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가르쳐준 소중한 것
모기 겐이치로 지음 | 프로제
빨강머리 앤이 가르쳐준 소중한 것
모기 겐이치로 지음
프로제 / 2020년 11월 / 184쪽 / 14,000원
제1장 상상력은 어디에서 생길까
앤의 상상력《빨강 머리 앤》을 읽고 가장 감탄한 부분은 주인공 앤 셜리의 넘치는 상상력입니다. 이토록 상상력이 풍부한 인물은 좀처럼 없지 않을까요?
일찍이 부모를 여읜 탓에 앤은 엄마의 얼굴도 거의 기억하지 못합니다. 고아원에서 자랐으며, 호사도 누릴 수 없었죠. 그래서 ‘이렇게 된다면 근사할 텐데’라고 생각하는 것을 끊임없이 상상하며 즐거워할 수밖에 없었어요. 상상 속 친구를 만들어 내거나,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예쁜 옷을 마음속으로 그려 보곤 하는 것이죠.
때로는 그러한 상상력이 도를 지나친 나머지 실수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앤에게 상상력은 든든한 아군이었어요. 상상의 세계, 즉 공상에 빠짐으로써 인간은 괴로운 현실을 잠시 잊거나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환경이 각박하거나 삶이 자신의 뜻대로 잘 굴러가지 않더라도 상상력을 보태면 인생은 즐거워진다는 것이 이 작품이 전하는 커다란 메시지입니다.
지금은 돈만 지불하면 곧장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 세상입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즉시 알 수 있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면 거의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죠.
무척 편리한 세상이 되었고 나 또한 인터넷을 애용하는 사람 중 한 명이지만, 앤과 같은 상상력을 기르기에는 그리 적합하지 못한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앤이 살던 시대, 특히 그들이 살았던 마을 에이번리는 인터넷은커녕 상점조차 거의 없는 시골 동네였어요. 갖고 싶다고 생각해도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환경이었기에 앤의 상상력이 커졌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앤에게 상상력의 원천이 된 것이 하나 더 있다면, 그것은 바로 독서입니다. 앤은 매튜와 마릴라가 거두어 주기 전까지 학교도 거의 나가지 않았지만, 그 대신 책을 많이 읽었어요. 독서를 통해 머릿속으로 여행하는 일이 가능했던 것이죠. ‘사람은 읽은 책의 높이만큼 성장한다.’ 제가 아끼는 이 문장을, 앤은 제대로 실천하고 있었어요.
여태껏 읽어 온 책이 고작 몇 권인 사람은, 오직 그 수만큼만 쌓아 올린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읽은 책이 수십 권이나 수백 권, 혹은 천 권쯤 된다면, 그 양만큼의 높이에서 멀리까지 세상을 내다볼 수 있습니다. 위 문장이 뜻하는 바가 바로 이것입니다.
책을 얼마만큼 읽느냐에 따라, 독서는 어느 시대에든 변함없이 우리의 지성을 뒷받침해 줍니다. 일본 문학, 세계 문학, 소설이나 역사물, 평론이나 에세이, 무엇이든 좋습니다. 일단 본인이 ‘흥미롭게’ 느끼는 책부터 읽으면서 시작합시다. 저는 《빨강 머리 앤》을 좋아했지만, 그 밖의 다른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집에 있는 책은 모조리 읽어 치웠으며 도서관도 자주 이용했죠. 세계 문학 전집 같은 책부터 과학책이나 역사책 등을 꾸준히 읽어 나갔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러한 독서가 나라는 인간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가 되어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꿈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만으로 살아가기도 어렵죠. 인생에서는 이 양쪽을 균형 있게 체험해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콤플렉스는 주관적인 것제가 《빨강 머리 앤》에 공감하는 이유는, 머리카락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린드 부인과의 첫 만남 때 분노를 터트린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앤은 자신의 외모, 특히 새빨간 당근 같은 머리카락에 대해 강한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교실에서 반 친구 길버트 블라이스와 일으킨 커다란 싸움도, 이 머리카락이 원인이었죠. 빨강 머리가 앤의 최대 약점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당근, 당근!” 하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길버트는 앤에게 노트 대용의 석판으로 머리를 가격당하고 맙니다.
앤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실은 저 역시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천연 파마) 때문에 잠시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가위로 직접 싹둑싹둑 잘라도 손으로 휙휙 흩뜨리면, ‘어쩐지 모양이 잡히니 편리하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지요. 세상에는, 타인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스스로 무척 예민해하며 신체 콤플렉스로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뚱뚱해.’, ‘홑 눈꺼풀이 싫어.’, ‘좀 더 키가 컸다면 좋을 텐데.’ 등등, 어쩌면 여러분 또한 고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콤플렉스는 주관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즉, 이제는 내가 이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고 있듯이, 앤에게 있어서 죽을 만큼 싫었던 빨강 머리도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매력 포인트일지도 모른다는 점이죠.
길버트는 앤의 머리카락이 보기 흉해서 놀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개성이 있다고 느껴서, 귀엽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만 앤을 놀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물론 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강렬하리만치 굴욕을 느낀 나머지, 분노가 폭발하고 만 것입니다.
제2장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갈까
“모두 달라서, 모두가 좋아.”이번에 《빨강 머리 앤》을 다시 읽고 새삼 깨달은 점은, 길버트는 앤보다 세 살이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길버트는 집안 사정으로 3년간 앨버타(캐나다 서부에 위치한 주)에 가야만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학교에 거의 나가지 못한 까닭에, 앤과 같은 내용을 공부했던 것입니다.
앤의 시대, 특히 앤이 살던 캐나다 시골에서는 지금과 같은 대규모 학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단 하나의 교실에서 6세부터 16세 정도의 아이들이 모두 함께 공부할 수밖에 없었죠. 의외로 저는 이러한 부분이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일본의 학교에서는, 학년이 다르면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일 자체가 드뭅니다. 주변은 다들 자신과 같은 연령의 친구들뿐입니다. 그런데 같은 반에서 돌봐 주어야 할 만큼 어린 친구가 있다거나, 두드러질 만큼 체격에서 차이가 나는 연상의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자신과는 다른 연령의 친구와 접촉함으로써 세상이 넓어지지는 않을까요?
제1장에서는 앤의 상상력에 대해 다뤘습니다. 이 소설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은, 가네코 미스즈(일본의 시인. 글에서 인용된 문장은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라는 시에 나오는 마지막 행)의 시는 아니지만, “모두 달라서, 모두가 좋아.”라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동조 압력이라는 뜻으로, 모두 같아야만 한다는 사회적 압력을 일컫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의 학교나 사회에서는 ‘모두 같을 것’이라는 의식이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탓에, 타인과 다른 행동을 할 경우 쉽사리 눈에 띄고 맙니다. 모두 같은 규칙을 지키고, 모두 같은 복장을 하고, 모두 같은 시기에 입시를 치르고, 모두 같이 취업 활동을 하고, 모두 함께 회사에서 일합니다.
그러한 분위기에서는, ‘모두 같이’에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을 동료에서 배제하려는 힘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물론 어느 사회에서든 규칙은 있습니다. 앤이 살던 시대에도 커다란 규칙이나 도덕은 존재했고, 그것을 깨뜨리는 일은 금기시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금기는 각 가정의 규율에 따라, 나아가서는 학교, 더 크게는 교회를 비롯한 당시 기독교의 규범에 따르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가능한 한 커뮤니티의 규범에 따라 생활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에는 좋지 않은 소문이 나돌고 맙니다. 특히 앤이 사는 시골 같은 곳에서는 그러한 면이 조금 갑갑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자《빨강 머리 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앤의 세계에 나오는 차 만드는 법이나 퀼팅, 식탁을 꽃으로 예쁘게 장식하는 배치법이나 과자 만들기에도 매력을 느끼는 듯합니다.
반드시 그러한 취미가 모두에게 맞는 법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앤의 세계에 나오는 유럽과 미국의 라이프 스타일을 오랫동안 동경해 왔고, 저는 드디어 고등학교 1학년 때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 달간 홈스테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충격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합니다. 특히, 부자가 아닌 평범한 가정인데도 수영장이 딸린 넓은 집에 살고 있으며, 회사에 다니시는 아버지는 당연하다는 듯 오후 5시에는 집에 돌아와 온 가족이 모여 여유롭게 저녁 식사를 합니다. 식사 후에는 아이들과 풋볼을 같이 하며 놀아 줍니다. 라이프 스타일이 이미 일본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것이죠.
현재 일본은 물질 면에서는 풍족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정신적 풍요로움이나 시간의 여유 면에서는 어떠할까요?
앤의 시대에는 지금보다도 훨씬 물자가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풍족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자신들이 직접 수확한 사과로 케이크를 굽고, 이웃을 초대하여 차를 마십니다. 아이들 역시 그러한 부분이 일상 속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앤도 무척 진지하게 두 번째로 좋은 옷을 입고 다이애나를 차 마시는 시간에 초대하여 어른처럼 대접합니다.
앤과 마릴라는 물질적으로는 훨씬 풍족한 일반인이 동경할 만한 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는, ‘생활의 진정한 풍요로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부자가 아니면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지 못한다고 믿고 있지만, 부자가 되어도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돈으로 교환이 가능한 물건뿐입니다. 그들처럼 착실한 생활과 여유로운 시간마저 손에 넣을 수는 없겠죠. 그것은 돈으로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3장 기적을 일으키는 힘을 기르자
호기심, 상상력, 감수성을 갈고닦자상상하거나 행복을 느끼는 감정의 바탕에는 감수성이 있습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작은 일에 감동하거나, 순수한 마음을 지켜 나가거나, 상상력을 발휘하거나……. 그러한 능력은 사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인간의 훌륭한 자질입니다. 그 능력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치며, 무엇보다도 자신이 가장 크게 성장합니다.
세간에서는,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에 지닌 호기심이나 감동하는 마음, 순수함을 잃어버린다는 말을 곧잘 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정말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동심을 잃어버리는 것인지 말입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처럼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의 마음을 잃지 않고 지니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빨강 머리 앤》 속에 등장하는 앤의 동급생처럼 어릴지라도 이미 인생을 트인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가 있는 법입니다.
동심은 아이이기 때문에 가지는 것도 아니며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동심을 발휘하려면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동심은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지만 그러한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뿐더러, 갈고닦지 않으면 결국 둔감해지고 마는 법이죠.
그러므로 여러분도 앤처럼 동심을 충분히 발휘하며 감수성을 갈고닦아 나가길 바랍니다.
세런디피티의 실천어떻게 하면 앤처럼 행복을 거머쥘 수 있는 것일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포기하지 않는’ 것. 이 방법뿐입니다.
좋은 일이 일어나든 일어나지 않든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성심껏 살아간다면, 행복은 언제나 자신에게도 돌아옵니다. 이는 과장도 그 무엇도 아닌, 인생을 살아 본 뒤에 깨닫게 된 진실입니다.
고아였던 시절부터 매튜가 옷을 사 주기 전까지, 앤은 그토록 원하는 퍼프소매를 입지 못할지라도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은 채 꼿꼿이 살아갑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몇 년이 지나도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갖지 못하면, 서서히 마음을 접고 말죠. ‘어차피 나 같은 건 평생 퍼프소매의 옷은 못 입을 거야. 이제 됐어.’ 하며 자포자기에 빠지는 것입니다.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여기에서 무력하게 포기해 버리는 사람에게는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었으면 합니다.
‘뜻밖의 행운을 만나는 능력’을 조금 어려운 말로 표현하면, ‘세런디피티(serendipity)’입니다. 세런디피티는 ‘행동’, ‘깨달음’, ‘수용’의 세 가지 과정을 거친 사람에게 찾아온다고 합니다. 가만히 있어 봤자 저 너머에서 행운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어쨌든 행동해 나가면서 다양한 대상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동한 후에는, 자신이 만난 대상의 존재 의미를 깨달아야 합니다. 기껏 멋진 만남이 찾아왔는데도 눈치채지 못한다면, 우연한 행운을 거머쥐는 일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다음, 만난 대상을 ‘수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처럼 우연한 행운을 만났고 그 사실을 깨달았는데, 정작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죠. 우연한 만남이란, 때로는 현재 자신의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순간에, 이제껏 고수해 온 가치관을 고집하지 않고 그 대상을 받아들일 만한 용기가 없다면 세런디피티를 거머쥐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세런디피티를 실천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좀처럼 행운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유지해 가는 일입니다. 이 자세를 지켜 나가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전혀 꿈이 이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거나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분명 누구라도 자포자기에 빠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도 자신의 삶의 방식을 무너뜨리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멋진 사람이며, 언젠가는 반드시 행운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4장 자신의 길을 걸어가자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때가 온다《빨강 머리 앤》은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라는 아름다운 섬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그 소설에서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수제 과자가 나오기도 하고 멋진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달콤하고 황홀한 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막상 이야기를 제대로 읽어 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빨강 머리 앤》 속에는, 지금 읽어 봐도 깜짝 놀랄 만큼 생생한 현실이 그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앤이 다니는 에이번리 마을의 학교는 원룸 스쿨이라고 해서, 교실 하나에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모여 함께 공부합니다. 그러다 상급생이 되면, 다음 레벨의 학교로 진학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로 반이 나눠집니다.
샬럿타운에 있는 퀸즈아카데미의 입학시험을 치르는 상급생들은, 특별반에서 방과 후 한 시간씩 보충 수업을 하게 됩니다. 앤과 길버트 등 여러 학생들은 진학반에 들어가지만, 다이애나는 부모가 그녀를 진학시킬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귀가하는 조에 포함되게 됩니다.
진학반의 방과 후 보충 수업을 위해 처음 교실에 남던 날, 앤은 다이애나가 다른 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그녀의 뒤를 쫓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필사적으로 그 마음을 억누릅니다. 이제까지 무엇을 하든 늘 함께였던 다이애나와 처음으로 따로따로 방과 후를 보내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앤과 다이애나에게 있어서, ‘언제까지고 함께 지내는 일은 불가능하다.’라는 현실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서글픈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현대인에게도 꼭 들어맞는 현실이 아닐까요? 예를 들어 학창 시절에는, 사립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느냐 공립 중학교에 진학하느냐에 따라 각자 방과 후를 보내는 방법이 달라집니다. 중학교까지는 같은 학교였을지라도 그 이후 어느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어디로 취직하는지에 따라 각자 가는 길이 달라지게 됩니다.