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리는 아버지들
아버지 학교 지음 | 두란노
눈물 흘리는 아버지들
아버지 학교 지음
도서출판 두란노/2000년 1월/230쪽/6,500원
아버지 학교 비전 선언문
아버지 학교는 이 땅의 아버지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경건한 남성, 가정의 목자. 교회의 지도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격려하여, 사회를 변화시키는 영적인 운동을 펼쳐 나간다.
아버지 학교 사명 선언문
1. 말씀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2. 성적인 순결을 지킨다.
3. 매일 아내를 격려하고, 자녀를 축복한다.
4. 부모를 공경하고, 형제간의 우애를 지킨다.
5. 매주 가정 예배를 드린다.
6. 정성을 다해 교회를 섬긴다.
7. 일터에서 정직한 일꾼이 된다.
8. 아버지 학교 사역에 기쁨으로 동참한다.
1.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들)
당신은 언제나 크고 든든한 산이었습니다 - 김성민(64년생/ 경신 고교 영어 교사)
부모님께 편지로 인사 올립니다.
아버지, 늘 곁에 계셨음에도 아버지를 거의 생각하지 않고 매일매일 현실의 바쁜 생활에 휩쓸려 생활하다 이렇게 문득 마련된 자리에서 ‘아버지는 나의 인생에서 어떤 분이셨는가?’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금 이 글을 올리면서 첫머리에 쓴 ‘아버지’라는 말이 사실 저에게는 매우 낯설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할 때, 아버지와 저는 그 동안 보이지 않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내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년 시절, 다른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고 부르던 ‘아빠’라는, 약간은 애교 섞이고 다정다감한 느낌을 갖게 하는 그 호칭을 저는 아버지에게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버지’나 ‘아버님’ 같은 약간의 격식을 갖춘 예의 바른 호칭도 사용한 기억이 선뜻 떠오르지 않습니다. 서른 일곱 해의 긴 세월 동안 저는 왜 아버지에 대한 호칭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을까요? 아마 그 시대 대부분의 아버지들처럼 아버지 또한 엄하고 무서워서였을 것입니다.
아버지,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나눈 기억도 없고, ‘아버지가 나를 무척 사랑하시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은 적도 별로 없습니다. 아버지는 가족보다 직장과 사회 생활을 중요시하시는 것 같았고, 아버지와 저희 형제들이 함께 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보니 아버지의 무서운 얼굴 뒤에 있는 그 깊은 사랑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37년의 세월 동안 아버지는 저에게 단 한 번의 욕설도 하시지 않았습니다. 제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피곤하거나 지칠 때 수시로 아이들에게 폭언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아버지는 어떻게 다 참으실 수 있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회초리를 들고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혼을 내는데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직업이 군인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아버지에 대한 이런 기억은 저를 무척 당혹스럽게 하면서도 아버지를 새로 보게 합니다. 아버지는 비록 다정다감한 교양인들처럼 ‘사랑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시지 않고, 생일날 선물 한 번 사 주시지 않았지만, 아버지와 함께 한 나날들이 어찌 보면 우리에게는 늘 선물이었고 사랑이었고 가식 없는 진실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늘 바위처럼 산처럼 당신의 자리를 지키시고 저희를 위해 버팀목이 되어 주셨습니다. 그것은 ‘사랑한다’는 단순한 말보다 훨씬 크고 힘있는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문득 생각나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처음으로 아버지는 제게 춘원 이광수의 소설 ‘무정’을 사 주셨습니다. 직업 군인으로 늘 무뚝뚝하고 엄하던 아버지였는데 참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제게는 아버지께 무엇을 기대하거나 바란다는 것은 불가능한 시절이었거든요.
군대 생활이 무척 힘들던 전방의 일병 시절, 아버지는 아무 예고도 없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군에서 전역하여 여러 가지 사업에 손을 대셨는데 모두 여의치 않아 어려운 시절이었지요, 그러나 군에서 고생하는 철없는 아들을 위해 먼길을 홀로 달려오셨습니다.
그날 밤 여관에서 자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아버지와 저의 모습은 오래된 사진처럼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는 힘드셨지만 저를 안심시키기 위해 몰락한 당신의 모습보다는 군에 있는 아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많은 얘기를 해주셨지요. 그러나 아버지의 그 세파에 찌든 얼굴과 하얗고 빈약한 다리가 형광등 불빛 아래 드러났을 때 무척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버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용돈을 주머니에 찔러 넣어 주시고 가셨습니다. 빈약한 노구를 흔들면서 멀어지다 문득문득 몇 번이고 고개를 돌리시고 손을 흔드셨던 아버지의 모습은, 어린 시절 무뚝뚝하고 무섭던 아버지의 모습과 오버랩 되며 예전의 아버지를 그리워하게 했습니다. 아, 아버지... 저는 그 자리에서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병사들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참 많이 베푸신 분이었습니다. 병사들이 전역할 때는 꼭 집에 데리고 와서 밥을 먹이고 여비를 챙겨 주었지요. 타산적이지도 이기적이지도 못하던 아버지, 늘 남에게 뭔가를 줘야 마음 편하던 아버지... 오늘도 고단한 삶의 여정을 계속하고 계시지만 아버지, 당신은 저에게 언제나 크고 높은 든든한 산이었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2000년 2월 19일 큰아들 성민 올림
2. 다시는 당신 눈에 눈물 흐르지 않게 하겠소(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 이승규(56년생/ 신학교 재학)
여보, 호중 엄마.
좋은 아버지가 되겠다고 아버지 학교에 참여한 지 벌써 3주차가 되는구려. 아이들과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게 하더니 다시금 아내에게 쓰는 편지를 과제로 부여하여 못하던 고백을 편지로 하게 되었구려.
당신에게 처음 고백하려니 처음엔 쑥스럽고 들뜨더니 이제 떨리기까지 하는구려. 더욱이 내가 그 동안 당신에게 한 행실을 글로 옮겨 놓아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오. 당신 가슴에 가장 큰 상처를 남겨 놓은 나로서 어떤 고백을 할 수 있겠소. 먼저 당신의 용서를 구하며 글을 씁니다.
당신과 결혼하여 한 번도 당신의 생일을 챙겨 축하해 주지 못한 나, 결혼 기념일이라고 남들은 다 서로 축하해 주는데도 우리는 한 번도 기념한 일이 없었지. 그나마 당신에게 따뜻하고 정겹게 ‘사랑한다.’ 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한 내가 다른 여인에게, 그것도 당신 앞에서 사랑한다고 하며 당신을 구박하던 나. 당신의 마음에 상처를 깊이 주면서도 큰소리만 치던 나.
당신이 우울증에 걸리고 신경 정신과를 찾고 잠을 자다가도 깜짝깜짝 놀라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나의 행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더더욱 소리지르며 집을 나가겠다고, 자식들도 모두 죽여 버리고 홀가분하게 혼자 살겠다고 미쳐 날뛰던 나를 그래도 참고 기다리며 눈물 흘린 당신. 그 동안 삶 자체가 지옥 같았을 거요.
이곳에서 나를 돌아보고, 당신을 다시 생각하며 나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게 되니 고맙고 감사한 일이오. 이제 다시는 당신 가슴을 아프게 하는 행동으로 당신 눈에 눈물 흐르게 하지 않을 것이오. 두 아들의 기억 속에서도 좋은 아버지로 남아 있고 거듭나는 생활을 하도록 노력하겠소.
마음 고생을 시키던 내가 지금은 물질로 고생을 시키고 있으니 더욱 미안하구려. 주일 날 나와 함께 예배드리러 성전을 찾아 주니 고맙고 “당신이 교회에 미치는 것이 좋지, 옛날처럼 생활한다면 이제 다시는 같이 살지 않겠어요.”라고 한 말처럼 이제 정말 주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 것이오. 당신께 약속하리다.
다시는 뒤돌아보는 생활, 방탕하고 방황하는 삶을 살지 않을 것이오. 당신이 고맙고 소중함을 이제 깨달았소. 이제 나의 남은 삶 속에 당신이 필요하고, 당신의 자리가 가장 소중한 곳에 마련되어 있다오. 다시 말해 봅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정말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가정이 하나님 품안에서 살아가는 가정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여보, 진심으로 사랑한다오. 당신의 남편 이승규
아내가 사랑스러운 20가지 이유 - 남편이름: 엄영민 아내이름: 김인선
1 .예쁜 공주를 둘씩이나 안겨 준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2. 새벽에 수빈이에게 졸면서 우유를 먹이는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3. 영수증 챙겨 가며 가계부를 적고 있는 당신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4. 가벼운 월급 봉투를 받아들며 “수고했어요.”라는 말을 잊지 않는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5. 고집스럽지만 가끔 양보하며 져 주는 당신이 더욱 사랑스럽습니다.
6. 수연, 수빈이를 낳고 통통해져서 열심히 훌라후프를 돌리는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7. 작은 것에 행복할 줄 아는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8. 가끔씩 너무 솔직하여 나를 당황하게 하는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9. 맞벌이하느라 힘들 텐데 내색하지 않는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10. 요리책 열심히 보며 궁리 중인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11. 아이들만 이뻐한다며 살짝 삐지는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12. 생각지도 않은 돈이 생겼다며 한턱 쓸 줄 아는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13.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대하는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14. 우리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는 당신의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15. 여러모로 부족한 남편인데 혹 자존심이 상할까 봐 늘 배려하는 당신이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16. 밤늦은 시간, 당신과 수연이, 수빈이가 잠자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17.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고자 노력하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18. 건강 해칠까 나를 염려해 주는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19. 화려하지 않으면서 항상 단정하고 소박한 당신이 사랑스럽습니다.
20.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 주는 당신이기에, 내가 제일 사랑하는 아내이기에 세상 누구보다 더욱 사랑스럽습니다.
3. 얘야, 정말로 미안하다(자녀에게 보내는 편지들)
아빠와 아들로서의 이 멋진 만남 - 우재호(57년생/ (주)예은건설 대표)
사랑하는 나의 막내아들 상민이에게
민아, 아빠가 우리 막내에게 편지 쓰는 게 참 오랜만이지?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다는 핑계로, 우리 민이에게 아빠의 마음이 담긴 편지 한 장 남기기가 이렇게 힘이 드는구나. 민아, 의정부 아버지 학교에 다니면서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를 새삼 생각해 보고 내가 과연 그간 우리 민이에게 어떤 아버지였을까 반성해 본단다.
민아, 아빠는 지금도 생각 나. 네가 처음 태어나서 병원에서 집으로 옮겨다 막 눕혀 놓았을 때, 너의 그 맑고 초롱초롱한 눈동자. 손을 쥐어 주자 아빠 손가락을 꼭 잡고 놓지 않던 네 여린 손마디에서 느낄 수 있던 경이로운 생명의 환희와 희열.
장사에 실패하고 백 일도 되지 않은 너를 남겨 놓고 열사의 나라 중동으로 떠나게 되었을 때,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단다. 숙소에 늘 네 사진 걸어 놓고 네가 얼마나 자랐을지 생각하며 혼자 행복해했단다.
몇 년 만에 귀국하여 공항에서 너를 보았을 때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구나. 반가운 마음에 널 안아 보려고 했지만 너는 아빠가 낯설어 울며불며 아빠에게 오지 않으려고 발버둥쳤지. 아빠는 너무 충격적이었고, 깊은 슬픔을 느꼈단다. 세월이, 이별이 부자 사이도 이렇게 갈라놓는구나 생각하며 아빠는 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단다.
하지만 우리 민이가 어느 결에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 중학생이 되어 늠름하고 잘생긴 모습으로 아빠 앞에 서 있으니, 세상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랑스러움과 기쁨을 느낀단다. 아, 세상에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지 않니? 그런데 하물며 아버지와 아들로서의 이 멋진 만남은 인연치고도 특별한 운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니? 아빠는 우리 관계를 정말로 멋지고 새로운 관계로 가꾸어 가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쓴단다.
아빠가 민이에게 먼저 사과할 것이 있구나. 그간 아빠가 무심코 던진 폭언과 폭행, 그리고 무관심 등 아빠가 알게 모르게 너에게 입힌 모든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아빠가 마음을 다해 진짜 용서를 빌게. 민아, 아빠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 아빠의 그런 행동들은 민이도 알고 있겠지만 아빠의 진심이 아니야. 아빠는 너도 알다시피 욕심이 너무 많아. 그러다 보니 아빠가 못 이룬 많은 꿈들을 아빠의 분신인 우리 막내를 통해 이루고 싶어했다면 무리한 욕심이었을까?
민아,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어디 있니? 특히 막내로 태어나 모든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란 우리 민이는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아빠의 아들이지. 민아,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빠는 민이를 너무너무 사랑한다. 그래서 때론 마음속으로는 고통스러우면서도 매질도 하고 고함도 지르고 우리 민이를 윽박지르고 몰아붙였지. 네가 사회 구성원이 되었을 때 훌륭한 사람 되라고 그런 것이었어. 아빠의 심정을 민이가 이해해 주리라고 믿는다. 민아, 세상은 냉혹하고 험해. 우리 민이를 마냥 응석받이로 키우다가는 민이가 세상을 살아갈 수 없게 되어 버린단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용서받는 관계가 가족 아니겠니?
민아, 앞으로 우리 서로 가슴을 열고 모든 고민과 걱정을 허심탄회하게 토로하고 대화로 해결하는 아빠와 아들이 되자꾸나. 아버지도 우리 민이에게 더욱 훌륭하고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 너도 훌륭한 아들이 되어야 한다. 2000년 2월 19일 사랑하는 아빠가 아들에게
4. 세상에서 가장 멋진 우리 아빠(아내와 자녀들의 답장)
당신이 내 남편인 것이 자랑스러워요 - 천정희(59년생, 인하대에 근무하는 박천식의 아내)
여보! 고마워요, 그리고 감사해요. 당신의 사랑이 내게 전해져 5월의 푸르름과 싱그러움이 노래하듯 내 마음을 부드럽게 합니다. 길가의 가로수가 오늘따라 더욱 푸르고 길 옆의 화원이 더욱 아름답게 보임은 당신이 보낸 사랑의 빛이 내게 반사되었기 때문입니다.
요 며칠간 당신도 느꼈을 거예요. 내 마음이 울적하고 힘든 거요. 그리고 몸도 아프고 짜증스러워 무기력해지고 정말 생활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것 같았어요. 뭔지 모르게 답답하고 창틀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머니를 대하는 것도 의무적이 되고, 더 힘들었어요. 그런 내게 편지 한 통이 날아왔어요. 바로 당신의 편지였죠. 무엇을 썼을까 궁금했어요. 아버지 학교에서 온 걸로 짐작은 했지만 이 편지가 제 마음을 이렇듯 밝게 살아나게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당신의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나는 마음에 환히 불이 켜지고, 심장은 급기야 ‘쿵덕쿵덕’ 소리를 내며 힘차게 펌프질을 하기 시작하였어요. 눈가엔 이슬이 맺히고 가슴은 감격으로 뭉클하였지요. 새장에 갇혀 있던 새가 창공을 나르는 듯한 환희가 찾아왔죠.
그 동안 당신에게서 품어져 나오는 사랑의 확인 도장이 필요할 만큼 힘들었나 봐요. 당신은 내게 관심이 없는 듯했고 제 삶은 쳇바퀴 도는 것 같았지요. 당신은 늘 한결같은 분이라 특별히 기대도 하지 않은 제 탓도 크지요. 그런 당신이 편지를 보내다니요. 사랑의 묘약이라고 할까. 생명력이 있었어요. 오직 사랑이 갖는 힘 말이에요. 나는 자신감을 회복하였어요. ‘그래, 나는 헛되이 살지 않았구나. 내 남편에게 이렇게 소중한 존재이구나. 내 남편은 날 이렇게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