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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거침없는 인생

곽해용 지음 | 지식공감


60대, 거침없는 인생

곽해용 지음

지식공감 / 2025년 1월 / 224쪽 / 16,000원





제1장 여전히, 꿈꾸며



60대, 거침없는 인생


최근에 장교 임관 40주년 행사를 다녀왔다. 벌써 40년이라니! 반 백발에 듬성듬성 머리털조차 한가하게 보인다.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기 시작한 친구들. 열심히들 살아왔구나! 인생의 절반을 지나온 60대의 무게감과 깊이는 묵직해져 가기만 한다. 치열하게 키웠던 아기들도 어느덧 30대에 접어들고 30여 년 일했던 회사에서도 은퇴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직 다른 낯선 길을 힘차게 걸어가고 있는 이도 있다. 지금의 60대는 전통적인 유교 문화에 젖은 부모 세대와 자기주장이 강한 자식 세대 사이에 낀 세대다. 부모로부터 제대로 지원받은 것은 없어도 부모 봉양의 의무를 짐과 동시에 자식 교육에도 힘써야 했다. 직장에서도 성공하고 가난에서 벗어나려 고군분투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은퇴해 보니, 처음으로 주어진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여태껏 맘껏 놀아보지도 못했다. 괜히 노후를 위한 돈, 건강, 일거리 걱정 등으로 마음만 스산하다. 은퇴 후의 무력감과 소외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도 있다. 표류하거나 침몰하는 배의 선장이 된 듯 느껴질 때도 있다. 은퇴 직후까지도 자신감이 넘쳤는데, 냉정한 현실은 이미 고령자 범위에 넣어 재취업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도, 마음껏 돈을 쓰려면 일을 하는 게 좋겠다. 돈을 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안정감과 자신감 그리고 넉넉한 위안을 준다.

60대에도 여전히 일과 가정, 인간관계에서 이런저런 갈등과 선택의 순간은 찾아온다. 모든 관계도 이젠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는 매사에 효율적으로 살아갈 때다. 굳이 넓고 큰 평수의 집도 필요 없다. 거창한 목표도 욕심도 부질없다. 이미 퇴직한 순간 누군가로부터 회피당한 경험은 한두 번 겪어보았을 것이다. 나이 듦을 점점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날이 늘어나는 주름살과 흰 머리카락을 보면서 더 외롭고, 불안과 두려움도 느끼기 시작한다.

나이 들어서 징징대지 않으려면 60대부터 건강과 외로움 관리도 잘해야 한다. 자신만의 건강관리 비법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친구 없이 홀로 오래 지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외로움은 둘째치고 자기 생각만 옳은 양 똥고집만 세진다. 부족한 정보 탓에 귀가 얇아져서 엉터리 주장만 신봉할 수도 있다. 잡다한 과거는 모두 가슴에 묻고, 잊어버릴 것은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

일본 최고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인 와다 히데키는 『60세의 마인드셋』에서 노년에 과거의 삶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고 한다. 노인들이 공통으로 후회하는 6가지가 있는데,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하지 못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 개성을 억누르며 남에게 맞추려고 애썼다, 주변에 적극적으로 생각을 표현하지 못했다, 돈 걱정만 하며 살았다, 의사의 말을 과하게 믿고 따랐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60대는 아직 현역 때와 비슷하게 진행 중이다. 감사하게도 해야 할 일이 있고, 젊은이들과 함께 운동하고 친구들과 대화도 즐기면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있다. 너무 전전긍긍하지 않으려 한다. 이젠 이것저것 재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하고픈 것 하면서 거침없이 살아보려 한다. 거침없이 산다고 해서 법 테두리를 벗어날 정도로 턱없이 함부로 행동하거나, 남의 말을 무시하고 고집쟁이로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누구를 위한 삶 위주로 살아왔으니 이제부터는 나를 위한 삶으로 살아가겠다는 말이다. 계속 돈을 벌지 못하면 어떠냐. 그동안 번 돈도 다 써보지 못하고 죽는 게 인생인 걸 뻔히 알면서도 맨날 절약만 하면서 살아왔다.

지금이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때인 것 같다. 아들딸도 모두 자기 길을 찾아 떠나고, 부모와 가장, 자식의 역할과 책임도 현격히 줄어들고, 최고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지금부터가 내 인생의 황금기의 시작이다. 오히려 어느 때보다 자신감도 넘친다. 지금 테니스와 골프 수준도 가장 안정적이다. 이병률 시인이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에서 말했듯이, 60대도 “시간을 럭셔리하게 쓰는 자”.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 지금부터는 살아가는 가치 기준도 내가 행복하냐, 그렇지 않으냐로만 따지고 싶다. 이 유한한 삶을 후회하지 않도록 제대로 충분히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부터는 이런저런 맛있는 음식도 찾아가서 먹고, 가보고 싶었던 여행도 여기저기 다녀보고,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기며 활기차게 살아보련다. 무릎 절뚝이며 여행조차 힘들어하기 전에, 침침한 눈과 잘 들리지 않는 귀 때문에 대화도 어렵기 전에, 다행히 아직 날 불러주는 친구가 주변에 있을 때.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해서 남은 한이 없을 때 우리는 “여한(餘恨)이 없다”라고 말한다. 60대여! 내일을 위해 계속 아껴만 두지 말고, 여한(餘恨)이 없도록 여생(餘生)은 더 즐겁고 더 행복하게 거침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보자.

그래도, 호기심만은 포기하지 말자


“이게 뭐예요? 저거는…? 왜?” 아이들은 자라면서 궁금한 것이 참 많다. 말문이 트이면서 본능적으로 호기심 많은 아이는 계속 물어본다. 아이는 그야말로 호기심 천국이다. 나도 어린 시절에는 숫기는 없었지만, 호기심은 참 많았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이 감독은 영화를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매일매일 모든 것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 때가 없었던 것 같다.

호기심은 우리가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욕구다. 만일 우리에게 호기심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는 지루함의 연속일 것이다. 공부할 때나, 여행할 때나, 운동을 배우면서 호기심이 없다면 성장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호기심은 일종의 관심이다. 어떤 대상에 흥미를 느끼고 즐거워야 계속 지속할 수 있다. 호기심은 우리의 뇌를 자극하며 심심하지 않게 해준다.

2023년에 100세로 세상을 떠났던 미국 前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의 장수 비결을 그의 아들 데이비드는 “지치지 않는 호기심으로 세상과 역동적으로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95세에는 AI(인공지능)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괴테도 명작 『파우스트』를 60세에 쓰기 시작하여 82세에 탈고했다. 노인이라도 호기심이 끊이지 않는 이는 청년 못지않고, 아무리 청년이라도 호기심이 멈추어 버리면 꿈을 지워 버린 전형적인 노인과 다를 바 없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 단지 열정적으로 호기심이 많다”라고 했다. 지적 호기심은 때로 우리의 정신을 날카롭고 민첩하게 유지해 준다. 또한 호기심은 지금 하는 일에 더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며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준다. 호기심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사람들은 서로 진정한 호기심을 보일 때 더 따뜻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사랑하는 남녀 사이도 호기심이 사라지면 더 이상 매력을 느낄 수 없어 결국 관계도 시들해져 헤어지고 마는 사례가 빈번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도 서로 진정으로 호기심을 가질 때 환자가 분노와 좌절감을 덜 느끼고 궁극적으로 치료 효과도 높아진다고 한다. 또한 호기심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호기심이 있는가 하면, 파괴적인 호기심도 있다. 판도라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상자를 여는 바람에 온갖 욕심과 질투, 시기, 각종 질병 등이 순식간에 이 세상에 나왔듯이. 아담과 이브도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낙원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최근 국내에 급속도로 유통되고 있는 마약과 같은 것에 함부로 파괴적인 호기심을 발동하다가는 인생을 망칠 수 있다. 또 특정 사람에 대한 지나친 호기심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병적인 집착으로 번지게 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살다 보면, 때로 나의 양어깨를 늘 내리누르고 있는 스트레스에 짓눌려서, 거듭되는 실패에 너무 지쳐서 호기심마저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나는 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까. 왜 우승하지 못할까. 왜 하는 일마다 이다지도 안 되는 걸까. 왜? 왜? 왜?” 비록 처음에 뜻한 대로 되지 않더라도, 자존감이 한없이 추락하더라도 삶의 호기심만은 버리지 말자. 호기심을 다시 한번 자극해 보자. 스스로 자신을 질책만 하게 하는 “왜?”가 아니라, 어린 시절 순수하게 “왜?”라고 끝까지 물어보던 그 호기심으로 다시 돌아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보자. 굳이 답을 꼭 찾지 못해도 괜찮다.

아인슈타인도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호기심은 그 자체로 존재 이유가 있다.”라고 했다. 호기심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충만하게 해준다. 우리의 의식이 깨어 있는 동안에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자. 호기심마저 없다면 무슨 낙으로 저무는 노을을 바라볼 것인가. 저 노을이 지고 나면 내일 아침에는 찬란한 태양이 다시 떠오를 거라는 기대와 호기심만큼은 남겨두자. 나 역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모든 것을 통찰하려는 호기심만은 포기하지 않으련다.



제2장 희망을 품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의 미학


우리 삶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늘 도사리고 있다. 때로는 그런 상황들이 우리를 압도하고, 우리는 어떻게든 그것을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피할 수만은 없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심장 전문의사 로버트 엘리엇의 『스트레스에서 건강으로 - 마음의 짐을 덜고 건강한 삶을 사는 법』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우리에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힘든 상황이라면,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으라고 가르친다.

사노라면 누구에게나 실패가 찾아온다. 실패와 좌절을 통해 우리는 배우고 또 성장한다. 피할 수 없는 실패를 경험한 후에는 그것을 분석하고, 다음에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아 시도할 수 있다. 실패를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에서 교훈을 찾고,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말했던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너희들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도 결국 그런 맥락이다.

물론 불청객처럼 느닷없이 암이 찾아왔을 때,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사랑하는 애인이 예기치 못한 이별을 통보했을 때처럼 도저히 즐길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죽을 것 같은 순간도 다 지나가게 되어있고,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모든 상황에서 굳이 즐거움을 찾으려고 스스로 압박하지 않아도 된다. 따뜻한 차 한 잔, 친구의 격려 등 작은 것에 감사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과거를 후회하기보다는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면서 우선 나를 토닥이고 산책이나 목욕, 휴식 등으로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물론 당연히 힘들겠지만, 지금보다 더 느긋하게 세상을 관조하는 삶의 태도는 나를 더 유연하면서도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누구나 역경은 피하고 싶지만, 뜻대로 잘되지 않는다. 모두가 하나같이 자기만의 묵직한 바윗덩어리를 안고 살아간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조차 말 못 할 사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러한 곳이다.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산 정상까지 바윗덩어리를 굴려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벌을 반복하는 시지프조차도 한없이 슬프고 불행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변한다. 시지프는 고통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힘든 운명이지만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오히려 산에서 내려오는 동안에는 통렬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다 보면 반복되는 서글픈 일상에서도 나름대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은 결국 인간 자신이 목적이 되어 스스로 살아가는 날들의 주인이어야 한다. 이 부조리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은 자신의 고통을 똑바로 응시할 때만이 비로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방법이 보인다.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자! 그리고 이 현실을 인정하고 그냥 온전히 받아들이자. 마치 군인이 보초를 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적보다 먼저 발견해야 대처가 가능한 것처럼, 눈앞에 놓여있는 현실을 두 눈 부릅뜨고 잘 살피자. 그러면 희미한 가운데서도 표적이 선명해지듯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방법이 보일 것이다.

물론, 때로 종교에 의지도 해보고, 세상을 향해 아무리 울부짖어 보아도, 그 누구도 명쾌하게 내 존재의 의미와 본질에 대한 답을 가르쳐주지 못한다. 죽음의 신(神)을 속인 죄로 영원할 벌을 받는 시지프도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해질 수 있다는데, 훨씬 무고한 우리는 왜 행복하지 못할까. “신은 죽었다”라고 하면서까지 인간 존재의 위대함을 외친 니체가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아무리 세상이 부조리하더라도 행복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인간의 열정과 긍정의 에너지 그리고 분명한 자기 인식은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자극제이자 원동력이 될 것이다.

내게 부닥친 이 상황을 미처 즐기지는 못하더라도, 지금처럼 애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열정을 다해 살아가는 것. 그냥 오늘 하루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피할 수 없는 내 삶이지만, 감히 행복한 시지프가 되어보려 몸부림치는 것. 그것만이 지금을 제대로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부담은 특권이다


매년 US오픈이 열리는 USLTA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의 메인 코트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으로 들어서는 벽면에 “부담은 특권이다(The burden is a privilege)”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누구나 부담을 느끼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고 떨리며 심신이 흥분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부담이 특권이라니!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심적 부담을 잘 극복하면 오히려 특권처럼 누릴 수 있다는 의미일까. 그래서 2만 3천 명 이상을 수용하는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 입장하는 선수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이 순간, 이 특권을 즐기라는 것 같다. 이 부담도 현재 이 위치까지 오른 그대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며, 결코 아무에게나 함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운동선수들에게 대회나 시합 때 발생하는 심적 부담은 어쩔 수 없는 자연 발생적인 것이다. 성과가 좋으면 좋을수록 더 잘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도 더 커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적절하게 긴장을 잘 조절하면 이런 부담은 자신에게 선택된 낙관주의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져다준다. 한때 테니스계에서 부동의 세계 1위를 고수했던 조코비치도 “세계적인 스타로서 느끼는 부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라고 묻는 기자 질문에 “압박감은 특권이다. 정상에 오르고 싶다면, 압박감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먼저 배워야 한다.”라고 말했었다.

물론, 아무리 부담이 필요한 특권이라고 해도 살다 보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런저런 삶의 무게, 그 엄중한 부담감 때문에 적잖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부담이 특권은커녕 부담 때문에 죽을 듯한 고통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부담은 특권이다”라는 말은 일종의 특권을 누리려면 이 정도의 부담은 느껴야 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으리라. 부모가 자녀를 키울 때의 심정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대부분 부모는 자녀에 대한 부모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양육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그 부담이 두려워서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는 드물다.

회사를 운영하는 CEO나 대표이사들도 많은 부담을 갖는다. 회사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직원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이 그들의 책임이다. 직원 몇 명 안 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것도 참 힘들고 어렵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통상 매월 월급날이 그렇게 부담스러울 수가 없다고 하면서도 이를 감내하며 회사를 성장시키는 소명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한다. 한번 책임 있는 역할을 맡게 되면 쉽게 포기할 수 없고 함부로 포기하지 못하니, 책임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일종의 특권인 셈이다. 이처럼 자기 삶의 의미에 소중한 가치를 더 보태려면, 부담도 스스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언젠가는 그 부담도 가벼워질 날이 오지 않겠는가. 따라서 부담을 힘겨워하지 말고 내게만 주어진 특별한 권리라고 여기며, 책임지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그 부담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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