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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빌 슈트 지음 | 아날로그(글담)


심장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빌 슈트 지음

아날로그(글담) / 2023년 4월 / 368쪽 / 20,000원



제1부 세상의 모든 두근대는 심장에 대하여



세상에서 가장 큰 심장 - 흰긴수염고래의 심장이 뛰는 법


심장에서 피가 역류하지 않는 이유: 흰긴수염고래의 심장을 표본화하는 작업을 도맡은 전문가 블라디미르 체레민스키는 이 커다란 심장의 우심실에 현창 모양의 구멍을 뚫어놓았다. 그 구멍을 통해 방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심장벽 안에 정렬된 2.5센티미터 굵기의 근육 가닥이다. 해부학자나 의학자들은 이 근육 가닥을 근육기둥이라고 부른다. 고래뿐만 아니라 여러 포유동물을 비롯해 우리 인간에게도 이 근육이 있다. 비록 크기는 훨씬 작지만 말이다. 이 기둥은 심실벽의 표면적을 증가시키고 제한된 공간 안에 더 많은 근육섬유를 채워 넣는다. 근육이 많을수록 심실이 더 강하게 수축할 수 있고, 따라서 혈액을 더 원활하게 펌프질해서 심장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그 밖에 알려진 바는 많지 않아, 괴상하게 생긴 이 심실벽의 또 다른 기능은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할 과제다.

심실뿐만 아니라 심방도 수축한다. 심방의 벽은 심실벽보다 얇다. 심방이 하는 일은 심실이 하는 일보다 덜 고달프다는 뜻이다. 심방은 몸 전체로 혈액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심실까지만 보내면 된다. 심방과 심실 사이에는 이름도 그 위치나 역할에 딱 알맞은 방실판막이 있다.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에서는 체레민스키가 만들어놓은 현창을 통해 흰긴수염고래의 우방실판막을 볼 수 있는데, 크기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북과 비슷하다.

사람의 심장에서 이와 비슷한 기관은 삼첨판으로, 넓이는 약 5제곱센티미터 정도에 직경은 유리구슬만 하다. 삼첨판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끝이 뾰족하고 얄팍하면서 날개처럼 펄럭거리는 세 장의 판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판 하나를 판막첨판이라고 부른다.

방실판막은 심방에서 심실로 들어가는 혈액을 조절하지만, 동시에 심실이 수축해서 온몸으로 혈액을 내보낼 때 혈액이 심방으로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준다. 혈액의 역류를 방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질긴 섬유인 힘줄끈(건삭)을 흰긴수염고래의 심장에서 열 줄 이상 볼 수 있다. 진짜 끈처럼 생겨서 심금이라고도 부르는 이 끈의 주요 성분은 콜라겐이라고 하는 구조단백질이다. 힘줄끈의 한쪽 끝은 심실 바닥에 튼튼하게 박혀 있고 반대편 끝은 판막첨판에 붙어 있어서, 심실이 수축할 때 판막첨판이 심방까지 밀려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심방과 심실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방실판막이 심방 쪽으로 밀려 나간 상태를 심실탈출증 또는 판막탈출증이라고 부른다. 개가 있는 힘을 다해 끈을 잡아당겨서 결국 대문 밖까지 고개를 내민 상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방실판막이 탈출하면 심방과 심실 사이가 제대로 차단되지 않는다. 그래서 심실이 수축할 때 혈액이 심장 밖으로 뿜어져 나가지 않고 심방으로 역류한다. 이렇게 소위 늘어진 판막은 이전에 심근경색이 있었거나 세균성 심내막염 같은 감염증, 또는 급성 류마티스성 열, 요즘에는 드물지만 패혈성 인두염이나 성홍열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서 생긴다. 또 삼첨판 탈출증은 선천적으로 타고날 수도 있다.

노화로 인해 판막 이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심장판막이 뻣뻣해져 탄성을 잃으면 심방과 심실 사이를 차단하는 기능도 떨어진다. 그러면 심장이 뛸 때마다 혈액이 심방으로 조금씩 역류하고, 심장 밖으로 뿜어져 나가는 혈액은 그만큼 줄어든다. 이 경우 심장은 부족한 혈액을 보충하기 위해 심박수를 증가시키거나 수축력을 더 강하게 하는 식으로 더 많이 일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야 할 일이 늘어나면 심장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심장이 산소와 영양분이 듬뿍 들어 있는 혈액을 충분히 공급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 그제야 문제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고래의 혈관에서 사람이 헤엄칠 수 있을까: 고래 심장 표본을 안팎으로 자세히 관찰한 후, 나는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에서 고래 심장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작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일한 이 표본이 어떻게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보다, 나는 재클린 밀러와 마크 엥스트롬 그리고 그 동료들이 그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무엇이었는지가 더 궁금했다.

밀러에게는 표본화된 고래 심장의 기이한 형태에 대해 물었다. 포유동물 심장의 전형적인 형태는 꼭지점이 아래로 가도록 뒤집어진 원뿔 모양이다. 그러나 그 표본은 꼭지점이 갈라진 형태였다. 밀러는 이처럼 갈라진 형태를 한 심장은 수염고래 중에서도 가장 큰 긴수염고래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포유류 심장에 비해 이 고래의 심장은 더 평평하고 넓다고 설명했다. “육상 포유동물은 대개 나선형 심장을 갖고 있어요. 연결조직과 근육섬유가 좌우심실을 나선형으로 둘러싸고 있지요. 그래서 심장이 수축하면 마치 젖은 수건을 비틀어 짜는 듯한 모양이 됩니다.” 엥스트롬이 덧붙였다. 그러나 긴수염고래의 심장은 근육섬유가 심장의 꼭대기에서부터 바닥까지, 나선이 아니라 직선으로 뻗어 있다.

엥스트롬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제 생각에는, 긴수염고래가 수심 깊은 곳으로 잠수할 때면 심장이 짜부라들어 그런 것 같습니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도 심장이 뛰기는 하지만 수압 때문에 짜부라드는 거죠.” 그런 이유 때문에, 밀러와 팀원들이 록키 하버에서 고래의 심장을 적출했을 때 마치 “거대한 스폰지 백처럼” 짜부라져 있었던 것이다. 밀러는 짜부라진 심장을 복원과정에서 다시 부풀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흰긴수염고래에 대해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 연구팀이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을 설명하던 중, 엥스트롬은 세상에서 제일 큰 심장은 얼마나 크냐는 질문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그 질문에 아주 신물이 날 지경이었어요. 저도 ‘이만큼 큽니다’ 하고 못을 박아 말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엥스트롬이 말했다.

수십 년 동안, 대중 소설에서든 과학 소설에서든, 흰긴수염고래의 심장은 승용차와 비슷한 크기이거나 최소한 3톤쯤은 되리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밀러와 팀원들은 고래의 심장을 적출할 준비를 하는 동안 이에 관한 자료를 읽어보았다고 고백했다. “고래의 가장 큰 혈관은 사람이 헤엄쳐서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아마도 고래의 심장혈관 중에서 가장 큰 후대정맥을 말하는 거였겠죠.”

하지만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의 표본에 붙어 있는 맥관 구조를 보니 가장 큰 혈관이라고 해도 사람이 그 안에서 헤엄을 칠 수 있을 만큼 넓지는 않았다. 수달이나 연어 정도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일 것 같았다. 밀러도 복원되어 돌아온 심장 표본을 보니 기대보다는 크기가 작더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이 심장의 주인이었던 흰긴수염고래가 다른 개체에 비해 몸집이 작은 편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심장은 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 걸까?

그 답은, 흰긴수염고래의 심장이 다른 포유동물의 심장만큼 크지 않다는 데 있다. 물론 흰긴수염고래는 인간의 기준으로 매우 큰 동물이지만, 무게의 비율로 따지자면 흰긴수염고래의 심장은 몸 전체 무게의 0.3퍼센트에 불과하다. 물 밖의 다른 동물, 가령 생쥐나 코끼리같은 경우에 심장과 몸 전체 무게의 비율은 0.6퍼센트 정도다.

흥미로운 점은, 작은 동물일수록 심장이 비례에 맞지 않게 큰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가면뒤쥐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포유동물 중 하나로, 몸무게는 5그램에 불과하지만 심장의 무게는 몸무게의 1.7퍼센트나 된다. 평균적인 체구를 가진 육상 포유류와 비교하면 세 배, 흰긴수염고래 같은 덩치 큰 포유류에 비하면 여섯 배에 달한다. 한편, 조류의 심장은 포유류의 심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하늘을 날아야 하는 데 따른 신진대사상의 필요 때문이다. 가장 작은 조류로 알려진 벌새 역시 몸무게는 2그램에 불과하지만, 심장 대 체중의 비율은 매우 커서 자그마치 2.4퍼센트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따지자면, 벌새의 심장은 흰긴수염고래의 심장보다 무려 여덟 배 더 크다는 뜻이다.

제2부 우리는 심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영혼이 담긴 심장 - 피와 심장에 대한 미신과 진실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 고대 이집트인들은 장례를 치르기 위해 시신을 미라로 만들 때 내장 기관들을 차례로 제거했다. 심장에 망자의 선행과 악행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고 믿었던 이집트인들은 ‘아브(ab)’ 때로는 ‘이브(ib)’ 그리고 ‘하티(haty)’라고 불렀던 심장을 방부 처리를 하는 동안 매우 정중하게 다루었다. 적출한 심장은 항아리에 따로 보존하거나, 사후 세계에서 진실과 정의의 여신인 마트(Ma’at)가 그 심장의 주인이 얼마나 정의롭게 살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깃털과 무게를 비교할 수 있게 망자의 몸 안에 도로 집어넣었다. 반면 뇌는 그다지 중요하게 대접받지 못했다. 아무런 의식 절차 없이, 콧구멍을 통해 집어넣은 고리로 잡아당겨 빼낸 후 내버렸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뇌의 기능이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고대 이집트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심장이 영혼의 자리라는 생각은 절대로 틀린 생각이 아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역사학자 로저 K. 프렌치는 1978년에 이와 관련된 글을 쓰면서 다음과 같은 논리로 설명했다. “살아 있는 생명은 따뜻하다. 숨을 쉰다. 원래 움직이도록 타고났으며 또한 외부의 변화에 대응해서도 움직인다. 심장 역시 따뜻하고, 움직인다. 그 움직임은 타고난 것이며 호흡과도 관련이 있고, 외부 변화에도 분명히 반응한다. 예를 들어 위험에 노출되면 심장도 움직임이 빨라진다.”

프렌치는 이집트인들이 순환계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집트 사람들은 심장과 심장에 연결된 혈관들은 살아 있는 인체의 생리에서 중심을 이룬다고 생각했다. 맥박은 심장이 혈관을 통해 ‘말하는’ 것이었고, 혈관은 심장으로부터 분비물과 체액을 필요한 모든 신체 부위로 운반했다. 모든 병리적 상태에 대해서는 혈관에 그 원인이 있었고, ‘산 자의 숨’과 ‘죽은 자의 숨’을 운반했다.” 영혼 또는 영혼의 자리를 찾고자 했던 철학자들에게는 심장이 그 답이었다.

히포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가 심장을 연구하다: 이집트 의학은 다른 문화권에서도 크게 존중받았기에, 순환계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믿음은 후대에도 계속 인정받았다. 특히 고대 그리스와 고대 이집트 사이에는 직접적인 교류도 있었고 간접적인 교류도 빈번했다. 예를 들면 그리스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275년 동안이나 이집트를 통치했고, 많은 이집트 문학 작품이 그리스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혔다. 이러한 이유로, 그리스와 이집트 사이의 문화적인 유사성은 심장에 대한 관점에도 영향을 미쳤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오늘날에도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그 이름이 빛나고 있는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377)는 그리스의 섬 코스에서 일단의 의학 학파를 이끄는 지도자였다. 철학적 접근과 임상적 관찰로 현대까지도 역사적인 인물로 존경받는 히포크라테스는 당대 의학에서 주술과 미신의 그림자를 걷어냈다.

히포크라테스 이전에는 질병을 신의 분노가 부른 형벌이라 여겼기 때문에,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서는 찬양과 공양, 제물과 기도로 신을 달래는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히포크라테스는 위생과 건강한 식단을 강조하는 이집트 의술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동맥이 공기로 차 있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만 보아도 그가 고대 이집트 의술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는 기관도 동맥이라고 보았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기관을 “아르테리아 아스페라”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아르테리아’는 현대 영어에서 동맥이라는 단어의 기원이 되었다.

사람의 의식이 심장에 깃들어 있다는 이집트인들의 믿음에 히포크라테스가 동조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는 저술에서 때로는 심장이, 때로는 두뇌가 의식의 자리라고 주장하고 있어서 앞뒤가 모순되는 경우가 있다. 히포크라테스가 실제로 이런 모순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히포크라테스가 썼다고 알려진 많은 저작물 중에서 어떤 것이 진짜 히포크라테스의 저술이고 어떤 것이 그를 추종하던 후학이나 동료들의 저술인지 역사가들도 정확하게 판별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히포크라테스가 의사로서 활동하기 시작한 직후인 고대 그리스에서 자연철학자이자 의학이론가인 크로톤의 알크마이온이 인체의 기능에 대한 획기적인 관점을 제시했다는 사실이다. 기원전 480년에서 440년 사이의 어느 시점에 알크마이온은 뇌가 인체의 기관 중에 가장 중요하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는 뇌가 지성의 근원일 뿐만 아니라 눈 같은 감각기관의 중추라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 때문에 우리는 알크마이온을 최초의 뇌중심주의자라고 본다. 그러나 수백 년 동안 뇌중심주의는 심장중심주의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심장중심주의자가 바로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물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데, 그가 그러한 명칭을 얻게 된 이유는 심장, 뇌, 폐 같은 기관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분류학을 개척했다고 해도 손색이 없는 업적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백 가지의 식물과 동물을 관찰하고, 그중 많은 수를 직접 해부했으며, 자신이 관찰한 특징을 가지고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를 분류하는 체계를 만들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살아 있는 병아리의 배아에서 심장의 움직임을 직접 관찰했다. 그는 여러 장기 중에서도 심장이 가장 먼저 발달한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인간 같이 몸집이 큰 동물의 심장은 오른쪽, 왼쪽, 가운데 하나씩 3방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운데 심장은 비어 있는 공간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중간 크기의 동물은 두 개, 몸집이 작은 동물은 하나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또한 그는 심장이 동물의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라고 믿었다. 지능과 감정, 그리고 영혼의 자리가 심장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신경계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눈이나 귀 같은 기관으로부터 혈관을 통해 신호가 전달되고, 심장은 그 감각 정보의 허브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뇌는 그다지 중요하게 평가하지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두뇌를 마치 요즈음의 라디에이터 같은, 심장을 식혀주는 기능을 하는 기관으로만 보았다.

1,500년 간 인체 연구를 할 수 없었던 이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로부터 약 500년 후, 클라우디오스 갈레노스(기원후 129~216)가 에게해 연안의 도시 페르가몬에서 태어났다. 페르가몬은 한때 그리스에 속해 있었으나, 갈레노스가 태어나던 즈음에는 로마제국의 일부였다. 부유한 건축가의 아들로 태어난 갈레노스는 의사이자 철학자가 되었다. 갈레노스의 가르침은 그의 사후 1,500년 동안 신봉되었기에, 의학계에 미친 갈레노스의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히포크라테스로부터 영향을 받은 갈레노스는 젊은 시절 세상 곳곳을 여행하며 견문을 넓혔고, 당시로서는 첨단 과학과 의학의 중심지였던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같은 곳에서 다양한 치료술을 접했다. 그가 추종했던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갈레노스도 영혼의 존재를 확신했으며 영혼은 신체의 각 기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믿었다.

고향으로 돌아와 로마 검투사 훈련소의 의사로 일하면서 갈레노스는 인체 해부학에 푹 빠져들었다. 날이면 날마다 끊임없이 그를 찾아오는 부상자들을 치료하면서, 갈레노스는 상처에 식초 같은 수렴제를 사용하면 혈액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렴제는 혈관을 수축시키므로 혈관을 통해 혈액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갈레노스는 포도주에 적신 붕대와 향신료를 듬뿍 섞은 연고로 치료를 원활히 하고 감염을 줄였다. 감염이 무엇인지, 무엇이 감염을 일으키는지는 몰랐지만, 알코올을 이용한 그의 치료는 박테리아의 증식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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