온 것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이 뭐냐? 대변인이다. 윤석인 부소장이 혼자 그것을 감당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대변인은 좀 안 맞는 것 같아서 '대변인을 구해야 한다. 누가 좋겠냐? 송호창이 좋겠다. 한다 그러더냐? 한다고 하더라. 그럼 빨리 데리고 와라' 그래서 빨리 데리고 왔어요.(웃음)
네거티브는 결국 망한다
진정성으로 설득하라
지: 후보에 대한 검증은 살아온 과정 자체가 검증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토론을 통해서 보이는 부분은 좀 다른 것 같거든요. 한명숙 전 총리만 해도 살아온 과정 자체에 대해 문제를 삼을 사람은 없는데요.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토론 과정에서 '콘텐츠가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고요. 박원순 시장은 콘텐츠가 있다고 생각됨에도 불구하고 '토론 나와서 보여주는 게 없네'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 이미지 시대에 굉장히 중요한 점인 것 같습니다.
송: 기본적으로는 콘텐츠가 너무 많아서. 특히 희망제작소를 통해 콘텐츠 생산을 너무 많이 해왔고,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하면서 활동해왔잖아요. 지하철 손잡이에서부터 터널에 인도 만드는 것, 벽 만드는 것, 보도블록 하나 만드는 것까지. 거기에 대한 정책을 만들고, 외국의 사례를 경험하고 오니까 할 말이 너무 많은 거예요. 예를 들어 서민을 위한 당신의 정책이 뭐냐고 하면 도로 정비, 지하철 문제, 터널 문제를 한꺼번에 얘기하다 보니까 단순 나열 형태로만 되는 거죠. 30초나 1분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자기가 가진 콘텐츠의 핵심을 아주 효과적으로, 감동적으로 설명을 해줘야 되는데요. 너무 많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보니 이 얘기하고 저 얘기하다가 끝나는 거예요.
디테일하고 기술적인 훈련이나 준비를 나경원 후보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발언하다가, 예를 들어 한강 르네상스에 대해서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양화대교는 어떻게 바꾸고, 새빛 둥둥섬은 어떻게 하고"라고 하면 중간에 툭 자르면서 "당신 얘기는 다 없애자는 것 아니냐"고 단정해버리는 겁니다.
지: 이분법으로 툭 자르고 들어가는 거네요.
송: "당신 얘기는 다 없애고 폐기하잔 얘기다"라고 단정해버리고, "그러면 서울시의 예산을 훨씬 더 많이 써야 되고" 하면서 자기 얘기를 풀어버려요. 상대방이 우물쭈물하면서 "그게 아니고" 하면 잘라버리면서 들어오는 거예요. 그런 훈련이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속에서 "저 얘기 아닌데" 하면서 답답하기만 하고, 뭐라고 얘기할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까 말려드는 거죠.
하: '그게 아니고요' 얘기만 많이 했지.(웃음)
송: 그런 당황스런 상황이 됐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우리는 연습이 안 되어 있었던 거죠. 당황하는 모습이 그대로 화면에 비치고 반면에 나경원 후보는 항상 부드럽게 웃으면서 천천히 또박또박 짚으면서 얘기하고, 그게 차이가 나는 게 특히 TV토론을 하기 전에 우리는 계속 정책 공부를 하고 있는 반면에, 나경원 후보는 원고를 가지고 쭉 읽는 연습을 계속 하는 거예요. 이미지 메이킹 중심으로 하느냐, 내용을 설명하느냐에 있어서 사실은 두 가지를 병합해야 되는데, 우리는 한쪽을 놓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