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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그레이스

죠 뮤저 지음 | 크레도
1장 1732년 어린 가지가 꺾이다



런던의 주택가 길에서 아침 산책을 하던 에임슬리 신부는 어디선가 들리는 비명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비명소리는 바로 앞 죤 뉴톤의 집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집 안에는 엘리자베스 뉴톤이 침대에 누워 땀과 터진 양수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갓 십대를 지난 젊은 아내였다. 그녀는 산고를 겪고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부드러운 갈색 눈은 영혼의 창처럼 맑고 따뜻했다. 침대 옆에는 엘리자베스 사촌이며 가장 친한 친구인 아비게일이 지키고 있었다. "사내아이야, 엘리자베스! 아주 건강하구나!" 아기의 엄마는 소리 없이 흐느끼고 있었지만 그 눈은 기쁨으로 빛났다. "정말 잘 생겼네! 아이 이름은 아빠 이름을 따서 죤이라고 할래요."

어린 죤 뉴톤은 서너 살 때부터 이미 글을 읽었고, 여섯 살이 될 무렵에는 라틴어와 수학까지 공부하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종교, 소양, 선, 도덕, 성실 등 여러 성품들에 관해 지도했을 뿐 아니라 기독교인의 기본적인 덕목에 관해서도 마음속에 심어주었다. 죤은 그 나이 또래에 비해 훨씬 더 성숙했다.

남편인 선장이 바다에 나가있는 동안 엘리자베스는 죤과 함께 데이비드 제닝스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교회에 출석했다. 제닝스 목사를 보면서 엘리자베스는 아들이 목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엄격하고 무뚝뚝한 뉴톤 선장도 바다에서 돌아올 때는 아내와 아들에게 선물을 안겨 주었다. 아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알고 있는 선장은 종종 읽을 책들과 볼거리들을 가져다주었다.

어느 날 엘리자베스는 아들과 농담을 하며 웃다가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기침은 숨을 멎을 듯한 발작을 동반했고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쉰 듯한 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선장은 이마를 찌푸렸다. 아내를 가까이 보니 몹시 수척해 보였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상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어둠 속에 누워서 엘리자베스가 걱정하는 것은 오로지 아들의 장래였다. 뉴톤 선장 역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들의 운명을 신의 섭리에 맡기기로 했다.

뉴톤 선장이 출항한 지 몇 달 후 엘리자베스는 아비게일의 집에서 눈을 감았다. 어린 죤은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이 매 시간마다 종소리에 맞추어 기도하겠다는 하나님과의 약속을 어겨 벌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으로 괴로워했다. 아버지까지 바다에서 죽어 고아가 되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선장이 돌아온 것은 출항한 지 한 해가 지나서였다. 죤은 아버지를 맞으러 달려나갔지만 둘의 재회는 어색했다. 죤은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꼭 껴안았다. 반면에 아버지는 엄마의 죽음을 맞이한 아이를 위로하기 위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어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열 살이 된 죤은 새 환경에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계모인 토마신은 아이를 길러 본 경험이 없어서 죤을 방관하고 죤의 존재를 무시했다. 죤은 아무런 보살핌도 없이 혼자 지냈다. 토마신 아버지의 농장으로 이사한 후로 죤은 교회에 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부도 하지 않았다. 죤은 대부분의 시간을 사나운 이웃 소년들과 보냈다. 싸움, 도둑질 그리고 다른 불량 행위들에 도가 터 있는 그들로부터 권위에 저항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계모에게 말대답을 하면 토마신의 아버지가 나섰다. 그는 커다란 벨트로 온 몸에 상처가 나도록 때렸다. 토마신에게 아기가 생긴 후로는 사태는 더욱 악화되었고 죤은 오로지 계모와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했다. 열한 번째 생일날, 그는 아버지와 배에 올라 선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바닷사람으로서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을 빨리 배워나갔다. 선장은 처음으로 아들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을 느꼈다. 아버지가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죤은 아버지를 기쁘게 해주려고 진짜 뱃사람이 되기 위해 온 힘을 쏟아 부었다.

바다에서 수 주일을 지낸 어느 날, 죤은 갑판 위에서 별자리를 살피고 있었다. "잠이 오지 않니?" 뒤에서 누가 불러 돌아보니 배의 요리사이자 의사인 니벤스였다. "나를 따라오렴." 니벤스는 그를 배의 주방으로 데리고 가 간이침대에 앉혔다. 한 시간 후 갑판으로 뛰어나온 죤은 수치심으로 온몸이 떨렸다. 그에게 방금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뭔가 끔찍한 일이라는 것은 알았다. 니벤스는 그것이 나쁜 일이 아니며 성장의 과정이라고 달랬지만 죤은 그를 믿을 수 없었다. "이건 우리 둘만 아는 일이야.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너의 목을 콱 따버리겠어!" 죤은 마음에 입은 상처와 충격으로 소리 죽여 흐느꼈다. 정적 속에서 자신의 구토물이 바닷물 위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 배의 선원으로 몇 년을 항해하면서 죤 뉴톤은 점점 성숙해져갔다. 죤이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일년 동안 집에 머물게 했다. 그 때 젊은 나이의 혈기로 분별 없이 놀던 그에게 세 가지 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죽음을 모면한 일들이었다. 죤은 문득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하나님이 생각났다. 그는 왜 하나님이 자기에게 살 기회를 주시는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한 번도 아닌 세 번씩이나 간발의 차이로 살아난 것이다. 그는 앞으로 경건하게 살겠다고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그 맹세는 선원으로 돌아가면서 사라져 버리고 그는 예전보다 더 방탕한 생활로 빠져들었다. 선장은 이렇게 자제심이 없는 죤에게 불만을 나타냈지만 아들의 방탕함을 그저 한 때 지나가는 통과의례쯤으로 생각하고 야단치기를 그만두었다.

2장 끓어오르는 분노



뉴톤 선장은 오랜 친구인 마네스티에게 방탕한 아들을 부탁했다. "배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지내고 출항할 것이라는 구나. 준비할 시간은 충분할 게다." 아들과 아버지는 그 후 2주 동안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그 즈음 아비게일에게서 한 번 다녀가라는 편지를 받았다. 아비게일은 어느 날 기도하던 중 그 옛날 엘리자베스와 나눴던 죤과 자기 딸 폴리를 결혼시키자던 이야기가 현실로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켄트로 아버지의 심부름을 갔던 죤은 돌아오는 길에 그 편지 생각이 났다. 그는 길을 물어 체슴에 있는 카틀렛 가로 말을 몰았다. 아비게일은 그의 잘생긴 얼굴에서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비게일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아비게일과 그녀의 남편은 죤의 친근감 있는 태도와 좋은 매너에 호감을 가졌다. 폴리는 죤의 이야기에 푹 빠졌다. 죤은 그녀가 미소를 지으면 가슴이 이상하게 뛰면서 갑자기 입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그가 지켜보면 그녀도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죤에게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자고 권했다. 둘 사이에는 연애 감정이 고조되어 갔다. 함께 오솔길을 걷던 죤은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폴리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누구와도 키스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흥분되고 사뭇 색다른 감흥이 일었다.

죤은 런던에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말하지 않았다. 마네스티는 아마도 자마이카로 향할 최종 준비를 마치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지난 며칠을 되돌아보니 죤은 폴리를 보지 않고 앞으로 5년을 지내야 하는 자마이카로 떠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죤은 마네스티와 함께 출항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마네스티는 최대한 기다렸으나 결국 출항해 버렸고, 죤의 아버지는 노발대발하여 아들을 포기하기로 다짐했다. 어쨌든 열 여덟이면 스스로 독립할 만한 나이가 된 것이다.

집에 돌아온 죤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상선을 타고 바다로 가는 것이었다. 특히 폴리와 사랑에 빠진 지금은 더욱 그랬다. 그러나 아버지의 노여움을 산 것이 후회되었다. 죤은 런던의 항구로 가서 일을 찾았고 삼등 항해사가 되었다. 배가 출항하자 고된 일이 이어졌고 밤이고 낮이고 바쁘게 일을 해도 끝이 없었다. 꿈에서 폴리를 만나는 것 외에는 그녀에 대한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었다. 죤은 폴리를 생각할 때마다 이제부터는 좀더 도덕적인 삶을 살기로 결심했으나 그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항해를 하는 동안 여러 항구 도시에서 그렇게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도덕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리는 시간을 여러 번 가졌다. 스페인에 정박했을 때는 매춘부에게 자신의 순결을 버리기까지 했다.

꼭 1년 후 죤이 탄 배는 런던 항구에 정박했다. 집에 있는 며칠 동안 죤은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폴리를 본지도 거의 일 년이 지나고 있었다. 죤은 이번에는 약속을 지킬 것을 맹세하고 간신히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카틀렛 가를 찾아갔다. 죤은 폴리와 서로 얘기를 나누며 눈 쌓인 들판과 숲 속을 걸었다. 죤은 매춘부와의 기억이 마음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어 폴리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만약 원하기만 한다면 떠나기 전에 그녀를 유혹해서 성적인 관계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죤은 폴리와 함께 있는 즐거움에 빠져 출항 날짜에서 한 주를 더 머물렀다. 런던으로 돌아오자 배는 이미 떠났고 아버지는 또 한 번 몹시 화를 냈다.

뉴톤 선장은 아들을 위해 다른 배를 찾아보았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수 주 동안 두 사람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으나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 어느 날 죤은 잠깐만이라도 폴리를 한 번 더 보려고 체슴으로 향하다가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에 징집할 사람들을 잡으려고 매복해 있는 징집단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들은 사람들을 몽둥이로 때리고 작은 헛간 문으로 거칠게 밀어넣었다. 동이 트자 그들은 꼬리표가 붙여져 항구에 정박 중인 영국 전함 하위치 호로 옮겨졌다. 일단 군대로 징집된 자들은 도망치다가 붙잡히는 날이면 탈영병으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죄수의 감방과 다름없는 생활이 끝나고 수습생도가 된 죤 뉴톤은 어느새 자신의 새로운 환경을 즐기고 있었다. 약간의 권위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일반 수부로 있을 때 얼마나 착취당하고 비참한 생활을 했는가를 잊고 바로 그 착취자의 한 사람이 되어갔다. 사람들은 죤의 갑작스런 변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오래지 않아 모든 선원들이 가능하면 죤을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죤은 선장이나 다른 장교들과도 가까워 질 수 없었다. 그는 반항적이고 자신을 열지 않았으며 자기 속에만 갇혀 있었다.

4월과 5월, 하위치 호는 북해에서의 호송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 즈음 수습생 한 명이 죤의 취향을 파악하고는 그와 가까워지려 하고 있었다. 제임스 미첼이라는 이름의 그는 어느 날 밤, 비번인 죤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 그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미첼과 지적인 대화를 하게 된 죤은 너무 기뻤다. 미첼은 말했다. "인생은 쾌락과 양심 사이의 긴장만 없애버리면 훨씬 더 간단하고 즐길 만하지. 양심이란 놈만 제거해버리면 죄란 없는 거야. 죄가 없다면 그것을 지적하기 위한 하나님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생각해 보게, 죤. 하나님께 복종한다고 해서 자네가 더 행복해지거나 더 성공할 것 같은가? 성숙한 인간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지. 도대체 두려워할 것이 무엇이겠나?" "그렇다면 죽음은?" 죤이 의문을 제기했다. "그게 뭐가 겁나? 죽음이란 그저 생명이 소멸되는 것일 뿐이야. 심판의 날이라든가 지옥 불 따윈 없네. 그저 무존재라구." 미첼의 이러한 말들에 죤은 지극히 매료되었다.

어느 날 저녁 미첼과 죤은 배의 고물에 서서 달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죤은 자신의 우유부단함이 싫었다. 완전한 자유를 누리려면 이런 것들부터 처리해야 했다. 죤은 죄와 구원에 대한 어머니의 가르침과 함께 깊숙이 자리잡은 양심을 검은 바다 속으로 던져버렸다. 그 후로 죤은 며칠 낮과 밤을 미첼과 함께 있으면서 그의 철학에 점점 더 푹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젊은 수습생이었던 잡 루이스의 경건한 신앙심도 그들에게 노리갯감이 되었다. 60일의 절반도 되지 않아 죤은 잡이 그의 종교적인 믿음을 내던져 버리도록 만들었다. 죤은 잡을 설득하여 자신들과 함께 선창가의 선술집에서 럼주에 만취되도록 한 뒤 2층에서 매춘부와 자게 했고, 죄책감을 느끼는 잡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이제 계몽되었네, 잡. 이젠 자네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자유가 있어. 그것이 지적인 자유라는 것이지."

1744년 여름 하위치 호의 호송 임무는 선원들에게 무척이나 지루했다. 모든 선원들에게 휴가가 열두 시간 정도 허용되었다. 그러나 선박이 케슴의 폴리의 집이 거의 보이는 위치에 정박했을 때 죤의 마음은 침울했다. 그녀가 바로 가까이 있었지만 왠지 마음이 무거웠다. 폴리의 아버지가 죤이 두 번이나 케슴에 있느라 자신에게 중요한 승선을 포기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렇게 믿을 수 없는 사람과 딸의 결혼을 재고할 수밖에 없다고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죤은 폴리의 집으로 가 용서를 구했으나 카틀렛 씨는 완강했다.

9월, 하위치 호는 프랑스 전함 솔다이드 호와 대접전을 벌인 끝에 상대에게 많은 사상자와 피해를 입히고 전함을 포획했다. 영국 왕실 해군은 솔다이드 호의 포획자마다 5파운드씩을 지급했다. 죤은 배가 케슴에 정박할 때를 틈타 카틀렛 가를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정박 위치가 바뀌는 바람에 계획이 무산되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아프리카 남단에 있는 희망봉을 돌아 극동으로 가는, 5년이나 걸리는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죤은 상황을 곰곰이 따져 보다가 마침내 카테렛 선장을 찾아가 간신히 열두 시간 외출을 허락 받았다. 그러나 그는 열두 시간 이상을 지체하다가 탈영병을 찾고 있던 해군들에게 다시 잡혀 탈영자 꼬리표가 붙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강제 연행되었다. 죤은 고양이 아홉 꼬리로 태형 백 번이라는 선고를 듣자 쿵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그 매질을 견디고 살아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꼬리 끝에 쇠붙이가 매달려 있어 사람의 살갗을 파고 들어가 뼈에까지 상처를 내는 형벌이었다. 북소리가 울리고 매질이 시작되었다. 갑판장은 그와 항상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죤을 매질하는 데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스물 네 번째의 매를 맞았을 때 죤은 정신을 잃었다. 죤의 상처가 치료되는 데에는 한 달 이상이 걸렸다. 다시 복무를 시작했을 때 그는 자신이 마치 나병환자 같이 느껴졌다. 모든 사람이 그를 피했다. 그들은 죤에게서 받은 수모를 앙갚음하려는 것 같았다. 심지어 친구였던 제임스 미첼과 잡 루이스조차도 가까이 오지 않았다.

카테렛 선장에 대해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지루한 몇 달을 보낸 후 죤은 생각지 못한 연속적 사건으로 징용이 풀렸다. 그는 페가서스라는 상선의 선원과 맞교환 되었는데 그곳에서의 생활은 전보다 훨씬 편안했다. 선장도 친절해 보였다. 이 상선은 노예선이었다. 주로 아프리카의 서해안을 돌면서 여러 상품들을 노예와 교환했다. 노예의 등급을 매길 때마다 고통의 비명이 허공을 찔렀다. 죤은 노예의 어깨나 팔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길 시뻘겋게 달구어진 쇠가 살을 태우는 냄새를 맡았다. 선원들이 저녁 시간을 즐기며 담배를 피우고 조용한 노래를 부를 때, 죤은 이 평화로운 정경 뒤로 배의 아래 칸에서 새어나오는 울부짖음을 들을 수 있었다.

3장 더 깊은 암흑 속으로



죤이 페가서스 호에 승선한지 여러 달이 지나고 있었다. 백인들의 방탕함과 폭력은 노예들의 가슴속에 깊은 상처를 새겨 넣었다. 때로는 흑인 남자의 아내나 여동생 혹은 어머니를 추행하는 동안 옆에 있는 흑인 남자가 반항하지 못하도록 다른 선원이 매질을 하거나 보초를 서주었다. 강간을 피하려다 심하게 구타당한 여자 노예들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죤을 포함하여 선원들 중 누구도 자신의 더러운 만족을 위해 여자 노예들을 성적인 애완동물로 다루는 것에 죄책감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다. 죤은 이 많은 여자 노예들이 아기를 가진 채 신세계에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인도제도나 미국 식민지에서 태어날 흑인 아기들의 혈관 안에 자신의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대부분의 선원들은 급속히 전염되는 치명적인 매독이나 임질을 앓고 있었다. 1746년 새해, 선장이 갑자기 죽었다. 악명 높은 콜린스가 대리 선장으로 지명되자 죤의 삶은 더욱 비참해졌다. 오래지 않아 콜린스는 죤을 다시 해군 전함에 넘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죤은 겁에 질려 거의 자살할 지경에 이르렀다. 죤은 배가 아프리카에 정박했을 때 페가서스 호의 공동 소유주인 클로우에게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간청했고, 클로우는 그 청을 들어주었다. 그는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상인으로 선장들이 노예를 사는 일을 돕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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