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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포구를 걷다

동길산 지음 | 예린원


부산 포구를 걷다

동길산 지음

예린원 / 2022년 7월 / 160쪽 / 9,900원





사하구 장림 홍티 - 물과 물이 만나 마침내 하나가 되는 저 수평의 바다




“마을이 오목해서 홍티 아닌교.” 김석찬(62) 선생은 전어잡이 배에서 만난 어부다. 홍티에서 육칠 대째 사는 홍티 토박이다. 홍티 홍은 무지개 홍(虹). 어째서 홍티냐고 묻자 대답이 시원시원하다. 육칠 대째 토박이다운 맛이 있다. 예전에 있던 세 마을 생김새가 오목한 무지개 꼴이라서 홍티라는 얘기다. 세 마을 중 두 마을은 철거되고 윗동네만 남았다고 한다.

홍티에선 보이는 게 무지개고 부르는 게 무지개다. 마을 이름이 무지개고 고개 이름이 무지개고 다리 이름이 무지개다. 매립되기 전 해안 동굴 이름이 무지개고 하다못해 팔십 년대 초반 근동에 들어선 공단 이름이 무지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무지개가 걸쳐 있어 사람과 사람을 사촌으로 맺어 주고 팔촌으로 맺어 준다.

“외지인은 거의 없다고 봐야지요.” 홍티 사람 상당수가 토박이라고 김권철 어촌 계장은 장담한다. 십몇 년 전까지는 텃세가 심해서 외지인이 못 들어왔고 지금은 고기잡이로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게 버거워서 못 들어온다고 한다.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몇 대째 토박이다 보니 모두가 사촌이고 팔촌이다. 어촌 계장과는 사촌 같고 팔촌 같은 김석찬 선생은 이런 말도 덧붙인다. 홍티 남자는 ‘백 퍼센트’ 다대초등 동창이라고.

홍티는 을숙도와 중간짬 포구다. 그러니까 산에서 난 물과 바다에서 난 물이 만나는 포구다. 산물은 낙동강을 거쳐 홍티에 이르고 바닷물은 다대포를 거쳐 홍티에 이른다. 높은 곳 물이 낮은 곳 물과 합치는 포구. 얕은 곳 물이 깊은 곳 물과 합치는 포구. 높음과 낮음이 만나서 하나가 되고 얕음과 깊음이 만나서 하나가 되는 포구가 홍티다.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 아아, 아직 처녀인 /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강은교 시 ‘우리가 물이 되어’에서



나는 너를 만나 하나가 되고 우리가 된다. 평평해진다. 너는 나를 만나 하나가 되고 우리가 된다. 평평해진다. 하나가 되고 우리가 되어 평평해진다면 높고 낮음이 무엇이랴. 얕고 깊음이 무엇이랴. 둘러보면 아직도 만나지 못한 네가 있다. 돌아보면 아직도 만나지 못한 내가 있다. 나는 언제쯤 평평해질 것인가. 평평해져서 바다에 닿을 것인가.

전어잡이 배가 정박한 곳은 홍티교 다리 밑. 배 두 척을 잇대어서 그물에 걸린 전어를 떼어 낸다. 작업하는 어부는 대략 열 명. 대개가 부부다. 새벽 세 시에 배 타고 나가 아침 여덟 시에 들어온다. 오늘 잡은 전어는 100킬로쯤. 잡은 고기는 다대포 공판장에 위판하거나 활어차에 넘기고 그물에 걸려 죽은 전어는 집에 가져가거나 나눠 준다. 홍티 어촌계 배는 77척. 1톤 내외 자망어선이 대부분이다. 자망은 전어나 숭어처럼 떠다니는 고기를 잡는 그물이다.

전어 작업 배에 올라탄다. 인심이 후하다. 전어도 썰어 내고 소주도 따라 준다. 아주머니 한 분이 뒤늦게 합류하는 어부를 보며 “외삼촌!” 인사를 한다. 하여튼 사촌이고 팔촌이다. 외삼촌 인사를 받은 어부는 내후년이면 여든이 되는 손두하 옹. 홍티 어부 연령대는 쉰에서 여든 가까이. 영감 죽고 홀로 살면서 고깃배 선주가 된 정병선 할머니는 내년에 일흔이다. 일흔 할머니가 직접 배를 타고 직접 그물을 던진다. 뱃일은 비린내 나고 멀미 나는 일. 물려받아라 강요도 못하고 물려받겠다 나서지도 않는다. 홍티 지금 처지가 그렇다. 하루 벌이 뱃일의 지금 처지가 그렇다.

“저기가 보이지요?” 김권철 어촌 계장이 가리킨 곳은 다대포 방향 파도치는 바다. 백합조개가 쏠쏠히 잡혀 백합등이라 부르는 모래톱 너머 바다다. 파도에 떠밀려 온 모래가 쌓이면서 저 바다 수심이 낮아진단다. 수심이 낮아지면서 겨울철 김 작업 나간 배가 모래에 갇히기도 하고 ‘뒤바지기’라 해서 스크루가 모래에 닿아 뒤집히기도 한단다. 기름값 걱정에 줄어드는 고기 걱정에 배 뒤집히는 걱정에 어촌 계장 주름이 홍티 앞바다 모래톱 주름만큼이나 진하다.

“잔잔해서 좋데요. 가족끼리 있기는 최곱니다.” 앞바다 모래톱에서 배를 타고 막 건너온 최명율(46) 씨. 세 부부가 동반해 앞바다 모래톱에서 낚시를 하고 나온 참이다. 쿨러는 망둥어며 메가리며 보리멸이며 잡은 고기, 얻은 고기로 그득하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 지성이도 낚시꾼티를 낸다. “내가 잡은 고기도 있어요.”

홍티에서 잘 잡히는 어종은 얼마 전까진 꽃게. 웅어라는 물고기며 숭어, 전어도 잘 잡힌다. 어촌 계장은 바다에 대나무를 집어넣어 물고기 소리로 수조기를 잡던 호시절을 들추고 늦게 합류한 손 옹은 광어니 숭어니 황어니 이름난 고기는 다 잡아 봤다며 잘나가던 왕년을 들춘다. 이따만 한 민어도 잡았다며 양팔을 쫙 벌린다.

팔을 쫙 벌리니 포구가 다 좁다. 살아오면서 양팔을 벌린 날이 나는 몇 날 며칠이 될까. 나도 모르게 팔을 벌릴 정도로 벌렁거린 날이 며칠이나 될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 같고 저렇게 생각해 보면 생각보다 적은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것도 생각보다 적은 것도 내가 받아들이기 나름. 이참에 나도 팔을 쫙 벌려 본다. “이따만 한 고기요?”

포구 양쪽은 둑이다. 둑 너머는 공단. 홍티에서는 공단이 파도라도 되는지 방파제 대신 둑이 공단을 가로막는다. 둑 언저리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널려 있다. 홍티 앞바다가 매립되고 마을이 철거되고 공단이 들어서면서 다대포로 이주한 어민들이 그물, 통발, 기름통 같은 어구를 넣어 두는 창고다. 집은 옮겨도 어구는 남긴 곳. 홍티는 고집이 센 포구다. 안방은 내줘도 가풍마저 내줄 수 없다는 결연한 고집 같은 포구다.

“한 잔 더 하소.” 여전히 포구의 배 위. 그물에서 떼어 낸 갓 썬 전어 맛이 입 안에 돈다. 전어가 입 안에서 돌아다닌다. 술이 길어지고 말이 길어진다. 처음 말을 붙일 때는 투박하고 퉁명하던 뱃사람들이 전어도 자꾸 썰어 내고 술도 자꾸자꾸 따라 준다. 다음에 술 사 들고 오면 횟감은 무진장으로 내놓겠다며 호언이다. 나와 뱃사람 사이에 어느새 걸쳐진 무지개. 홍티는 홍티다.



서구 송도 암남 - 솔숲 비친 푸른 물빛에 어룽거리는 젊은 날




저게 무슨 샐까. 높다랗게 떠서 깨알만치 작아진 새. 쓸어 담으면 한 됫박은 되지 싶은 새가 행렬을 지어 날아간다. 행렬이 용하다. 일자 모양 가지런히 날아가다가는 한가운데를 구부려 삿갓 모양이 된다. 일자 모양, 삿갓 모양 새 행렬이 천마산 너머에서 불쑥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바다 건너 영도 봉래산 너머에서 불쑥 나타났다가는 사라진다.

송도 해수욕장 오른쪽 끝자락 포구 암남. 갈매기 서너 마리가 들어오는 배, 나가는 배 꽁무니를 기웃거린다. 높다랗게 떠서 날아가는 새 행렬에는 끼일 엄두도 못 낼 갈매기다. 행렬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갈매기다. 배에서 활어를 퍼내자 그 소리를 어떻게 엿들었는지 갈매기가 또 기웃거린다.

“지금이 방어철 아닌교.” 방금 퍼낸 활어는 방어. 뜰채 가득 담긴 활어가 파닥댄다. 선착장 정박한 배에서는 모자 눌러쓴 뱃사람이 소금 절인 생선을 토막토막 썬다. 선착장 시멘트 바닥에 퍼질러 앉아 주낙 채비를 차리는 뱃사람은 그게 ‘삼마’라는 고기란다. 꽁치 종류란다. 험한 일이라곤 안 해 봤을 선비상인데 손바닥은 온통 굳은살이다.

같이 퍼질러 앉아 얘기를 나눈다. 전남 여수 사람이고 직장을 다니다가 뱃사람이 된 지는 이십여 년이다. 포구 본래 자리는 송도 해수욕장 입구 거북섬 근처. 도로가 넓어지고 매립되고 하면서 사오 년 전 이리로 옮겨 왔다. 잘 잡히는 고기는 붕장어와 가자미. 같이 주낙 채비를 하던 할머니가 이 대목에서 끼어든다. “가자미 좋은 게 있는데 사 갈라요?”

나무섬 형제섬 외섬 빙섬. 어디서들 잡느냐고 묻자 섬이 들쭉날쭉 나온다. 태종대 주전자섬을 여기에서는 빙섬이라고 부른다. 주낙 바늘이 어림잡아도 일이백 개는 되고 그런 채비를 한 번 출조에 일고여덟 통씩 싣는다. 토막토막 썬 삼마를 바늘에 꿰어 붕장어도 잡고 가자미도 잡는다. 바늘마다 고기가 물리면 마릿수가 엄청나겠다는 공치사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것 다 잡히면 부자 되게요? 한 마리 안 잡힐 때도 많아요.” 배는 새벽 서너 시에 나가 오전에 들어온다. 고기를 잡을 때 따지는 것은 물때와 조류. 그것보다 더 따지는 것은 자리. 아무 자리나 고기가 있는 게 아니다. 좋은 자리를 찾아 더 일찍 나가고 더 멀리 나간다. 좋은 자리를 찾아도 파도가 세면 점찍은 곳에서 그물이 벗어나기도 하고 흉기를 들이대는 중국 철선에 쫓겨나기도 한다.

물이 들어 수위가 높아진다. 퍼지고 앉은 자리와 가까워진다. 염려할 만큼 높지는 않지만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어디까지 높아지려나. 뒤로 물러앉아야 하려나. 다행히 물은 발을 담그고 싶도록 맑다. 근처에 있던 하수 처리장을 먼 곳으로 옮기고 나서 물이 맑아졌다고 한다. 여기 물이 맑은 만큼 저기 해수욕장 물도 맑다고 한다. 저만치 송도 해수욕장이 보인다. 철이 아닌데도 백사장을 걷는 이가 제법 보인다.

송도 해수욕장. 어린 내 귀에 물을 채운 해수욕장이다. 그로 인해 귓병을 앓고 그로 인해 육사 진학을 접게 한 해수욕장이다. 바다 두려운 것을 맨 먼저 가르쳐 준 송도. 낚시를 해도 물에서 멀찍이 떨어져 한다. 그러나 탓할 일만은 아니다. 나이 서른 무렵부터 사람으로 인해 귀에 물이 차는 것을 삼가고 서른 무렵부터 사람으로 인해 허우적대는 것을 꺼렸으니 그것만 해도 어딘가.

나를 군인 대신에 시인이 되게 한 해수욕장 송도. 바닥을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서 멀찍이 떨어지게 한 해수욕장 송도. 내가 걸은 길과 걸을 뻔한 길을 본다. 지금 나와 나일 뻔한 나를 본다. 길과 길이 엇갈리고 나와 내가 뒤섞인다. 앞날이 불안한 연인과 건너던 불안한 구름다리는 이제 콘크리트 다리가 되어 흔들어도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불안하던 그때가 좋은가.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지금이 좋은가.

오랜 기억의 흔적을 따라 / 송도 끼고 감천 가는 길 / 해풍에 가슴 열고 / 기다림 풀어 출렁이는 곳 / 여기는 옛 혈청소 모짓개 자리 / 태공은 낚대 그리워 꿈을 낚는데 / 솔숲 푸른 바다의 향기 / 파도치는 젊은 날의 열정 / 떠나도 떠날 수 없는 물빛 / 신기루 같은 남녘 바다여- 손화영 시 ‘암남공원’



암남공원은 포구에서 해안 산책로를 따라가면 나온다. 공원 입구에 동물들을 검역하는 검역소가 있다. 이전에는 혈청을 검사하는 곳이라 해서 혈청소라 불렀다. 부근 마을을 모짓개 또는 모지포라 부른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송도. 학교에서 모짓개까지는 차로 십 분 거리다. 빡빡머리 그 시절을 어디에서 찾으랴. 떠나도 떠나지 않은 물빛이 푸르다. 푸른 바다, 푸른 물빛이 가슴을 출렁인다.

“백 프로 자연산 보장!” 삼마를 써는 뱃사람 안주인은 연세가 일흔인 김우강 할머니. 부부가 뱃일을 함께한다. 이름을 한사코 밝히지 않으려다가 자연산에 의문을 품자 그제서야 밝힌다. 이름을 내걸고 여기 고기는 모두 푸른 바다 푸른 물빛이 키운 자연산임을 보장한다. 첫 번째 천막 횟집 강 씨 아주머니도 마찬가지다. 당일 잡은 고기라 맛이 보통 자연산과는 다르단다. 수족관은 따로 없어 손님이 찾으면 배 물칸에서 꺼내 온다. 이날 잡은 고기는 방어와 쥐고기. 한 접시에 만 오천 원이다. 밑반찬은 따로 없다. 깻잎과 고추, 마늘, 초장 정도다.

‘감척만이 살길이다 특별 감척 실시하라.’ 천막 횟집에서 황부복 어촌 계장에게 감척을 요구하는 현수막에 대해서 묻는다. 뱃사람 연령이 많고 배가 노후되고 뱃일 여건 역시 안 좋으니 샀다 안 샀다 하지 말고 꾸준하게 배를 사들이라는 요구다. 잡은 고기를 직접 팔도록 허가해 주기도 바란다. 포구에는 잡은 고기를 직접 파는 천막 횟집이 세 집. 처음 집이 강 씨 집이고 둘째가 해녀 여섯 명이 같이하는 해산물 집, 그리고 형편이 딱해 주변에서 돌봐 준다는 셋째 집이다.



해운대구 미포 - 하얀 갈매기가 일으키는 하얀 물살




나이가 들어 보이는 포구다. 처음 보는 순간 말을 높여야 할 것 같은 포구다. 미포가 있는 곳은 해운대 해수욕장을 사이에 두고 동백섬 반대편. 미포 빨간 등대 방파제에서 보면 해수욕장과 동백섬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동백섬 너머 고층 ‘삐까번쩍’ 아파트들이 파릇한 청년이라면 미포는 주름살 제법 패인 중후한 장년이다. 말을 높이지 않으면 께름칙하지 싶다.

미포는 아버지 어머니 같은 포구다. 일면식 없어도 “아버지요! 어머니요!” 들이대면 “아이고, 내 새끼!” 양팔 벌려 맞아 줄 것 같은 포구다. 눈빛만 보고도 내 속을 알아채고선 구부정한 등을 투박한 손바닥으로 다독이는 포구 미포. 아버지의 친구 같고 어머니의 친구 같은 포구 미포에 들면 누구라도 경계를 푼다. 누구라도 마음을 푼다. 포근해진다.

미포는 지명부터 푸근하다. 미포 미는 꼬리 미(尾). 꼬리 대신에 머리가 되려고 다들 눈이 벌건 요즘 세상에 꼬리를 자처하는 지명은 은근히 맵다. 나를 때리는 죽비 같은 지명이다. 미포는 소의 꼬리께 자리한 포구라서 붙인 지명. 미포에서 가까운 달맞이언덕을 품은 산은 와우산(臥牛山). 드러누운 소 형상이다.

미포가 좋은 점은 자신을 낮춘다는 것. 그리고 의구하다는 것이다. 세상이 다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을 미포 앞바다 수평선처럼 미포는 십 년 전이나 이십 년 전이나 그제나 이제나 그 모습 그대로다. 물웅덩이 같은 조그만 포구도 그 모습 그대로고 후 불면 밀려갈 것 같은 조그만 배도 그 모습 그대로다. 자고 일어나면 뭐가 바뀌어도 바뀌는 세상에, 금방 끓고 금방 식는 세태에 미포는 죽비다. 세상을 세태를 후려치는 대나무 매질이다.

미포는 새벽이 분주하다. 고기 잡으러 나가는 새벽 두세 시가 분주하고 고기 잡고 들어오는 새벽 대여섯 시가 분주하다. 배가 고기를 풀면 포구는 어물전 난전으로 흥청댄다. 해산물은 철 따라 다르지만 모두가 자연산이다. 널따란 고무 대야마다 제철 자연산이 파닥이거나 꿈틀댄다. 새벽 시장이 선다는 걸 알고 온 사람, 모르고 온 사람이 덩달아 파닥이고 덩달아 꿈틀댄다.

“새벽 6시부터 11시까지 여요.” 새벽 시장은 새벽에 시작해서 오전 중에 철시한다. 허가를 내고 장사하는 인근 횟집 영업시간과 겹치지 않으려는 배려다. 횟집은 횟집대로 토박이들이 꾸리는 새벽 시장 난전을 묵인한다. 묵인하는 마음 역시 배려다. 미포 새벽 시장은 서로가 서로의 선을 지키며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으로 스미는 시장이다. 손으로 연신 통발로 잡은 붕장어를 썰면서 영업시간을 알려 준 아주머니는 때깔도 곱다. 알고 온 사람 모르고 온 사람, 줄을 섰다.

자연산이래도 회는 엄청 싸다. 한 접시 만 오천 원어치도 팔고 이만 원어치도 판다. 말만 잘하면 만 원어치도 팔겠다. 해산물은 집에 가져가도 되고 난전에서 바로 먹어도 된다. 접이식 원탁과 플라스틱 의자가 불편은 해도 파도 소리 밑반찬은 일식집 부럽잖다. 꿈틀대는 문어를 즉석에서 삶기도 한다. 초장값은 따로 받는다. 한 사람당 이천 원이다. 횟값도 초장값도 재작년 그대로고 작년 그대로다. 미포는 의구하다.

등대 방파제에 서면 해운대 진경이 펼쳐진다. 해수욕장과 동백섬, 오륙도, 그리고 수평선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돌아서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동해남부선 터널까지 한 폭 산수화다. 방파제로 가려면 새벽 시장 맞은편 미포 어촌계 활어 판매장 골목에서 꺾어야 한다. 판매장에서 방파제 가는 길은 통발이며 그물이며 온통 어구 차지다. 정박한 배에도 통발이며 그물이며 어구가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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